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천 대를 이어온 것이기에 원하든 원치않든 자신도 모르게 받은 선물인 자식들인 걸 어쩌랴. 나 역시 네 명의 자식을 얻었기에 아마 내 생전은 그들 생각을 잠시도 잊을 순 없을 것 같다.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아무리 험하고 높은 산도 낮아 보였고, 무거운 짐도 가볍게만 느껴졌으니 말이다. 첫 여인 하와가 불순종의 형벌로 받은 유전이니 어쩔 도리가 없지않은가.
그러나 자식이 주는 기쁨 또한 한이 없다. 항상 봐도 보고 싶고 싫증나지 않은 게 자식 말고 또 있을까? 세상의 변천에 따라 그런 자식들이 멀리 떨어져 살면서 1년에 몇 번 그것도 잠시 얼굴 한 번 마주 볼 새도 없이 헤어진다. 멀리타국에 가서 살면 몇 년에 한 번도 만나기 어렵다. 그럴 때면 민들레 씨앗처럼 어미 곁을 떠나 뿔뿔이 흩어져 아무 곳에나 정착해서 뿌리박고 살면서 종족을 이어가듯 우리 인간도 그러려니 하면서 마음을 달랜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을 둔 어미라는 존재는 노심초사하며 생애를 다 바친다. 며칠 전, 서울병원으로 허리협착약을 가지러 간 김에 큰 딸집에 들렀다. 6세 때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17세에 서울로 대학을 가면서 떨어져 산 지가 39년이다. 고등학교 교사인 딸은 남보다 일 욕심이 많아 집안 살림은 뒷전이다. 젊은 날엔 잦은 이사 때마다 집 정리는 어미몫이었지만 내 몸이 아프면서는 10여년을 가보지 못했다. 이사한 지 몇 달이 되었지만 정리가 되지 않아 3일을 밤잠도 자지 않고 해주고 돌아오면서도 뒤가 돌아 보여 더 힘들었다. 여든이 되어도 자식의 일이라면 상심하며 해결해 주고 싶어 안달하는 숭고한 어미마음은 하늘이 주신 것이기에 어느 누가 훔쳐 갈 수도 빼앗아 갈 수도 없다. 그것은 어미의 특권이리라.
지난겨울에도 허리 다리 어깨가 성치 못하지만 자식 손자들에게 중국산김치 안 먹이려고 무와 배추100포기 김장을 혼자 준비했다. 메주 20kg을 만들어 방안에 두고 그 역겨운 냄새를 향기로 여기며 고된 일도 힘든 줄 모르고 해 낸 것은 어미란 존재의 힘이 아니었을까? 주어도 주어도 모자라하는 어미의 마음을 어찌 저울로 달며 자로 잴 수 있으랴. 부부가 살다가 사별을 하면 어미는 열 자식들을 흠 없이 잘 길러 내지만 아비는 어미의 꽁무니도 못 따라간다.
요즘 여성들은 보고 배운 것이 너무 많아 탈이다. 알 것 다 알아서인지 혼기가 차도 결혼하길 꺼리고 어미 되는 걸 두려워하며, 자기 일을 더 앞세운다. 노총각들은 4,50세를 넘기면서 장가를 못 들어 저 출산은 사회문제로까지 번진다. 아마 여성들이 자기 엄마들의 고생을 보면서 자랐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자식이 잘되고 못되는 것에는 어미의 막중한 책임이 따르기에 어미 되길 피하는 것이지 싶다. 더구나 결혼해 살다가도 감당하기 어려워지면 남편과 자식을 두고 어미가 집을 나가버린다는 사연들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성경 디모데후서 3장 1절에서 5절을 보면 말세엔 고통하는 때가 될 것이라면서 ‘사람들은 자기를 사랑하고 돈을 사랑하고 부모도 거역할 것이란 여러 가지 말씀들은 현 세상을 반영하는 것 같다. 문명은 고도로 발달하여 스마트폰으로 온 세상을 휘어잡고 있으면서 인간의 도리는 깡그리 무시하고 숭고한 어미의 마음까지 흔드는 세상이다.
“세상의 어미들이여! 어미의 자존감만은 잃지 말아야 하리라.”
(2013.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