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절 성령 강림으로 그리스도 파스카 완성
<= (사진설명)
▲작가 미상, 성령강림(비잔틴 시대, 그리스 성 루카 수도원 돔 모자이크)
▲작가 미상, 성령강림(12세기, 베네치아 산 마르코 대성당 돔 모자이크)
▲티치아노, 성령강림 (1570년경 유화, 베네치아 구원의 성모 성당)
▲엘 그레코, 성령강림(1604~1614,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
19일은 예수부활대축일을 지낸지 만 50일째 되는 날이다. 교회는 예수께서 부활한 후 50일째 되는 이 날에 성령께서 사도들에게 강림한 것(사도 2,1-13)을 기념해 '성령강림대축일'을 지낸다. 부활 제7주간이 끝나는 날인 이 날은 예수께서 우리에게 성령을 부어 주심으로써 '그리스도의 파스카'를 완성시키신다. 그래서 교회는 성령강림대축일로 '부활시기'를 끝내고 '연중시기'로 들어간다.
성령강림대축일은 '교회 설립 기념일'이다. 성령강림 이후 사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만백성에게 선포하기 시작했다. 그리스도와 성령의 사명은 그리스도의 몸이며 성령의 궁전인 교회 안에서 성취된다. 성령께서는 교회 안에서 신자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을 보여주고, 그분 말씀을 상기시켜 주며,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이해시켜준다.
성령강림대축일을 맞아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따르는 새로운 삶의 열매를 맺을 수 있길 희망하며, 성령강림을 묵상할 수 있는 동ㆍ서방 교회 성화 양식을 소개한다.
<사진 자료 제공 = 한국교회사연구소>
▨ 동방교회- 비잔틴 양식 모자이크
6세기부터 발달한 비잔틴 성화의 특징은 작가의 개인적 취향에 따라 표현된 것이 아니라 교회의 엄격한 통제 아래 획일적으로 제작됐다는 점이다. 그래서 비잔틴 시대 성당의 성화, 즉 이콘과 모자이크 등은 모든 똑같은 형태와 색상을 띄고 있다.
'성령강림'모자이크는 루카 복음사가가 묘사(사도 2,1-13)한 내용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모자이크란 돌, 유리, 조개껍질 등으로 작게 조각을 내어 무늬나 회화를 구성해 건축물 또는 공예품 표면에 접착제로 붙인 것을 말한다.
모자이크 제일 상단에는 흰색 비둘기 모양의 성령께서 12 사도들에게 12개 섬광을 비추고 12개 불혀 모양으로 강림하고 있다. 이 불혀들은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마태 3,11)는 세례자 요한의 예언을 상기시킨다.
성령을 받은 사도들은 성령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는 표징으로 '두루마리'와 복음서'를 들고 있다.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는 사도단을 중심으로 둥근 자리의 윗부분에 각각 오른쪽과 왼쪽에 앉아 있다. 그리고 그 사이의 공간은 보이지 않는 신비체의 머리인 '예수 그리스도'의 자리다. 동방교회 비잔틴 모자이크는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에 사도 성 바오로를 사도단 안에 포함시켜 12사도로 표현하고 있다. 오순절 성령강림 때 사도 바오로가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그를 포함시킨 것은 성령이 사도 바오로 안에 있음을 고백하기 위해서다.
서방교회의 대표적 비잔틴 양식 성당인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대성당'(Basillica San Marco)에도 성령강림 모자이크가 있다. 비잔틴 양식의 돔에 장식된 성령강림 모자이크는 12세기 작품으로 미술사적으로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 서방교회- 티치아노와 엘 그레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대표적 베네치아파 화가인 티치아노(1488~1576년)는 1570년경 베네치아 구원의 성모 성당에 '성령강림'유화 작품을 남긴다. 베네치아 산 마르코 대성당 외벽화 작품으로 유명한 티치아노는 비잔틴 회화 양식에서 탈피, 이전에 보지 못한 수직ㆍ수평 구도에 역점을 둔 새로운 창작 기법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 대표적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성령강림'이다.
