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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등대집경 제43권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이진영 번역
14. 일장분
9) 송사품(送使品)
그때 사가라(娑伽羅)용왕이 광미(光味)보살에게 말하였다.
“대덕께서는 이와 같이 과거 숙명(宿命)의 겁 속에 있었던 갖가지 착한 업과 한량없는 옛 일을 억념(憶念)해서 잊어버리지 않고, 또 허공에 있는 별자리가 밝게 비추고 안정되게 시행하는 법의 공용을 설하여서 하나하나 빠짐없이 요달하시니, 삼계에서 가장 존귀하고 가장 뛰어난 그 으뜸의 지혜는 어느 누구도 능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 용과 저희들은 이런 방편으로 이 감옥[獄]을 벗어나 고뇌를 여의게 되고, 나아가서는 모든 자비로 중생을 가엾이 여겨 공덕과 계행과 바라다(婆羅多)로 마음을 장엄하여 모든 것이 만족합니다.”
광미보살이 모든 용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이제 가라슬타(佉羅虱吒) 고행(苦行) 선인이 아니었다면 또한 허공에다 별을 안치할 수 없었을 것이니라. 이제 내가 말한 것은 신통력의 앎이니, 그대 사가라용왕들은 이런 말을 하지 마시오. 나로선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없나니, 이는 가라슬타 선인의 숙세 인연이기 때문에 말로써는 다할 수 없느니라.”
그때 제석(帝釋)과 모든 범천들이 각각 가라슬타 선인을 향하여 일제히 함께 합장하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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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은 즐거이 듣겠사오니, 원컨대 다시 말씀하소서. 저희들 범천도 모든 하늘 중에서 존귀한 것이 마치 대선(大仙)께서 성인 중에 높으신 것과 같으므로, 저희들 하늘 중에 범행(梵行)이 있는 자는 어떠한 갖가지 귀신과 주술(呪術)일지라도 다 분명히 알아서 널리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세히 분별하여 연설하리다.”
그때 가라슬타 선인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만약 그러하다면, 모든 중생을 교화하여 다 알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푸른 눈[靑眼]의 제석천주(帝釋天主)가 대중 가운데 있었는데, 가라슬타 선인이 제석에게 이런 말을 하였느니라.
“천주여, 모든 착한 법이라면 반드시 원만히 갖추게 하고, 세간에 머물러 항상 밝게 비추게 하고, 착한 법을 닦는 사람이라면 버리지 않고 옹호해야 합니다. 가령 정진을 통해 착함을 즐기는 중생이거나, 계율을 지니고, 들음이 많고, 선정을 닦고, 지혜를 배우는 중생이라면, 천주는 응당 의복ㆍ음식ㆍ침구, 탕약과 그 밖의 갖가지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여 모자람이 없게 해야 합니다.
내가 허공의 별자리 용법을 이미 말하였고, 지금 이 세계의 모든 땅에 각각 용왕을 두어서 그곳에 머물러 수호하게 하였으니, 말하자면 사가라용(娑伽羅龍)ㆍ바루나(婆婁那)ㆍ덕차가(德叉迦)ㆍ보호(寶護)ㆍ대행(大行) 구사라바(瞿娑羅婆)ㆍ소바호(蘇婆呼)ㆍ노구차바(盧俱叉婆)ㆍ사무구차(私無俱叉) 등의 여덟 용왕은 바다 속에서 수호하여 능히 큰 바다로 하여금 더하거나 덜함이 없게 하고, 아노태치(阿奴駄致)ㆍ비창가소치(毘昌伽蘇致)ㆍ바루나(婆婁那)ㆍ득우문루차바(得于問寠叉婆) 등 네 용왕은 못[池] 속에서 나오는 모든 강물을 수호하기 때문에 그 강물들의 흐름이 마르지 않게 하고, 난타(難陀)ㆍ우바난타(優波難陀) 등 두 용왕은 산(山)을 수호하기 때문에 모든 산의 총림(叢林)이 울창하게 되고, 바수길(婆須吉)ㆍ사라라개수로(娑羅羅蓋輸盧)ㆍ구마지리(瞿摩祗利)용왕도 산을 수호하게 하며, 비리사(毘梨沙)ㆍ염부가(閻浮伽)ㆍ적안(赤眼)ㆍ사라바제(娑羅婆帝) 등 용왕은 작은 강물을 수호하게 하고, 실타마로(悉陀摩奴)ㆍ아라소마(阿羅蘇摩)ㆍ하로창리(賀盧唱利) 등의 용왕은 성인의 처소와 온갖 약초(藥草)들을 수호하게 하고, 견고(堅固)ㆍ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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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緊輸迦)ㆍ환희(歡喜) 등의 용왕은 이 땅을 수호하게 하고, 최승광(最勝光)ㆍ비유바삼바리야시기(毘喩婆三婆離耶尸棄) 등의 용왕은 불[火]을 수호하게 하고, 동마도열(動摩都劣)ㆍ삼모지기란야(三摸地羈蘭耶)ㆍ기뢰거(羈賴車) 등의 용왕은 바람을 수호하게 하고, 우라바라(優羅婆羅)ㆍ아한야(阿閑耶)ㆍ제라사라(帝羅娑羅) 등의 용왕은 나무를 수호하게 하고, 우로가(旴嚧呵)ㆍ장화(張火)ㆍ박각라(薄脚羅)ㆍ사사(沙斯) 등의 용왕은 꽃을 수호하게 하고, 향상(香常)ㆍ발타야라바차(跋陀耶邏婆)ㆍ부루나가라(富婁那迦羅) 등의 용왕은 열매를 수호하게 하고, 아시림바(阿匙林婆)ㆍ비차바다(毘遮婆多)ㆍ우로지다(旴嚧脂多)ㆍ말라가(末羅伽) 등의 용왕과 비수갈마(毘首羯磨)ㆍ소마고사(蘇摩敧師)ㆍ기화사(奇和沙)ㆍ월안(月眼) 등의 네 용왕은 모든 공교(工巧)를 가장 수호하게 하고, 기라후타라(羈羅睺陀羅)ㆍ승가나사(僧伽那斯)ㆍ아란나(阿蘭那)ㆍ구무가(懼無迦) 등 네 야차(夜叉)는 모든 복덕으로 보시하는 사람을 옹호하게 하고, 금강안(金剛眼)ㆍ사자안(師子眼)ㆍ선견안(善見眼) 삼삭(三槊) 등의 네 용왕이 모든 용을 옹호하게 함입니다.”
그때 광미보살은 모든 선성(仙聖)ㆍ하늘ㆍ사람ㆍ용 가운데에서 가장 뛰어나서 고뇌에 헤매는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겼으니, 이 때문에 이 용들의 고액(苦厄)을 구제하여 해탈하게 하였다.
그때 광미보살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찌해야 저 용들로 하여금 삼보(三寶)에 마음을 돌이켜 귀의하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는 곧 방편의 교묘한 말씨로서 차례대로 가르쳤다.
“모든 용왕들이 나를 믿고 있지만, 실제로 나는 너희들을 구제할 수 없노라. 이제 일체지(一切智)를 지닌 큰 성인이 계셔서 너희들을 안온하고 두려움이 없게 하리니, 바로 내가 찬탄하는 가라슬타 선인의 공덕이 그러하니라.
이 선인의 설법은 우리의 조그마한 덕으로선 판단할 수 없느니라. 저 성인은 과거의 한량없는 아승기겁 이래로 이미 갖가지 복덕을 닦고 온갖 하기 어려운 일도 죄다 희사(喜捨)한 적이 있었나니, 말하자면 코끼리ㆍ말과 갖가지 보배 수레, 처자(妻子)ㆍ국가와 성(城), 그 밖의 금ㆍ은ㆍ수레ㆍ사환ㆍ의복ㆍ상탑(床榻)ㆍ침구 따위 중생이 필요한 것이라면 다 뜻에 맞추어 주고, 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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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ㆍ발ㆍ귀ㆍ코ㆍ혀ㆍ몸과 머리ㆍ눈ㆍ힘줄ㆍ뼈ㆍ살ㆍ껍질까지도 요구에 따라 아끼지 않았으며, 빨리 6바라밀을 만족하고 대자대비를 갖추어서 고뇌의 중생을 해탈하게 하고, 나아가서는 모든 중생을 안온하게 하기 위해 지옥에 있더라도 중생을 구원하겠다는 마음을 잠시라도 버리지 않고 또한 스스로 불도를 성취하지 않았으며, 모든 나쁜 갈래의 중생으로 하여금 갖가지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의 괴로움을 벗어나게 하려고 하였느니라.
