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봉산?
번개산행을 한답시고 양산 오봉산을 찾았다. 경전철에서 내려 두 차례 지하철을 옮겨탔다. 수고가 따르지만 이 또한 객기를 부추기며 즐거움을 더하게 하는 여행의 묘미이다.
전철에서 내려 도로를 한시간여 걸었고, 드디어 나타난 산행길을 앞두고 멀리 배달나온 커피집의 냉커피로 목을 추겼다.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신라말 문장가인 최치원이 머물렀다는 임경대를 들렀다.
긴 낙동강과 한반도 모양을 닮았다는 지형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역시 좋은 곳은 미리알고 글쟁이들이 다 선점했었다. 내가 일찍 태어났더라면 남들이 몰라줄망정 짚던 막대기라도 꼽아 둘걸 그랬다.
까짓껏 533m쯤이야!
그러나 막상 가겹게 생각하고 시작한 산행길은 예상을 초월한다.
역시 '산은 산이다.'라는 말이 실감나게 하는 순간이다.
사실상 평소 다니는 산행길에 비하면 대수로울 것이 없는데, 처음부터 가볍게 여긴 마음이 고생길을 연다는 말이다. 그래도 혼자이지 않아서 기분이 더욱 좋았다. 그래서 꽃들도 모여 피는 것이다.
느릿느릿 정상에 서니 굽이치는 낙동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쯤해서는 감탄이 있어야 한다. "역시 오길 잘했다!"
아랫동네 물금과 원동은 옛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그 시절 완행열차를 타고 부산을 드나들었던 곳이고, 멀리 바라다 보이는 천태산은 젊은시절 나에게 아찔한? 사연을 남긴 산이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멀리 강줄기가 보이는 정말 전망좋은 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또다시 제2오봉산을 향하여 걸음을 내딛었다.
좋은 날씨와 아름다운 풍광에 기분이 상쾌했다.
낙엽쌓인 오솔길 느낌인가 하였더니 어느새 바위무리가 막아섰다. 소쩍새 한마리가 머리 위를 스쳐 날았다.
진달래가 활짝 피었고, 이팝나무가 이어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날씨가 후덥지근 하다. 아! 벌써 여름으로 다가서는 봄인가?
이젠 무슨 꽃이 남았을까? 5월에는 내가 좋아하는 오동나무 꽃이피고, 6월에는 밤꽃과 양귀비가. 그런 생각들속에 1봉, 2봉,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양산시가지를 북쪽에서 병풍처럼 감싼 다섯 봉우리의 셈세며 오봉산을 걸었다.
낮은 산임에도 결코 단조로움이 없다.
자연과의 조화.
산은 서둘러 인간을 초청하지 않는다. 부단히 사람들이 다가서야 하는 것이다. 그게 자연과 인간이 동화되는 자연의 법칙일 것이리라.
마지막 능선에서 심호흡을 마치고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작은 산임에도 하산길은 상당히 가파랐다. 끝까지 방심하지 말라는 산의 가르침일 것이다.
이럿듯 짧은 산행마저도 작은 산들이 모여 큰줄기가 되 듯, 회원님들의 다양한 산악활동이 더 큰 산악동아리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함께 하신 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모든 분들의 건강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