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초하루입니다.
올해는 벌써부터 유난히도 무더운 날이 많고 지난달에는 전국의 물난리로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며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8월에는 여름방학을 맞아 전라선을 타고 남원 역에서 내리거나 경부선 김천역에 내려 비포장 신작로를 달려 고향집 함양을 찾았었습니다.
밤이면 컴컴한 원두막에 램프 하나를 켜두고 근처 도랑가에 담가 둔 수박을 꺼내서 배부르게 먹고 더우면 어둑한 밤 홀랑 벗고 냇가에 몸을 담그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무더운 여름에는 참외, 복숭아, 포도와 시큼한 자두가 더위도 식히고 입맛을 돋웁니다.
이따금씩 어른들이 물고기를 잡고 깽변에 솥단지를 걸어두고 물고기와 국수를 넣고 삶은 어탕국수는 때악볕에서 땀 흘리며 먹던 최고의 보양식이었습니다.
그때의 보양식이 지금의 건강을 지탱해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들은 무더위를 피해서, 쉼 없이 달려온 일상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길은 나서는 8월입니다.
고향은 늘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지난 29일은 고향 함양 지곡초등학교의 총동창회가 열렸습니다.
부산에서도 친구의 넓고 쾌적한 고급 승용차로 5명이 고향을 향했습니다.
다목적체육관에는 우리보다 2회 위인 41회부터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고 그곳에서 낯익고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습니다.
서울의 동생이며 기장의 막냇동생도 만났고 외조카들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3년 후배인 동생 여자동창들이 나의 어린 시절을 들추어내어 그 때의 소소한 애기들을 들려주었는데 제 기억 속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 미안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저녁에는 한그루에 1억이 넘어 보이는 자연친화적인 소나무 너댓그루가 호위하는 멋진 친구 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고 구성진 노래 가락도 뽑아도 보고 늦은 시간까지 우리들은 참 많은 추억들을 담았습니다.
다들 어쩜 그렇게 건강하고 멋진 모습들로 늙어 가고 있는지 새삼 친구들이 고마웠습니다.
내 기억 속의 친구 상수는 이내 술 취하고 말만하면 “ㅆ”을 달고 있는 친구였습니다.
그런 친구가 검게 그을린 건강한 모습으로 말도 인정 있게 하고, 술주사도 없이 술자리를 같이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이제는 모든 길이 포장이 되어 있어서 예전의 버드나무가 높게 자란 신작로를 걷던 그런 운치를 느낄 수가 없고 마을 곳곳에 있던 초가집도 보이지 않아 아쉬움도 있었지만 너무나 좋은 환경에서 호사를 누리며 살고 있는 지금이 천국입니다.
아쉬운 점은 생초에서 기대를 가졌던 쏘가리탕은 제대로 된 맛을 느끼지 못했고 몇 마리 되지 않은 은어튀김은 이젠 고향에도 예전의 그 인정 있고 입맛을 다시게 했던 음식이 맛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큽니다.
부산대병원 노조의 파업이 오늘로 20일째에 접어들었습니다만 해결될 기미가 없습니다.
전국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은 벌써 막을 내렸지만, 부산·울산·경남의 최대 거점 병원인 부산대병원은 오히려 노사 갈등이 더 심화하는 양상입니다.
그야말로 환자들은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이 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부디 어린이환자 곁으로 돌아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최대 쟁점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노사 입장은 파업 초기에 비해선 다소 진전됐다고는 하나, 아직 합의 소식은 들리지 않습니다.
노조가 지난달 25일 부산역 광장에서 폭로한 부산대병원의 불법 의료행위는 시민들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간호사의 대리 처방은 약과에 속하고, 집도 의사를 대신해 환자에게 설명하고 대리 서명을 한 것은 물론 심지어 간호조무사가 암 진단까지 했다고 합니다.
또 의사가 환자를 만나지도 않고 신체 사진만 보고 진료를 한 적도 있다는 증언도 나온 걸 보면 부산대병원의 위상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부산대병원이 서울의 대형 병원보다 낫다고 믿는 지역민은 많지 않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지역 환자들의 서울행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습니다.
어쨌든 부산대병원은 여전히 지역의 대들보 병원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협상이 타결되어 시민들로부터 불신을 걷어내고 신뢰를 회복해야만 합니다.
진정으로 환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사명감과 생명존중의 사랑이 있어야만 합니다.
끝나지 않는 장마처럼 안타까운 죽음의 소식이 지난달에는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지하차도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가 물에 잠겨 빠져나오지 못한 분들부터, 그토록 꿈꿔왔던 선생님의 삶을 학교에서 스스로 마감한 교사, 대낮 도심 한가운데서 알지도 못한 사람의 칼부림에 목숨을 잃은 청년까지 모두 개인적인 죽음이 아니라 사회적 죽음이었습니다.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다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의 죽음 역시 우리 모두를 참담하게 했습니다.
