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동대문구 편 `홍릉 수목원`
서울서 가장 빠른 봄꽃 풍년화 보러 오세요!
홍릉수목원 산책길은 약 두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길고 희귀한 나무와 풀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동대문구에선 전통과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 다른 구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진풍경이지요. 재래시장으로 전국에서 농산물이 모이는 경동시장(제기동), 전국 약재 유통의 70%를 차지하는 서울약령시(제기동), 답십리 고미술상가, 철물점 약 200개가 밀집한 황물시장(답십리), 예전에는 떡으로 유명했던 떡전거리(전농동)까지. 10월 상달이면 각 동별로 제사를 지낼 정도로 전통을 존중합니다. 최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요. 전농.답십리 지구가 뉴타운으로 지정되었고, 2008년 완공을 예정으로 청량리 민자역사가 지난해 기공식을 가졌습니다. 언젠가는 전통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구가 되겠지요. 서민 전통 속에서 산책과 비슷한 정겨움을 느꼈습니다.
▲ 동대문구 공원.녹지 순환길
여의도 윤중로에 버금가는 중랑천변 벚꽃길과 배봉산으로 연결되는 길이 7.2km의 환상 코스. 4월이면 벚꽃터널을 피워 내는 중랑천 뚝방길을 따라 가다 하얀 아까시나무로 뒤덮인 배봉산근린공원, 답십리근린공원으로 산책을 이어갈 수 있다. 마치 하얀 뭉게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된다. 7.2km 내내 하얀 벚꽃과 아까시나무 속에 파묻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랑천변 벚꽃길에서 보는 맞은편(중랑구) 용마산 풍경이 눈에 잊혀지지 않는다. 휘경2동에 자리한 2233, 2112번 버스 종점에서 산책을 시작하는 게 좋다. 버스 종점을 기점으로 한쪽은 중랑천변, 다른 한쪽으론 배봉산길이다. 문의 (02)2127-4772.
▲ 영휘원과 승인원
영휘원은 조선 26대 고종황제의 후비인 순헌황귀비 엄씨(1854~1911)의 묘이고, 승인원은 의민황태자 이은의 큰 아들 이진(1921~22)의 묘소(사적 제361호). 할머니와 생후 8개월 만에 죽은 손자가 나란히 묻혀 있다. 큰아버지인 순종이 조카 이진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만든 아담한 공간. 느티나무 숲 사이로 천천히 걸으며 조용히 사색하기에 알맞다. 수령 100년 정도 되어 보이는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입구를 이루며 두 사람의 넋을 위로하는 듯하다. 나만의 사색 공간으로 '클립' 해 두면 충전 100%. 입장료 성인 1000원.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2번 출구, 도보로 15분.
▲ 선농단
조선시대 왕이 봄마다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며 고대 중국의 농업신인 신농씨와 후직씨에게 제사를 올리던 곳(사적 제436호).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오른편 골목으로 약 300m쯤 올라가면 오른편에 선농단이 있다. 지금은 호화 주택가 속에 자리하며, 국가의 보호를 받는 향나무 한 그루와 화백(나무), 소나무 등이 숲에 둘러싸여 있다. 선농제를 지내고 왕이 참여한 모든 이의 수고를 위로하기 위해 소를 잡아 국말이 밥과 술을 내렸는데 그 국밥이 선농단에서 내린 것이라 해 '선농탕'(先農湯)이라 불렀다. 이것이 오늘날 설렁탕의 유래가 됐다. 일반인 출입 제한.
● 홍릉수목원 가는 길
단체 15인 이상 예약해야 입장 가능. 일요일만 일반인에게 개방된다.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2번 출구, 1222번 그린버스 승차 후 홍릉수목원 하차. 문의 (02)961-2651.
● 주변 음식점
산책 후에는 무척 배가 고프다. 빨리 가 볼 곳은 다음과 같다. 군침 넘어가는 보쌈삼합을 내놓는 '풍성'(02-963-0045), 털보아저씨가 콩나물해장국을 끓여내는 '서가네'(02-966-1424), 시원한 대구탕 국물이 일품인 '풍운'(02-966-0234), 전통의 갈비집 '홍릉갈비'(02-966-0420), 매콤한 치킨윙에 맥주 한잔 걸치는 '트라이앵글'(02-957-3395) 등.
