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 ‘언론이란 무엇인가’
지난 주말 청와대가 한 개인 유튜버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씨의 행적에 대해 벌인 팩트 논쟁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가 됐다. 그 후 KBS와 연합뉴스 등 일부 언론이 팩트를 체크한다며 슬쩍 가세해 핵심을 비껴가는 엉성한 논리로 수습하려다 논란은 더 크게 번지고 말았다.
국민으로부터 거둔 수천억 수신료로 운영하는 공영방송사와 뉴스구독료라는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매년 300억 원 이상 받아 챙기는 국가기간통신사가 청와대 구하기에 나섰던 것인데, 이게 민심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청와대와 언론은 어쩌다 민심에 불을 질렀을까.
며칠 간 계속된 이 한심한 논란을 지켜보면서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됐는지 자괴감마저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권력의 시녀 역할에 급급한, 썩어 문드러진 오늘의 언론 민낯을 생생하게 체감했기 때문이다.
(관련 유튜브 영상 바로가기: G20에서 사라진 대한민국 (소름 반전 주의))
청와대와 한 유튜버 사이에 벌어진 이 논쟁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G20 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 문재인의 홀대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G20 정상회담 Full영상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영상에서 G20의 국가와 초빙국들 중에서 대한민국의 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너무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자막을 깐 약 14분 분량의 한 유튜버가 게시한 7월 4일자 영상이 발단이 됐다. ‘G20에서 사라진 대한민국 (소름 반전 주의)’란 타이틀을 단 이 영상은 얼마 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48시간을 녹화한 내용을 10여분으로 압축해 빠르게 재생한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된 이유는 첫째 날과 둘째 날 열린 각 세션 포럼에 각국 정상들과 마찬가지로 참석했어야 할 대통령은 보이지 않고 대신 홍남기 부총리가 대리 참석한 모습이라든가 또는 아예 불참하거나 아니면 포럼 막판에 잠깐 얼굴을 비추는 식으로 G20 정상회담을 마쳤다는 사실을 고발한 내용 때문이다.
▲ 문재인은 G20 기간 동안, 도대체 어디에서 무얼했던 것일까. 문재인은 G20 참가국 정상들이 전원 참석하는 회의에 늦거나 불참하고, 심지어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대리참석시키기까지 했다. 사진=아포유 캡처.
요컨대 청와대는 문씨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는 취지로 대국민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실제로는 문이 도대체 G20 정상회담에는 왜 갔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성실하게 행사를 마쳤다는 사실을 폭로한 내용이었다. 이걸 연합뉴스와 KBS가 팩트 체크를 핑계로 이 유튜버를 허위조작정보, 소위 가짜뉴스 유포자로 몰아 계속 논란이 됐던 것이다.
연합뉴스는 자기들이 청와대와 G20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검증해보니 문은 공식 세션3개 중 2개에 참석했고 이외에 8개국과 양자 회담을 하느라 시간을 썼기 때문에 “각국 정상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분주한 48시간을 보내던 그 시간, (문재인) 은 그 자리에 없었다”고 주장한 이 유튜버 영상물이 사실과 다르다며 청와대를 옹호했다.
KBS는 문씨가 다른 중요한 일정 때문에 일부 행사에 불참한 것을 가지고 행방불명됐다,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유튜버들이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는 식으로 방어했다.
청와대는 허위조작정보라고 발끈했지만 필자가 보기엔 ‘G20 정상회담에 문씨는 없었다’는 이 유튜버 주장이 오히려 진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 유튜버가 올린 압축 영상을 보면 문씨가 이틀 간 열린 4개의 포럼 중 고작 2개의 포럼에 참석하고 다른 사람을 대리 출석 시켰다는 것, 그것도 한 개는 종료 10여분 남겨두고 막판에 출석했고 다른 하나의 포럼은 잠깐 앉았다가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KBS와 연합뉴스가 조사한 ‘팩트체크’에 의하면 그 시간에 문은 다른 국가와 회담이 있었다는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 등 G19 정상들이 모두 빠짐없이 참여한 포럼에 참석하는 것 이상 가는 중요한 회담이란 것이 무엇이라는 얘긴지 궁금하다.
그리고 포럼 끝나기 직전에야 들어와 자리를 지킨 것, 시작하기 전 잠깐 앉았던 것을 포럼에 참여했다고 자랑할 만한 태도인지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할 일이 없어서 각 세션 포럼에 꼬박꼬박 참여했을까. 시진핑과 푸틴은 정상회담 할 대상이 없어서 그 시간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까.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퍼트린 허위조작정보라고 하자 이 유튜버는 청와대야말로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유튜버는 자신이 만든 영상이 러시아의 한 뉴스방송사의 G20 정상회의 방송 중 첫날 방송 11시간과 두 번 째 날 방송 6시간을 바탕으로 삭제없이 재생속도를 높여 13분으로 압축해 제작한 영상이라고 밝혔다.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이 영상에 어떤 조작이 개입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해법은 간단하지 않나. 청와대가 이 영상이 허위조작정보라고 계속 주장하고 싶다면, 전체 풀 영상을 공개하고 포럼에 참석하지 않은 그 시간 문씨가 어떤 나라 정상과 무슨 주제로 회담을 했는지,
또 다른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지 국민에 상세하게 밝히면 된다. 그래야 “G20 정상회담에 고작 국민 선전용 사진이나 찍으러 갔다 온 것이냐” 하는 여론의 비아냥과 의구심을 풀 수 있지 않을까.
청와대와 거대 언론사들로부터 공격을 받자 이 유튜버는 청와대에 해명을 요구하고 자기 입장을 담은 영상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권력은 견제가 필요하다고 배웠습니다. 견제가 없는 권력은 고인물과 같이 썩어간다고요.
그리고 국민의 한 사람이 정권의 잘못을 고발하고 견제한다고 하여 가짜뉴스 유포자로 몰아간다면,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며, 이는 민형사상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청와대의 보다 성숙된 대응을 부탁드립니다.”
‘우리 국민의 수준이 이 정도까지 왔구나’ 내심 깜짝 놀랄 만큼 자유민주 국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놀랍고도 성숙한 태도였다. 거대 언론사들이 권력이 주는 단물을 받아먹으며 유치한 앞잡이가 돼 바짝 엎드린 동안, 평범한 우리 국민들은 이렇게 개인이 언론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 현상을 보며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쓴 웃음이 나온다. 청와대의 거짓 의혹을 한 개인 유튜버가 폭로에 나선 이번 사건은 큰 의미가 있다. 청와대 대응에 따라 역사적인 사건이 될지 하나의 해프닝으로 남을지 갈릴 것이다. ‘청와대의 성숙한 대응을 부탁한다’는 이 유튜버의 점잖은 경고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