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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목적
제주도 환상 자전거길 완주와 성지순례를 통해 대원들 간의 우정과 신앙심을 다지고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기 위해 이 여행을 시작했다.
1일차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배 위라는 사실만으로도 설레는 아침이었다. 일찍 일어났다는 자신감에 한껏 여유를 부리다가 결국 시간에 쫓겼다. 배에서 내린 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데 바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첫 코스부터 시내라서 긴장한 상태였는데 현준이가 내 앞에서 계속 비틀거려서 너무 무서웠다. 중문성당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해장국을 먹었다. 가게 안이 시원해서 행복했다. 해장국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인 줄 몰랐다. 해장국집에서 나와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탈수록 점점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바다를 보며 여유롭게 타고 싶었는데 그러다가 자빠질 거 같아서 그냥 앞만 보고 탔다. 제주도 오기 전에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 많이 했었는데 막상 타 보니 별 거 아니었다. 빨강 말 등대에 도착해서 오랜만에 포카리스웨트를 마시니 잼버리 생각이 났다. 잼버리 때보다는 순조로운 첫날이다. 중간에 1km 오르막이 나왔다. 너무 힘들었는데 옆에 있던 박강민에게 지기 싫어서 한 번에 올라갔다. 제주도 오기 전에 했던 자전거 연습이 도움이 되었던 거 같아 뿌듯했다. 이때부터 점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점심 때 흑돼지가 들어간 김치찌개를 먹었다. 밥이 엄청 늦게 나왔는데, 그 덕에 오래 쉬어서 오히려 좋았다. 몇몇은 숙소로 가고 남은 사람끼리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자전거를 탄 지 5분도 채 안돼서 또 배가 고팠다. 이때부터는 여유가 생겨서 주변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달리는 내내 제주도의 다양한 색감에 눈이 즐거웠다. 까만 돌, 파란 바다, 초록 풀의 조화가 아름다웠다. 한림성당 가는 길이 가파른 오르막이여서 나, 백경민 오빠, 박강민, 윤찬웅만 살아남았다. 아직 1일차인데 애들이 너무 많이 쳐져서 앞날이 걱정되었다. 결국 코스를 다 완주하지 못하고 고산성당에서 차를 타고 모슬포 성당으로 갔다. 아쉬운 척 했지만 내심 좋았다. 저녁으로 삼계탕을 먹었는데 너무 징그러웠다. 화장실에서 열심히 빨래한 뒤 기절하듯 잠들었다.
2일차
윤찬웅이 양보해줘서 맨 앞에서 출발했는데 얼마 가지도 않아서 바로 힘들었다. 첫 코스가 송악산 가는 길이라서 오르막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민지가 걱정되어 뒤를 확인해봤는데 역시나 저 멀리 있었다. 그래도 낙오자없이 다들 잘 도착해주었다. MOP미션을 위해 사진을 찍고 잠시 기절해있다가 화순성당으로 출발했다. 가는 내내 오르막이라서 다들 힘들어 했다. 윤찬웅이 맨 뒤여서 고생을 많이 했다. 다시 자기가 앞에 가겠다고 했는데 에너지바로 회유했다. 성당에 도착해서 물로 온몸을 적시고 오랫동안 쉬었다. 어째 자전거 타는 시간보다 쉬는시간이 더 많은 거 같았다. 계속되는 오르막에 결국 중문성당으로 가는 중간에 과호흡이 올 뻔 했다. 다들 상태가 좋지 않았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중문성당을 향해 다시 출발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더 가파른 오르막이 나왔다. 또 몇 명은 낙오되고 몇 명만 중문성당에 도착했다. 시원한 기념관안에서 쉬니 살 것 같았다. 행복함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송현이가 넘어졌대서 걱정되고 미안했다. 잘 챙겨왔어야 했는데, 나 자신만 생각하고 앞만 보고 와버렸다. 중문성당에서 주먹밥과 아이스크림을 먹고 출발 준비를 하다가 벽에 무릎을 박았다. 이때부터 뭔가 좀 불길하기 시작했다. 주상절리로 가는 길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도중에 반기가 떨어졌다. 윤찬웅이 바로 주워서 다행이었다. 주상절리에 도착했는데 너무너무 더웠다. 잼버리 때보다 훨씬 더 더웠다. 그래도 주상절리를 보니 행복했다. 내가 가장 기대했던 곳이라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주상절리에서 나오는 길에 어떤 중국인이 내 말을 따라하며 웃었다. 모르고 있었는데 윤찬웅이 알려줬다. 주상절리에서 나오는 길에 소요가 차를 박았다. 