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같았던 오토바이와 이별을 하기위해 센터에 들러 위탁판매를 하기로 했다.
사용폐지를 하기 위해 구청에 들렀더니, 배기량이 큰 오토바이라서 사용폐지 수수료 7500원과 그 동안 이사하며 이전등록을 하지 않은 과태료가 150,000원이나 되었다.
전에 이전등록을 하러 간 적이 한번 있었는데, 이전등록이 필요없다고 해서 헛탕 친 일이 있었다.
그 이후로 이전등록은 아예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며 알고 있었는데, 서울내에서만 필요없었던 것이었고, 지방으로 주소가 옮겨지면 15일 이내로 번호판을 바꿔야 한다고 한다.
그 동안 용인에 살면서 한번, 다시 서울로, 다시 태안으로 주소지를 바꾸다보니 과태료가 최고액수인 150,000원이나 부과되었다.
주민등록이 3번 바뀔동안 이전등록을 한번도 안 한 것이다.
과태료를 받아 먹으려면 주민등록이 바뀔 때 경고장 한번 정도는 날려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튼 공무원의 행정편의주의와 국민의 주머니를 호시탐탐 노리는 정책의 술수에 무지한 국민들은 당해 낼 재간이 없다.
1980년 운전면허 실기시험 연습을 하면서, 같이 시험을 보게 된 어느 아저씨가 연습장까지 몰고 온 오토바이(125cc)를 호기심에 한 번 타 보겠다고 빌려서 근처 한바퀴 돌고나서 운전연습장 언덕을 오르다 기어를 바꾸지 못해 시동이 꺼지면서 아래로 굴렀고, 라이트 깨지고 내 무릎 깨지고...
그 날 이후 오토바이의 망령에 씌웠다.
면허를 따자마자 운전면허증으로도 탈수 있는 MX125 를 이민가는 선배에게 싼 가격에 구입했다.
그 오토바이를 유학가기 전까지 고장 한번 없이 10년 남짓 인천에서 서울까지 출퇴근도 하고, 설악산을 갈 때면 배낭 싣고 속초까지 내 달리기도 하고 그렇게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얼마나 열심히 잘 탔는지 모른다.
물론 수차례 사고는 옵션이고...
유학가면서 선배 아들에게 주고 갔다.
이태리에 가자마자 오토바이를 구입해서, 혼자서 이 도시 저 도시를 맘껏 헤집었다.
유학생활동안, 공부한다고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큰 사고도 있어서 앞니도 많이 흔들리고, 한달동안 목에 깁스도 하고 한동안 병원신세도 졌다.
그러면서 체력적으로 엄청나게 약해졌다.
유학생활 4년,
졸업을 6개월 정도 앞두고, 허리가 아파 병원 다니면서 울며 지내며 겨우 졸업한 후 거의 환자가 다 되어 귀국했고,
귀국 후 2년여를 병치레와 요양으로 세월을 보냈다.
다시는 산에도 못 갈줄 알았고, 다시는 오토바이를 탈 수 없을 줄 알았다.
겨우 몸을 추스리고, 입만 있으면 되는 디자인학원 전임강사직을 할 수 있었다.
서서히 몸이 나아가면서 대기업에 경력직으로 취직을 했고, 오토바이를 탈 수 있는 체력은 되지 않아 차를 구입해서 출퇴근을 했지만 다시 살만해지니 오토바이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산에도 살살 갈만 해 진것 같고, 예전의 팔팔하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저질 체력이지만, 오토바이도 탈 수 있을것만 같았다.
용기내어 2000년부터 다시 타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나의 다리보다 더 많이 다리 역할을 해 주었던 오토바이를 오늘 넘겨주고 오니 내 다리를 잘라내고 온 것만 같이 아쉽다.
몸 한쪽이 뚝 떨어져 나간 그런 허전하고 섭섭한 느낌이다.
정말 부드럽고, 웅장하고, 멋진 녀석이었는데...
시골생활 하려니 오토바이 보다는 차가 필요하고, 오토바이가 장거리용으로는 나와 한 몸같이 삶을 영위하는 방울이에게는 좋은 교통수단이 될 수가 없다.
방울이를 품에 넣고 몇번 오토바이를 타 보았는데, 헬멧도 안 쓴 얼굴을 내밀고 사방을 훑어 보느라 몸이 자꾸만 밖으로 나오려고 하니 한 손은 방울이를 잡고, 한손은 핸들을 잡고 타야하기 때문에 위험하기도 하고, 바람이 너무 세서 작은 방울이한테는 너무 추울것 같기도 하고 여간 불편한것이 아니다.
시골에 갈 때 태우고 가려니 몇시간 동안 품에 넣고 가기에는 내가 너무 힘들고, 그렇다고 컨넬에 넣어 짐처럼 묶어서 데리고 가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다.
여태까지 키우면서 혼자 두고 다닌적도 없고, 밀폐된 공간에 넣어 본 적도 없어서, 방울이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올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동안은 방울이를 배낭에 넣어 업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원거리 여행을 하다보니, 너무 힘들었었다.
오랜 고심끝에 결정을 하고 넘겨주고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울적했다.

길이 잘 들어 엄청 부드럽고 안정감 있으며, 머플러군의 우람한 중저음이 매력적인 애마를 헐값에 넘기고 나니 더욱 가슴 아팠습니다.
작년에 시골생활한다고 아파트지하 주차장에 방치해 두었더니 장마철지나 녹슬고, 밧데리 방전되고 .....
한두달에 한번 잠깐 타다보니 자꾸 방전되어 용달불러 실려가고...
시골에 갖고 가서 탈 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시골에는 수입 오토바이를 수리하는 수리점이 없어서, 만약 문제가 생기면 태안에서 서울까지 실려 올려면 돈꽤나 들테고...
팔지 않을수가 없었다.

방울이가 나보다 산을 훨씬 잘 오르지만, 사람도 고정와이어를 잡고 가야하는 가파르고 위험한 바위지역은 이렇게 업고 가끔씩 산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첫댓글 멋진녀석인데 많이 서운하시겠네요. 잘하셨습니다. 만남은 헤어짐의 시작이고 헤어짐은 만남의 완성입니다. 과거형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해야하는 기회입니다. 이제 인생의 마지막 친구를 만나시기를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