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댄동산 아침샘물-2009. 11. 21
보리밥에 풋김치
소설 ‘아리랑’을 읽으면서 밑줄을 긋는다.
조정래 소설 ‘아리랑’ 제1부 ‘아, 한반도’의 한 부분이다.
그 때 그 시절 이야기가 내가 겪은 어린 시절과 방불하기 때문이다.
다섯 식구가 밥상에 둘러앉았다. 보리밥에 풋김치와 간장 한 종지가 전부였다.
그러나 아무도 반찬투정을 하지 않고 숟가락들을 들었다. 밥을 제일 먼저 떠넣은 것은 역시 막내 대근이었다. 그 다음이 수국이었다. 보름이는 밥상을 들여오면서부터 어머니를 바로 보지 못했다. 마치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만 같았던 것이다... 감골댁은 감골댁 대로 큰딸 보름이의 눈길을 피하고 있었다. 시집갈 나이가 다 차도록 배곯키고 헐벗겨 키웟을 뿐인데 제짝을 찾아주지 못하고 그런 흉한 말이 오가고 있으니(김 창봉이 논 다섯마지기 주고 소실로 데려가려함) 가슴에 피가 맺힐 일이었다. 밥이라는 것을 제 입으로 씹어넘기게 되면서부터 이제까지 정말로 쌀 한 말을 제대로 먹였을지 말지 한데...
일제 때만 아니라 내가 어린 시절(1944년 생)에도 이렇게 배가 고프고 헐벗었다.
보리밥에 풋김치... 그것만이라도 호강이다.
밥은 구경하기 어려웠다. 고구마라도 넉넉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농사를 지어도 긴 겨울이 지나며 양식이 떨어졌다. 흉년에는 더 어려웠다.
동네 사람들은 들로 산으로 나가 풀을 뜯었다.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던 징한 세월이었다.
조정래의 소설 ‘아, 한반도’ 현장이던 김제 만경 넓은 들.
소설에 드러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은 그 시절에 예수 안에서 믿음으로 살았다.
하나님은 눈물로 기도하는 한 많은 성도들을 긍휼히 여기셨다.
마음의 한이 눈물기도가 되고, 허우적거리던 절망에서 소망을 붙들었다.
인간으로는 어찌 할 수 없어도 전능하신 하나님이 세상을 바꾸어 주실 것이라고.
열심히 살았다. 사신 우상과 미신 그리고 헛된 구습을 버렸다.
자녀들을 교육했다. 민족과 나라를 위해 기도했다.
변했다. 황금물결 김제 들은 지평선으로 펼쳐진 우리의 곡창이다.
오늘도 신자들은 믿음으로 산다.
사랑의 하나님, 날 구원하신 그 하나님이
영혼의 구원만 아니라 풍성히 주실 것을 믿는다.
때로는 불같은 시험으로 연단을 받지만 그 단련 후에는 정금 같은 믿음,
은혜로 주실 치유와 회복과 넘치는 복으로 채워주실 것을 믿는다.
윤함애 사모님처럼(이기풍 목사님 사모) 욥기 잃고 하늘을 쳐다보세요.
너희는 믿음의 역사와 사랑의 수고와 소망의 인내를
우리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쉬지 않고 기억함이니… -데살로니가전서 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