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좌고우면(左顧右眄)을 끝내고 남은 대선 여정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결전을 치르기에 앞서 당면한 3대 과제는 초대형 선거대책위원회 개편,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의 동행 여부,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봉합이었다. 올해 1월이 차기 대선의 분수령으로 지목되는 만큼, 윤 후보가 내부 이슈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여권이 승기를 굳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윤 후보는 ‘새판짜기’ 초강수를 띄우며 국면 타개에 나섰다. 우선 윤 후보는 매머드 캠프를 전격 해체, 슬림화하고 당 내홍의 진원지로 꼽히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일선에서 물렸다. 1기 선대위의 사령탑을 맡았던 김종인 전 위원장과도 33일 만에 결별하며 ‘윤석열 독자 체제’를 선언했다. 악화일로를 걸었던 이 대표와 갈등도 잠정적으로 봉합한 모양새다. 이처럼 야당 선대위의 ‘구도’가 달라졌지만, ‘사람’에서 오는 불안요소는 여전하다는 우려도 엄존한다. 대선 9부 능선을 앞둔 윤 후보의 정치학과 잠정 리스크를 살펴봤다. “지금까지 해 온 것과 다른 모습으로 다시 시작하겠다. 오늘부로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산하겠다.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선거 캠페인의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다시 바로 잡겠다.” 지난 5일 윤 후보가 국민의힘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선대위 해체를 선언하며 새출발 의지를 다진 일성이다. 윤 후보는 이렇듯 초대형 선대위를 전면 해산하고, 슬림화된 선거대책본부 체제로 전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대선을 불과 60여 일 앞두고 선거운동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충격요법으로 대선 흐름을 바꾸겠다는 셈법이다. 윤 후보는 대대적인 캠프의 상하부 조직 통폐합과 컨트롤타워 교체를 단행하며 자신이 주역인 독자 선대위 체제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광화문 삼고초려’로 우여곡절 끝에 캠프 사령탑으로 영입한 김종인 전 위원장을 배제하는 결단도 마다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선거의 귀재로 정평이 난 김 전 위원장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심산이다. 윤석열 캠프 내 실세로 지목된 ‘윤핵관’의 2선 후퇴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윤 후보의 복심으로 지목되는 권성동 의원(4선·강원 강릉)이 캠프 사무총장에서 사퇴한 데 이어, 윤한홍 의원(재선·경남 창원)도 당직과 전략기획부총장 직을 내려놨다. 표면상 자의적 사퇴지만, 윤 후보와의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윤 후보로선 논란의 중심이 됐던 최측근 이슈로 대선 캠페인이 지체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내 사람 챙기기’ 인선이라는 내부 시선도 있었던 만큼, 그간의 논란을 불식시키고 잠정적 분쟁 요소를 미리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윤 후보가) 권 의원의 자진 사퇴를 만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尹 선대위, ‘현장형·기동형’으로 체질 변화 윤석열 2기 선대위의 가장 큰 전환점은 당내 캠프 소속 의원들을 각 지역구로 산개시켜 지방 현장 중심의 대선 캠페인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현역 의원들을 중앙 선대위로 대거 배치했던 기존 선대위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대목이다. 제도권 캠페인에서 벗어나 밑바닥 민심을 훑겠다는 구상으로도 풀이된다. 선대위 조직도도 대폭 바뀌었다. 6개 본부로 골격을 이뤘던 기존 체제를 선대본부·정책본부·직능본부 등 3개 부서로 통폐합하고, 선대본부 중심으로 일원화됐다. 개편된 캠프 조직도에서 빠진 기존 3개 본부는 선대본부와 원내 지도부에 각각 흡수됐다. 병렬구조로 재편된 3개 본부는 수평적 업무 체계에 따라 가동될 전망이다. 선대위 본부장급 인선도 이뤄졌다. 4선 중진 권영세 의원이 선대본부장과 캠프 사무총장을 겸임하게 됐고, 원희룡 전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이 업무 연속성을 위해 정책본부장을 맡았다. 의사결정 과정도 대폭 축소됐다. 대선 후보 예하에 총괄·상임선대위원장, 총괄상황본부장, 6개 본부장을 뒀던 기존 체제에선 복잡한 의사전달 과정을 거쳐야 했으나, 이번 선대위 개편으로 선대본부에 의사결정권이 집중되면서 기민한 현안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민주당 ‘몽골기병’ 선대위와의 속도전에서도 뒤처지면 안 된다는 윤 후보 측 인식이 반영된 조직 구상이다. 다만 윤 후보는 이번 조직 개편으로 캠프 장악력을 높였지만, 이재명 후보가 그랬듯 ‘원톱’ 체제에 따른 업무 과부하 등 부작용도 예상된다. 판 바뀌었지만...尹 선대위의 잠정 리스크는 여전 윤 후보는 차기 대선을 불과 두 달가량 남겨 놓고 민심을 반영한 조직 쇄신을 명분으로 급기야 판을 뒤집었다. 여당 후보와의 대선 장기판 수싸움에 골몰해야 할 시점에 ‘대선시계 역행’이라는 페널티를 감수하더라도 우선 내부 정비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선대위를 둘러싼 내홍 양상에 지지층이 엷어지자 윤 후보가 내린 극약 처방이다. 하지만 윤 후보의 처방전이 특효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종인 전 위원장 이탈에 따른 ‘대여(對與) 랜드마크 전략 부재’, 여전히 홍준표·유승민이라는 퍼즐이 빠진 ‘반쪽 선대위’, 2선 후퇴한 윤핵관의 ‘비선실세화’ 등 대선 여정을 이어가기에 앞서 풀어야 할 선결 과제가 산적해 있다. 