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다 - 백우진 이혜인 / 이관훈 기획
July 14 - August 8, 2010
2인전에서 중요한 점은 같은 주제에서 자기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기획의도에 맞게 잘 어우러지는가의 문제다.
두작가 모두 살아 온 환경이 다를 것이고 예술관이나 작업태도도 다를 것이다.
이번 '짓다'전에선 비교적 작가 자신만의 집을 제대로 지으면서도
하나의 맥락으로 잘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좋은 기획이다.
버스 뒷구멍에 서있는 것처럼 숨이 턱턱막히는 도시의 열기를 뒤로하고
지하실로 내려오니 어두컴컴하고 시원한 기운이 상큼하기까지 하다.
전시장을 압도하는 아치형같기도 하고 동굴속의 새끼 동굴같기도 하고
어미의 자궁같기도 한 작가 '이혜인'의 집이 우선 눈에 띈다.
어른 하나가 겨우 들어가 안쪽의 뭉게진 듯한 그림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커다란 화산 분화구, 그 주변에 폐허가 된 지역들, 제각기 살아가는 인간들
전혀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파라다이스'라는 희미한 간판이며
어떤 구체성이나 주제를 알 수 없는 모호한 그림들이다.
내용인 즉 이혜인 작가 유년시절의 기억 언저리의 것들이다.
이혜인 작가는
"무엇을 그릴까?를 생각하면 아무런 대답도 얻지 못한다.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가?를 알기 위해 애쓴다"
고 했다. 비단 그림을 그릴때만은 아닌 것 같다. 인생의 모든 밑그림에 있어
내가 무얼 그릴까 보다는 나의 어떤 모습이 보고 싶은가 무얼 보고 싶은가를
생각해 볼 일이다.
그녀의 집을 통과할 때 마다 묘한 안정감을 얻는다.
엄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느낌이다.
백우진의 집은 뾰족한 미니 고딕양식이다.
삐걱거리는 그 집 사이를 지나 헐벗은 시멘트 공간에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이다.
온동네 고물상은 다 뒤진 듯 하다. 거꾸로 매달은 지구본,제멋대로
서버린 고장난 시계, 생뚱맞은 샤워기, 촌발 날리는 녹색분재와 빈 화분들,
매우 불편해 보이는 간이 의자, 정수기 부품이지 모를 정체불명의 모타와
빨간 다라이, 인공의 녹색 바닥....
어린 시절 소꿉놀이 할때 이거 저거 다 주워와서 모래로 밥해놓고
집안 살림꾸미고 하면서 느껴지는 그 성취감은 대단한 기억이다.
백우진은 그런 기억들을 더듬으며 파편들을 모으고 전시하며 그 때를 추억한다.
미술과 환경의 접점을 찾아 많은 상징들을 담고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사루비아 전시공간과 잘 어우러져서 마치 다른 세상,
다른 요새에 있는 듯한 묘한 공간적 체험을 안겨준다.
전시는 이번주 일요일 8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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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한 공간, 아 우슬님 표현이 참 감칠맛 납니다.저도 전시 두꺼운 커버 2종류인줄 알고 모두 집어왔어요 사실 앞뒤로 1장인것을, 저는 노안 증상이 일찍 온 연유로다가 백우진 작품은 잠깐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