채 상병에게 보국훈장을 추서하고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치하는 것만으로 산 자들의 의무는 끝나지 않습니다.
이제는 너무 안전 불감증이 우리 일상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같아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감정은 슬픔과 분노가 번집니다.
오송 참사의 경우 모든 당국이 짜기라도 한 듯 수많은 위험 신호를 무시했고, 그 결과 시민 1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재난 발생을 대하는 현 정부는 순식간에 벌어진 자연재해라서 정부 책임이 아니라는 태도가 더 큰 문제입니다.
초등 교사의 죽음은 학교 담장을 넘어 전국에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서울 서이초 교사의 비극과 관련해서 여당·장관·보수 교육감들도 연일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가 어떤 내용들을 담고 있는지는 몰라도 다소 차이는 있을지라도 대체로 종교·성별·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사생활 보장’ 등을 표방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교권 침해 증가가 학생인권조례 때문은 아닐 것이고 사회에 만연한 학부모들의 자기 자식에 대한 도를 넘는 이기심이 교사들에게 좌절과 상실감을 주고 교사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해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사회는 군인이 없으면 굴러가지 않는 나라처럼 보입니다.
수해나 산불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그 복구 작업을 대부분 군인이 맡습니다.
농번기에 농촌에 일손이 부족해도, 눈이 많이 와서 도로가 막혀도 군인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합니다.
군인들의 대민지원 활동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해서 긴급성을 요하는 분야로만 제한해야 합니다.
군인들은 나라가 공짜로 부리는 막일꾼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정부는 꼭 기억해야만 합니다.
우리나라는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을 기준으로 상속 액을 정한 뒤 물려받는 사람이 배분받아야 할 비율에 따라 나누는, 일명 ‘유산세’ 방식입니다.
상속세 제도가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 회원국 중 ‘유산세’를 채택한 나라는 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뿐입니다.
이 중 덴마크는 아들딸 등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세율이 15%에 불과하고 미국과 영국도 상속세율이 한국보다 낮은 40%입니다.
더구나 미국은 상속세와 증여세를 합해 1170만 달러(약 150억 원·연방정부 기준)까지는 세금이 면제됩니다.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바꾼다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지난 27일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2년차 세제 개편 안에 상속세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유산취득형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 안이 빠진 점은 아쉬운 점입니다. 과거 재정개혁특위는 물론 윤석열정부가 조세개혁단까지 설치하면서 상당기간 준비해왔던 유산취득형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 안이 제외된 점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기획재정부가 2023년 세법개정안에서 결혼자금 증여세 면제 한도를 5천만 원에서 1억5천만원으로 상향했는데 혼인신고일 전후 각 2년 이내(4년)에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은 1억 원까지 추가 공제하도록 했습니다.
기존 증여공제 5천만 원을 합하면 부모가 자식에게 결혼자금 등으로 1억5천만 원까지 물려줘도 증여세를 물지 않게 되는 셈입니다.
결혼자금의 증여에 세 부담을 낮추도록 한 것은 결혼기피와 저 출산의 사회적 문제를 해소할 아이디어로 평가됩니다.
정부의‘부동산 양도세 알기 쉽게 새로 쓰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세법개정안에는 양도세 개관규정 신설, 1세대1주택 비과세 규정 정비, 1세대1주택 비과세 특례 개괄규정 신설, 1세대1주택 비과세 특례 중 장기임대주택 규정 정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외 개괄규정 신설 등이 담겼습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 얼마나 알기 쉽게 쓰여 질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입니다.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동안 회계업무는 좀 여유가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양도소득세 신고업무도 많이 줄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엔 초딩 친구가 만들어 보내준 볶은 멸치 볶음과 끓는 간장에 마늘·생강, 땡초와 멸치를 다져 넣고 기름을 쳐서 볶은 양념인 멸치땡초다대기가 입맛을 돋굽니다.
여유로운 시간에 읽기위해 202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벤 버냉키의 21세기 통화정책”을 구입했습니다.
아직은 배워야할 게 많은 나이이기에 지난달부터는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고, 스마트 폰을 활용하기 위한 배움에도 도전했습니다.
연로한 분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느끼며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항상 많은 분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에 감사드립니다.
무더운 여름철 건강하시고 무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8월 초하루에
세금나라 (세무와 부동산) 박동환
첫댓글 엇그제가 연말이었는데 벌써 8월이다
세월은 참 쏜살같이 달려간다
더위 안먹게 조심해야것다
오늘은 뭘하고 보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