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히스토리 1
“절대 고개 숙이지 마라”
난생 처음 본 눈보라.
그 속에서 패하고 걸어나오는 비엣남 선수들에게 박항서 감독은 단호하게 외쳤다.
“지든 이기든
경기장에선 절대 고개 숙이지 마라”
비엣남은 민족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대한민국과 흡사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불굴의 역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순박한 스포츠맨 쉽.
박항서 감독은 순박하고 내성적인 선수들을
스파르탄 못지 않은 전사들로 키워냈다.
비엣남은 어느덧 동남아를 대표하는 축구 강국으로 성장했다.
아시아 청소년 축구 선수권대회 비엣남 우승 당시
호치민과 다낭 시내는 모터사이클들로 교통이 마비됐다.
당시 여행 간 한국인들이 이를 보고 하는 소리
“2002년 한국은 아무것도 아니었네...”
# 항서 매직 #
춤추는 이박사의 몽키 매직 이후
항서 매직은 최고의 히트 상품이 되었다.
항서 매직 덕에 당시 여행사들 전화기는
펑펑 뛰는 돌고래가 되었다.
올 여름 바캉서는?
- 비엣~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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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이지 마라` 라는 말은 사실 2002년 히딩크가 썼던 말이었다.
당시 코치였던 박항서 감독이 이 말을 `오마주`한 것이다.
히딩크 매직이든 항서 매직이든
매직은 늘 원숭이스럽고 돌고래스러운 법이다.
`절대 고개 숙이지 마라`
사실 이 말의 원조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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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백 여 년 전...
중국으로 유학 간 조선 유학생 중에는 야구, 축구, 육상 등에 두각을 나타내던 한 청년이 있었다.
많은 대학들이 그를 잡기 위해 스카우트 전쟁을 벌였고
그는 공부도 운동도 참 잘하는 조선 청년으로 불렸다.
졸업 후엔 중국과 동남아 등지를 다니면서 스포츠를 통한 독립정신을 일깨우고 다녔다.
제국주의 타파를 위한 강연 때문에 필리핀, 중국을 떠도는 동안 일경의 수배령이 떨어졌다.
그가 잡힌 곳은 상하이의 한 야구장.
일경들은 그를 에워싸고 체포했지만 그는 오히려 당당했다.
“거의 끝나가니 야구 좀 더 보고 갑시다”
경성으로 압송된 그는 어디서든 당당했다.
눈은 항상 부릅 떠있었고 고개는 항상 꼿꼿히 들고다녔다.
동경 한복판 호텔에서 당당하게 조선 독립을 주창하며
일본인들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그 기개,
여전히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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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혁명 후 일제는 조선인 회유책으로 언론, 학교, 문화공연, 시장경제를 느슨하게 풀어주며 그 중 한 술책으로 조선체육회를 만들었다.
이름만 조선체육회일 뿐 일제 어용단체였다.
조선체육회장은 윤치호, 최린 등 친일매국노들이 주로 맡았다.
3년 간의 옥살이 후 중년이 된 조선 청년은
조선중앙일보 사장으로 취임해 민족정론지를 이끌었다.
그리고 그 방책의 일환으로
그 전부터 이끌어오던 체육단체들을 직접 운영하고 이끌었다.
조선축구협회, 조선야구협회, 육상경기연맹, 동양권투회, 경평축구대회...
YMCA야구단, 경성축구단, 조선육상대표선수단 등을 이끌며 각 대회를 석권하고 다녔다.
특히 경성축구단은 바다 건너 천황배전일본축구대회까지 제패했다.
와세다대축구단을 이긴 연희전문학교축구단의 일화는
아직까지도 스포츠계에서 회자되는 한일전의 여담이다.
스포츠 광장이 열리니 청년들이 모여들었고
그 청년들은 청년정신과 민족의식을
스포츠로 풀어내는 그의 지휘에 맞춰 신명나게 뛰어다녔다.
그리고 그 결실은 1936년 손기정 신화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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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 괄시가 너무 심합니다.
선생님, 예서 그냥 포기하고 싶습니다.”
의주 출신 까까머리 손기정이 깊은 한 숨을 내며 하소연 했다.
양정고보 손기정은 둘째아들 친구이기도 했다.
아들처럼 생각하던 조선중앙일보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너는 너 혼자 뛰는 게 아니라
조선반도를 등에 짊어지고 뛰는 것이다.
가서 금메달을 따라.
금메달을 따서 조선이 있음을 세계 만방에 알려라”
이에 힘을 얻은 손기정은 거짓말처럼 금메달을 땄고
조선중앙일보에 난 시상식 사진엔 일장기가 지워졌다.
독립을 염원하는 사제 간의 줄탁동시가 쾌거를 배가시켰다.
손기정은 귀국과 동시에 일제의 강압적 환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전국을 돌면서도 당당히 고개를 들고 다녔다.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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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당시 수많은 스포츠인들이 고개를 들고 다녔다.
불의에 침략 당한 식민지 노예였지만
정신에서만큼은 절대 지지 않으려 고개를 당당히 들고 다녔다.
절대 고개 숙이지 말라던 정신을 손기정이 받았고,
전경무, 이상백, 서윤복, 이영민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한민국은 정부가 세워지기도 전에
세계 올림픽 위원회에 정식 회원국이 되었던
세계 유일의 빛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스포츠로 민족을 일깨우며 조선 청년정신을 부르짖었던 그 선생님.
“절대 고개 숙이지 마라”라고 가르쳤던 그 선생님.
바로 몽양 여운형 선생이다.
-광주 테마사 이지훈-
※ 월드컵 기간인데 스포츠 매니아로써 근질근질...
첫댓글 이글을 읽으며 눈시울을 적시네요...ㅎ
이런 민족이 어쩌다가 오늘 이모양인지.........아....하늘이시여 도우소서....
역사 이야기 가슴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