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1일, 장항선에 또 하나의 역사가 탄생했다.
기존의 곡선을 그리던 선로가 번듯한 직선의 선로로 이설되었다.
그에 따라 학성, 선장역이 폐지되고 신창, 도고온천, 대천역이 한꺼번에 새 부대로 옮겨지게 되었다.
예전 구역 시절에는 도고면 마을 한가운데 있어서 주민들이 걸어서도 충분히 기차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신역은 시전사거리가 있는 곳으로 옮겨져, 도고면에서 약 30분을 걸어나와야 이용이 가능하다.
국도변으로 옮겨졌다는 점 하나 빼고는 아무것도 이로울 것이 없는 허허벌판 외곽지대.
새롭게 환골탈태한 '신생아' 도고온천역에 3월 22일, 가볍게 발자국을 남겨보았다.
용산발 서대전행이 도고온천역에 몇몇 승객들을 내려주고 빠른 속도로 제 갈길을 간다.
휘어지는 곡선이 인상적이었던 구선로와는 달리, 새로 이설된 선로는 곡선을 찾아볼 수 없는 쭉쭉 뻗은 철길이다.
'곡선의 미학'이라던 장항선의 수식어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구선 시절 장항선에는 시발점 천안역부터 대천 이남 남포역까지 터널이 하나도 없는 노선이었다.
야산을 이리저리 빙빙 둘러갔었던 철길을 산을 직접 뚫어 직선으로 연결해 버렸다.
따라서 이젠 아산역, 신창역, 도고온천역, 신례원역에서까지 전부 터널을 볼 수 있다.
도데체 장항선 신례원역까지 터널이 몇 개나 생겼는지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적어져서 못내 아쉽다.
새로 지어진 도고온천역은 아무리 봐도 '전철역'이다.
도저히 기차역이라고 말할 수가 없는 구조이다.
위에 전차선만 있으면 정말이지 완벽한 전철역이다.
예전의 정취와 자연과 어우르는 철길을 바라는 건 속도를 추구하는 현대 철도에서는 사치일 뿐이다.
도고온천역이 지어지면서 새로 도입된 역명판들.
전 역은 온양온천역, 다음역은 신례원역으로 표기되어 있다.
사실 바로 전 역은 신창역이지만 신창역은 전철만 서는 역이고 도고온천역은 기차만 서는 역이니,
굳이 신창역을 표기해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새로 이설되면서 "장항"이 아닌 "익산"이 붙어있다는 것도 꽤 흥미로운 점이다.
내가 정말 장항선 역에 서 있는지 의심스럽다.
대술, 신양, 운곡, 청양으로 이어지는 645번 지방도와 아름다운 들판이 펼쳐진다.
비록 생김새만큼은 전철역처럼 삭막하게 변해버렸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끼고 있다는 것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다만 舊 도고온천역은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있고, 新 도고온천역은 단지 자연을 '끼고' 있다는 것 뿐.
예전 역사에서는 침목으로 이어진 건널목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고가역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가 대신한다.
도고온천역이 장항선에서 그리 비중 있는 역도 아닌데 시설이 굉장히 빵빵한 것 같다.
타는 곳으로 들어가는 위치까지 꼭 여느 전철역과 다를 게 없다.
1,2번은 용산, 영등포, 수원, 천안방면 3,4번은 홍성, 대천, 서천, 익산방면.
표지판까지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도 익산까지 연장되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피부에 와닫지 않는다.
아직도 장항선을 타면, 지평선이 보일 듯한 넓은 들판이 보이면서 종착역을 안내하는 안내방송이 나올 것만 같다.
나가는 곳도, 딱히 뭐라 설명할 것 없이 평범하다.
하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유리벽에 사각틀로 되어있어 어지럽게 느껴진다는 것.
저 앞에 개찰구만 있다면 영락없는 전철역이다.
요새 기차역 자체를 이렇게 짓는 건지 아니면 1호선 전철의 홍성 연장을 대비해서 만들어놓은 건지.
평내호평역도 이런 구조로 되어 있지만, 애초에 평내호평역은 전철이 다닐 의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예외로 치면,
이런 기차역을 이용해보는 것은 난생 처음이다. 그래서 더욱 낯설게 느껴진다.
도고온천역을 이설하면서 매표업무를 대매소에 맏겼다는게 정말인가보다.
표사는곳에서 당당하게 먹을 것을 팔고 있는 모습이 나름대로 신선하다.