이 큰 선인은 과거 가이없는 겁에서 이러한 갖가지 원행(願行)을 겪어왔지만, 그러나 이 선인은 태어난 세간마다 꿋꿋하고 힘차게 정진과 자비를 계속하여 중생을 안온한 열반의 도로 인도하였으며, 또 저 가라슬타 선인은 한량없는 겁 이래로 가지가지 복덕을 원만히 갖추고 나아가 정반왕(淨飯王)의 집에 태어나 마야부인(摩耶夫人)의 배 안에 의탁해 있다가 출생하고 나서는 손을 들고 외치기를, ‘나는 삼계(三界) 안에서 가장 높고 가장 뛰어나니라’ 하면서 갖가지 광명을 놓아 모든 중생을 안락하게 하였느니라. 이 광명의 인연 때문에 한량없는 하늘 용ㆍ야차ㆍ아수라와 사람인 듯하면서 사람 아닌 무리[人非人]들을 감동시켜 그들이 죄다 와서 함께 공양하였느니라.
그리고 또 출생하여서는 곧 하나하나의 방면으로 각각 일곱 걸음을 걸었는데, 그 발을 밟은 곳에는 다 연꽃이 솟아나 발을 받들었으며, 이 밟아 다닌 걸음의 인연으로 모든 산ㆍ물ㆍ땅과 큰 바다까지도 다 흔들렸으니, 이러한 변화는 출생한 공덕을 나타내는 것이니라. 또 석가자(釋迦子)는 우리들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에서 해탈케 하여 적멸하고 편안해서 모든 두려움을 여의고 열반의 성(城)에 이르도록 하였느니라.”
이 설법을 하실 때에, 모든 하늘ㆍ용ㆍ아수라ㆍ야차ㆍ건달바ㆍ긴나라ㆍ마후라가와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무리들이 저마다 갖가지 보배로운 꽃들과 바르는 향ㆍ가루 향을 가지고 허공 속에다 비를 내리는 것처럼 뿌리면서 공양하며 갖가지로 찬탄하였다.
그때 광미보살은 어려 대중을 위해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과거 한량없는 아승기겁에서
갖가지 보시로 단나(檀那)바라밀을 닦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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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尸羅)와 찬제(羼提)를 청정하게 하며
좌선을 정진하고 반야를 배워서,
모든 중생을 안락하게 하려고
온갖 괴로움을 참고 견디며
궁중의 6만 비빈(妃嬪)까지도
신[履] 벗듯이 몽땅 버리고 출가하였네.
홀로 고행 닦기를 6년 동안에
하루 한 낱의 곡식만을 먹으면서도
잠을 자지 않고 밤낮으로 정진하니
그 몸은 오직 껍질과 뼈뿐이었네.
보리수 아래서 사유하며 앉았으니
80만의 천마(天魔)들이 와서
사방ㆍ상하의 땅과 하늘의
80유순까지 가득 찼지만
이러한 마군과 그의 권속까지를
죄다 파괴하여 귀의하게 하고는
위없는 훌륭한 보리를 성취하여서
제일의제(第一義諦)의 과(果)를 증득했으며,
갖가지를 듣고 보아도 두려움이 없어서
그 마음 고요하기가 열반과 같으므로
항상 모든 중생 속에서도
평등한 마음과 연민의 생각이 치우침 없네.
진실한 지혜를 원만히 갖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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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하늘과 인간을 인도하오며
한 중생도 악(惡)을 내지 못하게 하니
이러한 자비가 뼈에 사무칩니다.
또한 일체 중생의 종류에서
개미와 장구벌레까지도
어지럽고 독한 마음 내지 못하도록
일체 중생의 유전(流轉) 속에서
남김없이 죄다 해탈하게 하며,
또 온갖 번뇌의 옥(獄)에 얽매이고
몸처럼 작고 작은데 걸려있는
중생을 빼내어 안락을 얻게 하고
저 용들과 같은 모든 중생을
큰 성인은 몸소 가서 다 구제하고
그들의 나쁨과 근심을 물리치니
이것이 큰 성인의 가엾이 여김이니라.
자비심으로 너희들이 옥중에서 나오도록
가이없이 깊고 비밀한 요체를 널리 말씀하여
자재롭지 못한 자는 다 마음에 부합해서
모두 귀의하여 안온하게 머무네.
저 성인의 구제를 얻는 자는
금시조왕(金翅鳥王)도 겁내지 않고
각기 머무르던 곳에 돌아가 뜻대로 노닐며
근본 즐거움을 받지만 마음은 다름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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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성인은 과거에 많은 행을 닦아
한 중생에게도 괴로움 주지 않았으니
이제 너희들의 모든 재악(災惡)은
부처님의 뜻이 아니고 마왕의 조작이니라.
다른 마음으로 부처님 헐뜯지 말고
나의 가르침 받아 보리심을 발해서
의심과 악함을 내다가 스스로 헤매지 말고
하나하나 내가 앞에서 말한 대로 따를지어다.
그때 모니(牟尼) 성인의 처소에 있던 모든 큰 용왕들과 그들에게 속한 남녀노소의 권속들이 이 말씀을 듣자, 각기 마음을 모아 함께 합장하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귀의합니다[南無], 귀의합니다. 대성이시여! 모든 세간의 중생 중에서 뛰어나셔서 일체 법을 갖추어 자재(自在)의 피안에 이르렀습니다. 모든 중생에게 해탈을 주고, 모든 중생에게 안락을 주고, 모든 중생에게 기쁨을 주고, 모든 중생을 지혜의 피안(彼岸)에 이르게 하시고, 모든 중생에 대한 자비와 평등으로 착한 법을 닦아 원만히 갖추게 해서 일체의 착한 업을 성취하게 하시고, 착한 도를 안정되게 세우고 진실한 법 눈[法眼]을 주어서 하늘ㆍ용 가운데 훌륭한 복밭[福田]을 일으키시니, 삼계(三界) 중에서 가장 뛰어나고 높으시므로 세간의 모든 공양을 받으십니다.
저희들은 이 감옥 안에 가득한 모든 용과 쓰라림과 괴로움을 같이할 뿐 아직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지극한 마음으로 예배하고 귀명(歸命)하였는데, 말을 끝내고 나자 모든 용은 다 본래의 모습을 얻고 옛날의 몸을 회복하였다. 그러나 아직 저 산중(山中)에서 빠져나올 수는 없었다.
그래서 모든 용왕들이 다시 광미보살에게 말하였다.
“원컨대, 구제하여 주소서. 대덕의 말씀처럼 저 성인은 모든 중생을 괴롭히거나 어지럽게 하지 않고 항상 안락을 베푼다 하시니, 이 성실한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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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은 믿고 받아들일 뿐 의심하지 않습니다.
만약 중생을 가엾이 여겨 자비로운 마음으로 구제하시려면, 원컨대 빨리 오셔서 저희들로 하여금 저 마군의 감옥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옵소서.”
광미보살이 모든 용들에게 대답하였다.
“저 큰 성인은 지혜를 원만히 갖추었고, 모니여래께서는 마음이 모든 중생을 항상 가엾이 여기니라. 그래서 온갖 착함을 닦고 온갖 악함은 버려서 큰 슬픔[大悲]으로 널리 덮어 주며, 유전(流轉) 속에서도 용맹스럽게 정진하여 중생을 보리도로 제접해 인도하여서 그들을 안온하게 하고, 현재 인과를 보아서 부처님의 눈[佛眼]을 성취하며, 모든 보살마하살은 오랜 과거로부터 성내지 않은 인연으로 자애로움[慈]과 슬픔[悲]과 기쁨[喜]과 평정[捨]의 네 가지 범행(梵行)의 법을 죄다 원만히 갖추고, 또 보살마하살은 도행(道行)의 인연 속에 태어났으므로 인연의 태어남은 이미 갖가지 나쁜 갈래와 자비의 행을 다 말한 것이니라.
