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있는 파를 다듬으러 나갔습니다
벚꽃과 앵두, 살구꽃은 갈색으로 변하여 꽃잎을 많이 떨구어 내고
잎이 푸릇푸릇하게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자두나무 흰꽃은 한창 잎들과 어울려 봄바람에 일렁거리고 배꽃이 하얗게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작년 가을에 심었던 파는 벌써 쫑이 올라와 씨앗을 품어가고 있습니다.
파를 다듬다 줄기를 만져보면 파의 흰머리 부분이 점점 빳빳해져 가고 있습니다.
어제는 이의동 새마을단체 해단식이 있었습니다.
새마을 단체는 부녀회, 새마을 지도자 협의회, 나중에 합류가 된 새마을문고가 있습니다.
동사무소는 주민등록등본과 인감을 떼러 가는 정도였지요.
그런데 94년에 이의동 새마을문고가 개설되면서 문고위원이 되었습니다.
심상찬 님의 안사람 박춘옥 님이 초대회장이 되면서 저도 엉겁결에 총무가 되어
문고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밭에 앉아있으면 산 속에서 새들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쫑쫑쫑쫑 쪼르르르 르르르.'
새들은 그동안 섞여있던 근심들을 하나씩 물어내고 있습니다.
처음엔 책이 얼마 안되어 마을 분들에게 기증을 받았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집에서 안보는 책이 있으면 가지러 가겠다고 하였습니다.
차츰 도서구입비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지금은 헌책들은 필요한 전국 각지역으로
보내고 주로 신간위주로 문고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의동은 수원시에서 가장 넓은 농촌지역이다보니 교통도 불편하고
겨울을 빼 놓고는 농사일에 항상 바빠서 여러가지로 어려운 일이 많았습니다.
나름대로 홍보를 하고 다녀도 책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많지 않아서
우리는 산의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조를 짜서 책을 가지고 학교에 들어가서 대출을 하여주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앞 다투어 인기있는 책들을 빌려가려고 하였습니다.
상, 하반기로 나누어서 글짓기 시상도 하였습니다.
어린이날, 운동회때도 참석을 하면서 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읽었던 책 한 권에서 커다란 꿈을 가질 수 있기를, 마을문고 책을 통하여
좀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를 우리들이 손에 들고 간 책을 보면서
아름다운 삶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랬습니다.
부녀회는 그야말로 새마을의 대표적인 봉사단체이지요.
지역의 행사나 축제 등은 물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김장담그기, 불우이웃 돕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독거노인 반찬 갖다드리기, 쌀 갖다드리기, 대청소등 살기좋은 이의동을
가꾸어 가며 화합의 장을 이끌어내는 일꾼들입니다.
수원시장, 영통구청장님 연두순시때, 동개청 기념일, 경로잔치, 수원시 체육대회, 동민화합대회나 나들이, 송년회등 각종 행사때 마다 부녀회장님들은 밤을 새워가며 정성스럽게 음식장만을 해주었습니다.
음식 만드는 일보다 더 까다로운 일이 어디 있을까요.
집안 일에 하루종일 서성이어도 모자라는 우리 주부들은 바쁜 틈을 내어
식구들의 눈치를 살펴가며 미리미리 집안일을 해놓느라고 그야말로
일인5역 정도는 해 내야 합니다. 그렇다고 주위에서 칭찬만을 듣는 것도 아닙니다.
무슨 이익이 있는일도 아니고 집안 일도 못하면서 신경 쓰며 다닌다고
어머니, 남편이 그만 하라고 말리기도 하였지요. 친정어머니도 집안살림에만 정성을
들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들도 저에게 가끔 이야기 하였습니다.
" 내가 엄마라면 난 집에 가만히 앉아서 책이나 보고 한가하게 지낼 것 같은데 엄마 왜 힘들게 살아요?"
시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도 글 쓰는 일에만 집중을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집안 일을 핑계로 동사무소 일을 소홀히 하였고
동사무소 일을 해야 한다고 집안 일을 접고 나갔으니 가족들에게 미안한 적도 많았습니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래도 어찌된 일인지 저는 문고 일을 시작하고 지금까지도 우리집과 동사무소를 들락거리며
동네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못 말리는 일입니다. 누가 시킨다면 못하겠지요.
스스로 마음가는 곳으로 가다보니 어느덧 이의동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제 이의동 새마을단체의 해단식을 갖고 보니 그동안의 수 많았던 일들이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래도 내 집안 일만 신경쓰고 살아간 것 보다는 조금이라도 내가 살고있는 지역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어졌다면 그것으로도 마음이 뿌듯합니다.
햇빛이 쏟아집니다.
눈이 부셔서 고개를 들어보니 저는 아래로 휘어진 복숭아나무 아래에 있었습니다.
복숭아꽃에 취해서 길을 잃었다는 무릉도원이 생각났습니다.
바구니에 담은 파를 들고 서서 복숭아 꽃잎을 한참이나 바라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