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운제산(雲梯山 ·해발 482m·포항시 남구)
영남일보 인터넷뉴스팀 기사 입력일 : 2015-04-10
흐드러진 봄꽃이 없어도 좋은 ‘구름 속의 산’
해병대 신병교육대 산악훈련코스
하산길은 가팔라 곳곳 로프 설치
바위·자갈·흙 범벅…조심스러워
☞ 교통
대구 포항간 고속도로 포항IC에서 내려 포항 시내로 향하다 포스코대로를 따라 방장터널을 지난다. 형산대교, 냉천교를 차례로 건넌 다음 해병로를 따라 우회전으로 오어사 이정표를 따른다. 오천읍을 지나 약 6㎞를 가면 오어저수지, 오어사가 나온다. 내비게이션: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 34번지(오어사)
☞ 산행길잡이
해병대 신병훈련장이기도 한 운제산은 원효대사가 원효암과 자장암을 명명하고 수도 포교할 때 계곡을 사이에 두고 두 암자가 기암절벽에 있어 내왕이 어려워 구름다리로 서로 오갔다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이 산은 비교적 평탄한 길과 하산 길에 만나는 바윗길이 적절히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산이다. 오어사를 기점으로 운제산 정상, 시루봉, 원효암, 오어사를 이으면 약 13㎞에 달하고, 오어사, 운제산 정상, 대왕암, 오어사 코스를 택하면 약 7㎞로 4시간이면 충분하다.
봄꽃 축제를 준비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개화시기를 두고 애를 태운다. 벚꽃 축제가 그렇고, 참꽃축제, 철쭉축제가 대표적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개화가 이르다는 예보에 앞당겨 축제일을 잡으려다 오락가락하는 봄 기온에 자칫 이르거나 늦어 꽃 없는 꽃 축제가 되지 않을까 발을 동동 굴리며 좌불안석일 것이다.
여기저기서 봄꽃 소식이 들리는데 이번 산행은 어디가 좋을까? 이름값을 하는 산에는 꽃보다 산객이 더 많을 터. 섣불리 대상지를 잡지 못하다가 꽃이 아니어도 봄나들이에 좋겠다 싶어 찾은 산이 포항의 운제산이다.
새벽까지 장맛비 같은 봄비가 내리다가 아침에야 그치고, 산행 들머리인 오어사에 다다랄 즈음에는 산허리까지 구름이 가득 차있다.
오어저수지 상류에 위치한 오어사는 입구에 벚꽃이 만발해 있고, 경내로 들어서 배경이 되는 절벽에는 보석을 박은 듯 진달래가 울긋불긋 피어 있다. 경내를 한 바퀴 돌아 나와 ‘자장암’으로 오르는 계단 길을 오른다. 가파른 길을 10분정도 오르면 절벽 위에 위태롭게 자리 잡은 자장암 앞에 선다. 2층 건물 구조인데 1층은 요사채로 쓰이고, 2층이 법당이다. 법당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사리탑이 있다. 이곳은 오어사와 맞은편으로 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자리다.
자장암에서 오른쪽으로 난 콘크리트 포장길을 200m쯤 가면 운제선원을 지나 등산안내도가 세워진 삼거리길을 만난다. 왼쪽으로 임도를 따라 홍은사 방향으로 5분을 걸으면 입산신고소 겸 산여 산불감시초소를 만난다. 임도를 따르면 하산 지점인 홍은사 방향이고 오른쪽으로 다소 넓은 산길을 따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민과 함께, 해병대와 함께’라 적힌 붉은 현판이 보인다. 조금 더 지나니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란 현판이 세워져 있다.
