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들과 함께 노량진에 있는 디자인 학원에 들린 적이 있었다. 아들이 학원에 들린 사이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시원을 보고 놀랐었다. 골목 골목 빼곡히 들어선 고시원에서 쏟아지는 젊은이를 보며 정말 취업난이 심각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말로만 들어왔던 이태백이니 사오정이니 하는 말들이 괜히 나온 말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요즘은 그것도 옛말이고 또 새로운 신조어가 많이 생겼다고 한다.
경제 여건상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비유해서 '삼포세대'라 부르기도 하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다단계에서 일하는 학생들을 일컬어 '거마대학생'이라 부른다고 한다. 또 예전 소나 논을 팔아야 대학을 다닐 수 있어 '우골탑'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지금은 부모 등골을 빼서 '등골탑'이라 부른다고 한다.
가장 최근에 나온 신조어 중에 '알부자족'과 '청년실신'이 있는데 '알부자족'은 실속있는 부자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알바를 해서 부족한 학자금을 충당하는 것을 반어적으로 표헌한 것이고 '청년실신'은 대학을 졸업한 청년이 취업이 늦어지다 결국 실업자와 신용불량자로 변하는 가슴 아픈 현실을 나타나는 말이라고 한다.
취업난 청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젊은이들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정년이 짧아지고 명퇴가 늘어나면서 재취업을 고민하는 장년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그 여파로 각종 시험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2009년부터 응시연령 제한이 완전 폐지되면서 40대 합격자가 20대 합격자를 추월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취업문이 워낙 좁다보니 공무원 시험뿐만아니라 각종 자격시험에도 응시생들로 넘쳐난다. 공인중개사나 주택관리사 사회복지사등 유망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학원이나 인터넷강의를 듣는 사람들도 많아졌는데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 공인중개사 시험의 경우 약11만 3천여명이 응시를 해서 약 2만여명이 합격을 한다고 하는데 15~20%의 수험생이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하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50대 가장 자격증에 도전하다
옆 사무실에 근무하는 형님은 올해 나이가 쉬흔 일곱이다. 군에서 통신장교로 근무하다 예편한 후 신문사 지국장을 하다 쉬흔 두 살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해 현재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사무실 한 켠에는 아직도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던 시험서적들이 그대로 꽂혀 있는데 수험공부를 하던 그때 절박한 심정으로 시험 준비를 했다고 한다.
갑작스런 아내의 암 투병으로 2년간 병간호를 했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는데 아내가 떠나고 나니 남은 것이 달랑 아파트 한 채였다고 한다. 그마저도 병원비를 대느라 대출한 것을 갚기 위해 처분하고 이사를 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자격증 시험에 도전했다고 한다.
"그때는 정말 목숨 걸고 공부했어.." "친구들과 담쌓고 두문불출하고 1년을 씨름했어...처음에는 용어가 어려워서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고 나이 탓인지 조금만 봐도 눈물이 나서 책을 볼 수 없었어..." 그러면서 책장에서 책과 노트를 꺼내 보여주는데 보는 순간 입이 쩍벌어졌다.
책마다 빼곡하게 적혀있는 글자와 형광펜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책갈피 사이사이에 붙여있는 포스트잇과 노트에는 동영상 강의를 들으면서 적어놓은 요점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비법노트를 공개했다.
보는 순간 아~하는 탄성이 나왔다. 같은 남자로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 시절에도 이렇게 꼼꼼하게 기록을 했던 기억이 없는데 보는 것만으로 간절한 의지와 열정이 느껴졌다.
"그때 아이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간절함이 없었다면 아마 중간에 포기했을 거야.." "이 노트를 보면 그때의 절박함이 지금도 느껴져 가끔 꺼내보곤 해"
노안이라 돋보기를 쓰고 적었다는 50대 가장의 합격 비법 노트..... 비록 합격 후 유효기간은 지났지만 노트 속에 남아있는 땀과 열정은 아직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첫댓글 정말..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