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축하합니다!
이 공동체에 오신 모든 분에게
주님의 부활의 기쁨과 은총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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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몸에 난 다섯군데 상처를 보면서 오상이 연상이 됩니다. 두 손과 두 다리 그리고 옆구리에 상처를 입는데 이는 오온이 소멸됨을 상징합니다. 오온은 아상의 다섯 양상입니다. 의식(자아)-인상(기분)-표상(이미지)-상상(상념)-인식으로 이 다섯 가지가 그리스도의 몸에 난 오상으로 인해 소멸되면서 비게 됩니다. 즉 오온개공이란 의미가 되는 거지요.
어둠
성토요일 부활전야미사에서는 어둠부터 시작합니다. 이 어둠은 성금요일 예수님의 성체가 감실에서 사라지고 난 뒤부터 계속된 어둠이지요. 캄캄한 어둠속에서 빛의 예절이 거행되지요. 어둠이란 바로 우리에게 일어난 그리스도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도와 우리는 평소 뗄레야 뗄 수 없는 한몸임을 전제한다면 우리에게 일어난 그리스도의 죽음은 곧 영원한 절망이요, 영원한 어둠인 것입니다.(이는 천지창조이전의 태초의 어둠에 비유됩니다) 그러나 주님의 부활로 인해 그 저주의 어둠이 온화한 밤으로 변화합니다. 깊고 그윽하고 고요하게 우리 영혼을 감싸안는 주님의 품안의 밤으로 변화하는 것이지요.
빛
빛은 그리스도의 부활체험으로 인해 일어나는 하느님의 체험을 가리킵니다. 주님의 부활로 인해 우리에게 하느님 체험이 일어나게 되고 우리는 하느님의 현존감을 지니게 됩니다. 이게 바로 빛입니다. 이 빛이 믿는 이에겐 세례를 통해 거저 주어지는 것입니다. 이 빛속에서 우린 하느님을 그리기도 하고 상상하며 생활하기도 하면서 당신이 어떤 분이신지 인식에 이르게 되고 이 인식은 틀림이 없습니다. 또 하느님에 대한 어떤 생각에 오류가 있는지, 어떤 점이 모자라는지를 밝힐 수도 있습니다. 오온중 빛은 의식(색)과 인식(수)에서 먼저 일어나며 차츰 이미지(상), 상념(행), 인식(식)에 이르기까지 빛은 구체화(육화)되며 마침내 우리의 행위로 드러나게 됩니다.
완전한 사랑
그리스도의 부활체험은 첫째 완전한 사랑에 눈뜨게 하고, 둘째 사랑을 완성시켜줍니다.
사랑하는데는 세 가지 행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사랑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사랑하는 행위이며 둘째는 사랑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 받길 은근히 기대하며 사랑하는 행위이며, 마지막으로 아무른 목적없이 기대감도 없이 무조건으로 사랑하는 행위가 있습니다.
이 세가지 중에 완전한 사랑은 세번째 사랑 행위입니다. 그러나 세번째 사랑 행위가 일어나려면 사랑에 대한 갈증이 우리 마음에서 완전히 사라져야만 합니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모든 인간행위는 사랑의 갈증과 연관되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유일하게 세번째 사랑행위가 일어나는 때는 우리가 사랑을 구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을 때 뿐입니다. 이 깨달음이 바로 그리스도의 부활체험으로부터 오는데, 우리에게는 늘 우리를 사랑하게 계신 분, 바로 아버지가 계시기에 따로 다른데서 사랑을 구할 필요가 없다는 진실에 대한 각성입니다. 이 진실에 눈뜰 때 인간은 비로소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시듯이 나도 이웃을 사랑하겠다는 큰 결심을 하게 되며 이에 따라 세번째인 완전한 사랑의 행위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한편, 완전한 사랑은 죄에 오염되지 않고 오히려 죄를 흡수하여 정화시키는 능력이 있습니다. 인간이 하는 사랑에는 두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사랑하되 사랑받길 갈구하는 점과 사랑이 죄로 변질되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사랑이 아상을 초월하게 하는 원동력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제 구실을 못하고 오히려 죄가 만나 사랑이 물들고 타락되고 맙니다. 그러나 부활로부터 오는 세번째 사랑에서는 사랑이 죄를 만나면 죄가 오히려 사랑안에서 흡수되고 희석되어 사라져버립니다. 마치 컵에 떨어뜨린 잉크는 컵의 물을 파랗게 변화시킬 수 있지만 바다에 떨어진 잉트방울을 오히려 바다에 흡수되어 산란되어 사라지는 이치와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완전한 사랑에 힘입어 더 이상 죄를 두려워하지 않고 죄가운데 들어가서도 사랑을 실천할 수 있게 되며 사랑은 기어이 하느님의 뜻대로 결실을 내어 우리에게 안겨주고야 마는 것입니다.
첫댓글 그리스도 부활의 한자락이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 많았던 하루였습니다..
나의죄도 녹아들고 타인의 흠도 용해되는 "사랑"을 키워 간직해야겠습니다...
예수 부활로 부터 오는 완전한 사랑에 의존해 남은 생을 좀더 평안히 마무리 하리라,...다짐해봅니다.^^
부활하신 주님과 온전히 함께하는 삶을 누리며 완전한 사랑을 배워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주님의 뜻을 깊이 헤아리는 나날이 되기를 부활절에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