홀로서기에 나선 윤 후보가 이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면 역효과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퇴진을 놓고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 후보가 상왕(上王) 논란을 불식시키며 대선의 주역으로 올라섰다는 평가와 선거 경험이 풍부한 전략가를 내친 자충수라는 우려가 교차한다. 김 전 위원장은 ‘경제민주화’ 어젠다를 제시하는 등 외연 확장에 최적화된 전략을 구사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을 견인했다. 또한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그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바닥까지 추락했던 국민의힘의 중도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야당의 압승을 일궈냈다. 민심 확보에 주력해야 하는 윤 후보가 남은 대선 여정에서 김 전 위원장의 선거 노하우와 외연 확장성을 배제한 것은 뼈아픈 실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철학을 정책 브랜드로 승화시킨 윤 후보의 ‘공정 경제’ 슬로건도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탈모 보험 적용’ 등 이색 공약으로 초당적 관심을 얻고 있는 반면, 선거운동에 공백이 생긴 윤 후보에게는 뚜렷한 중도 확장 전략이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2030 청년 실무진을 대거 투입한 윤석열호 선거조직은 여당에 비해 관록과 노련미가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만큼, 정책 기조와 선거 전략을 조율할 베테랑이 없다는 점은 중대 불안요소다. 일각에선 김종인·김병준·김한길을 주축으로 한 이른바 ‘3김(金) 삼각편대’가 무너진 탓에 윤 후보의 외연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한 전직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3김 체제를 구축했던 기존 선대위는 적어도 외연 확장성에 있어선 보장된 측면이 있었다. 인사 영입 단계에서 잡음이 있었지만 김병준·김한길 위원장은 구(舊)여권 출신 인사로 진보 진영에서 상징성이 큰 인물들”이라며 “김종인 전 위원장은 선대위 단기필마 체제를 감당할 정치 내공이 부족한 윤 후보의 약점을 보완할 받침목이었다. 홀로서기에 나선 윤 후보가 과연 새 선대위의 방향타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걷히지 않은 ‘인의 장막’, 野 선대위 뇌관 될까 정치권 일각에선 야당 선대위에서 윤핵관이라는 ‘인의 장막’이 걷히지 않았다는 회의적 시각이 엄존한다. 윤 후보의 핵심 측근이 선대위 실세에서 하방했지만, 사실상 ‘비선실세’로서 캠프 내 영향력은 건재하다는 것이다. 지난 6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는 타결점을 찾으며 극적으로 화해했다. 하지만 윤석열·이준석 갈등의 발화점으로 지목되는 윤핵관의 물밑 영향력 행사가 이어진다면, 잠정 봉합된 윤·이 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다. 그간 이 대표는 선대위 내부에 윤핵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해 왔다. 실무형 선대위 개편을 주장한 김종인 전 위원장도 윤 후보의 최측근들이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그 장막은 걷히지 않았다며 날선 발언들을 쏟아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가 선대위 전면 해체를 선언한 지난 5일 광화문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핵관의 백의종군 행보에 대해 “그게 물러났다고 물러난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지금도 밖에 직책도 없는 사람이 영향력을 다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 후보 최측근 그룹이 자기 사람을 캠프 안팎에 배치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가깝지만 먼 당신’ 홍준표·유승민, 尹의 출구 전략? 윤 후보는 결국 ‘김종인 찬스’를 포기했다. 여기에 내홍 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윤핵관’을 포함한 선대위 주전선수 전원 교체라는 모험수를 뒀다. 그렇다면 윤 후보에게 반전 묘수가 있는 것일까. 윤 후보가 내홍 극심화로 고심을 거듭하는 사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대척점에 섰던 이낙연 전 대표를 선대위 요직으로 영입하며 ‘원팀’의 실마리를 풀었다. 반면 윤 후보는 여전히 경선 라이벌이라는 마지막 퍼즐이 빠진 ‘반쪽 선대위’를 혈혈단신 꾸려나가는 모양새다. 원팀을 이루지 못한 선대위로는 표심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결국 윤 후보의 가장 유력한 대선 출구 전략은 ‘경선 라이벌’이었던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선대위 전면에 등판시키는 것이다. 경선 이후에도 여전히 2030세대의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는 홍 의원과 중도·보수 팬덤을 보유한 유 전 의원을 캠프로 영입해 지지층 스펙트럼을 넓힐 것이란 관측이 대두된다. 지난 5일 선대위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선 홍 의원의 총괄선대위원장 영입설이 거론되기도 했다. 실제로 윤 후보 측은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에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에 따르면 내주 중으로 윤 후보가 홍 의원과 따로 회동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기사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