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교수님의 호소문이 개국가의 많은 약사들을 울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교수님들에 비해 그다지 지식이 많거나, 누구를 제자로 둘만큼 실력이 있지 않은 개국가의 평범한 약사이며, 지금은 근무약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수 년동안 카페 하나를 운영하면서, 이런저런 약사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대학때만 해도 교수님이나 동기, 선후배들은 제가 이런 글을 쓰리라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최근 기존약대의 정원을 늘리고자 하는 교수님들의 억지행동을 보면서, '저들은 교수지 약사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귀동냥으로 들은 바에 의하면, 미국의 현재 약사 위상은 어떤 한 교수에 의해 출발했다고 들었습니다만, 대한민국의 교수는 약사 전체를 생각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교수 위치를 높이기 위해 화려한 미사여구로 아무런 근거없이 일방적인 주장만을 일삼고 있지 않나 돌아봅니다.
제 기억으로는 한약분쟁 때도, 의약분업 때도, 약대6년제에도 교수들의 기여도는 없던 것으로 압니다. 기여라면 약대6년제 확정 이후, PEET를 준비하는 것인데 이것은 직업의 영역상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하지않아도 될 일을 선심쓰듯 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또한, 6년제로의 학제 개편에도 교수들은 일선 약사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1%의 노력도 하지 않았고, 아직도 학제 개편은 교수들의 고유영역이라는 핑계로 함께 하려 하지 않습니다. 졸업 후, 활동약사의 80%가 개국가로 진출하는 개국약사들이 일선 약국에서 일하면서 필요로 하는 과목이 무엇인지 연구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의약분업을 들먹이며 교과목을 정할 수 있는 지 궁금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직역은 산학협동이나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여 직장에서 바로 일할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있는데, 전문가라는 약사들은 약학대학을 졸업하여도 일선 약국에 바로 적응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며, 결국 약국에서 새롭게 배워야 합니다.
이미 일부 약학대학에는 제약학과 또는 위생학과 등이 있습니다. 심지어 한약학과도 있지요. 그러나, 제약학과 졸업생이 모두 제약회사로 가나요? 위생학과 출신들은 어느 곳으로 주로 가나요? 한약학과 출신 조차 한약국보다 약사를 고용하여 처방전을 수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교수님들은 아시나 모르겠습니다.
교수님들이 원하는 기존약학대학 증원 불발은 소통없는 일방적 주장의 결실입니다. 문제는 그런 결실이 일을 저지른 교수님들이 당하는 것이 아니라 일선 개국가의 약사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약대 증원 문제는 호소문으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약학대학을 졸업한 약사들의 진로를 먼저 연구해야 하고, 약사들의 각 직역별 업무 내용 및 어려움 등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약사들이 개국가로 집중하는 이유와 비활동 약사들의 비활동 이유를 조사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매우 단순합니다. 약사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현재 개국가는 약사의 실력보다 의원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약국을 개국합니다. 단 한걸음이라도 가까워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한걸음이 수익과 직결 되기 때문입니다. 약사들이 개국, 병원, 제약, 공직을 선택할 때 우선 고려하는 것이 수익입니다. 제약, 공직, 병원의 개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연봉과 환경 때문에 기피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약회사에서 8~10년 정도 일하다보면 개국가의 동기들을 보고 심한 갈등을 겪게 됩니다. 삶의 질과 수익이 너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죠. 사는 집, 타고다니는 차 등 모든 면에서 개국가보다 열악한 게 현실입니다.
기존 약대에 증원만 하면, 약사들이 병원이나 제약회사, 공직으로 우르르 몰려갈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여전히 개국가로 몰리게 될 것이고, 약사들이 개국가를 떠나는 시점은 개국가의 연봉이 과도한 공급으로 낮아져 병원, 제약, 공직과 연봉이 유사하게 될 때일 것입니다. 교수님들이 기존 약대에 증원을 하게 되면, 개국가를 제외한 타 직역의 공급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개국가가 만신창이가 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입니다. 결국 하향평준화가 될 것을 개국가의 많은 약사들이 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교수님들의 그런 주장이 아무런 법이나 제도적 뒷받침 없는 말뿐이라는 것도 한 몫하고 있지요. 기존 약대 증원하면 타 직역의 공급이 많아질 것이라는 것을 누가 보장하겠습니까? 그런 보장은 오로지 법과 제도 밖에 없는데, 교수님들은 그런 제시를 전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약대의 질적 향상을 위한 증원이라고도 하시는데, 그 방법으로 기존 약대 80명 증원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닙니다.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그것은 교수의 수도 부족하고, 실험시설도 태부족하여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는 대학들의 통폐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현 약학대학을 5개 정도로 통폐합하면 한 학교당 평균 200명은 넘을 것이므로 충분한 교육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5개가 너무 적다면 10개로만 통합을 해도 필요한 정원은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방안은 논의하기 조차 싫으신거죠. 왜냐면 현직 교수님들 중에 누군가는 직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철밥통을 가진 식구로서 말조차 꺼내기 어려우실 것입니다.
