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공무원 첫 월급이 최저임금보다 적은 까닭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40원(2.5%) 오른 시급 9860원으로 확정됐다.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 월급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이다. 여기엔 주휴수당도 포함된다. 근로자가 한 주를 개근하면 받는 법정수당으로, 5일간 결근하지 않으면 6일 치 임금을 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서울시공무원노조는 20일 ‘차라리 9급 1호봉(첫 기본급)을 최저임금에 맞춰다오’라는 성명을 냈다. 노조에 따르면 공무원 9급 1호봉 월급은 2018년부터 최저임금에 역전당하기 시작해 올해는 23만9780원이나 적다. 올해 1호봉 월급이 지난해보다 1.7% 오른 177만800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주휴수당도 없다.
노조는 “일각에선 ‘기본급이 적어도 수당을 많이 받지 않느냐’는 논리를 펴지만 이는 보수의 20∼30%가 제세공과금으로 공제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며 “공무원 평균 보수가 높다는 착시 현상 때문에 하위직 공무원의 낮은 보수가 방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위직 초임 공무원의 경우 각종 수당을 받더라도 실수령액이 최저임금보다 낮거나 비슷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실수령액이 200만 원도 되지 않는다는 공무원들의 ‘인증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지방직 9급에 합격한 20대 여성은 공직을 포기하고 취업 준비를 다시 하는 중이다. 3년간 공부에 전념한 끝에 꿈에 그리던 공무원이 됐지만, 월급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는 “유일한 장점이었던 공무원연금도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생을 저당잡히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공직에서 퇴직하는 청년들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경력 5년 미만 공무원 1만3032명이 지난해 그만뒀는데, 이는 2019년보다 72.6% 급증한 수치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2년 공직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 하위직(6∼9급) 공무원의 이직 희망 이유 1위는 ‘낮은 급여’였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그동안 공무원 임금이 적게 오르기도 했지만, 최저임금이 정치화되면서 급격하게 인상됐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1만 원’이 공약이었던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연평균 7.2% 올렸고, 박근혜 정부도 내수 진작 명분으로 연평균 7.4% 올렸다. 현 정부 역시 소상공인의 반대에도 올해 5%, 내년 2.5% 등 인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독립적 위원회나 전문가 그룹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하지만 한국은 정부가 임명한 9명의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거시경제와 노동시장을 면밀하게 분석해 결정해야 하는 최저임금이 사실상 정부 정책의 영역으로 편입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사정(勞使政) 모두로부터 독립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노사정 대표 27명이 협상하듯 결정하는 현재 구조는 최저임금을 정치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을 줄이면서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려면 정부가 하루빨리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에 나서야 한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