다시 저 부처ㆍ여래ㆍ세존께서는 한량없는 아승기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모든 불국토[佛刹]의 미진(微塵)에 한량없고 가이없이 머무르시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행을 청정히 하기 때문에 6바라밀을 원만히 갖추었으며, 보살마하살은 돌고 도는 생사의 바다를 벗어났기 때문에 큰 열반 지혜의 피안(彼岸)에 도달했느니라. 또 네 가지 마군을 파괴했기 때문에, 삼보의 종자를 끊어버리지 않고 계승했기 때문에, 법의 물[法水]로써 중생들의 모든 번뇌의 더러움을 씻어 청정하게 했기 때문에 여래는 이와 같이 반연을 영원히 여의고서 네 가지 범행(梵行)을 말씀하였느니라. 또 진여의 성품과 출리(出離)의 보양과 아견(我見)을 여읨과 모든 법의 다함없는 방편을 말씀하시니, 말하자면 5음(陰)과 18계와 12입(入)에 대한 실제(實諦)를 관찰하기 때문에 4대의 차별과 나고 죽음의 평등한 법이 다 멸진(滅盡)하게 되며, 방편으로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여의어 모든 번뇌의 체성(軆性)이 다 공하자 중생계(界)가 없어서 모든 반연을 여의고, 기쁨이 없으므로 기쁨을 여의고 행(行)이 없으므로 행을 여의고, 물질이 없으므로 물질을 여의고, 생각이 없으므로 생각을 여의고, 온갖 장애가 없으므로 처소가 있지 않고, 더러움이 없으므로 물들음이 없고, 어둠도 밝음도 없으므로 잡아가질 수 없고, 나[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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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남[他]이 없으므로 오고 감이 없고, 다름이 없으므로 행을 여의며, 나아가 일체의 음(陰)ㆍ입(入)ㆍ계(界) 등과 지혜 눈[智眼]의 체성까지 어둠도 아니고 밝음도 아니며 행도 아니고 생김도 아니며, 법계의 진실은 사라지지도 않고 파괴되지도 않아서 여여(如如)하여 생기지 않기 때문에 법계의 진실은 다 공함이니라. 그래서 과거의 모든 법속에서 다 요달하니, 이 참된 반연은 여래로부터 생기느니라.
만약 어떤 보살이 이 법속에서 피안(彼岸)에 도달하여 6바라밀을 원만히 갖춘다면 마치 허공처럼 색(色)을 여의고 닿임[觸]을 여의는 것이니, 이러한 마음이 장애 없는 지혜를 얻어서 일체의 온갖 소견[見]과 습기를 다 끊어 없애니, 이처럼 모든 번뇌를 여의게 되는 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이 네 가지 범행(梵行)의 법을 관찰함을 여읨이라 하느니라.”
이때 광미보살이 이 설법을 마치자, 저 대중 가운데 있던 사가라(娑伽羅)용왕과 비창가소지(毘昌伽蘇脂)용왕과 수마호로가사(須摩呼嚧迦沙)용왕과 호보(護寶)용왕 등, 이러한 용왕들은 이미 과거 보살행에서 복덕을 닦고 넓은 서원을 세웠으므로 전생 일[宿命]을 기억하는 즉시 광명 조요(照耀; 비춤)의 다라니를 얻고, 나머지 80나유타의 용들도 과거에 갖가지 원행(願行)을 닦아 왔으므로 모두 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서 삼매를 얻었다.
그때 광미보살은 곧 스스로 성인의 몸을 보살의 모양처럼 화작(化作)하고는 여러 선인과 함께 신통력을 타고 허공 속으로부터 여래의 처소에 이르렀다.
10) 염불삼매품(念佛三昧品)
그때 모든 용들은 광미보살의 말씀을 믿고 받아들이고서 다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에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단에 귀의하였다. 이들이 귀의할 때 마왕 파순(波旬)은 그 광경을 직접 보고 듣고서는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며 불안해하는 동시에 성냄과 근심으로 온몸에 땀을 흘린 채 손을 들어 머리를 만지면서 게송을 읊었다.
하하하, 보아라. 너무나 우습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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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함과 거짓으로 유혹하는 저 석사문(釋沙門)은
모든 용을 꼬여서 자기에게 귀의케 하고
또 중생까지 속여서 헤매게 하네.
미혹과 혼란의 길속에 망령되게 안립(安立)해서
진실이 아니면서 내 법이 진실하다고 하니
이 같은 진실한 법을 얻을 때라면
그 속에선 시종 잃지 않아야만 하네.
그때 파순이 게송을 설하고 나자, 그 대중들 가운데 이암(離暗)이란 한 마녀(魔女)가 있었는데, 그녀는 일찍이 과거 세상에서 뭇 공덕의 뿌리를 심었다. 마녀가 이렇게 말하였다.
“사문 구담(瞿曇)의 명칭과 복덕은 어떤 중생이 부처님 이름만을 듣고 일심으로 귀의하기만 해도 모든 마군이 그 중생에게 나쁜 짓을 더할 수 없거늘, 하물며 부처님을 직접 보고 법을 들은 사람이 갖가지 방편으로 지혜가 깊고 넓어진 것이랴. 부왕(父王)은 이제 여래와 그의 불도를 배우는 자에게 아무리 나쁜 마음을 일으키려고 하여도 끝내 그 마음을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이때 마왕이 말하였다.
“사문 구담은 진여(眞如)를 통탈하여 지혜가 광대하고, 공한 법 가운데 깊이 견고함에 들어가서 스스로 생사의 큰 바다를 이미 벗어났으며, 또 중생을 교화하여 죄다 출리(出離)하게 하였느니라.”
마녀가 대답하였다.
“부왕의 말씀과 같이 만약 공한 법에서 실제(實際)를 깨달은 자라면, 설령 천만 억의 마군일지라도 끝내 잠시라도 해칠 수 없을 것입니다. 여래께서 이제 열반의 도를 열어 보이시니, 제가 그곳에 가서 부처님께 귀의하고자 합니다.”
그리고는 곧 부왕을 위해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모습을 여의어 집착하지 않으니 사람 중에 뛰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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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如如)에 항상 머무심은 하늘 중의 높음이니라.
피안의 지혜성(智慧城)에 도달하셨으니
저도 이제 가서 부처님께 가서 귀의하렵니다.
3세의 모든 불법을 닦고 배워서
온갖 괴로워하는 중생을 해탈시키고
모든 법에서 자재로움을 얻었다면
미래엔 저도 부처님과 같기를 원합니다.
그때 이암이 이 게송을 설하고 나자, 부왕 궁중의 5백 마녀의 자매와 권속이 다 보리심을 내었다. 마왕은 그 궁중의 5백 마녀들이 모두 부처님께 귀의해 보리심을 내는 걸 보자 더욱 크게 성내고 두려워하고 근심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 이제 응당 대마왕의 힘과 대마왕의 위의를 행사해야겠다. 나의 궁중의 이 앉은 자리에서 신통의 변화를 극진히 하여 저 성인 모니의 머무는 곳과 모든 용들이 화합하고 모인 곳에다 큰 불돌[火石]을 만들어 허공에서 한꺼번에 퍼붓겠노라. 그리하여 저 용들과 광미 선인을 부수어서 멀리 흩어지게 하리니, 만약 그들이 흩어져 간다면 나 마왕의 궁중도 비로소 안락하게 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공중에서 큰 불 탄알[火雹]을 비처럼 퍼부었다.
이때에 여래께서는 신통력으로 저 불돌을 변화시켜 하늘 꽃을 만들었다. 그 꽃이 찬란하게 가라지(佉羅坻)에 떨어져 산꼭대기 성인의 머무르는 곳에 두루 가득 차서 충만하니, 모든 용들이 죄다 기뻐하였다.
이때 마왕은 그의 퍼부은 불 탄알이 성인의 머무르는 곳에 떨어짐을 보고는 곧 5백 마녀를 향하여 지시하였다.
“마녀들은 보아라. 이제 사문 구담에게 귀의한 저곳의 모든 용들과 그의 권속들을 내가 모두 부수어서 먼지처럼 만들었거늘, 하물며 나의 궁전이야 그들이 어찌 파괴할 수 있으랴. 만약 나의 궁중에서 구담께 귀의하려는 자가 있다면, 마땅히 저와 다름없이 부수어버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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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5백 명의 마녀는 다시 마왕 파순을 위하여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어떤 중생이라도 부처님께 귀의한다면
그 사람은 천억의 마군도 겁내지 않겠거늘,
하물며 생사의 흐름을 건너서
함이 없는 열반의 언덕에 도달한 사람이랴.
