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추석 명절 기분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산업화의 물결 속에 우리의 전통 문화가 시나브로 사라져 가더니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맞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전통과 관습은 굳이 찾을 대상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명절 때 고향을 찾는 귀향객에게서 그 분위기를 읽을 수 있을 따름입니다. 편리한 현대도 싫지는 않지만 불편한 과거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추석 명절도 그런 과거의 유물이 된듯합니다.
김천 YMCA는 시민운동 단체입니다. 척박한 사회운동 토양 속에서도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소임을 다 하는 김천 Y를 볼 때 종사하는 활동가들에게 경이의 마음을 갖게 됩니다. 우리의 운동도 과거에는 변혁적 성격이 강했던 적이 있습니다. 민족 모순과 계급 모순이 중첩되어 '변혁'이 아니면 대안이 없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의 힘으로 사회가 성숙되고 인간 삶의 질도 고양된 지금 운동의 대중화도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시민 모두가 공감하고 할께 할 수 있는 운동, 이런 운동이 오늘날 사회운동의 중추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김천 지역에서는 김천 Y가 그런 몫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친구요 편안한 안식처와도 같은 운동 단체, 그것은 일의 내용에서도 어느 정도 감지됩니다. 사회의 소외계층을 찾아 함께 하는 YMCA, 후원하는 자와 받는 자를 연결지어 하나 만들어 주는 단체, 이런 김천 Y가 갑자기 자랑스럽게 여겨집니다.
오늘(9월 8일) 그런 행사가 YMCA 강당에서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8월 한가위 독거노인 위안 잔치'. 김천 시내에 혼자 사시는 노인 분들을 모셔서 점심 식사를 대접하고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는 행사입니다. 잔치라는 용어를 쓰기가 알맞은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노인 분들과 봉사자들 합해서 40 여 명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음식은 자원 봉사자들이 이웃 서문교회 식당을 빌려 밤 새워 준비한 것들입니다.
점심 식사 메뉴는 비빔밥입니다. 가지각색의 야채가 가지런히 썰린 모양으로 자기 그릇들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콩나물, 고사리, 당근에 시금치, 버섯, 도라지 등 비빔밥에 들어갈 야채가 아주 다양합니다. 거기에다 김과 고추장까지 적은 양의 밥을 담았지만 야채로 인해 큰 주발이 가득했습니다. 송편과 흰떡 등 추석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음식들로 상은 너무나 풍성한 기분이었습니다. 식사를 하기 전에 감단한 몸 풀기가 있었습니다. 김덕기 실장이 진행했는데, 서로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하는 레크레이션 율동시간이었습니다.
제가 감사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김문수 이사장의 인사말씀과 김영민 사무총장의 간단한 환영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사회를 맡은 이현자 실장의 소개에 의하면 김천 지역 여러 곳에서 골고루 참석하셨다고 합니다. 영락교회에서 오신 분들, 봉계와 태화 덕천에서 오신 분들, 장애인 사랑교회 교우들 등 초청된 노인 분만해도 20여명이 넘는 것 같았습니다. 거기에다 자원봉사자들까지 합치니 금세 잔치 분위기를 내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선물을 마련해서 선정된 홀로 사시는 노인 분들께 가가호호 방문해서 직접 선물을 전달했지만, 금년 추석엔 어렵지만 YMCA 강당으로 모셔서 직접 뵙고 친교를 나누면서 가실 때 선물을 전달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었습니다. 노인 분들이어서 오시기가 좀 불편한 점은 있지만 직접 만나서 친교를 나누니 의외로 좋은 점들이 많았습니다. 제법 묵직한 상자 속 선물은 송편과 흰떡, 과일 그리고 김과 양말 등을 내용물로 하고 있었습니다. 모두 한가위를 연상하게 하는 먹거리들입니다.
실무자들과 자원 봉사자들의 노고가 컸을 것입니다. 섬김이 생활의 일부가 된 사람들입니다. 오래간 만에 김천 Y에 들렸는데, 그 중엔 낯익은 얼굴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봉사의 고삐를 풀지 않고 있다는 말이 될 것입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만한 오늘날이라고 하지만 봉사와 섬김은 식지 말아야 할 덕목임이 분명합니다. 김천 Y에서 그런 덕목의 실천가들을 만나 대화하는 기쁨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올 때 저희 교회에서 간 박옥남 집사님과 김종말 집사님 두 분에게 선물이 한 상자씩 전해졌습니다. 이현자 실장님이 1층 차 타는 곳까지 배달해 주었습니다. 언제 만나도 기분 좋은 사람들, 섬김의 자리는 낮은 자리이고 종의 자세를 가져야 할 자리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들이 잘 풀리고 사역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면 김천 Y 종사자들과 함께 마음껏 일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오늘 수고한 Y 실무자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첫댓글 누구를 섬김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뜻과 정성을 담아
외로운 어르신들을 섬기신YMCA 분들 아름다운 분들이십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