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단편과 책으로 유명한 프란츠 카프카. 2024년은 그가 세상을 떠난지 100년 되는 해다. 덕분에 많은 출판사가 신간을 출간하고, 최근에는 카프카 일기 비편집본이 드디어 소개되기도 했다. 100년전 그것도 40세라는 젊은 나이에 죽은 작가에게 왜 우리는 여전히 열광하고 있는 걸까?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소속된 체코 프라하 출신이지만 독일어로 글을 썼던 유대인 카프카. 마이너리티 중 마이너리티의 인생을 그는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은 언제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절망과 어두움으로 가득하다. '심판'에서는 열려있는 법정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수년을 기다리다 죽게 된 남성이 죽기 전 그문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열려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변신'에서 주인공은 어느 날 아침 자신이 아무 이유없이 역겨운 벌레로 변한 사실을 발견한다 카프카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 했던 걸까? 문명과 기술이 발전한다고 인간이 더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기술의 발전과 개인의 행복 간에는 그 어떤 인과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예측이었다. 그가 사망하고 10년도 지나지 않아 독일은 전체주의 독재로 변신하고, 얼마 전까지 이웃이자 국민이었던 독일과 오스트리아 유대인들은 하루아침에 벌레나 해충으로 변신한 듯 박멸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그의 여동생 3명 모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해당했으니 말이다.
생성형 AI, 양자컴퓨터, 브레인-컴퓨터 인터페이스. 그리고 동시에 벌어지는 탈세계화와 신냉전의 시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을 바라보며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우리가 가는 길이 정말 맞는 걸까? 우리 모두 깊은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건 아닐까? 100년 전 카프카를 읽으며 21세기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멀지 않은 미래에 어느 날 아침 눈을 뜬 우리는 너무나도 다른 세상, 그리고 너무나도 달라진 우리 자신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