홍릉수목원
서울에서 가장 빨리 핀 꽃이 나뭇가지에 달려 있다는 소식은 산책객의 발걸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아빠가 막 태어난 갓난아기를 보러 병원에 달려가는 심정이랄까. 풍년화다. 예년에는 2월 중순에도 피었는데 올해는 3월 중순에야 첫선을 보였다. 올해 봄이 늦게 오긴 한 모양이다. 어떤 건 좋다. 홍릉수목원 어느한 구석에 숨어 술래잡기 놀이를 시작하는 풍년화를 찾아낼 수 있을까. 이렇
게 즐거운 '미션'이라면 백 번이라도 사양하지 않으련다.
봄, 당신의 노예가 되겟소
홍릉수목원 정문부터 나무들의 기가 느껴졌다. 일직선으로 난 아스팔트 좌우, 정면의 건물 뒤쪽까지 별별 나무들이 느긋하게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1922년 개원한 홍릉수목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이다. 일제가 우리 강산을 수탈하면서도 나무 연구를 위해 이 곳만은 보호했건만, 6.25 당시 인민군이 본부로 삼으면서 나무들이 모조리 불타버렸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아름드리 나무가 적은 이유다.
새들이 미쳤나. 봄이 왔다고 시위하는 것인가. 첫 발을 내디디자마자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새소리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수많은 산책코스를 다녀 봤지만 이런 활기는 처음이다. 너무나 힘차고 스테레오여서 새소리는 아름답다는 고정관념조차 무너졌다. 나무에 병과 해충이 발생하더라도 웬만하면 약을 안 치다 보니 각종 벌레가 많아졌고, 새들도 먹거리를 쫓아 몰려들어 이처럼 씩씩해졌다 한다.
진귀한 나무들의 터널을 뚫고 활엽수가 주종을 이루는 제3수목원에서 애타게 찾던 풍년화와 마주친다. 서울에 봄을 가져온 전령사. 빨리, 많이 피면 그 해는 풍년이 든다는 속설을 가진 이 작은 꽃은 아름다움도 어디에 빠지지 않는다. 꽃잎은 노란 한지를 아주 얇게 네 가닥으로 찢어서 꽃받침에 붙여놓은 듯한 모습이다. 밑에서 나무를 올려 보면, 노란색 페인트를 밟은 새가 하늘이라는 푸른 유리판에 발자국을 여기저기 살포시 찍어 놓은 듯 보인다. 봄, 당신의 노예가 되겠소.
자연에서 삶을 배우다
풍년화 나무 밑, 겨우내 색이 바랜 낙엽 사이로 샛노란 복수초(福壽草)가 방긋 솟아 있다. 이른 봄 눈을 뚫고 올라오며, 일본에서는 화분에 담아 존경하는 분께 선물한다는 행운의 꽃이다. 기껏 해 봐야 키가 5cm나 될까.
봄에 피는 꽃들이 유독 키 작은 이유가 있다. 살아가는 전략이다. 키 큰 나무들이 아직 잎을 내지 않아 햇볕을 그대로 받을 수 있는 봄 숲 속에서 굳이 키를 올려 가며 경쟁할 필요가 없다.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다른 경쟁자들이 출현하기 전에 빨리 꽃을 피우고 결실까지 끝내 버린다. 부지런한 덕이다. 작은 풀일지언정 수천 년, 수만 년 살아온 삶의 지혜를 몸으로 보여 준다. 잎이 하나인 담쟁이가 그늘 속에 들어가면 햇빛을 더 받으려고 잎을 세 개로 늘리는 것도 같은 이치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야생 상태로 7년째 겨울을 나고 있는 이 곳의 동백은 생존 그 자체가 기적이다. 머리를 단정히 빗은 붉은 각시 같은 꽃눈에 반해 버린다. 130년 된 소나무, 1926년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사상 처음 들어온 두충나무 암수컷, 그 귀하다는 백송, 120년 된 반송(지상 1m에서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 소나무변종), 1935년 기준 표본목이 된 문배나무 등은 연륜으로 삶을 이야기한다. 산림과학관과 1919년 남편인 고종을 쫓아 경기도 금곡으로 이장한 명성황후의 묘터도 홍릉수목원 속 산책의 또 다른 포인트. 얼마 후면 화려함의 절정을 뽐낼 '젊은 그들.'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봄 산책, 당신의 노예가 되겠소.'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