하나의 향기로운 꽃을 가지고서
불ㆍ법ㆍ승 삼보에 뿌리고는
견고한 용맹심으로 발심만 하여도
어떤 마군도 파괴할 수 없겠거늘
하물며 결정코 부처님 되길 구하면서
정성껏 한 가지 계율을 지니거나
또는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 곁에 와
한 구절 미묘한 법을 듣는 사람이라면,
즉시 물러남이 없는 보리도를 발하여
결정코 모든 중생 중에 높아서
부처의 금강불괴(金剛不壞) 몸을 얻고는
온갖 네 마군의 무리를 꺾어 부수리라.
원컨대 부왕께서는 저 모든 용들이
각자 갖가지 향기로운 꽃들을 뿌림을 보시오.
오직 부처님이신 세존만이 분명함 알고 계실뿐
이는 마왕의 경계가 아니랍니다.
유일한 도사(導師)님 세간에 처하셔서
뛰어난 불가사의를 말씀하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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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는 일 모두가 좋은 상서로서
능히 중생의 죄업을 없애나니,
우리들 과거의 한량없는 악도
일체가 남김없이 다 멸해지고
일편단심으로 성심껏 부처님께 귀의하고 나면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과(果)를 얻으리라.
그때 마왕이 이 게송을 듣자, 성내고 두려워하고 초조한 마음이 두 배로 늘면서 초체하고 근심하는 모습으로 홀로 궁중 안에 앉아 있었다.
그때 광미 보살마하살은 부처님 설법으로 모든 중생이 다 반연을 여의면서 네 가지 범행(梵行)을 얻은 걸 듣고는 공중에서 내려와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그의 대중과 함께 예배하고 바른 편으로 세 번 돌고는 물러나 멈추어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신 여래이시여! 저 4선(禪) 경지의 심념(心念)에 의지(依止)한 다라니를 말씀하여 주셨기에 이 다라니 주술(呪術)의 힘으로써 제가 과거를 기억해보니, 그 당시 어떤 두 바라문(婆羅門)의 아들이 탐욕으로서 죽을 죄를 범하여 관헌[官]에 수감된 적이 있었습니다. 아직 죽일 때가 되지 않아서 왕이 법관에게 감옥에 가두라고 명령하고는 반 달[半月]만에 한 끼의 밥을 주고, 다섯 묶음으로 몸을 얽어매고, 두 손과 두 발에 고랑을 채우고, 목구멍엔 재갈을 물리자, 그 죄인은 굶주림과 목마름을 견딜 수 없는 동시에 또 죽을 때가 임박함을 두려워하여 옥중에서나마 한마음으로 부처님께 귀의하였습니다. 당시 그는 만다라화향(慢陀羅華香)이란 부처님을 향하여 마음껏 멀리 구원해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러자, 그 부처님께서 중생과 저희들을 가엾게 여기시기 때문에 앉은 자리에서 곧 부처님 경계의 큰 신통력을 나타내고, 4선 경지의 심념에 의지한 다라니를 설법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부처의 능력으로 저 옥중의 두 바라문에게 이 4선 경지의 심념에 의지한 다라니를 듣게 하리니, 듣고 나서는 기뻐하면서 지극한 마음으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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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 하리라.”
이렇게 말씀하신 인연으로 그 모든 나쁜 업과 모든 장애, 말하자면 금생의 나쁜 업 장애이거나 과거 많은 생의 나쁜 업 장애이거나, 또는 번뇌의 장애, 법의 장애, 중생의 장애, 지혜의 장애, 생활의 장애이거나, 수명대로 살지 못하고 횡사하는 장애이거나, 태어나고 싶지 않은 지옥에 끌려가는 업력의 장애이거나, 청정한 불국토[佛刹]에 왕생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되지 않은 장애와 같은 모든 장애가 이 4선 경지의 심념에 의지한 다라니를 들은 그 인연으로 목구멍ㆍ손ㆍ발에 다섯 가지로 묶인 고랑과 재갈이 한꺼번에 자연히 풀어졌습니다. 그리고 옥중에서 다라니 힘을 얻고 신통력을 얻었기 때문에 감옥을 벗어나 허공 속으로부터 만다라화향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예배 공양하였으며, 거기에서 수명을 마치고는 곧 산광(山光) 불국토에 왕생하였는데, 그 불국토에 운색(雲色)이란 부처님이 계시므로 운색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기를 청원하였으며, 출가한 뒤에는 세세생생 한량없는 겁 동안 항상 공(空)의 불국토에서 불생(不生)을 얻고 언제나 부처님 세상, 즉 지금과 같은 찰토인 사바세계 삼천대천의 불국토를 만나니, 땅과 허공 나아가 아가니타천(阿迦膩吒天)까지 사람인 듯하면서 사람 아닌 것의 무리가 죄다 가득 찬 세계에 태어났습니다.
그때 저 불국토의 땅과 허공 나아가 아가니타천의 모든 중생들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든 중생이 나쁜 업과 모든 장애를 갖춘 탓에 저 부처님께서 그런 중생을 위하여 이 4선 경지의 심념에 의지한 다라니를 말씀하시자 몸과 입과 뜻의 나쁜 업이 죄다 제거되었으니, 이 다라니의 힘을 들으면 일체 3세의 모든 죄와 악업도 남김없이 다 없어집니다. 또 저 중생은 갖가지 대인(大忍)삼매 다라니를 얻게 되고 나아가 수명이 끝나려고 할 때 이 세간에서 죽은 뒤 소원대로 다른 청정한 불국토에 왕생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생각한 그대로 태어나서 전생일[宿命]을 알게 되어서 항상 부지런히 정진하여 10선(善)의 법을 행하고, 항상 다시는 3악취에 떨어지지 않으며, 또 항상 6바라밀을 닦아 행하고, 항상 4섭법(攝法)을 행하고, 항상 부처님을 보게 되고, 항상 법을 듣고, 항상 승가를 공양하며, 항상 4선정과 5신통을 얻고, 항상 네 가지 범행(梵行)을 원만히 갖추어서 세세생생 항상 저 법과 화합하여 함께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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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나아가 열반을 여읜 적이 없기를 염(念)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너는 중생을 크게 이익 되게 하려고 이와 같이 과거의 전생에 발심한 인연을 말하였도다.”
그때 세존께서는 다시 광미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자세히 들어라. 만약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 혹은 신심 있는 남자와 여자로서 3승(乘)과 그 밖의 도(道)에서 빨리 열반의 도를 증득하여 모든 괴로움을 없애고자 한다면, 일체의 들어 지닌 것이 마음에 있고 온갖 몸과 입과 뜻의 업을 청정히 하고자 한다면, 불법을 옹호하고자 한다면, 갖가지 이익, 즉 갖가지 의복과 음식이 풍부하며, 자재롭고 수승(殊勝)하고 단정하고 큰 힘을 지니며, 권속이 강성하고 국토가 편안하며, 지위가 높아서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으며, 총명과 지혜가 가장 존귀하고 뛰어나며, 다니거나 머무르는 4위의(威儀)가 항상 모자람이 없으며, 또 갖가지 보시ㆍ지계ㆍ선정을 즐겨하여, 모든 삼매 나아가 무색계[無色]와 유정(有頂)세계의 삼매를 얻으며, 다시 네 범천(梵天)의 행을 즐기려고 한다면, 또는 다라니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갖가지 일 얻기를 희망하면서도 저 나쁜 업이 굳고 무거워서 그 업이 장애하고 번뇌가 장애하고 나아가 청정한 불토에 태어나려 하여도 태어나지 못한다면, 그리하여 이러한 장애 때문에 갖가지 착한 서원이 마음과 부합하질 못해서 이러한 갖가지 나쁜 업을 빨리 다 없애고자 한다면, 이 중생은 마땅히 깨끗이 목욕하고 청결한 옷을 갈아입으며, 항시 채소만 먹되 매운 것과 냄새나는 것을 먹지 말며, 고요한 곳으로 장엄한 도량에서 가부좌하고 앉아서 생각을 바로 잡으며, 다니거나 앉을 때도 항상 부처님의 몸 모양[身相]을 염(念)하면서 마음을 어지럽게 하지 말고, 다른 반연의 일을 생각하지 말고, 하루 낮밤 혹은 이레 낮밤 동안은 다른 업을 짓지 말고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만을 생각하고, 나아가 부처님을 보되 작게 생각[念]하면 작게 보고 크게 생각하면 크게 보고, 나아가 한량없을 생각하는 자는 부처님 색신(色身)의 한량없고 가이없음을 보아야 하느니라. 저 부처님 몸의 32상(相)에서 그 하나하나의 상을 생각하기도 하고 관찰하기도 해야 다 명료해지리니, 보는 상(相)에 따라 푸른빛을 보면 그 광명의 상(相)에 전심전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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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하여 마음을 어지럽게 하지 않아야 하며, 동시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 주문을 외우느니라.
