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3일이었나요? 건대에 다니는 친구를 따라서 안암동 철거촌에 다녀왔습니다. 가서, 보고 듣고 느낀 내용을 썼는데 글이 무지하게 길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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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용역깡패가 있어?" "당근이쥐"
몇 주전 금요일 건대에 다니는 친구가 학교에 왔다. 교지편집부 일 때문에 우리학교 학사과 사람을
만나러 오는 길이라고 했다. 친구는 목요일에 안암동 철거촌에 가서 밤을 새고 오는 길이라고 피곤한
눈빛으로 말했다. 나는 친구에게 아직도 용역 깡패가 철거에 동원되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약간은
어이없다는듯 웃으며 당연하다고 했다. 철거를 위해 용역깡패가 동원되고 학생들을 그걸 막기위해
가서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친구에게 자세한 얘기를 듣고 지난주 목요일 나도 안암동에 다녀왔다.
지하철 6호선 고대병원역에서 내려서 고대병원있는 쪽으로 올라갔다. 병원 뒷문을 지나 조금만
올라가니 철거촌이 나왔다. 벽에는 대자보가 있었는데 모두 떼어져 있거나 시커멓게 락커칠이 되어 있었다.
그 대자보는 지역사람들에게 지금의 상황들을 알려주기 위해 붙여놓은 것인데 깡패들이나
구청직원들이 락커칠을 하거나 뗀다고 했다.
철거대책본부는 마을 입구와 가까운 곳에 이었다. 원래는 노인정과 주차장이 있었다고 했다.
지금은 견고한 바리케이트로 둘러싸여 있었다.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아주머니들과
아저씨들게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학생들이 오면 굉장히 좋아하신다고 한다.
학생들이 규찰을 설 때 잠을 잘수 있고(이 지역 분들은 요즘 이틀에
두시간 정도를 잔다고 한다. 살곳이 빼앗길 지경인데 잠이 오겠는가?) 깡패들은 학생들과의
충돌을 가급적이면 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학생이 다치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건설회사와 관공서의 추악한 모습이 세상에 알려지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하루에 두 학교씩
번갈아가며 규찰을 돈다. 건국대학교는 목요일에 경희대와 함께 규찰을 서고, 우리학교는
화요일에 규찰을 선다.
우선 방안에 들어가 학생들끼리 간담회를 했다. 규찰대장님께서 들어오셔서 그 동안의
상황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다. 오늘은 철거대책 위원장님께서 안보이셔서 그 이유를 여쭤보았더니
사모님께서 수술을 받으시는 날이라서 병원에 가셨다고 했다. 4월 26일 용역깡패들과 주민과의
충돌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깡패가 사모님을 밀어서 무릎 인대를 심하게 다치셨다고 한다.
1차 수술을 했는데 결과가 매우 안 좋아서 오늘 2차 수술을 했다고 했다. 결과는 '한시 장애'판정이었다.
고대 병원에서 수술을 했는데 대학병원에서의 '한시장애'판정은 일반 병원에서의 '영구 장애'판정과
똑같다고 했다. 종합병원은 병원 이미지를 생각해서 영구 장애 판정을 주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규찰 대장님은 그 말을 전해주시고는 나가셨다. 건대에서는 나를 비롯하여 11명이 왔는데 처음
온 사람이 좀 있어서 자세한 얘기를 듣기로 했다.
안암동 이야기
안암 제 1구역 대개발 단지는 삼성 물산에서 '래미안'을 건설하기로 한곳이라고 한다.
삼성의 건설 계열사는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일반 주택을 짓는 삼성 건설이고,
하나는 래미안과 같은 고급 호화 주택을 짓는 삼성 물산이다. 안암동은 삼성 물산에서 맡고 있다.
