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우체국도 그렇고, 미국의 우체국 분위기가 싱숭생숭합니다. 다음해에 주 5일 근무가 가시화되면, 지금 상황에서 가장 먼저 닥칠 일은 당연히 대량해고입니다. 일단 자기 라우트가 없는 '리저브'라는 레귤러 우체부들이 가장 먼저 감원의 칼날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주 6일 배달제에서 비번 우체부들의 라우트를 맡아 일해주는 T-6 라는 직책이 필요없게 됨에 따라, 적어도 현재 미 연방우정국 (USPS)이 고용하고 있는 배달직 중 20%는 레이옵, 즉 사실상 해고 상태가 될 것입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있을 노조와 USPS간의 노동조건 계약과 관련한 협상을 앞두고 이런 전망이 나오면서 전국우체부노조(NALC)는 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파업'이라는 말이 어떤 식으로든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보면서 저 역시, 파업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USPS 역사상 가장 큰 파업은 1970년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국 전체가 마비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휴대폰은 물론 팩스조차도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던 시절이어서 그랬는지, 파업은 엄청난 반향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노조가 요구했던 임금인상 및 복지 확충 요구는 받아들여졌습니다. 노조에서 발행되는 노보 잡지인 Postal Record 에서는 4월호 지면을 통해 이 파업에 대해 대대적으로 조명함으로서 조합원들이 이 때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 즉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파업에 대해 처음 언급했습니다. (http://www.nalc.org/news/precord/ArticlesPDF/04-2012/04-2012_strike.pdf)
물론 인터넷의 보편화로 인해 일반우편, 즉 퍼스트 클래스 우편물의 감소로 수익이 줄어들고, 유류가 고공행진 등으로 인해 우편물 배달에 드는 비용도 높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정사업이 애초에 적자가 나는 사업이지만, 마땅히 국가가 국민에게 해 주어야 할 서비스라는 것을 인식했던 미국 정부가 우정국을 창설하고 민간의 사업을 인수한 것이 미국 우정서비스의 시발이라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적자 운영이 서비스 축소의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파업'이라는 단어가 노보를 통해 언급될 정도가 되면서, 저는 문득 당장 내일 파업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을 한번 해 보았습니다. 당장 파업을 한다면, 집 모기지는 어떻게 부을 것이며, 당장 생활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식의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마 파업을 해야 한다면 할 것입니다. 그것은 임금을 올려달라 따위가 아니라, 국가가 국민에게 마땅히 제공해야 할 서비스를 '이윤 창출'이라는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것에 대한 항의가 있어야 한다는 제 나름대로의 신념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언론인들이 파업 현장에서 매일같이 투쟁하고 있습니다. MBC의 경우, 파업한 지 다섯 달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그들의 월급을 올려달라거나 하는 조직 이기주의적 파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사회에서 마땅히 누려야 할 공정보도의 원칙, 그리고 정권이 아닌 국민을 위한 방송을 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당연한 주장입니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밝혀진 낙하산 사장의 비리, 그리고 그것을 감싸는 저들의 치졸한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그들이 느꼈을 모멸감이나 허탈함도 그렇지만, 그들 역시 생활인입니다. 저 같은 경우,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은 파업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벌써 이 싸움을 반 년 가까이 끌어온 MBC 노조를 보면서 경외감마저 느낍니다.
결국 이것을 지켜줘야 하는 것은 세금 내고 그 세금의 혜택을 봐야 하는 국민들입니다. 우리가 만일 파업을 하게 된다면, 저는 지역 주민들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전에 제 라우트가 부분적으로 바뀌었을 때, 저를 사랑해 준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저를 그 라우트에 계속 있게 해 달라는 청원을 낸 적이 있었습니다. http://durl.me/2m95e6 그때 참 많은 감동, 그리고 힘을 받았고, 저는 지금 그곳에 다시 배달을 하고 있습니다.
해고의 칼날 아래서도 굴하지 않고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언론인들을 지지하고 도와줘야 합니다. 결국 관심, 그리고 연대가 힘이기 때문입니다. MBC가 제대로 공정한 방송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국민 모두가 혜택을 받는 일이며, 수혜자가 될 사람들이 지금 이렇게 어렵게 싸우고 있는 이들을 도와야 하는 것은 '마땅하고 옳은' 일이 될 것입니다. 이 뻔뻔하기 그지없는 정권, 정말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치사한 더티플레이 속에서도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시애틀에서... |
출처: Seattle Story 원문보기 글쓴이: 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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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중파 방송이 뉴스타파처럼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