오늘따라 조용하더니 결국 한 건 했다. 법환 마당을 지나 서귀포 성당에 도착했다. 화려한 고양이 프린팅 셔츠에 꽁지머리를 하신 멋쟁이 신부님이 맞아주셨다. 신부님이 주스, 귤, 선풍기 등 온갖 살림살이를 내어주셨다. 신부님 뒤에 후광이 보이는 듯 했다. 신부님이 외돌개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말라는 조언도 해주시고 우리를 위해 기도도 해주셨다. 신부님 덕에 푹 쉬어서 기분이 정말 좋았는데 외돌개 가는 길에 엄청난 오르막길을 만나서 곧바로 우울해졌다. 웃음만 나오는 상황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는 게 더 편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대원들이 있어서 자전거를 끌고 걸어야 했다. 그래도 오르막길 너머에는 내리막길이 있다는 기대를 품고 열심히 올라갔다. 드디어 엄청나게 가파른 내리막길이 나왔고 신난 나는 바람을 만끽하며 내려갔다. 행복감에 휩싸인 채 신나게 내려가다가 급커브 구역에서 인도를 박고 넘어졌다. 가파른 내리막 커버길에서 넘어져서 하느님 곁으로 갈 뻔 했는데 신부님의 기도 덕택인지 무릎만 갈렸다. 살짝 미쳐있던 상태였고 아침부터 불길했던 터라 놀라진 않았고 드디어 한 건 했구나 싶었다. 무릎이 꽤 깊게 갈렸는데 정신이 멍해서 아프지도 않았다. 레깅스 무릎 쪽에 큰 빵꾸 두 개가 뚫려서 쪽팔렸지만 찢깅스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고 외돌개를 보러갔다. 외돌개 산책길 끝 쪽 절벽 바로 앞에 나무 울타리 같은 게 있었는데 윤찬웅이랑 박강민이 중국인들과 합심해서 저길 넘어가려면 입장료 1000원을 내야한다고 했다. 거의 속아서 카드 결제도 되는지 물어볼 뻔 했다. 밴드를 붙이고 열심히 달려 서귀포 성당에 도착했다. 소요랑 최성애 대장님은 길을 잘못들어서 나중에 도착했다. 무릎이 점점 아프기 시작해서 숙소 갈 때는 트럭을 탔다. 트럭에서 잘 생각이었는데 트럭 안에서 양대장님의 참된 말씀을 들어야 했다. 트럭에서 애들을 보니 양대장님의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숙소에 도착한 뒤에 울었다.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었다. 너무 서러웠는데 민진이가 가방을 대신 가져와줬고 애들이 샤워순서도 양보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오늘 낙오되는 애들도 많았고 시간도 많이 지연되는 등 문제가 많았어서 대장님이 반회의를 여셨다. 같이 문제점들에 대해 의논하고 답답했던 점들을 다 말하고 나니 내일은 더 잘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3일차
어제 하루종일 앞에서 지시사항 외치느라 목이 아팠었는데 오늘은 애들이 지시사항을 함께 뒤로 전달해줘서 한결 편했다. 어제 회의에서 정해진 사안들을 다들 잘 따라주어서 고마웠다. 송현이는 열심히 응원해주었고 찬웅이는 뒤에서 간격이랑 방향을 조정해주었다. 백경민 오빠는 뒤로 낙오되는 애들을 챙겨주고 노래도 힘차게 불러줬다. 덕분에 몸은 힘들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리고 길도 너무 편했고 중간중간에 계속 쉬어서 순조롭게 잘 갈 수 있었다. 점심도 너무 맛있었다. 무릎 붕대가 점점 내려가서 식당에서 연고를 바르고 다시 붕대를 감았는데 무릎이 너무 따가웠다. 트럭을 타고 싶었지만 박강민이랑 윤대장님 도움을 받아 천천히 표선성당에 도착했다. 표선성당에서 쉬는 동안 수민이 언니랑 통화를 했다.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으니까 눈물이 났다. 작년에 언니한테 많이 의지했어서 언니가 너무 보고 싶었다. 실컷 울고 나니까 속이 후련했다. 섭지코지로 가는 길목에 간판이 서 있었다. 애들한테 간판 조심하라고 하자마자 내가 간판을 박고 넘어졌다. 나중에 윤찬웅이 간판을 박아서 치워준 거냐며 놀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다친 무릎으로 넘어져서 다른 데를 더 다치지는 않았다. 자전거를 트럭에 싣고 차에서 30분 정도 푹 잔 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섭지코지로 향했다. 다들 힘들어해서 섭지코지를 보진 못했고 옆 호텔에서 물을 얻어 마셨다. 제주도에는 인심 좋은 분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성산일출봉으로 갔다. 별 생각없이 들어갔는데, 눈앞에 펼쳐진 가파른 계단들에 당황했다. 다친 무릎이 아파서 눈물을 머금고 윤찬웅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올라갔다. 김현정 대장님과 함께 올라갔는데, 항상 초롱초롱하시던 대장님 눈빛이 냉동 고등어마냥 죽어있어서 웃겼다. 죽기살기로 도착한 정상에서 웬 풀떼기밖에 안보여서 실망했다. 내려갈 때는 정인이가 부축해줬다. 숙소에 도착해서 씻고 민진이랑 같이 대장님 방을 찾아가려했는데 실수로 다른 투숙객 방을 열어버렸다. 문을 여니 외국인 남성분이 팬티만 입고 계셨다. 재빨리 문을 닫고 둘이서 한참을 숨죽여 웃었다. 배달음식을 먹고 놀다가 잤다.
