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부분 노동자이면서 노동자라 부르는데 인색합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식당아줌마로 불립니다.호칭의 친숙함 이면에는 주인과 손님이 부리는 사람정도의 인식이 깔려있습니다." <뉴스타파> 12회.
'외국인 선수'를 '용병'이라 부르는 호칭의 이면에는 '잠깐 돈을 주고 고용한 선수' 혹은 '우리 선수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온 이방인'이라는 고용주가 부리는 사람정도의 인식이 깔려있습니다, 라고 위에 표현을 그대로 갖다 붙인들 과장은 아닐 듯 싶습니다.
우리의 '의도'는 분명 저런 뜻에서 부르는 건 아닐 것입니다. 혹자는 용병이 '외국인 선수'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부르기 편하다고 맞지도 않는 표현을 쓰는 것은 잘못될 뿐더러, 언어 표현은 한 사회와 개인이 어떻게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태도입니다. 가령 일본어의 잔재들이 있습니다. 그걸 알고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역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 역사를 보면 '전쟁'을 경험한 슬픈 역사가 있습니다.
'용병'이라는 표현은 이 슬픈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축구를 흔히 '전쟁'에 비유하지만, 그것은 단지
비유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용병'은 호칭입니다. 내셔널리즘이 강하다는 측면과 척박한 언론환경의 특성상 '용병'이라는 표현은 자연스럽게 유입이 됐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비유하면 우리는 여전히 외국인 선수를 잠시 고용해서 '전쟁'중인 셈이지요.
앞서도 말했듯이 언어 표현은 한 사회와 개인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결정할 태도입니다. '용병'이라는 표현이 일상적으로 쓰이다보니 요즘 돌아가는 리그를 보면 '외국인(감독과 선수)'이 기피 대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포항의 경우 예산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사장의 인터뷰를 보니, 단지 자본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포항이 성적을 내버리니, 요즘 스쿼드에서 국내 선수로만 이뤄진 스쿼드도 자주 눈에 띕니다. 물론, 성급한 일반화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용병'이라는 표현이 점점 '외국인'에 대한 기피를 조장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외국인 선수가 경기에 나서지 못할 경우, 너무 쉽게 교체해 버리는 풍토는 단적인 증거일 것입니다. 어쩌면 에이전트에 쉽게 속아 넘어가거나, 대충 영입하고 '대박'을 원하는 스카우팅의 안일함일 수도 있을테구요. 물론, K리그의 외국인 쿼터가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에 '비중'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기에 '장기적인 접근'을 하지 못한다는 측면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모든 탓을 '외국인 선수'에게 돌릴 것이며 '의존'할 것인가요.
최근 전남의 사이먼이 자국언론에 밝힌 내용은 언어 표현이 선수에 대한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이먼 " 그들은 실제 제가 입었던 부상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고 그저 사타구니에 작은 염증이 문제라고 했어요.(그런 상태에서 플레이를 종용당했기에) 4달 만에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외향근이 찢어져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사샤와 아사모아의 인터뷰에서도 외국인 선수를 '팀의 일원'이기보다는 '돈을 주고 부리는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용병'이라는 부르기 편한 말이있죠. 심지어 '외국인용병'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이들도 있더군요. 굳이 '외국인 선수'로 지칭하며 '세트'로 묶어 부를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이름을 불러주세요.
한준희 의원도 지적했듯 유럽의 경우 리그 역사를 통틀어 베스트를 내놓으면 거의 외국인 선수 위주입니다. 이 말은 외국인 선수도 해당 리그의 주인이고 일원이며 스타이자 역사라는 말일 것입니다. 자국 선수를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과는 별개로 외국인 선수에 대한 존중은 우리 스스로가 리그를 드높이는 가장 효율적이고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여성인 내게는 조국이 없다. 여성으로서 나는 조국을 원하지도 않는다."
이것을 한 클럽의 서포터 혹은 지지자인 당신과 나에게 적용하면서 글을 끝맺도록 하겠습니다.
“한 클럽의 지지자인 우리에겐 국적은 의미가 없다.(그러므로) 용병이라는 표현을 원하지도 않는다."
첫댓글 개인적으로 언론의 무지에서 오는게 크다고 봅니다만, 외인선수들에게 그만큼의 투자가 있으니 어쩔수 없는 부분도 있겠죠.