이와 같이 하나의 상을 마음 앞에 두고는 전심전력으로 어지러운 망상을 일으키지 않은 연후에 이 다라니 주문을 외우고, 나아가 부처님 몸의 상에서도 푸른빛이 나오는 광명을 생각해야 그 빛이 나와서는 수행하는 자의 정수리를 따라 들어가느니라. 그 때에는 마음을 안정시켜 놀래거나 겁내지 말고 조심해야 하며, 또 자신의 몸속에서 이 광명을 보면 저 푸른색처럼 이 푸른 광명이 자기 몸 속 팔ㆍ다리의 곳곳을 두루 다니고 나아가 온몸 속에서 불이 탄다고 생각해야 하며, 불이 탄 뒤에는 끝내 재[灰]가 되고 또 사방에 바람이 불어와 흩어진다고 보아야 하나니, 이렇게 생각할 때엔 자기 몸에 아무런 상도 없고 오직 허공만이 존재함을 보며, 나아가 시방이 죄다 허공이어서 한가지 색도 보지 않으리라. 이와 같이 부처님의 푸른색이 갖는 힘의 인연을 생각해야 주문을 외워 갖고서 이 행을 성취하리라.
선남자여, 만약 어떤 사람이 이와 같이 생각을 집중하여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4선(禪) 경지의 심념에 의지한 다라니를 배운다면, 이 중생은 모든 업의 장애와 번뇌의 장애와 법의 장애와 죄업이 다 없어지리라. 그러나 5역(逆)의 죄를 범한 자와 바른 업을 헐뜯거나 성인을 비방한 자는 제외되느니라.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이 이런 것을 좋아하는 자라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염불(念佛)삼매를 닦아서 하루 낮밤 사이에 능히 모든 불법을 외워 가지고, 그 밖의 온갖 외도와 열여덟 가지 논리와 지혜의 훌륭한 곳과 같은 갖가지 구의(句義)와 문장을 다 잊어버림 없이 기억해 지니고, 또 하루 낮밤 사이에 네 가지 선정과 네 가지 신통과 네 가지 한량없는 행과 네 가지 변재(辯才)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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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무색계의 삼마발제(三摩跋提)를 얻어서 이러한 법을 모두 원만하게 성취하리라.
이와 같이 수행하는 자라면 능히 손가락 한 번 튕기는 순간에도 하나의 불국토와 한량없는 불국토에 이르고, 또 한 발로도 이처럼 한량없는 찰토를 움직이는 동시에 이 불국토를 지나서도 흔들 수 있으며, 한 몸으로 가부좌하고 앉아서 능히 모든 불국토에 두루 가득하게 할 수 있고, 이러한 세계에 능히 물을 가득 차게 할 수 있고, 시방의 티끌 수도 다 헤아려 알 수 있고, 일곱 가지 보배로써 모든 국토의 경계를 가득 채울 수 있고, 또 저 사람은 다시 일념(一念) 사이에 생사의 업보와 과거ㆍ현재 미래의 모든 중생이 갖고 있는 심수(心數)를 다 알 수 있고, 또 저 수행자는 한 몸으로써 모든 부처님의 몸과 제석천(帝釋天)의 몸과 범천왕(梵天王)의 몸과 나라연(那羅延)의 몸과 마혜수라(摩醯首羅)의 몸과 사천왕의 몸과 전륜성왕(轉輪聖王)의 몸으로 화하여 만들 수 있고 나아가 물과 불로 허공을 가득 채울 수 있느니라.
또 이와 같이 염(念)하는 저 사람은 능히 일념 속에서 일체 시방의 땅과 허공에다가 갖가지 꽃을 채우고 일곱 가지 보배를 충만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뭇 향ㆍ일산ㆍ당기ㆍ의상(衣裳)ㆍ영락(瓔珞)을 일체의 허공에다 두루 가득 차게 할 수 있느니라. 또 어떤 사람이 지극한 마음으로 이 4선(禪) 경지의 염불에 의지한 삼매를 닦으면, 그 낱낱의 차별을 다 인식해서 통달하리라.
그럴 때에 저 중생은 이러한 한량없는 나쁜 업을 다 없애는 동시에 이러한 한량없는 복덕과 정진, 갖가지 삼매, 갖가지 다라니, 갖가지 인욕과 5신통을 다른 모든 승(乘)에서 빨리 만족시켜서 유전(流轉)의 바다 속에 결정코 조속히 벗어나게 되리라. 그러나 5무간(無間)의 죄를 범하였거나 법을 비방하거나 성인을 헐뜯는 자만은 제외되므로 이 법을 얻지 못하리라.
저 사람은 마땅히 49일(日)을 거쳐야 하나니, 이 4선 경지의 염불에 의지한 삼매를 깊이 닦아서 마음속에 훈습(薰習)해야 하고, 이 법속에서 항상 닦아 익힘을 설해서 여의지 않는 자라야 모든 죄가 다 없어질 것이니라. 만약 마음을 오롯이 하지 않는다면 그 죄가 둘로 나뉘어 다하고, 평상시에 용심한 것은 죄의 한 부분만 없어지니, 이와 같이 닦아 익힘에는 반드시 정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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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순수히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다할 수 있는 자라야 저 나쁜 죄가 비로소 다 없어지리라.
또 어떤 사람이 이 4선 경지의 염불에 의지한 삼매를 천상계에서 설하거나 인간계에서 설할 때 저 하늘과 사람들이 믿는 마음으로 이러한 삼매를 귀 기울여 들어서 안으로 스스로 사유하며 기쁨을 낸다면, 이 같은 사람은 옥중에 수감되어 다섯 묶음으로 몸을 얽었거나 혹은 다른 곳에서 쓰라림과 고통을 받더라도 그것을 다 벗어날 것이며, 나아가 생활할 길을 잃고서 다시 재물을 구하거나, 구타를 당하거나 불에 타거나 물에 뛰어들거나, 혹은 독약의 피해를 받거나 갖가지 원수의 침범을 당하거나, 온갖 귀신ㆍ온갖 환술과 국왕의 두려움이거나, 자기 집 안의 싸움이거나 다른 사람에게 멋대로 미움을 받거나, 죽음의 두려움이나 나쁜 갈래에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이러한 두려움과 모든 업이 다 없어지면서 사람ㆍ하늘 가운데 태어나리라. 만약 어떤 사람이 한 번만이라도 이 4선 경지의 염불에 의지한 삼매를 듣고서 지극한 마음으로 이러한 염불삼매를 믿는다면, 큰 세력과 큰 이익이 있을 것이니라. 사소한 용심(用心)에도 오히려 이러하거늘, 하물며 의혹이 없는 지극한 용심이야 어떠하겠느냐.”
이 염불삼매를 설법하실 때에 그 대중들 중에서 시방에서 온 하늘과 사람들 86빈바라 나유타 백천 명은 과거에 이미 이 삼매를 훈습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앞서 말한 것처럼 다 죄업을 없애고, 다시 84 나유타의 중생은 괴로움의 이치를 아는 지혜[苦智忍]를 얻고, 그 밖의 한량없는 중생도 이 삼매를 얻어서 혹은 수다원과(須陀洹果)에서 아라한과(阿羅漢果)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한량없는 중생이 보리심을 낼 때에 저 이암(離暗)을 비롯한 5백의 마녀들도 부처님의 신통력을 받아서 마왕의 궁중에 있으면서도 죄다 이 염불삼매를 얻고는 그들의 본래 모습을 버리고 남자 몸을 얻게 되니, 이는 과거에 일찍부터 이러한 염불삼매를 닦고 배운 까닭이니라.
