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1년이면 강산이 변합니다. 그런 세월을 10년을 넘게 오직 일념(一念)으로 걸어왔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들 공동체를 꿈꾸면서도 두려워서 결단을 못하거나, 아니면 공동체를 시작했다가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만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걸어온 길이 참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리가 교과서처럼 여기는, 장 바니에의 ‘공동체와 성장’이란 책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속에 두려움과 편견이 존재하는 한 전쟁과 참혹한 불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마음이 치유되어야만 커다란 정치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공동체는 사람들이 인간이 될 수 있는 자리요, 사람들이 가장 내밀한 감정까지 강화될 수 있는 자리이며, 또한 사람들이 일치와 내적 자유를 향해 매진할 수 있는 자리이다. 공포와 편견이 사라지고 하느님과 타인에 대한 신뢰가 깊어 갈 때, 공동체는 이 세상의 갈등을 해결해 줄 삶의 방식과 자세를 환하게 증거하게 된다.
형제자매들처럼 사는 그것이 곧 전쟁에 대한 응답이다. 절망에 대한 응답은 한없는 신뢰와 희망이다. 불의에 대한 응답은 함께 나눔이다. 편견과 증오에 대한 응답은 용서이다. 공동체를 위해 일하는 것은 인류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은 진정한 정치적 해결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그것은 또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영원과 외부와 연결된 인간의 내밀한 기쁨을 체험하고 맛볼 수 있도록 하려고 일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볼 때, 제일 감사한 것은 나의 식구들입니다. 나의 아내와 두 아들이 시종일관(始終一貫) 마음과 뜻과 힘을 모우고 기도를 모와 주어서 더 이상 감사할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섬기는 교회가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지금도 목회자입니다. 특수 목회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목회일 뿐입니다. 그것은 교회를 섬긴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제가 섬기는 교회가 이 일을 처음부터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자신의 일로 받아서 합심해주어서 오늘에까지 이를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잊을 수 없는 것은 후원회장님을 비롯한 후원회원님들과 저희 공동체를 사랑해주시고 기도해주신 여러분들입니다. 이분들의 기도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제가 피부로 느끼는 것은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공동체는 서로서로 연결되어 힘이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름도 모르고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는 많은 공동체들은 전연 왕래가 없다고 해도 홀로 있지 않습니다. 이것은 신비입니다. 이런 공동체들의 연결됨이 진리 안에서 하나됨이며, 자유와 해방의 역사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알든 모르든 모든 공동체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그나라 공동체는 처음부터 청소년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그 꿈을 이루어가도록 힘을 길러주는 일을 계속 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일은 앞으로도 어떤 형태로든 이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청소년들은 이 땅의 희망입니다. 그 보석들이 묻혀있고, 버려져 있고, 잘못 인도를 받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을 사랑하셔서, 그나라 공동체를 세우시고 그 일을 하나님께서 지금도 하고 계십니다.
또 공동체에 여러 가족들이 들어오며 나가기도 하였습니다. 아니면 개인적으로도 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함께 살았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더 기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기도로 시작한 일이며, 항상 기도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잘못하면 ‘일’ 중심으로 가기가 쉽습니다. 다행히 하나님께서 저희들에게 은혜를 주시여서, ‘일’보다 ‘기도’를 우선으로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의 기도는 말씀을 붙잡고, 하나님과 더불어 침묵(沈黙)으로 드리는 기도입니다.
우리 기도의 목적은 ‘하나님과의 하나 됨’입니다. ‘나’를 비우고 ‘하나님 성품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기도의 질에 따라서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들어 이 사회를 구하시는 일을 얼마든지 하시리라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힘이 없어서 이 사회를 구하시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하나된 일꾼이 없어서 하나님께서 일을 못하신다고 봅니다. 지금도 주님은 한결같은 사랑으로 우리를 부르고 계시는 줄 믿습니다.