티치아노는 반원의 창을 통해 비둘기가 찬란한 광채를 띄며 수직으로 내려오는 것으로 성령강림을 묘사하고 있다. 성령의 빛은 불혀 모양으로 사람들의 머리 위에 내려앉고, 성령을 받은 사람들은 탈혼 상태가 된 듯 몽롱한 눈빛으로 내려오고 있는 성령을 바라보고 있다.
그림에서 붉은 망토를 걸친 맨 왼편 사람은 서서 두 팔을 모은 채 하늘을 향해 뻗고 있다. 또 맨 오른쪽 사람은 양 팔을 대각선으로 벌린 채 뒤로 넘어질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긴장감과 역동성을 주고 있다.
티치아노는 아울러 성령강림 회화에 12사도만 표현하는 비잔틴 양식과 달리 그림 정 중앙에 성모 마리아를 두어 차별화하고 있다.
티치아노의 제자로 스페인 미술의 거장인 엘 그레코(1541~1614년)는 그의 스승 작품에 영감을 받아 1604~1614년 사이 '성령강림'작품(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을 완성했다.
'도메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Domenikos Theotokopoulos)라는 본명보다 엘 그레코('그리스인'이란 뜻)로 알려진 그는 크레타 섬 출신이다. 엘 그레코 역시 스승 티치아노의 영향을 받아 수직과 수평 구도를 중시해 거대한 벽감 작품에 웅장함을 더해 인물들을 대각선으로 길게 배치하는 화풍을 즐겨 그렸다.
엘 그레코도 성령강림을 반원형 천정 위에서 사방으로 빛을 환하게 발산하고 있는 비둘기 모양으로 묘사했다. 그림 중앙에는 붉은 옷에 푸른 망토를 한 성모 마리아를 앉히고, 그 주위에 열두 사도들을 배치했다. 성모 마리아와 12사도들 머리 위에는 불혀 모양의 성령이 내려 앉고 있으며 그림 하단에 있는 사람들이 이 광경을 지켜 보면서 놀라워 하고 있다.
<유대인의 축제>
오순절(성령강림 대축일)
비록 파스카만큼 신약의 사건과 깊은 연관성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파스카 외에 신약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이스라엘 축제는 오순절이다.
사도행전 2장에 보면 오순절이 되어 신도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는데 그때 성령이 그들에게 임하셨다고 나와 있다.
즉 예수께서 승천하실 때 약속하셨던 성령의 강림이 이스라엘의 전통 축제인 오순절에 일어난 것이다.
과월절로부터 '50일째 되는 날'이라 하여 펜테코스트(Pentecost)라고도 불리 우는 오순절은
고대 이스라엘부터 계속되어 온 추수 감사절이다.
원래는 지방마다 따로 축제를 거행했지만 성전시대 이후 중앙 성전에 모여 일시에 지내게 되면서 순례축제가 되었다.
원래 고대 농경사회에는 추수한 첫 곡식을 신(神)에게 바치는 관습이 있었다.
가나안에 정착한 히브리인들은
가나안 농경사회의 그러한 영향을 받아 갖가지 곡식을 추수할 때마다 추수 감사절 을 지내게 되었다.
그러다가 과월절 때 보릿단을 바치는 관습이 정착되면서 그로부터 50일 후 밀을 수확하는 시기에 오순절을 지내게 되었다.
오순절에 관한 규정은 레위기 23장에 나온다.
보리 곡식 단을 바친 날로부터 만 일곱 주간을 보내고 오십 일째 되는 날 새로운 곡식예물-밀로 만든 빵을 바치라는 것이다.
오순절의 성격은 추수를 감사드리는 것이므로 누룩 없는 빵을 바치는 과월절과는 달리 누룩을 넣어서 빵을 굽는다.
기원후 70년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후 랍비 시대 때 오순절의 의미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출애 19,1에는 이스라엘이 에집트 땅에서 나온 지 석달째 되는 초하룻날,
시나이 광야에 이르러 하느님의 율법을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그 구절에 따라 오순절은 시나이 산에서 율법을 받은 사건을 기념하게 되었다.