그때 이 5백의 마녀들이 삼매와 남자 몸을 얻게 되자 기쁜 마음으로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고자 해서 일체가 큰 범천(梵天)의 몸으로 화하자 그 하나하나의 범왕(梵王)마다 한량없는 천억의 권속들이 둘러싸고, 혹은 한량없는 제석천(帝釋天)의 몸으로 화하자 역시 천억의 권속들이 둘러싸는데, 각각 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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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갖가지 음악과 갖가지 장엄으로써 하였다. 이렇게 화하고 나서 마왕의 궁전으로부터 내려와 부처님 처소를 향해 공양을 마련하니, 갖가지 꽃다발과 가루 향ㆍ바르는 향으로서 부처님 위에 뿌린 뒤에 부처님 발에 엎드려 절하고는 바른 편으로 세 번 돌고나서 한쪽에 물러나 머물렀다.
11) 승수미산정품(昇須彌山頂品)
그때 부처님께서 광미 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너는 이제 마땅히 알라. 저 모든 용들도 이제부터는 나쁜 갈래에 태어날 죄업이 다 없어졌느니라.”
다시 광미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이는 심념(心念)을 공으로 관찰했기 때문이니라.”
그러자 광미보살이 아뢰었다.
“그러합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청정한 계(戒)를 원만히 갖추었고, 여래께서 모든 용을 위해 장엄을 지으셨기 때문이옵니다.”
부처님께서 또 광미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때에 실제로 모든 용을 위해 불가사의 업보의 차별을 널리 말하려고 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때 모든 욕계ㆍ색계의 하늘, 나아가 야차(夜叉)ㆍ구반다(鳩槃茶) 등이 허공으로부터 갖가지 꽃을 비처럼 내리고 갖가지 향을 뿌리고 의복ㆍ당기와 7보의 영락(瓔珞)과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의 갖가지 기예와 음악을 일시에 함께 노래하고 찬탄하면서 미묘한 음성을 내자, 이것을 보고 들은 인간과 비인(非人) 무리들까지도 다 공경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방으로 살펴보시다가 북방을 바라보면서 이곳의 산이 수미산과 더불어 저 욕계ㆍ색계의 하늘과 근접한 산임을 아셨다.
이때 여래께서는 여러 대중의 보살ㆍ성문과 하늘ㆍ사람ㆍ용신(龍神)과 모든 8부 대중들에게 사면으로 둘러싸인 채 앞뒤로 호위를 받으시면서 수미산을 향하셨다. 여래께서 산 밑으로부터 차차 올라가려고 발걸음을 옮기시자, 큰 범천(梵天)들이 부처님께서 수미산 꼭대기까지 올라가시려는 것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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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곧 7보의 층층다리[階橋]을 만들고 모든 하늘 옷[天衣]과 꽃ㆍ향ㆍ향 가루로 갖가지 장식을 하였으며, 이렇게 하고 나서는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제가 만든 층층다리 위로 다니옵소서.”
이에 따라 타화락천(他化樂天)도 부처님을 위하기 때문에 염부제의 황금으로 보배다리[寶橋]를 만들고는 용전단(龍旃檀) 가루를 다리 위에 뿌려 두고 이렇게 말했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제가 만든 다리 위로 다니옵소서.”
화자락천(化自樂天)도 부처님을 위하기 때문에 모든 하늘의 금[天金]으로 보배다리를 만들고는 갖가지 미세한 우두전단(牛頭旃檀) 가루를 다리 위에 뿌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제가 만든 다리 위로 다니옵소서.”
도솔타천(兜率陀天)도 부처님을 위하기 때문에 모든 하늘의 은[天銀]으로 보배다리를 만들고는 갖가지 시기에 맞게 나오는 미묘한 검은 전단향[黑旃檀] 가루를 다리 위에 뿌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제가 만든 다리 위로 다니옵소서.”
수야마천(須夜摩天)도 여래를 위하기 때문에 하늘 유리[天琉璃]로 보배다리를 만들고는 갖가지 다마라 잎[多摩羅葉]의 가는 향 가루를 다리 위에 뿌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원컨대, 제가 만든 다리 위로 다니옵소서.”
제석천(帝釋天)도 부처님을 위하기 때문에 붉은 진주(眞珠)로써 보배다리를 만들고는 하늘 전단향의 갖가지 보배 가루를 다리 위에 뿌리고, 또 하늘 비단[天繪]과 7보의 그물을 다리 위에 덮어 두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제가 만든 다리 위로 다니옵소서.”
이와 같이 큰 사천왕도 진귀한 하늘의 석장보(石臧寶)로써 부처님을 위하여 보배다리를 만들고는 역시 미세하고 묘한 갖가지 하늘 옷으로 다리 위를 덮으면서 이와 같이 말하였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제가 만든 다리 위를 밟고서 수미산에 올라가옵소서.”
이때 네 명의 큰 아수라왕(阿修羅王)과 그의 권속들도 여래를 위하기 때문에 그들이 생산한 마사라(摩娑羅) 보배로 보배다리를 만들고는 하늘 금ㆍ은의 미세한 가루를 다리 위에 뿌리면서 역시 이런 말을 하였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제가 만든 다리 위를 다니옵소서.”
그때 세존께서 저 모든 범천ㆍ제석ㆍ사천왕ㆍ아수라왕들을 가엾이 여기어서 일시에 여덟 부처님의 몸으로 화현했는데, 그 부처님마다 32상(相)과 80종호(種好)가 조금도 다름이 없고, 8부ㆍ4부의 대중과 보살ㆍ성문들이 둘러싸서 모셨다.
저 모든 하늘과 아수라들이 이렇게 온갖 장엄을 크게 베풀고 나자, 그때 부처이신 세존께서는 즉시 보배다리를 밟고서 수미산에 오르시는데, 혹 일어나는 곳이 있기도 하고 혹 사라지는 곳이 있기도 하면서 저 여덟 부처님의 몸이 아주 밝게 빛나면서 하나하나의 부처님의 몸이 다 광명을 놓으니, 마치 백천억 해와 달의 광명이 일시에 비추는 것과 같았다.
이와 같이 여덟 부처님의 몸에서 광명을 내자, 때마침 가라제산 성인의 처소에 모여 있던 용들이 이것을 보고는, 모두 이상하게 여겨서 말하였다.
“이들은 어느 곳에 있는 여덟 명의 큰 호세(護世)이길래, 지금 수미산에 와서 의지하는 것일까?”
그때 난타(難陀)와 우바난타(優波難陀)용왕이 이렇게 말하였다.
“이것은 범천이 일체의 욕계와 색계에 둘러싸여서 머무는 것이니, 모든 하늘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야지 지혜의 피안에 도달하느니라. 우리들을 가엾이 여긴 때문에 이곳에 이른 것이니, 지금 모든 용이 이 괴로움의 감옥을 벗어나고 싶다면 다 예배하고 공경해야 하리라.”
아나바답다(阿那婆蹋多)용왕은 또 이렇게 말하였다.
“이는 범천이 아니고 바로 마왕이니라. 욕계에서 위력(威力)이 자재하여 우리들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처자 권속에게 다 둘러싸인 채 욕계의 모든 중생을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여기에 와서 우리 용들의 고액(苦厄)을 구제하는 것이니라.”
지리치색(地利致色)용왕은 또 이렇게 말하였다.
“이는 마왕이 아니고 바로 욕계의 타화천왕(他化天王)들이 일부러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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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 모든 용을 해탈시키려 하기 위한 것이니라.”
그때 대중 속에서 모든 용왕들이 큰 소리로 외치면서 말하였다.
“원컨대 여러 하늘께서는 우리를 해탈시키소서, 우리를 해탈시키소서. 그리하여 우리에게 안락을 주어서 빨리 이 지옥을 벗어나게 하소서.”
그때 사가라(娑伽羅)용왕은 다시 이런 말을 하였다.
“이것은 도술천이나 화락자재천 따위가 아니고 바로 천주(天主)이신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놓으신 광명이니라. 그 광명이 욕계와 사천하를 비추어서 저 사방의 중생들이 착한 법을 즐거워함을 관찰함이니, 너희들은 모두 자비심을 일으켜 다시는 성내지 말 것이며, 저 하늘들에게 해탈을 빌어서 빨리 이 괴로움을 벗어나야 하리라.”
선주(善住)용왕은 또 이렇게 말하였다.
“이는 제석도 아니고 바로 모든 색계의 하늘들이 선정의 즐거움을 버리고 그곳에서 내려와 법비[法雨]를 퍼부어 중생들에게 즐거움을 주려고 함이니, 너희들 모든 용은 지극한 마음으로 예배하고서 구제를 빌어야 하리라.”
비창가소지(毘昌伽蘇脂)용왕은 또 이런 말을 하였다.
