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마태오 11,20-24
20 그때에 예수님께서 당신이 기적을 가장 많이 일으키신 고을들을 꾸짖기 시작하셨다. 그들이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1 “불행하여라, 너 코라진아! 불행하여라, 너 벳사이다야! 너희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티로와 시돈에서 일어났더라면, 그들은 벌써 자루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하였을 것이다. 22 그러니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심판 날에는 티로와 시돈이 너희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
23 그리고 너 카파르나움아, 네가 하늘까지 오를 성싶으냐? 저승까지 떨어질 것이다. 너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소돔에서 일어났더라면, 그 고을은 오늘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 24 그러니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심판 날에는 소돔 땅이 너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
7월 15일만 되면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7월 15일이 그렇게 특별한 날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 날만 되면 18년 전의 일이 생각나네요. 오래된 일이고, 기억에서 지워져도 상관없을 날인데 왜 이렇게 잊히지 않을까요?
우선 7월 15일이 무슨 날이냐면, 바로 저의 군(軍) 입대일이랍니다. 전날까지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마치 죽으러 가는 것처럼 힘들어 했었습니다. 남자라면 다 가는 곳이고, 남자 만들어 주는 곳이라는 군대에 왜 이렇게 가기가 싫던 지요. 지금이야 군 생활이 22개월이지만, 저 때만 해도 30개월이었는데 그 시간이 너무나도 길게만 느껴지고 아깝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날을 떠올려보면 정말로 순간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군 입대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민방위 끝날 날이 되었으니까요. 30개월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고, 그 뒤의 시간들도 너무나 빨리 지나갔습니다. 힘들어 죽겠다는 시간들도 빨리 지나갔고, 제발 지나가지 않았으면 하는 행복한 시간들 역시도 빨리 지나갔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는 과거의 시간들을 떠올리면서 지금 현재의 시간 역시 빨리 지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닐까요? 이 시간은 어차피 되돌릴 수 없는 지나갈 과거가 될 것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지금이라는 현재에 얼마나 충실한가 라는 것입니다. 이 현재가 미래를 결정할 하나의 큰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시간의 흐름들을 생각하면서 하느님의 놀라운 손길을 깨닫게 됩니다. 과거, 미래라는 시간을 염려하지 않고, 현재만 충실하기만 하면 되도록 만드신 하느님의 보살핌을 묵상하면서, 이것이 바로 우리들에게 매순간 다가오는 하느님의 놀라운 큰 기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기적을 가장 많이 일으키신 고을들, 즉 코라진 벳사이다 카파르나움을 꾸짖으십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많은 기적을 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고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은혜를 받은 만큼 주어지는 의무도 많은 법이지요. 그러나 그들은 받은 은혜에 대해서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고, 자신이 행할 의무에 대해서는 남들과 비교하면서 자신에게 부과된 의무가 많다는 불평불만으로 일관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들도 그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시간의 흐름을 비롯한 내 생활을 조금만 객관적으로 봐도 얼마나 많은 은혜를 받고 있음을 알 수가 있는데, 그 은혜에 비해 내게 부과된 사랑의 의무는 얼마나 실천하고 있었을까요?
이렇게 실천하지 못하면서도 내가 받을 것만을 계속 요구하는 우리를 향해 주님께서는 복음 환호송을 통해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오늘 주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너희는 마음을 완고하게 하지 마라.”
내가 받은 은혜를 떠올려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