이스라엘의 축제변천사에서 계절에 맞는 단순한 농경축제가 시간이 흐르면서
역사적 의미를 띠게 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되는데, 파스카도 그 한 예고 오순절 역시 그 범주에 든다고 할 수 있다.
오순절은 바리사이파가 율법을 받은 사건을 특히 강조함으로 추수감사의 의미가 약화되었다.
중세 때는 어린이들을 오순절에 처음으로 회당에 보내 토라를 배우게 하는 관습이 있었는데,
그 관습 역시 시나이 산에서 율법을 받은 사건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행해졌다.
파스카와는 달리 오순절에는 그다지 특별한 의식이 없다.
그 이유는 성전파괴 때까지 오순절은 단순한 추수 감사절이지 그 이상의 아무런 성서적 의미를 지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 율법을 받은 사건을 기념하면서 추수 감사예절조차 점차 퇴색해서 더더욱 예식 면에서는 빈약해졌다.
성전파괴 이전에 거행되던 오순절 예절의 중심은
새로 구운 빵과 함께 번제 제물, 속죄 제물, 그리 고 감사 제물을 봉헌하는 것이었다.
행렬을 하면서 성가를 부르고 시편을 읊는데 이에 대해 사제가 강복을 하였다.
성전파괴 이후에는 오순절 예식의 중심이 회당에 모여 토라를 읽는 것이 되었다.
특히 십계명을 봉독하고 그 외에 룻기를 읽었다. 룻기를 읽는 이유는
첫째, 룻기에 기록된 사건이 추수시기에 일어났고(룻기 2, 23 참조)
둘째, 다윗의 조상인 룻이 유다이즘으로 개종한 사 건 때문에
시나이 산에서 율법을 받은 것을 기념하는 그날 룻기를 읽는 것이 적합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룻의 충절은 이스라엘의 율법에 대한 충절을 상징한다.
현대에 와서 키부츠를 중심으로 이스라엘인들이 전통적인 옛 추수 감사예절을 다시 소생시키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
오순절에는 또한 회당을 여러 가지 녹색식물과 꽃으로 장식하는 풍습이 있다.
그것은 시나이 산이 푸른 산이었다고 전해지는 이야기 때문에 그 푸르름을 재현하기 위해서이다.
가정 안에서의 관습으로는 우유로 만든 제품을 먹는 것을 들 수 있다.
오순절에 우유를 먹는 까닭은 율법이 어떤 의미에서 매일 마시고 사는 우유에 비교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삼각형으로 생긴 납작한 케이크를 구워 먹는데, 구울 때 그 안에 고기나 치즈를 밀어 넣어 굽는다.
그 이유는 율법이 세 부분-오경, 예언서, 성문서-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그 세 가지를 삼각형의 케이크 모양을 통해 기억하기 위함이다.
삼각형은 또한 율법이 세 부류의 사람들에게 주어졌음을 상기시킨다.
제사장들, 레위 지파 사람들, 그리고 나머지 이스라엘인들이 바로 그들이 다.
그 외에도 셋째 아들로 태어났던 모세를 기억하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축제는 이스라엘인들의 삶의 주요 부분이다.
그들은 계절의 변화, 역사적 사건,
그리고 생활의 여러 가지 일들 속에서 야훼의 존재를 느끼며 축제를 통해서 공동체가 함께 그 마음을 나누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특정 축제의 의미는 새로운 사건이나 발견과 접하면서 변천해 왔다.
오순절도 바로 그러한 축제이다.
그런데 이러한 구약의 축제가 그리스도 사건과 연관되어져
새로운 의미로 오늘에 전해지고 있음은 비록 필연적 연관성은 없다 하더라도 하나의 신비라 할 수 있다.
유다인들이 출애굽을 기념하여 추수 감사절을 지내는 그 기간에
이제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이 하느님께 이르도록 도와주는 성령의 강림을 기념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