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pattern 외 1편
안성은
집에 돌아올 때는 수백 가지의 길을 매일 골라 걷는다
선택하는 차선과 속도와 걸음은 모두 새로워서
읽히지 않는 사람이 된다
여행을 간다
먼 반대의 육지 위에서도
내 몸이 부단히 설 수 있는지
의심을 거두며 여행을 간다
밤이 오지 않는 곳에서는
결코 어두움과 밤이 병렬하지 못한다
긴 백야의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잠의 패턴을 찾지 못하고
(고작 몇십 년의 형식을 하나 바꾸지 못하였던 우리는)
비로소 흑막 너머의 오로라가 된다 이것이
미래의 형식이다
모든 낮마다 데면데면 굴다가
호텔에 돌아와서는 들쥐처럼 컵라면을 끓였다
이것이 패턴의 미래였다
읽히는 사람이 된다는 건
자장가 같은 단조로운 코드의 뒷부분을 예상한다는 건
밤이 새까맣다면
낮은 덜 까매야 한다는 걸 알았다는 건
아무것도 없는 당신을
해충처럼 파먹으려 했다는 건
도무지 고쳐지지 않는 발 끝의 그림자, 같은
낮의 습관이다
딸기
안성은
무르고 터지고 말았어
딸기는 부족한데
사람은 많았어
사람들은 내게 말했어
왜 이런 거냐고
모든 것이 엉망이라고
생각보다 딸기가 나약하다는 걸 알았어
나만 알았으므로
나만 알고 있었어
사람들은 조문객 같은 모습으로 서둘러 떠나고
하얀 접시 위에 시선을 잃은 딸기가
터져 있었어
목이 말랐는지 물을 먹고 있었어
아니
물에 적셔지고 있었어
아니 자기 몸에서 나온 물이었어
물이 고여있는 딸기의 뒷면에
손바닥을 오목하게 대고 싶었어
마음은 그랬어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언젠가 전화가 왔을 때
여보세요보다 먼저 들리던
둘째삼촌이 돌아가셨어
전화가 왔을 때처럼
나는 알 수 있었어
이제 딸기를 완전히 잃었다는 사실을
---애지 여름호에서
서울 출생. 단국대 대학원 박사 졸. 제22회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 단국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