매점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 여기에서는 입장권을 끊고 싶어도 더 이상 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장항선에서 거의 '간이역'급에 해당했던 도고온천역이 완전히 개과천선했다.
무려 열차 안내전광판까지 설치되어 있다.
이제 더 이상 도고온천역을 간이역이라 부르고 싶어도 더 이상 부를 수가 없는 것이다.
왠만큼 큰 역에서도 보기 힘든 전광판까지 달려있는데 어떻게 간이역이라 말하겠는가.
표사는곳 옆에는 이렇게 TV를 볼 수 있는 맞이방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확실히 예전보다 시설이 훨씬 깔끔해지고 좋아지긴 했으나,
예전 특유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아쉽게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버스체계라면 전국 어떤 지역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천안, 아산 지역이기에,
역을 이설하면서 시내버스 운행시각표를 걸어놓았다.
대체적으로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 모습인데,
아쉽게도 이 버스는 국도변이 아니라 지방도에서 타야 하기에 초면에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헷갈리기 딱 좋으며,
약 5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예산군내버스 안내는 전혀 되어있지 않다는 점도 한계점이라고 볼 수 있다.
뭔가 나름대로 많은 노력은 기울인 것 같지만, 아직은 역 이설하면서 바꾼 버스 체계가 상당히 엉성하다.
도고온천역 2번출구, 즉 후문으로 나오면 바로 앞에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개통 직후에 이 쪽으로만 출구를 놓고 국도로는 출구를 놓지 않는다고 해서 기사까지 뜨고 많은 논란거리가 있었는데,
만약 실제로 여기로만 출구가 놓여졌다면 정말 큰일날 뻔했다. -_-
역 바로 앞에 이런 풍경이 펼쳐지는데 어떻게 이런 곳에서 제 갈길을 찾아서 갈 것인가.
새로운 도고온천역이 제대로 자리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반면 국도변으로 이어지는 1번출구는 왠만한 전철역 저리가라 할 정도로 화려하다.
엄청난 규모의 주차장과 녹지와 광장에 택시승강장까지...
진짜로 무슨 거대한 주요 전철역 하나 데려온 듯한 느낌이다.
도고온천역이 주요 기차역도 아닌데 시설이 필요 이상으로 넘친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광장에서 바라본 일명 '도고온천역 공원'.
정말로 공원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화려한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정작 역 앞에는 단층 건물 하나 찾아보기 힘든 전형적인 농촌 지대다.
역세권을 개발하지 않는 이상 이런 사치스러운 시설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 것이다.
도고온천역 바로 앞에 위치한 시전사거리의 모습이다.
국도변이라 차도 많이 지나가고 시원시원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주변이 하나도 개발되어 있지 않아 황량하고 썰렁한 느낌이 든다.
이런 곳에 불필요하게 큰 규모로 시설을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점이 든다.
물론 이 지역이 개발의 바람을 타고 고층건물이 쑥쑥 올라간다면 그런 의문들도 쏙 사그라들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는 수준이니까 말이다.
3월 22일 이 날 도고온천역을 방문했을 때에는 예전 구역 시절 못지않게 사람이 있었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봤을때 지금의 승객 수가 얼마나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도고면, 선장면 주민들에게는 버스 연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도고온천역보다,
오히려 아산의 중심지에 위치한 온양온천역이 훨씬 이용하기 편하다.
마땅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도고온천역은 이도저도 아닌 역으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기 전에 도고면, 선장면, 대술면 등에서의 버스연계와 홍보 등을 통해 입지를 확고히 굳혀놓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예전 도고온천역의 명성에 먹칠을 하지 않을테니까.
첫댓글 안동역, 영주역 같은 중앙선 상의 주요 역들은 지금 있는 그대로 있어주었으면 좋겠네요. 저런 유리궁전이 된다면 참...
겉으로는 운치있어보이지만 내구성이나 장래를 볼때는 상당수를 교체해야 하는 역이 구 역사입니다. 20년 이내의 역은 교체할 필요성이 없다고는 하지만 40년 이상된 역들은 신선노선을 감안하여서 역사를 교체해 주어야 합니다. 멋 보다는 안전과 실용성 때문이죠. 유리궁전이 대세인 이유는 주간 조명 유지비를 절감하기 위해서입니다. 조명에 대해 획기적인 패러다임이 오지 않는한 당분간 유리를 기반으로 한 역사 건축은 계속 있으리라 봅니다.
흠 안동역은 이미 30년을 훨씬 넘었죠. 도색만 3~4회 바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