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산하고 불규칙적인 음악을 배경으로 조용히 다가와 순식간에 사람들을 삼키는 거대한 식인 상어.
영화 '죠스'에 나오는 백상아리의 모습이다. 놈의 이빨은 섬뜩하다.
칼처럼 날카로워 스치기만 해도 먹이를 벤다. 여러 겹으로 난 치열은 절단기처럼 먹이를 단숨에 자른다.
그래도 영화에서 가장 공포를 극대화시킨 건 마치 영혼이 없는 듯 무표정한 상어의 검고 둥근 눈이었다.
이처럼 끔찍한 눈을 가진 대형 백상아리가 최근 동해안과 남해안에서 잇따라 잡혀 어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바다에서도 백상아리는 오래 전부터 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후기 실학자 한치윤이 쓴 '해동역사'에는 '5월 이후에는 큰 물고기가 있어 사람을 해치므로
바다 속에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기록이 있는데,
여러 정황으로 미뤄 이 물고기가 백상아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최윤 지음 '상어')
하지만 백상아리는 그동안 서해안에서 5~6월께나 돼야 나타나곤 했는데
올해는 동해안과 남해안에서 2~3월부터 잡히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 모든 바다에서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모두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상어는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회유 어종인데 지구 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회유 시기가 빨라졌으며,
먹잇감인 고등어가 난류를 타고 한반도 연안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이를 쫓아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사실 바다에서 백상아리를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방송사 등에서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몇 달 이상을 백상아리를 찾아다니지만 허탕치는 경우도 많다는 것.
그래서 사람이 상어에게 희생될 확률보다는 육지에서 벼락에 맞을 확률이 더 높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다면 영화에서처럼 백상아리를 만날 공포에 지레 떨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금 우리 공포의 대상은 백상아리가 아니고 백상아리까지 나서서 경고하고 있는 지구의 온난화여야 한다.
이 현 논설위원 hl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