4일차
이날은 풍경이 가장 예뻤던 날이다. 최성애 대장님의 파이팅 넘치는 목소리를 들으며 신나게 자전거를 탔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너무 예뻤는지 민우오빠가 자전거를 탄 채 바다에 빠지려 했다. 김녕성당에서 민지 선크림을 빌려 발랐는데 가부키처럼 하얘졌다. 해수욕장에서 잘생긴 신부님께서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다. 에메랄드빛 바다 속에서 레슬링을 하며 재밌게 놀았다. 숙소에서 재정비를 하고 별별미사에 갔다. 누워서 점점 떠오르는 별들을 보며 시작성가를 들으니 괜히 마음이 먹먹해졌다. 신부님 말씀도 감명 깊었다. 그러다가 너무 더워서 잠에 들었는데 일어나니까 너무 개운했다. 성체 성사 때 들어 올려진 성체에 빛이 비추어졌는데 성체가 마치 별 같았다.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숙소에 도착해서 무릎 한 번 더 박고 과자를 먹으며 신나게 놀았다. 클락션 노래를 틀고 춤을 췄는데 윤찬웅이 동영상을 찍었다. 싫은 척 했지만 잘 나와서 맘에 들었다. 가장 즐거운 하루였다. 항상 대장군처럼 우리를 이끄시던 최성애 대장님이 이날 목이 나가셨다. 다리 핏줄이 다 터졌는데도 힘든 기색 없이 앞에서 달리신 게 너무 존경스러웠다. 김현정 대장님도 입 주변이 다 터지셨다. 다들 아픈데 나만 엄살 부린 거 같아 죄송해졌다. 장진실 대장님은 4일 내내 무서울 정도로 자전거를 잘 타셨다.
5일차
오늘은 자전거를 타는 마지막 날이다. 아쉬움보다는 기쁨이 컸다. 아침에 동백동산 등산을 했는데 너무 더웠다. 별로 예쁜 곳도 아니라서 더 힘들었다. 자전거를 다시 타기 시작하자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용두암에 도착해서 마지막 도장을 찍었다.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용두암을 보러 갔는데, 용두암이 용머리모양이 아닌 토끼 모양이었다. 용두암보다 웅덩이 속 거대 해파리가 더 신기했다. 중앙성당으로 돌아가는 길이 첫날 시작 코스랑 겹쳐서 기분이 묘했다. 첫날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다가 벽에 박았다. 이제 스킬이 생겨서 넘어지지는 않았다. 다들 마지막 날이라서 긴장이 많이 풀려있었고 그래서 중앙성당에 도착해서 단체로 혼났다. 혼나고 나서 최대장님이랑 우대장님이 따뜻하게 위로해주셔서 감동이었다. 야시장에서 흑돼지 야끼소바도 먹고 청귤 스무디도 먹고 기념품도 샀다. 이때 먹은 스무디 맛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때까지 빠진 살이 이날 도로 찐 듯하다. 숙소에 도착해서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내일 집에 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소감
5일 동안 자전거를 타면서 깨달은 두 가지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와 '생각하는 대로 된다.'이다. 가파른 오르막이 나와도 좌절하지 않고 버티면 내리막을 내려가며 시원한 바람을 맞게 되었고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나는 할 수 있다.'라고 되뇌면 정말 할 수 있게 되었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또 힘든 만큼 행복했고 대원들끼리 갈등도 많았지만 그보다 웃는 일이 더 많았다. 값진 추억을 얻게 해주신 모든 대장님들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