원래 재개발을 할 때에는 의무적으로 지역 주민들을 위한 영구 임대 아파트를 지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삼성 물산이 설계했던 래미안의 설계도 안에도 물론 임대아파트가 들어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호화주택 옆에 빈민들이 사는 임대아파트가 있으면 땅값이 떨어진다고, 회사측에서는
일부러 짓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임대아파트가 지어지기 전 주민들을 수용할 수 있는 가수용단지를
지어주어야 하는데 당연히 이것도 지어주지 않고, 이사비 몇 푼을 손에 쥐어주고 나가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곳의 방값은 보증금 100만원에 7~8만원 수준이다. 가진 것 하나 없는 주민들은
또 다른 철거 예상지로 이사를 가게 되고 다시 쫓겨남을 반복하는 악순환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조차 몰랐던 주민들에게 전국 철거민연합(전철연)과 학생들이 간담회를 통해서
설득하고 조직화해서 가수용 단지와 임대 아파트 쟁취를 위해서 투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철거민들이 전부 조직화되어서 사우는 것은 아니다. 약 10%정도만이
철거대책 위원회를 결성하고 투쟁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아무것도 모르는 철거민들이 먼저 이사를 가버리는 경우이다.
둘째는 사실을 알아도 용역깡패와 싸우는 것이 두려워 투쟁을 포기하는 경우이다.
셋째는 가옥주와 세입자간의 갈등 때문이다. 가옥주는 두 가지 보상혜택중 하나를 고르게 되어있다.
집값을 보상 받거나 래미안의 입주권을 보상받는 것이다. 하지만 래미안에 입주하려면
몇 천만원이나 되는 차액을 지불해야 한다. 열평도 되지 않는 집을 가진 사람에게 그와 같은 돈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가옥주와 세입자간에 회사에서는 교묘하게 이간질을 시킨다. 그래서 가옥주는 투쟁에 참여 안하고
가옥주의 눈치를 보며사는 세입자도 투쟁에 참여 할 수 없다고 한다.
넷째는 외부의 협박인데 아들이 공무원인 사람에게 관공서에서 협박전화를 하면 어쩔 수 없이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다.
맞는 주민은 가해자? 때리는 깡패는 피해자?
안암 제 1구역을 재개발하면 적게는 2000억 원에서 많게는 6000억 원의 이윤이 남는다고 한다.
그래서 삼성 물산이 관공서와 용역깡패들에게 뿌리는 돈은 껌값에 불과한 것이다.
벌써 그 지역의 경찰서를 비롯한 관공서는 모두 삼성물산에 매수된 상태라고 한다.
용역깡패와의 계약은 정말 치밀하다. 먼저 용역회사에 기한을 준다. 예를 들어 10월이 착공이라고 해보자.
7월까지 주민이 다 나가면 10억, 8월까지 나가면 7억, 9월까지 나가면 5억..
이렇게 돈을 줄여나가다가 어느 시점이 지나면 오히려 용역회사가 삼성물산에 몇 억의 피해보상을 해야한다고 한다.
그래서 용역회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민들을 이사시키는 것이다.
깡패들의 수법을 무식하기도 하지만 교묘하기도 하다. 전화로 주민들을 이간질 시키는가하면
빈집을 이용해 곳곳에 거점을 마련하기도 한다. 주민들이 깡패거점을 발견하면 우선 깡패들을 몰아내고
벽에다 인분을 발라놓아서 다시는 못 들어 오게 막는다고 한다.
이미 경찰은 깡패들 편이어서 주민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깡패들은 일단 경찰들이 뒤를 봐주지 않으면 절대 먼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한번은 싸움이 붙었는데 경찰들이 와서 맞고 있는 주민들을 '가해자'라는 명목으로 다 잡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깡패들은 '피해자'라는 이름으로 꼬붕 몇 명만 경찰서에 데리고 갔다고 한다.
주민들을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다가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풀려났고 깡패 꼬붕들은 형사와 고스톱을 쳤다고 한다.
또 한번은 망을 보고 있는데 깡패 한 두명이 잘 보이는 집 지붕을 부수면서 손짓으로 내려오라고 했다고 했다.