자신들의 희생은 전혀 하지 않으며, 눈에 보이는 개국가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약대증원을 어떤 개국가의 약사들이 찬성을 하겠습니까? 고통분담, 동참, 이런 단어는 함께 어려움을 나눌 때 생기는 것이지 일방적인 강요로는 절대 사용할 수 없는 단어입니다.
서로 공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먼저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하고, 끊임없이 상호 소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직역의 수가 많으면서, 서로 잘먹고 잘살고, 단결도 잘되면 금상첨화지요. 그러나, 이미 포화에 다다른 개국가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 생기는 부작용이 한둘이 아니며, 그 피해 또한 극심합니다. 전국의 약국의 수가 2만개를 넘으면서 더이상 급격한 증가가 없습니다. 이는 약국을 개국할만한 장소가 대한민국 내에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다른 직역을 볼까요? 학과 증원의 대표적인 예가 의사들입니다. 의사들은 이제 3년에 1만명이 배출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의사들도 의약분업으로 의원개업이 봇물을 이루었으나,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고, 다시 대학병원으로 돌아가는 사례도 많아졌습니다. 또한 다수 배출하는 과는 봉직의의 급여도 예전에 비해 많이 낮아졌습니다. 수요는 적은데 공급이 많아졌으니 당연한 결과지요. 그렇다고 의사들의 파워가 쎄졌습니까? 과도한 경쟁으로 이제는 고객들로부터 선생님 소리 듣기 점점 힘들어지고 있고, 고객에게 멱살잡히는 의사들도 많아지고, 밤새 폐업하고 도망가는 의사들도 생기고 있으며, 과도한 대출로 부도나는 의원들도 늘고 있습니다. 이미 예전의 의사 권위는 많이 추락했습니다. 그럼 의사회는 힘이 쎄졌습니까? 약사회보다 10배가 넘는 예산으로도 늘 집안 싸움으로 인해 쓰는 돈에 비해 발휘하는 힘은 약합니다. 그러니, 늘 돈없는 약사회나 물고 늘어지지요. 변호사도 과도한 배출로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이 많아졌지요. 공인중개사 중 실직자는 전국에 깔렸습니다. 어느 한 직업의 인원 증가는 경쟁 증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게 기본적인 사회학 아니던가요?
세계적인 약사를 꿈꾸고 계십니까? 그럼 먼저 교수님들이 2년간 뼈를 깎아 만든 교과를 보여주시고, 그것으로 어떻게 세계적인 약사가 될 것인지 먼저 증명을 해 보이시기 바랍니다. 세계적인 약사가 될려면 최소한 영어라도 잘 해야 할텐데, 전국에서 외국인과 영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약사가 몇 %나 되는 지는 조사를 해보셨나요?
정부의 교수 의견 묵살은 당연합니다. 약사 사회라는 조직 속 구성원으로서 의견을 제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제자들로부터 너무 존경을 받은 나머지, 교수의 말은 절대적인양 착각하며 살았기 때문은 아닐까요? 교수라는 사람들이 정비된 논리로 주변을 설득하지 못하고, 지식이 상대적으로 저같은 사람과 똑같이 피켓들고 데모하여 의견을 관철시키려고 하시는지요? 교수님들 아래에서 배운 제자들 보기 부끄럽지 않으신가요?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 속에서 지난 40년간 똑같은 교재로 똑같은 시험문제를 가지고 안이하게 살아오신 교수님들께서 느닷없는 세계화를 외치는 것이 너무 뻔뻔하지 않습니까? 교수쯤 되면, 약사 사회 각 직역들을 한 데 묶어 근거와 설득을 통해 하나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약학교육이 약사의 미래임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지만, 약대6년제 확정 이후, 우리의 미래에 대해 교수들은 단 한번도 함께 나누거나 공유하려고 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자랑 원희목은 이제 교수들만의 자랑 원희목이 될 것입니다.
두서없이 썼던 글을 이제는 마무리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약사의 미래를 함께 하고자 한다면, 먼저 상호 있는 것을 모두 보여주고, 소통해야 할 것입니다. 말로만 약사들을 사랑하는 것은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교수님! 우리는 교수님을 사랑합니다.!!
-교수들로부터 버림받은 느낌에 괴로워하는 약사 김성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