옛날부터 한번씩 올라오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이슈가 되지 않고 사라지는 의견이지요.
개인적으로도 글쓸때 되도록이면 용병보다는 외국인선수라 쓰고 있습니다.
아마 제가 쓴 글도 있었을 것 같네요.
밑에 soccer 님의 댓글 내용이 우리의 사회상이기 때문에
이슈가 된다고 해도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분들이 많을거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잊을만 하면 이런 글을 쓸 생각이에요.ㅎㅎ
깊이 공감합니다. 언론의 무지도 문제이지만 우리 안에 있는 배타성, 그리고 한참 모자란 인권 감수성이 더 큰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배타성과 인권 감수성의 부족!
저도 어느순간부터는 용병이라는 말은 지양하고, 외국인 선수라는 말을 쓰고 있지요~
그말속에 상대방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이런것이야 말로 정신적인 통제가 결국 물리적인 통제들 보다도 더 무섭다는것을 반증하는거겟죠?
아무튼 용병이라는 표현은 지양해야합니다~!!
공감합니다. 그냥 '외국인선수'라는 표현을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쓰면 될 일이죠. '센터링'이나 '골인' 등의 용어가 더이상 쓰이지 않는 것처럼 용병이란 표현 역시 잘못된 용례로 규정하고 언론매체에서부터 쓰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협조를 구하면 될 일입니다.
그러게요 , 다들 용어의 문제점에는 동의를 하는 분위기인데도 끈질기게 사용되는 단어인거 같아요
좋은 의견입니다.전부는 아니지만 언론기자나 구단 축구종사자들이 무심코 많이 쓰더군요. 발견하면 트위터나 Sns상에서라도 지적질 해야겠어요. 기사 댓글로도
고맙습니다. 지적질(?) 좀 많이 부탁드려요.^^;;
군사문화의 잔재이기도 하구요
타국 출신 선수들을 칭하는 용병이란 단어는 정말 쓰레기 단어라고 봅니다..없어져야 마땅합니다...좀 더 나아가서 외국인 선수라는 말도 좀 고개를 기웃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그냥 선수 소개를 할 때 어디출신 누구 정도면 된다고 생각합니다만...굳이 외국인 선수라는 타이틀 안에 넣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맞습니다. 굳이 내국인/외국인으로 나눌 이유도 없죠. 그냥 '한 팀'의 일원일 뿐인데 말이죠.
의식적으로 글 쓸 때마다"외국인 선수"라고 쓰려고 노력한지 꽤 되었습니다. 다시금 의지를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한 수 배웁니다!
옳은 글, 좋은 글, 동감하며 감동하며 읽었습니다.
칭찬받고 싶어서 쓰는 글은 아니지만, 이런 답글 보면 쓴 보람을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요샌 많은 분들이 외국인 선수라고 하던데. 그넘의 기자들이 문제죠.
당연히 외국인 선수라고 불러줘야죠....... 나온김에 한가지더...... 정말 안좋은표현중 하나가 바로 "옹" 옹이라고 붙이는건 정말로 일제 잔재라고 하더라고요 국어선생님이 피터지시면 말씀하시던 손기정옹 <,이런표현은 예전에 TV에서 보고 정말 말도 안되는 표현이죠.,,. 차라리 사마 보다 옹이라는 표현이 더 안좋다라는., 사마는 일본말 옹은 일본잔재
하나더 극동 이것도 일본 잔재라고 들었죠 극동은 일본을 중심이라는 표현이라고 하던데요 사월에서도 간혹., 종종 보이던데요., 극동이란 표현보다는 동북아., 내지는., 동아시아(동북아+동남아) 이 표현이 맞는데 말이죠~~~
극동은 일본의 잔재가 아닙니다. 유럽사람들이 아시아를 구분하는데 쓰던 말이죠.
우리가 말하는 '중동' 과 같은 맥락의 단어로, 유럽에서의 거리를 기준으로 붙인 말 입니다.
근동 (Near East, 터키, 소아시아지역 등 구 오스만제국 강역)
중동 (Middle East, 북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등 아랍문화권)
극동 (Far East, 한중일월 (+동남아시아))
이렇게 구분했지요.
구구절절히 동감합니다..
정말 외국인 선수를 용병이라 부르는 것.. 싫습니다.. 100만배 동감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카페에 출처와 작성자분 공개해서 퍼 가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