하지만 낌새가 이상해서 내려가지 않고 몇 명이 규찰을 돌았는데 깡패 몇 명이 아니라
40명정도가 뒤에서 대기하고 있고, 그 뒤에는 전투경찰들을 태운 닭장차도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재개발 구역은 미로처럼 복잡하다. 그래서 깡패들은 지역주민들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한번은 '딸보'라는 깡패를 잡은 적이 있는데 그 동네에 37년을 살았던 양아치였다고 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그러나 서글픈.. 서울의 야경
자세한 설명을 듣고 망루가 있는 곳에 올라가 보았다. 대책 본부위로 조금 올라가 보면
다 부숴진 집터가 있고 그 위에는 망루를 지어 놨다. 망루는 견고했다. 망루위에는 바람이 아주 심하게
불었는데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망루위에서 보았다.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을...
서울의 야경을 이렇게 높은 곳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불빛들...
건너편 달동네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불빛들을 보면서 단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굉장히 사치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에 부끄러워졌다.
망루에서 내려와 조를 짰다. 조는 모두 세 개로 짠다.
1조는 12시에서 2시 30분, 2조는 5시까지, 3조는 7시 30분까지 규찰을 선다. 구역은 모두 3개가 있다.
나하고 내 친구는 1조였고 제 1구역 보초를 섰다. 안전모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쇠파이프를 들고 서 있으니 긴장감이 밀려왔다.
쇠파이프와 나무 막대기같은 것들은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구한 것은 아니다.
예전에 용역사무실을 덮친적이 있는데 그때 사무실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사무실에는 쇠파이프와 나무 막대기 뿐만 아니라 석유통과 사시미칼, 심지어는 낫과 도끼도 있었다고 한다.
언제든지 돈을 위해서 사람을 죽일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보초를 서고 있으면 똑같은 차가 계속 왔다갔다하는 것이 보이는데 그 날 밤에도 세 대 정도가 계속 왔다갔다 했다.
깡패들이 상황을 살피러 온 것이었다. 그 날 밤에는 별다른 일은 없었다.
2시 30분에 교대를 하고 자다가 7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나왔다. 아침에는 동지가, 단결투쟁가 등
민가를 틀어주었는데 아이들도 이 노래를 외우고 있다고 한다. 집을 빼앗기는 불안감속에서
어쩔 수 없이 민가를 들어야하고 외우게 되는 철거민의 아이들을 생각하니 서글퍼졌다.
난장이의 공을 찾아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이제는 멀리 지나가버린 일이라고 생각되는
소설속의 일이 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재벌과 권력의 결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보이지 않아서 사라져가는 줄로 믿고 있던 용역깡패는 아직도 건재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하룻밤 술값으로 날리는 돈을 월세로 내며 근근히 살아가는 빈민들은 줄어들기는커녕 생명의
위협마저 느끼며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돈밖에 모르는 인간 쓰레기들에게 쫓기면서 말이다.
재개발 사업의 본 취지는 노후 불량 주택을 개량하여 쾌적한 주거 환경을 주성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공공복리의 증진에 기여하는 것이라한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재개발은 과연 누구를 재개발인가? 지금껏 자본가들에게 끊임없이 착취당하면서도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온 민중들을 몰아내고 돈많고, 권력있는 사람들이 호화롭고 사치스럽게
살 곳을 마련하기 위해서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 래미안과 같은 호화 주택은 돈만 있다고 해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한다.
일단 분양이 시작되면 의사, 변호사와 같이 '~사'로 끝나는 사회 권력층에 먼저 분양 광고문을 돌린다고 한다.
래미안은 완전한 귀족들의 생활공간인 셈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있다고 세상 사람들이 말할수록 부자와 빈자의 격차는 점점 더 멀어지고,
세상은 점점 가진자의 것이 되어가고 있다. 한줌도 안되는 가진자들에게 우리는 얼마나 더 빼앗기고,
얻어맞으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번일로 인하여 사회적 약자의 설움과 가진자에 대한 분노로 인하여 조금은 감정적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안암 제1 구역은 다름 어떤 곳보다 학생들과 전철연과의 연대가 확고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곳에서의 승리가 앞으로의 철거촌 투쟁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 한다.
지금까지 철거촌 투쟁이 승리한 적은 딱 두 번 있다고 한다. 안암 제 1구역 투쟁이 꼭 승리하여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되찾고, 철거촌 투쟁의 앞날에 큰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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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山~하고픈 이야기
안암 제1구역 철거촌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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