일시 251201 적요寂寥
민구식
12월의 첫날이다. 동안거에 들어야 하는 때이다
작년 늦가을, 영양 조지훈 생가와 문학관에 들렸었다.
그곳에서 늦게 발송된 엽서가 일 년 만에 도착했다.
조지훈은 <방우산장 산고> 중에서 적묵(寂默)이라고 했다
정적(靜寂)한 가운데 만상이 움직인다 라고 했다
물이 소리가 있음은 바닥이 평탄하지 않음이요
초목이 소리가 있음은 바람이 지나가기 때문에 나는 것이다
꽃이 노래를 부르지 않으나 봄이 오는 것을 먼저 알고 있다
그의 멋은 어떤 멋인가?
그는 ‘멋설(設)’이라는 글을 22세에 오대산 월정사 불교외전 강사로 있을 때 썼다
‘태초에 멋이 있었다’ 라고 했고, 속(俗)이 되고 락(樂)이 되고 아(雅)가 되는 것이 멋이라고 했다
사물을 바라보는 조지훈의 시(視)에는 삼도주(三道酒)와 함께 세상을 즐기는 방법인
‘사는 대로 사는 게 나의 삶이다’ 라고 했다.
그러니 안분지족(安分知足)으로, 초의야인 (草衣野人)으로 만족하려고 하면서
고성(古聖)의 도를 알려고 하는 것이 멋이라 했다
적요의 밤을 보내며 조지훈의 생가에서 보낸 하루의 느낌을 생각해 본다.
내가 나만의 집 한 채를 가진다면 그 이름을 적요라고 짓고 싶다.
고요하고 적막함을 즐기기 위한 공간이다.
고독함은 인정이 되나 외로움은 아니다.
나는 아직은 더 많이 배워야 하고 느껴야 하고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적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주 작은 나무 위의 집이라도 좋고,
골짜기의 움막이라도 좋겠다.
간섭 받지 않고 추궁 받지 않으며 흔들리지 않는 곳이면 좋겠다.
해가 들고 바람을 막아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곳에서 수도승처럼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