그래서 그나라공동체 11주년을 맞이하여 우리의 방향을 재 다짐한다면, 그것은 진리(眞理)와 봉사(奉仕)입니다. 진리는 기도로, 봉사는 여러 가지 사역으로 실천해 나갈려 합니다. 또 진리와 봉사는 하나가 되어 자유(自由)에 이르게 합니다. 이런 삶은 어느 개인이나 어떤 단체만의 삶이 아니라, 모든 천지 만물이 바라보며 흠모하는, 하나님의 본질을 우리 안에서 회복하는 삶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가운데서 함께 하십니다. 주님은 우리의 모든 것 되시며, 알파와 오메가이십니다. 그 주님 안에서 우리가 부름 받은 이 공동체에로의 삶을, 어떤 형태로든지 함께 일구어 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빕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여기는 개구리들의 합창이 한창입니다. 저희가 사는 공동체에는 살구꽃, 복사꽃, 자두꽃이 만발하였다가 지고, 지금은 꽃사과의 화려한 찬양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그 빨갛고 하얀 빛들이, 저희들의 마음에 평안과 기쁨을 주고 있습니다. 저희 공동체를 둘러 서있는 산들은 새 연두빛으로 그 온유함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연은 하나님의 의도하신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유독 인간만이 거짓과 가면의 탈을 쓰고 삽니다. 인간이 자연이 되어야 합니다. 자아를 십자가에 못 박고,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대로의 모습을 회복해야 합니다. 저는 자연을 보면서 늘 그런 기도를 드립니다. 그간도 평안하셨습니까?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늘 승리가 보장되어 있음을 믿습니다.
* 일동 이사한지 6주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4월 7일은 6 년 전 저희들이 서울에서 일동으로 이사한 날입니다. 이 날을 기념하여 갈비탕으로 특별 외식을 하였습니다. 처음에 여섯 명이 이사하였습니다. 그간 학생들만도 60명이 지나갔습니다. 청장년 식구들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거쳐나갔습니다. 지금은 24명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인도하시고 역사하실 주님을 찬양합니다.
* 숭실대학교에서 컴퓨터 다섯 대를 기증해주셨습니다. 숭실대학교는 저의 모교입니다. 쓰던 것이지만 성능이 좋은 컴퓨터 다섯 대를 기증해 주었습니다. 전에 있던 것들은 오래되거나 고장이 나서 폐기처분하였는데 새것이 들어와서 감사합니다.
* 나실인 수도원에 다녀왔습니다. 수련원생(배움터학생들 아님)들과 공동체의 자매들 전원이 지난 4월 10일에 옥천의 나실인 수도원에 다녀왔습니다. 하룻밤을 지나면서 나실인 수도원 특유의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융숭한 친절을 받으면서, 원장님의 심장에서 나오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배부른 일정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그간 일동에는 남자들과 학생들만 있었습니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들은 복 있는 자니, 저가 배부를 것임이요.” 그대로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은혜로 채워주심을 감사합니다.
* 학생들의 요리 솜씨.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한 달에 한번은 요리를 해서 식사 준비를 합니다. 시장 보는 것까지 자치적으로 합니다. 4월 12일에는 오무라이스, 5월 3일에는 돈가스를 아주 맛있게 해서 잘 먹었습니다.
* 코리아 남성 합창단 정기 공연 감상을 하였습니다. 4월 17일(목)에 한국 최고의 수준급인 코리아 남성 합창단 정기 연주회가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습니다. 거기에 참나무 교회의 오현방 안수집사님이 단원이시고, 독일에 간 윤태일군도 단원이었습니다. 우리 모든 식구들이 학생들과 함께 음악회에 참석하여 폼을 잡았습니다.
* 필그림회 회원들이 장학금을 전달하시기 위해 다녀가셨습니다. 강남노회의 장로님들로 구성된 필그림회(회장, 차수웅장로) 회원들이 오셔서, 1부로 예배드리고, 2부로 장학금을 전달해주셨습니다. 그 후 함께 식사를 하며 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큰 위로와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나라 공동체 창립 11주년 감사예배를 드렸습니다. 4월 27일(주일)은 그나라 공동체 창립 11주년이 되는 주일입니다. 특별한 행사는 갖지 않았습니다. 주일 낮 예배시간에 강남노회 공로목사님이신 신인현 목사님을 모시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지난 세월 회고하니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흘렸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었습니다. 저는 다시 태어 난다해도 공동체입니다. 공동체로 인도하신 하나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 빈들 관상 수련원에 입주하였습니다. 빈들 관상 수련원 건물이 완공이 되었습니다. 겨울 공사가 되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아직 준공검사는 마치지 못했지만, 5월 1일부로 수련원생 3명(조영희, 오정기, 김남성)이 최초로 입주하였습니다. 2003년 5월 1일부터 그나라 공동체에 새로운 역사(役事)가 시작되었습니다. “빈들”이라고 명명한 것은, <하나님과 내가 하나 되어 하나님을 드러낸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빈들 수련원을 위하여 특별히 헌금해주신 분들과 교회에 감사드립니다. 하나님께서 빈들 관상 수련원을 통하여 이루실 역사를 기대합니다. 할렐루야!