“이는 색계의 하늘이 신통력으로 온 것이 아니고 바로 사천왕 비사문(毘沙門)등이 사방을 옹호하기 위해서 각자가 권속을 거느리고서 여기에 온 것이니, 이는 죄악의 모든 중생을 없애려는 것이니라.”
보호(寶護)용왕은 또 이런 말을 하였다.
“이는 사천왕이 아니니라. 내가 보건대, 그들은 물들인 옷을 입고,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몸에는 가사(袈娑)를 걸치고, 상호(相好)가 단정하고, 위덕(威德)이 자재로워서 모든 하늘ㆍ사람들이 우러러보고 공경히 공양하고 합장하여 둘러싸기를 마치 해와 달을 하늘의 별들이 두루 둘러싸는 것처럼 하니, 이 여덟 성인은 밝게 드러난, 견고하게 조명(照明)하는 몸의 자색 금광[紫金光]과 32상(相)으로 일체에 자비로워서 삼계(三界) 속에서 공양을 받는 것이니라.”
비창가소지(毘昌伽蘇脂)용왕은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진실한 도사(導師)께서 여기에 오심을 우리가 친견하였으니, 이 도사는 일체의 중생을 능히 구제하고 수호해서 괴로움의 바다를 소진시키고 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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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에서 해탈의 즐거움을 줄 수 있으리라. 이제 곧 수미산 꼭대기에 머무르게 됨은 이러한 세존의 신통력 때문이니, 이 수미산 꼭대기가 홀연히 더욱 탁 트여서 84백천 요자나가 되느니라.”
그때 욕계ㆍ색계의 모든 하늘들이 각각 여래를 공양하기 위하여 7보의 층층다리[階橋]를 만들었다. 그 누각(樓閣)의 단계가 차례로 높아서 위로는 아가니타천(阿迦膩吒天)까지 이르렀는데, 갖가지 불가사의한 하늘 유리와 비단 그물로써 찬란하게 장식함이 마치 둘도 없는 교묘한 보배일산과 같아서 모든 중생이 아무리 보아도 싫증을 내지 않았으며, 한량없는 백천의 갖가지 진귀한 보배로써 장엄하고 갖가지 하늘의 옷과 갖가지 영락ㆍ일산ㆍ비단ㆍ당번(幢幡)과 북[鼓]ㆍ종ㆍ방울ㆍ꽃ㆍ향ㆍ풍악과 같은 공양이 허공에 두루 가득하였다.
그때에 세존께서 제석천에게 말씀하셨다.
“천주여, 이 삼천대천세계의 사바 찰토와 일체의 부처님과 큰 보살마하살, 큰 아라한ㆍ성인ㆍ선인과 또는 복덕을 즐기는 대력(大力) 마왕과 그 밖의 온갖 색계ㆍ욕계의 하늘ㆍ용ㆍ야차와 사람인 듯하면서 사람 아닌 무리들은 죄다 이 삼천대천세계 불국토에 머물러서 수용(受用)이 다 끝나니, 이처럼 제석아, 이 수미산에도 여래 세존의 시방 불국토와 여러 곳에서 온 보살과 큰 아라한ㆍ성인과 복덕을 즐기는 마왕과 대덕(大德)의 여러 하늘, 나아가 용ㆍ야차ㆍ나찰과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무리들이 이 수미산에 다 머무르게 된다면, 그대들 여러 하늘도 마땅히 오는 세상에는 세력을 많이 얻으리라.”
그때 제석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약 부처님께서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신다면, 이 삼천대천세계의 사바 찰토 속에 있는 보살과 큰 아라한ㆍ범천왕ㆍ마왕ㆍ타화락천ㆍ제석천과 나아가 이 사바세계의 모든 천왕ㆍ용왕ㆍ야차왕ㆍ건달바왕ㆍ아수라왕ㆍ가루라왕ㆍ긴나라왕ㆍ마루라가왕들을 이렇게 수용하는 신통력을 지으소서. 그리고 다시 큰 세력을 지닌 복덕의 중생과 하늘 중의 성인과 사람 중의 성인으로서 모두 부처님을 공양하고, 부처님을 뵈옵고, 부처님께 예배하고, 부처님 법을 듣기 위하여 찾아온 이러한 무리들까지 이 수미산에 다 수용한다면, 저희들은 오는 세상에 더욱 수승한 즐거움으로 크나큰 안온함을 얻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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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세존께서 제석천의 말을 받아들여 그 속에 머무르셨다. 단정히 앉아서 정념을 갖추고 기쁜 얼굴로 빙그레 웃었는데, 웃고 나서 입에서 갖가지 광명을 내시자 그 푸르고 누르고 붉고 희고 파리색(頗梨色) 같은 찬란한 광명이 삼천대천세계 불국토의 백억 마왕의 궁전과 백억 제석천의 궁전과 백억 범천왕의 궁전과 백억 모든 천왕의 궁전과 백억 아수라왕의 궁전과 백억 성인 모니의 머무는 곳에 비추었으며, 이 모든 광명이 이렇게 비추고 나자 앞서 말한 복덕을 즐기는 모든 대력 마왕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놀라면서 저마다 광명을 찾아 신통력을 타고서 일념 사이에 이 수미산 꼭대기까지 도달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신령스런 광명을 나타내고 난 뒤에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천주여, 이와 같이 삼천대천세계의 1불국토 속에는 백억의 수미산왕이 있으니, 이때엔 모두 수미산 중에서도 이 수미산이야말로 가장 존귀하고 가장 훌륭하리라. 왜냐하면 나와 하늘ㆍ사람 모두가 여기에 모여서 이 수미산에 수용되어 모든 용을 제도하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말씀하실 때에 한량없는 백억의 제석천과 모든 범천이 다 매우 기뻐하였으며, 이러한 여래의 신통력 때문에 네 용왕도 다 저 성인의 머무는 곳으로부터 벗어나서는 각각 자기의 곳에 돌아갔다. 이른바 사가라(娑伽羅)용왕은 남방의 큰 해안(海岸)속에 돌아가 수미산처럼 큰 그의 본래 모양을 회복하고, 나아가 머리를 들고는 제석의 궁전에 이르러서 스스로 부처님을 뵈었으며, 이와 같이 서방의 호보(護寶)용왕과 북방의 비창가소지(毘昌伽蘇脂)용왕과 동방의 소마호로차(蘇摩呼嚧叉)용왕도 저마다 큰 바다의 옛 궁중에 돌아가 본래의 모양을 회복하고, 나아가 수미산처럼 큰 머리를 들고는 스스로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을 뵈었다. 그러나 나머지 한량없는 나유타 백천만억의 용들은 여전히 저곳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으니, 그때 저 모든 용들은 큰 성인을 향하고서 이렇게 하소연하였다.
“원컨대 저희들을 구제하소서, 원컨대 저희들을 구제하소서. 그리하여 이 감옥 속에서 빨리 해탈하게 하옵소서.”
그때 난타(難陀)용왕과 우바난타(優婆難陀)용왕이 가라제산의 성인이 계시는 곳에서 각자의 몸으로 수미산에 의지하여 큰 다리[橋]를 만들어 제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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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에 닿게 하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이 다리를 밟고서 수미산 꼭대기로부터 내려오시어 성인의 처소에 자리를 정하시고는 모든 용들이 귀의하도록 법을 설하여 주소서.”
그때 제석천은 생각하였다.
‘이 용들은 몸이 거칠어 독기가 있고 껍질이 추악하므로 혹시 여래께 상처를 남겨서 불편하지나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하늘 옷[天服]으로 용의 몸을 덮어주며, 또 하늘의 우두전단(牛頭旃檀)과 우라가사라(優羅伽娑羅)전단과 다마발향(多摩跋香)의 세 가지 향과 갖가지 하늘 꽃을 다리 위에 뿌리고 동시에 용을 가리어 주었다.
그러자 가라지(佉羅坻)의 모니(牟尼)가 계시는 곳이 부처님의 신통력 때문에 다시 84억 나유타 백천 유순으로 더욱더 넓어졌으며, 그곳이 넓어지자 큰 범천왕은 하늘의 금ㆍ은으로서 사자수미보좌(師子須彌寶座)를 만들고는 온갖 깃발ㆍ꽃ㆍ휘장ㆍ일산 등을 장엄하고 안치하였다.
