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문학기행(1)조병화 시인의 자취를 찾아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그 무거운 꼬리를 감추기 시작하는 계절 우리들은 몇 달 전부터 계획했던 안성지역의 문학기행을 떠나기 위하여 예산버스터미널에 모여들었다. 내가 우리 문협의 살림을 맡고 있기에 전날 지부장님과 함께 버스 안에서 먹을 음료수, 맥주와 소주 그리고 매실주, 복숭아와 귤의 과일, 각종 과자 류, 사탕 두 종류, 오징어와 땅콩을 준비했다. 물론 초코파이도 간식으로 떡은 바람떡으로 가까운 떡집에서 찾아 가지고 갔다. 이미 버스 터미널 공터엔 우리들의 하루를 책임질 관광 버스가 우리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매년 광복절에 문학기행을 떠났었는데 올해는 회의에 의해서 평일로 정했는데 이번에는 다른 일들이 많아서 참석하지 못하는 회원들이 많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불길함도 한가지 뜻을 가지고 모여든 회원들의 정열을 꺾을 수 없었으며 그들의 눈에는 맑음이 번뜩이고 있었다. 사실 이번 모임은 지난 7월 김한종의사 기념관에서 다수의 회원들의 참석과 찬성으로 결정되었고 그 곳에 모인 회원들은 몇 명을 빼고는 함께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준비하는 과정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많았다. 물론 참석을 못 하는 사람들은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출장이나 워드프로세서 시험에 응시를 하는 공무의 경우, 가족 구성원중 한 명이 갑자기 응급실에 간 경우, 가족 중 결혼식이 있어서 그 곳에 참석을 해야 하는 경우, 가족모임으로 인하여 부득이 참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게의 일 때문에 도저히 떠날 수 없는 경우, 자녀의 이사로 인해서 그것을 도와주어야 하는 경우, 갑자기 예산을 떠나게 된 일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 등 이유 없는 불참은 없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공문을 보내서 참석여부를 알려달라는 말을 했는데 전혀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었고 갈 의사 표현을 강력하게 하고 나서 출발시간까지 연락이 없다가 전화를 하자 그제야 미안하다는 말을 한 경우도 있었다. 나는 회원이라면 최소한도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것은 바로 회원의 권리이자 의무도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출발을 할 시간이 되었을 때 우리들은 낯선 세 명의 회원을 만나게 되었다. 같은 지역에 살면서 가끔 낚시를 함께 하며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미송님 부부가 우리들과 함께 하기로 했고 전에 우리 문협에서 활동을 하던 S 시인님이 함께 참석을 하게 되어서 참 기쁜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언제나 우리들의 힘이 되어주시는 지부장님을 비롯한 14명의 회원들이 참석을 하였다. 워드 시험 일이라 함께 할 수 없음을 아쉬워하시던 J 평론가님, 항상 미소로 우리 문협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는 J 시인님, 서울에 가야하는 일이 있어서 함께 참석을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신 L 시인님. 그리고 몸은 함께 참석은 하지 못했지만 찬조금을 보내주신 I 시인님, 쌍지암에서 함께 할 수 없지만 찬조를 해 주신 C 시인님께도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8시가 넘은 시간 우리들은 예산을 출발해서 안성으로 향했다. 버스 안에서 박두진 시인과 조병화 시인에 대한 퀴즈를 하여 상품을 건네주기도 했는데 몇 문제를 풀은 후 버스 안에서의 '술 문화' 때문에 오래 진행하지 못했다. 안성이 고향인 한 회원의 도움으로 안성으로 향하는 길은 무겁지 않았다. 버스가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지부장님의 인사와 일정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그런 후에 술이 회원들의 목을 술술 넘어가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H회원이 쪄 가지고 온 따끈따끈한 찰옥수수는 우리들의 시장기를 달래는데 부족함이 없었으나 이번 모임의 먹거리는 다른 어느 때 보다도 풍성했다. 여행을 할 때는 잘 먹어야 한다는 지부장님의 뜻대로 먹거리를 준비했는데 돼지고기 삶은 것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그렇게 맛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새우젓을 찍어 입안에 넣었을 때 살살 녹는 맛이 정말 좋았다. 그 요리는 지부장님과 사모님의 합작품 이었다고 한다. 버스 냉장고에 맥주와 음료수를 채웠다. 회원들에게 미리 준비한 먹거리를 나누어주었는데 나는 그것이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았으나 습관적이고 여행을 할 때 잘 먹어야 한다는 말에 나는 그 것을 거슬릴 수 없었다.
예산을 출발해서 국도로 평택을 지나 안성에 닿았고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안성 삼일 운동 기념탑이었다. 지난번 전화를 통해서 안성지역의 문화 해설사님을 만나려 했으나 그 분이 바빠서 다른 분의 안내를 받았다. 원곡면과 양성면의 만세운동을 중심으로 한 영상물을 15분 정도 시청했고 문화해설사님의 설명으로 그 지역의 독립운동에 대한 역사를 알아 볼 수 있었다. 특징적인 것은 기념관 뜰에 설치된 조형물들이 시선을 끌었다. 독립운동과 관련이 있는 것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입장료가 있었지만 참 잘 보았다는 생각을 하였다.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때 조병화 시인의 시비를 발견했다. '이 만세 소리'였는데 전문은 다음과 같다.
이 곳 만세고개는
그 옛날 일본식민지 통치에 항거
이 곳 애국 선열들이 불꽃 같이 일어나
뜨거운 피로 조국 자주 독립을 외치던
3·1만세운동, 그 만세소리의 언덕
지금도 생생히
그 피끓는 만세소리 들려오나니
오, 이 만세소리
이 겨레, 이 조국에 영원하리라
조국은 겨레의 터전, 겨레의 생존
그 우리의 생존의 보금자리
그 명예, 그 긍지, 그 자존, 그 사랑
우리의 그 몸과 얼이려니
어찌 이 만세소리 잊으리
오 이 곳을 지나가는 겨레여
잠시 길을 멈추고
이 만세소리 들으소서
사람은 죽어서 사라지지만
이 만세소리 이 곳에 영원하리니
대한독립만세 만세
만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