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은서는 재웠어?

-응.

-아빠한테 인사 올려라.


-...

-상 차리느라 진짜 고생 많았어, 엄마.

-...

아무 대꾸 없이 자리를 뜨는 엄마

-아빠한테 몇 살 때 시집왔지, 엄마가?

-스물 넷 됐나?

-그 꽃다운 나이에 애 둘 딸린 홀아비한테 시집 오고 싶었어?

-팔자가 그러니 그렇게 됐지.

-정말 무뚝뚝해, 엄만. 아빤 정말 다정다감 했는데.

-어렸을 때 같이 사진 보던 게 제일 기억나.

-...

-이땐 뭐했다, 이건 뭐하는 거다. 하나하나 얘기 다 해주곤 했었는데.

-아빠는 왜 그렇게 사진을 열심히 봤을까?

-물 좀 올려드려야겠다.

-고마워, 엄마.

-...

-세경이랑 나 잘 키워줘서. 고마워.

-진심으로 하는 말이니?

-무슨 소리야, 엄마.

-난 가끔 니 속을 모르겠다. 무슨 생각하는지.

-엄마..

-상 치우자.

-...
-

-번개탄을 구입한 후 대로를 지나 지하철 역으로 향하고 있어.

-화질은 후졌지만 특이한 모자 덕분에 알아보긴 쉽지.

-여기서 첫 번째 미스테리.

-안석원은 왜 번개탄 하나를 사려고 지하철을 탔을까?

-동네 슈퍼에서 아는 사람 만날까봐 싫었겠지.

-도보로 20분, 차로 3분, 지하철 이동시 30분.

-왜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을 택했을까?

-죽으려는 마당에 뭐 제정신이었겠냐?

-좋아. 그럼 두 번째 미스테리.

-안석원의 동선은 왜 여기서 사라졌을까?

-이게 끝이야?

-이 모습 이후로 완전히 증발했어.

-여기서 마지막 반전.

-화면 밖은 사각지대라 안석원이 어디로 향했는진 알 수 없어.

-참고로 그 사각지대엔 화장실이 포함돼있다는 거.

-그리고 봐봐. 정확히 12분 47초 후.

-짠! 남편이 가니까 와이프가 왔네.

-더 없어?

-더 있지. 안석원의 걸음걸이를 봐봐.

-형이 전에 지적한 대로 왼쪽 다리를 살짝 절고 있지.

-화질 덕분에 더 명확하게 보일 거야.

-다음은 와이프 김동숙.

-어때? 뭔가 비슷하지 않아?

-둘이 같이 볼까?
두 사람 모두 왼쪽 다리를 미세하게 절고 있어.

-두 사람의 신장, 팔 놀림, 상체 각도와 어깨 높낮이까지
정확히 일치해.

-이 두 사람은 동일인물이야.

-...
-

-이걸 보고도 계속 아니라고 할 거예요?

-...

-남편으로 변장해서 번개탄을 구입한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나 아니라니까요.

-이거요. 과학적으로 다 분석해서 증명된 거라 우겨봤자 소용 없어요.

-생사람 잡지 말아요.

-300만원에 대한 출처도 입 싹 닫았었죠?

-보세요.
남편이 아줌마 두들겨 패고 받은 보험금이라는 것도 싹 다 밝혀졌거든요?

-...

-죽이고 싶었죠?

-죽을 것 같았죠? 무서웠죠?


-내 딸래미 손가락까지 분질러서 보험금 쳐먹는 그 인간
죽이고 싶었죠.

-아니야. 안 죽였어.

-그 인간이 안 죽으면 내가 죽게 생겼는데?
내 딸래미가 죽게 생겼는데?

-그런데도 손 놓고 있었다고? 그게 엄마야?

-안 죽였어.

-안 죽였어!

-형사님. 나 안 죽였어요.

-나도 아줌마가 안 죽였다고 생각해요.
아줌마 말을 믿어요. 진심으로.

-...

-그런데 지금 범행 동기, 범행 도구, 자살 위장쇼까지
다 증거가 확실한 마당에


-이러면 나 검찰에 넘기는 수밖에 없어요.

-재판에 가면 판사라고 별 수 있나?
증거가 이렇게 확실한데 유죄 때리겠지.

-그러면 아줌마는 그냥 남편 죽인 여자밖에 안 되는 거예요.


-뭔가 방법이 있을 거예요.

-아줌마가 안 죽였다는 거 밝혀낼 확실한 방법이 있을 거라고요.

-나 믿죠?

끄덕끄덕

-그래요. 믿어야 돼요. 내가 아줌마를 믿는 것만큼.

-우리 둘이 힘을 합하면 분명히 밝혀낼 수 있을 거예요.
억울하게 살인 누명 쓸 수는 없잖아요.

끄덕끄덕

-누가 시켰어요.

-...
-


그림 그리고 있는 은호

-안녕하세요.

꾸벅

-고마워서 인사하러 왔어요.

-그 애 찾은 거예요?

-덕분에요.
이름은 정석우고요. 그 아이 엄마도 만났어요.

-다행이네요.

-네.


-그림 그리시나봐요?

-그냥 스케치예요. 심심해서.

-저기 은호씨. 부탁 하나 들어주실래요?
-

-아줌마를 남편으로 변장시켜서
번개탄을 사오라 시킨 사람 있을 거 아니에요.

-거기 슈퍼로 가라고 콕 집어줬겠지.
특별히 cctv 화질도 나빠야 했으니까.

-...

-이렇게 나오면 나 아줌마를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가 없어요.

-그 사람 나쁜 사람 아니에요.

-나쁜 사람 아니겠지. 아줌마를 도와주려고 한 거겠지.

-내 하소연도 다 들어주고 위로도 많이 해줬어요.

-정말 고마운 사람이에요.

-근데 그 고마운 사람 때문에 아줌마가 살인 누명을 쓸 순 없잖아요.

-우리 소라 걱정도 진짜 많이 해주고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그 좋은 사람. 그 사람이 누구냐고요.
-

-...

-앞머리가 좀 이렇게 짧고

-단발인데 끝이 좀 동그랗게..

-얼굴형은 계란형이고..

-눈썹도 진하고..


-비슷한가요?

-네..

-이제 입만 더 그리면 돼요.


-...

갑자기 뭔가 떠오르는 우경


-...
-

-도저히 안 되겠어요?

-...

-좋아. 관둬요.

-여기 체포영장 신청해.

-붉은 울음..

-...

-뭐라고요?

-그 사람이 시켰어요.


-붉은 울음.

-다 그 사람이 시킨 거예요.
-

-아이 입 크기는 어때요?

-큰 편? 아니면 보통?

-...


-턱을 쳐들고 웃는 버릇이 있어요.
첫댓글 헉 고마워 존잼쓰!!
흥미진진쓰 ❤️
아...설마
자기 어렸을때인가?..아님 동생..?
헐.....동생인거같은데...?
헐진짜 존잼이야ㅠㅠㅠㅠ왜 이제 봣을까 진짜 대박
헐 동생? 그래서 엄마가 피하나..ㅠ??
여시 돌아와여ㅠㅠㅠㅠ
와 진짜 누구일까ㅠㅠㅠ
ㅜㅠㅜㅠ아 소름돋았어
누군데 ..! 본인인가.,,,? ㅠㅜㅜ
느구야.. 대체 누구야 형사말이 맞았네 무의식적으로 아는 애였어
헐 본인인가.... 너무 소름돋아 진짜
누굴까....너무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