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릴 때,
집에서 여남은 마리의 닭을 키워서 달걀을 받아 먹었는데,
그 때는 그게 무지무지 귀했고 아무나 못 얻어 먹던 영양가 있는 음식이엿다.
닭장에는 병아리, 중닭, 어미닭, 수탉2마리등이 섞여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주 조그만(요새로 말하면 메추리알 크기)알이
반들 반들 한게 발견되어, 모두 신기해하면서
이웃 아주머니들도 구경하고,
동네 아이들도 와서 들여다보고 난리가 났었다.
요렇게 작은알을 누가 낳았을꼬?
그동안 쭉~ 우리가족에게 영양을 공급하던 암탉중
제일 조그만 녀석이 낳았을거라고 단정하고,
할머니도 집에 안계시고, 아버지도 어디 출장을 가셔서,
먹지도 못하고
처마에 걸린 소쿠리에 얌전히 담아두고 있었다.
그러던중, 작은 할머니가(우리 힐머니의 동서) 집에 오셨다.
그 할머니는 모르시는게 없을 정도로 백과사전일 뿐더러,
카리스마 또한 대단하신 어른이셨다.
막내낳고 얼마 있지 않아 혼자되시고, 또한 억척에 염치도 없어지고,
우리 엄마에게는 시숙모이시나 시어머니 보다 더 무섭고,
시숙모 시집살이가 대단하셨던 분이시다.
나는 할머니에게 조그만 달걀 자랑을했다.
당장 "어디 보자" 하시더니, 찬찬히 들여다 보셨다.
조금 있다가 할머니는 나즈막한 음성으로
엄마에게 "얘! 저 장닭 키운지 얼마나 됐노?" 하시는 거였다.
엄마는 "오래 됐습니더. 한 5,6년은 될낀데요"
할머니 왈 "장닭도 오래 키우면 알을 놓는다카던데. 저 장닭이 낳은게 틀림없다.
그런데 장닭이 알을 노~먼 수명이 다한거라 카더라. 얼른 잡아 묵는게 안 좋겠나.
내가 온김에 잡아주께. 빨리 물 끼래라"
"두마리 중에 어느눔인지 알아야 잡지요. 어머님 오시면 의논해보고 잡겠심더"
"어느눔인지는 내가 밑을 보머 안다카이. 형님 오실 때까지 우째 기다리노? 곧 죽을낀데"
엄마는 "안됩니더. 어머님 오시고 애들 애비 오면 그때나..."
"야가 머라카노? 안된다카이."
할머니는 막무가내로 닭장에 들어가서 기여히 장닭 한마리를 꺼내오셔서 잡기 시작하고,
일하는 아주머니는 할머니의 명령에 꼼짝없이 물을 끓이면서 귀찮다고 궁시렁 궁시렁...
그래서 그 장닭은 잡혔고. 아마 백숙이 되었던 것같다.
작은할머니는 백숙을 한 냄비 퍼가시고, 그 알도 가져 가시면서
"이거 묵으머 죽는다카더라. 내가 가주가가 없애삐릴란다"
장닭의 몸집이 암탉보다 배는 컸으나
닭 한마리가 얼마나 되겠는가?
음식이(특히 육고기) 귀하던 시절이라, 어른들이 오시면 먹었으면 좋으련만,
그때는 냉장고도 없고 보관 할 수가 없어서, 몇번 끓여 두다가
할머니와 아버지가 오시기 전에 결국 다 우리입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그걸 영 죄 스러워 하시고...
나는 학교에 가서 아이들에게 작은 계란 얘기를하고,
우리집에 10년된 수탉이 낳았다고 자랑을 해댔다.
이윽고 할머니가 오셨다. 얘기를 안하고는 못배기는 성질의 손녀
조그만 장닭 알 얘기며 닭을 잡아먹은 얘기를했다.
"잡아묵은 닭이야 우야겠노마는 너거 작은 할매 망내이는 할배가 낳았다 카더나?"
"어디가서 장닭이 알 낳았다 카지마라. 그거는 애비가 얼라 낳았다 카는거하고 똑같다."
"엄마야!~~ 나는 벌시로 자랑 다~ 했는데 어야꼬?"
할머니는 "쬐맨한 알 보자" 하셨다.
엄마는 기어들어가는 음성으로
"작은어머님 말씀 거역 못해서 그냥 가져가시게 했심더.
아~들 묵으머 해롭다고 내삔다꼬 카시데요."
나중에 나중에 들은 얘기
작은할머니네 막내 아재는 나보다 세살 위다. 학년는 두학년높고.
그 작은 아재가 학교 우물가에서 친구들과 얘기하는 걸 듣게 되었던것.
"큰집에서 장닭이 알을 낳았는데 그게 아~들 묵으면 아주 좋다카데.
그래가 우리엄마가 그걸 얻어 왔는데 너무 쬐맨한기라.
보통 달갈이 생기머 히야(형)하고 농갈라묵는데 하도 쬐매해가
내 혼차 묵어삤다." 하고 자랑을 하고 있었다.
참지 못하는 성질의 질녀
" 아재! 아재는 작은할배가 낳았제?" 하고는 36계 도망을....
뒤에서 들리는 소리 "저 가시나가...니 집에서 만나머 직잇뿔끼다."
오래된 얘기 써 봤네요.
그게 사실은 "초란"이었던가봐~~
어느 관상용 닭의 초란-중간 작은알(크기 비교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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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닭의 초란-중간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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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어 보고 갑니다
우히히히~~그 작은 할매 정말 뭐를 잘 굴린다~~~~~~~
참 재밌게 읽었어요.정말로 저는 장닭도 오래 살면 알을 놓는 줄 알고 제집에 장닭이 몇년이나 지났는지 머리굴리며 읽다가 걱정도 되고 알을 진짜 놓기 전에 잡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고요`하여간 숨가쁘게 읽어 내렸어요~밉지 않은 작은 할매 살아 가시는 지혜가 탁월하십니다요~ㅎㅎ
저 이야기가 55년전 일입니다. 그때 아이들은 집안어른이나 학교선생님이 한 말씀하시면 그대로 믿었지요. 요즈음같이 정보화 시대가 아니였으니까요.
사투리도 정겹고 그 작은 할머니 작은 술수가 재미잇네요 . 저도 중간까지 정말로 장닭이 알을 낳는줄 알았네요 ~~
대화체는 고향 경주 사투리로 적어봤습니다. 떠난지40년이 훨씬 지나도 고향말이 정겹습니다.
장닭이 알낳는다는거 여러번 들어만 본거 같아요,,, 구경은 몬해보았구요
아이쿵~~~~~~ㅎㅎ구경은 무신요 ㅎㅎㅎㅎㅎㅎㅎㅎ그럼 혹시 남자두 아낳는거 아실랑가 몰러요 ㅎㅎ
꼭 단편소설 읽는거 같았어요. 너무 재밌게 쓰셔서....... 아무리 초란이라두 너무 작네요.ㅎ
위에 흰 알은 관상용 조그만 닭의 알이고, 아래 노랑 알은 보통 닭의 알입니다. 사진이야 요즈음 거지만 이야기는 진짜루 제가 열살적 얘깁니다.
신기할 따름이옵니다
중전마마 납시셨사옵니까
오늘은 또 무슨 하문이 있사온지요
혹시 수탉 알을 내 놓으라시면 곤란 하옵니다. 통척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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