이곳은 해병대 신병교육대 산악훈련코스로 쓰이는 곳이라 곳곳에 ‘도전, 인내’ 같은 응원하고 독려하는 문구를 새긴 현판을 만난다. 가파르지는 않은 길인데 5분가량 올라치면 ‘깔딱재’라 적은 이정표가 세워져있다. 한번 올라 치고 숨을 고를만한 자리에 벤치가 놓여있다. 정상까지 오르면서 곳곳에 쉴만한 장소에는 친절하게도 이렇게 벤치며 조망을 위해 간벌까지 해두었다. 오른쪽으로는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단지 굴뚝에서 내뿜는 하얀 수증기가 피어올라 구름과 희석되는 모습과 그 뒤로 포항의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5분가량 오르면 왼쪽으로 ‘운제산 0.9㎞, 대왕암 1.5㎞’로 적은 이정표를 지나고 5분을 더 오르면 ‘바윗재’로 적은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주변에 특별한 바위가 보이지 않는데 바윗재라고 적어두었으니 구름에 가려 확인이 안 될 뿐 분명 바위가 있겠거니 짐작만 하고 그냥 지난다. 경사가 완만한 오름 뒤에 안부에 내려섰다가 10분정도 오르니 ‘대왕암 0.7㎞, 정상 0.1㎞’ 이정표가 세워진 삼거리다. 정상까지 올랐다가 되돌아 나와 대왕암으로 향하는 갈림길이다. 돌무덤을 지나 2~3분 거리에 팔각정이 세원진 정상이다. 정상석은 팔각정 아래에 세워져있고, 계단을 올라 2층에 오르면 동해가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곳인데 정상부에 낀 구름 때문에 볼 수가 없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삼거리까지 되돌아 나와 대왕암으로 향한다.
안부로 내려서서 작은 봉우리를 오르는 구간에 좌우로 동백나무를 심어두어 이른 봄부터 꽃을 감상하도록 한 듯하다. 작은 봉우리를 올라서면서부터는 진달래가 활짝 피어 발걸음을 잡아끈다. 5분을 지나 작은 봉우리 앞에서 오른쪽으로 산길이 돌아 나있다. 봉우리가 궁금해 올라보니 잘 관리된 헬기장이다. 헬기장에서 한 무리의 산객을 만난다. 가벼운 차림에 손에 지도와 나침반이 들려있다. 포항등산학교에서 독도법 교육을 위해 오른 팀이었다. 구름 속에서는 독도가 어렵다는 걸 알기에 정상방향은 구름이 더 많이 끼었더라고 전하고는 대왕암으로 내려선다. 진달래 꽃길을 따라 5분정도 내려서면 정면에 집채만 한 바위를 만난다. 해병대에서 ‘천자봉’으로 불리는 유래를 적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바위를 돌아 내려서면 대왕암으로 적은 표석과 신라 초기 박혁거세의 왕비인 알령부인의 수호신이었다는 전설을 적은 안내도와 ‘귀신 잡는 해병의 찬란한 전통을 길이 계승하고자 이 대왕암에 해병 혼을 심는다’는 팻말이 나란히 서있다.
하산은 진행방향의 직진 길인데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곳곳에 로프가 매져있기는 하지만 바위와 자갈, 흙이 뒤범벅이 된 길이라 디딤발이 조심스럽다.
20분가량 가파른 내리막길이다가 완만한 길이 나타나면 오른쪽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을 만난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홍은사가 보이고 왼쪽으로 최근에 세운 듯 작은 다리를 건넌다. 100여m를 가면 왼쪽으로 계곡과 나란히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를 만난다.
중간 지점에 농장과 민가 두 채를 지나 계곡을 두어 번 가로지르고 나서 경사가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다. 지루한 임도를 따라 30분가량 걸어 오전에 지났던 ‘산여 산불감시초소’앞을 지나 ‘운제선원’ 방향으로 바로 가는 지름길을 따라 자장암을 지나 오어사에 내려선다. 오전에 건너보지 못한 현수교인 원효교를 건너 저수지에 반영된 봄빛 가득한 운제산 일대를 감상하면서 하루 산행을 마무리한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 apeloil@hanmail.net
☞ 소요 시간
오어사-(10분)- 자장암 -(30분)- 깔딱재 -(30분)- 운제산 -(20분)- 대왕암 -(30분)- 홍은사 -(30분)- 산불감시초소 -(20분)- 오어사
☞ 볼거리
◆오어사= 건립 시기는 신라 진평왕 때라고 알려진 절이며 보경사와 함께 포항을 대표하는 절이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나한전(羅漢殿)·설선당(說禪堂)·칠성각·산령각 등이 있다. 이 중 대웅전을 제외한 당우들은 모두 최근에 건립된 것이다. 이 절의 대표적인 유물로는 대웅전 안에 보관되어 있는 원효대사의 삿갓이다. 이 밖에도 경내에는 불계비문(佛契碑文), 염불계비문(念佛契碑文), 운제산단월발원비문(雲梯山檀越發願碑文) 등과 부도가 있다. 현존하는 부속암자로는 자장암과 원효암이 있으며, 오어사 앞의 저수지와 홍계폭포, 기암절벽 등의 경치는 일품이다.
운제산(雲梯山) 산행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