* 학생들과 모든 식구들이 춘천에 있는 중도로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5월 5일(월)에 우리 모든 식구들과 학생들 전원이 중도에 가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었습니다. 너른 푸른 초원만큼이나 우리들의 마음은 넓어지고, 기쁨으로 충만하였습니다.
* 박수민군이 고검 시험에 한 번에 전과목 합격하였습니다. 이로써 수민군은 중학교를 졸업한 것입니다. 다른 학생들도 과목별로 합격들을 하였습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도록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
* 인도에서 SURESH군(28세) 와서 함께 지내기로 하였습니다. 인도의 방갈로페트에 있는 Sparrow's Nest 라는 아쉬람은 저희 공동체와 교제를 나누고 있습니다. 거기서 인도청년을 5월 말경에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우리 학생들과도 좋은 훈련이 될 것입니다.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작년에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소쩍새의 울음소리를 4월 15일에 들었는데, 금년에는 하루 늦게 16일에 들었습니다. 밤마다 ‘소쩍’ ‘소쩍’하고 우는 소리는 우리의 고통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이 들립니다. 이제 5월 중순이면 뻐꾸기가 인사할 것입니다. 이렇게 자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지, 그 가치를 살수록 더욱 실감을 합니다. 지금 감자 싹이 나왔고, 고추 모종 약 700주 심었습니다. 우리 식탁엔 매끼마다 상추등 야채가 올라옵니다. 바쁘시지만 한 번 쉬러 오십시오. 환영합니다. 늘 주 안에서 승리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박승익 집사님은 38세의 나이로 하늘 나라에 갔습니다.
그는 29세에 서울대학교에서 공학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에 가서 연구하는 중에 그 연구실적으로 인하여 미국에서 주는 ‘올해의 과학자 상’을 수상했습니다. 미국 주립대학 교수였으며, 본부를 독일에 둔 연구소의 마이애미 소장으로 근무하였습니다. 그 바쁜 중에도 교회의 봉사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성경공부 인도와 찬양인도, 전도집회 등 충성을 다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몸이 불편해서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니, 뜻밖에 간암 말기로 판명이 났습니다. 그리고 3개월을 넘기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금년 1월 말경이었습니다. 2월 초에 한국에 와서 서울대학교병원의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사는 일동에 와서 약 두 주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통증이 심하여 다시 서울대학교 병원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잠들었습니다.
그가 분당 집에 있을 때, 저는 그를 찾아간 일이 있습니다. 그날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이 병으로 인하여 예수 그리스도가 너무 귀한 선물임을 알았습니다. 그것은 생명이라는 것입니다. 이제 나는 병이 낫고 안 낫고, 죽고 사는 것까지도 상관없습니다. 그리스도는 부활이요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너무 감사해하는 것입니다. 저의 감격은 형언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가 이 세상을 떠난 후, 그의 4월 1일 일기장에서 이런 글을 발견했습니다. “살고 죽는 것은 하나님 손에 달렸는데, 병 낫게 하시는 것도 하나님 손에 달렸는데, 왜 그것 때문에 하나님의 자녀가 신경쓰는가? 병은 내 생명과 상관없다. 내 생명은 그리스도. 이미 모든 문제는 끝났다. 얼마나 내가 갈 2:20 되느냐, 이번 병이 바로 이것을 찾을 기회다.”
그리고 그가 바로 하나님 나라로 가는 날인 4월 11일에 잠깐 의식 불명이었다가 다시 깨어나서, 아버지(장로님)의 수첩에다가 이렇게 썼습니다. “나 하나님 만났어요. 다 나았어요. 이제.....”
그간 그를 지켜본 나는, 그의 죽음은 스데반의 죽음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스데반의 상황과 박집사님의 상황이 다를 뿐입니다. 두 사람 다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본 것입니다.
박집사님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은 갈2:20대로, 내가 산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사는 것을 말합니다. 오직 그 이름이 생명임을 보여주었습니다.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하늘나라를 우리들에게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승리한 것입니다. 이제 그가 그리스도 안에서 부활이요 생명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살 때, 우리는 박집사와 하나입니다. 그가 나요, 내가 그입니다. 그것은 둘 다 그리스도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애도를 넘어 승리가 있으며, 영광이 있습니다. 할렐루야! (윤 공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