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내내 여러가지 잡(여기서 잡이란 잡다한 일이라는 뜻)으로 꼼짝을 못하다가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세미원을 뛰었다.
가면서도 왕복 4시간 이상 소요되는 투자(?)을 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지고...ㅎ
걱정이 현실이 되듯 날이 너무 뜨겁다.
한바퀴 휭하게 빛의 속도로 돌고 다시 돌아왔다.
그래도 금년에 한 번 들렀다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매년 그 연이 그 연인데 꼭 가야되나?하고 가족이 말렸지만
가지 못하고 불편한 마음을 갖는 것보다는 부족하지만 다녀오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듯했다.
벌써 시기가 지났는지 연밥만 많이 보이고 다른 연들은 날 잡아잡슈!하고 발라당 까져있다.
그러다보니 썽썽한 연 놔두고 연잎이나 물 속에 뒹글고 있는 연만 눈에 더 띈다.ㅎㅎ
저들의 처지가 나의 모습같아서...
어떤 복이 터진 진사는 두물머리에서 개개비와 눈맞춤을 하고 왔다지만
세미원에는 눈 씻고 봐도 그런 녀석은 보이지 않는다.
겨우 벌 한마리 보고 반가워한다.
이거라도 어딘가? 하며...ㅎㅎㅎ
연들도 더워서 고개를 조금만 내밀고 연잎 아래에서 겨우 숨을 쉬고 있는 듯하다.
안타까움에 세상에 내놓고 그 수고를 알리고 싶다.ㅎ
연만 연이냐? 우리도 연이다! 하고 소리치는 연이 있어 돌아보니 수련들이다.ㅎㅎ
그래서 "야! 너희들은 잠을 자고 있어서(수련 睡蓮) 그냥 지나칠려고 했다!"하고는 몇 컷 담아준다.
옆에서 잠자리들이 "우리도 자고 있는데 왜 안 담아주나?"하고 불평을 한다.
그래서 "너희는 연이 아니잖아!"하고는 어쩔 수 없이 살짝 담아주었다.
빨간잠자리는 나르키소스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연못에 비친 자기 모습에 반해 빠져 죽을려고 하는 수선화가 생각나고
노천명 시인의 <사슴>이 생각났다.
"물 속의 제 그림자 들여다 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생략)"
잠자리에게 "너는 그 정도는 아니야!"하고 현실을 직시하라고 예기해 주고 싶었다.ㅎㅎ
이제 내년을 기다려본다.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때까지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게....ㅎㅎ
첫댓글 색상 대비가 좋습니다
잠자리가 더욱 예뻐 보입니다
연+수련+잠자리~~
이들과 대화하는 주작가님은 경지에 오르신듯~~
정말 대단하신 작품입니다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