그때 모든 용왕들이 이 사실을 듣고는 각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가엾이 여기시어 저희들의 괴로움을 구제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용왕이여, 그대들은 우선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생각하여라. 내가 반드시 그대들을 구제하리라.”
그때 세존께서는 수미산 꼭대기에 계시면서 장로 교진여(憍陳如)에게 말씀하셨다.
“교진여야, 모든 부처님의 경계인 분신신통(奮迅神通)의 가피력(加被力)으로 이와 같이 법을 설하나니, 이 모든 삼천대천 사바세계의 불국토 속에 있는 일체의 한량없는 중생, 그 중생들이 나의 설법을 듣고 법을 받아 지닐 수 있는 자이니라.
교진여야, 일체의 모든 법은 다 덧없고[無常], 일체 모든 법의 생겨나고 머무는 것도 덧없으니, 왜냐하면 생(生)의 인연이기 때문이니라. 눈의 식별[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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識]로 생겨나는 듯하고, 생겨나고 나면 머무르고, 머무르고 나면 생각[念]하고, 생각하면 다시 생겨나니, 이것이 바로 괴로움이니라. 이 생(生)의 인연이란 바로 괴로움의 생겨남이고, 바로 헌데[癰瘡]이고, 바로 12인연이고, 바로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인연이어서 이처럼 생각생각[念念]마다 생겨나고 사라지느니라.
눈의 인연처럼 귀ㆍ코ㆍ혀ㆍ몸도 마찬가지니라. 교진여야, 머무름이 비록 잠시라 할지라도 소멸함이 있으면 다시 점차 생겨나나니, 이것은 비유하자면 마치 창(窓)과 같아서 이것이 생겨나고 머무는 인연이고 이것이 괴로움의 인연으로서 백 가지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있느니라. 이와 같이 굴러가는 점점 생겨나는 인연으로 눈이 보아서 업을 지으니, 보는 데 따라 생각이 따르고, 생각에 따라 업을 지어서 그 나고 죽음을 짓는 인연이 무궁하느니라.
교진여야, 가령 눈이 적멸(寂滅)하다면, 광명이 사라지기 때문에 온갖 색을 보지 못하리니, 마치 저 해가 사라지자 창(窓) 속에서 볼 수 없는 것과 같으니라. 만약 인연이 사라지면 모든 걱정이 멸하고, 12인연 일체가 적멸하고, 나고 죽음도 적멸한 것이 마치 저 해가 사라진 인연과 같으니, 귀ㆍ코ㆍ혀ㆍ몸도 또한 마찬가지니라.
교진여야, 만약 마음이 적멸하다면 모든 반연도 적멸하리니, 이 창(窓)의 인연이 본래 나지 않은 것처럼 일체의 만법도 또한 마찬가지니라. 이것을 이름하여 괴로움이 멸하니 모든 걱정이 멸하고, 12인연 일체도 멸하고, 궁극적으로 나고 죽음도 다한다고 하나니, 모든 한계[邊]가 있는 것은 다 마찬가지니라.
교진여야, 중생들은 눈의 나고 멸함을 알지 못하고 귀ㆍ코ㆍ혀ㆍ몸의 물들임에 따르니, 이 때문에 다섯 갈래 속에 헤매게 되는 것이니라. 그러나 우리의 성스러운 법은 능히 나고 죽음을 여의고 피안(彼岸)에 이르니, 이 때문에 여래는 모든 눈의 나고 멸함을 끊기 위해서 법을 설하며, 또 괴로움을 끊고 고행하는 법을 연설하여 모든 괴로움 속에서 그 근저까지 다할 수 있느니라. 그러므로 여래께서 이 법을 다 얻고 나서는 일체의 범천들 중에서 큰 범천이고, 일체의 하늘 중에서 큰 하늘이고, 사람 중에서 큰 사람[大人]이고, 사문 중에는 큰 사문이고, 바라문 중에서 큰 바라문이고, 대자비 중에서 최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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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비이고, 더 이상 위가 없는 존귀한 대장부이고, 이미 생사의 흐름을 건너 피안에 이르렀고, 모든 세간에서 가장 훌륭한 단나(檀那)이고, 담마(曇摩)이고 승염마(僧琰摩)이니라.
어떤 것을 단(壇)이라 하는가? 이른바 버리고 베풂[捨施]이니라. 이 버리고 베풂은 자기의 머리ㆍ눈ㆍ손ㆍ발과 팔ㆍ다리ㆍ뼈마디까지도 죄다 버리고 베풀 수 있거늘 하물며 다른 물건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으니, 이것을 이름하여 단이라 하느니라. 담마란 어떤 것인가? 청정한 계율을 지니는 것이니라. 어떤 사람이 와서 머리를 요구할 때에 머리를 베어 주는 일이 있을지라도 마음에 성내거나 미워하지 않고 자비를 잃어버리지 않음이니, 이것을 담마라 하느니라. 승염마란 어떤 것인가? 6근(根)을 버리지 않는 한마음[一心]의 선정과 모든 복덕, 언어, 송지(誦持),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니라. 이 두 가지를 사량(思量)하고 사념해서 닦고 나면, 이 두 종류를 이름하여 승염마라 하나니 일체 중생의 평등한 심법(心法)이니라.
담마나 단나처럼 버리고 베푸는 법과 승염마와 4범행(梵行)의 법과 8정도(正道) 등의 법을 자비로운 마음으로 훈습했기 때문에, 그리하여 이 모든 법을 한량없는 겁 동안 자비로운 마음으로 닦았기 때문에 내가 얻은 모든 법을 중생들에게 널리 선포하여 연설할 수 있고, 또 도사(導師)가 되어서 중생을 가엾이 여겨 그 뜻을 펼쳐서 이 일을 연설하는데도 아무런 결함이 없었느니라. 너희들은 이제 한마음으로 믿고 받들면서 모든 선정을 익히고 배워야 하나니, 갖가지 고요한 곳이나 나무 밑, 무덤 사이, 바위ㆍ언덕의 중간에 머물러서 좌선(坐禪)하여라. 생사를 다하기 위해 부지런히 정진하여 몸과 마음을 게을리 하지 말고 저열한 마음[下心]을 일으키지 말지니, 성취한 것이 없으면 죽을 때엔 뉘우치고 근심하게 되느니라.
이처럼 내가 가르치는 모든 법을 연설하고 나자, 이 사바세계 삼천대천의 불국토[佛刹] 속의 백억 사천하, 그 중 하나의 사천하마다 무량억 나유타 백천 중생이 있는데, 그 중생들이 갖가지 선근과 복덕을 원만히 갖추어서 혹은 다라니를 얻기도 하고, 혹은 인(忍)을 얻기도 하고, 혹은 법의 눈[法眼]을 얻기도 하고, 혹은 수다원(須陀洹)에서 아라한(阿羅漢)까지 얻기도 하고, 혹 어떤 중생은 지옥ㆍ축생ㆍ아귀 속에 있더라도 그 나머지 나쁜 업보가 죄다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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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기도 하고, 이와 같이 야차(夜叉)의 빈궁한 인연도 일체가 다 소진해서 큰 부귀를 얻기도 하고, 또 어떤 빈궁한 중생이라도 나쁜 업보가 없어지는 동시에 나쁜 병도 제거되기도 하고, 감옥에 있는 중생까지도 다 해탈하기도 하였느니라.”
그때 사가라(娑伽羅)용왕이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을 읊어 찬탄하였다.
참된 황금이 더러움을 여의니 보름달 얼굴이며
청정한 행을 갖춤은 가장 훌륭한 복밭일세.
삼계의 하늘ㆍ사람ㆍ용 가운데 가장 존귀해서
능히 중생의 더러움과 괴로움을 제거하시네.
보시ㆍ지계ㆍ인욕 그리고 정진으로써
진실하고도 평등한 마음을 성취하시어
모든 용을 해탈시켜 안락을 베풀고는
그 옛날 서원(誓願)의 힘을 기억하셨네.
자비로써 오랫동안 온갖 업행(業行)을 닦아
그 견고함이 모든 중생들보다 뛰어나서
온갖 쓰라림과 괴로움을 받으면서도
저 용들이 받는 고뇌를 잊지 않으시네.
갖가지로 유전(流轉)하면서도 제도할 수 있어서
생사의 바다를 건너 피안에 이르게 하고
자신(自身)의 해탈로 모든 중생을 구원하시고
지혜의 물로 용을 씻어 청정하게 하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