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감악산, 구름다리 운계폭포 그리고 임진강 풍경
1. 일자: 2022. 8. 4 (목)
2. 산: 감악산(674m)
3. 행로와 시간
[출렁다리(08:58) ~ 운계폭포(09:19~25) ~ 범륜사(09:35) ~ (묵은밭/운계능선길) ~ 까치봉(10:29) ~ 정상(10:45~55) ~ 임꺽정봉(11:10) ~ 하늘전망대(11:15) ~ 장군봉(11:24) ~ 보리암/돌탑(11:58) ~ (감악능선계곡) ~ 출렁다리(12:52) ~ 주차장(13:02) / 7,99km]
< 출렁다리 ~ 정상 >
네 번째 감악산 산행이다. 이번엔 여름이다. 등산로 입구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구름다리 주변으로 유원지 상가가 형성되어 있다. 놀랍다. 군대생활을 문산에서 한 탓에 주변을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은 더 이상 오지가 아닌가 보다.
구름다리를 건너며 산행을 시작한다, 허공에 떠서 걷는 기분이 그만이다. 산 밑으로 보이는 풍경에 이끌려 폭포를 찾는다, 산악회 제시 등로와는 역방향이다. 그간 몰랐던 운계폭포의 매력에 빠진다. 물살의 위세가 대단하다. 폭포란 본디 흐르는 물이 벽을 만나 떨어지는 물줄기다. 폭포에 열광하는 건 그 시원한 볼거리 때문인데 이곳은 주변의 절벽과 어우러져 더욱 멋지다.
법륜사를 지나 길을 이어간다. 부도탑에 들른다. 고승의 넋을 기리는 돌에 색 고운 이끼가 끼어 있다. 정갈한 분위기와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30분간 황홀한 풍경들을 경험했다. 예전에 미쳐 살피니 못한 것들과의 만남이라 더 좋았다. 계곡을 벗 삼아 길을 오른다. 묵은밭을 지나 길을 좌측으로 꺽는다. 운계능선길과 만난다. 다행히 날씨는 그리 덥지 않다. 북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적성 땅 뒤로 임진강이 흐른다. 아련한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다. 임진강 필승교 도하장에서 참 많은 다리와 부교를 가설했다. 오래 전 일이다.
확 트인 시야는 암릉 길 오름의 힘겨움을 줄여준다. 까치봉 주변으로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정상 기상돔이 우뚝하고, 파평면과 적성면 읍내 모습이 선명하다. 임진강 너무 북녘 땅이 보인다. 감악산의 매력에 빠진다. 정자 쉼터를 지나 정상까지 사납지 않은 등로가 이어진다. 감악산의 '악'은 달리 해석되어야 한다.
< 정상 ~ 출렁다리 >
정상 풍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내려다 보는 시야가 더 확 트인다. 평일이라 그런지 정상은 한산하다. 말 없이 임진강이 흐르는 산 밑 풍경을 바라본다. 참 좋다.
임꺽정봉으로 향한다. 힘겹게 올라선 보람이 있다. 동두천 방향으로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장군봉 방향으로 암릉의 위세도 대단하다. 저수지가 여럿 보인다. 풍경의 변화는 그 길을 가는 새로운 힘을 준다. 길 표식이 어지럽다. 각기 다른 주체가 만든 것인데 혼란스럽다. 풍경에 이끌려 계단을 내려선다. 하늘전망대 앞에 선다. 잘 꾸며 놓은 곳으로 암벽과 소나무가 있는 풍광이 인상 깊다.
장군봉 가는 길은 꽤 험하다. 이곳에서는 내려다 보는 풍경 못지 않게 올려다 보는 모습도 시원하다. 절벽 사이로 지나 온 계단 데크가 선명하다. 길이 어지럽다, 발 길 가는 대로 간다. 시간 여유는 충분하다. 암봉에도 오르고 짙은 숲길도 걷는다. 여름 평일 산행의 여유가 참 좋다.
'보리암 돌탑' 표시에 이끌려 암자에 들른다. 샘이 있고 탑이 있고 조그만 암자가 있다, 커다란 개는 무심하게 졸고 있다. 흐르는 물에 얼굴을 씻자 날아갈 것 같다. 산에서는 작은 변화도 호사로 여겨진다. 산은 나를 낮추는 힘이 있다.
보리암을 지나자 계곡이 등장한다. 처음엔 청산계곡이라 여겼는데 내려와 확인하니 감악능선계곡이었다. 계곡 옆 등로는 돌이 많다. 꽤 길게 내려선다. 계곡 합류 지점에서 범륜사 방향으로 길을 튼다. 손마중길 이라는 순한 길이 나를 다시 출렁다리 입구로 데려다 주었다. 출렁다리를 건넌다. 사진 욕심에 삼각대를 세운다. 작은 성취감에 들떠 있는 내 표정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 에필로그 >
거제 계룡산 대신 선택한 감악산, 여러 모로 좋았다. 우선 오가는 거리가 짧아 집에 도착해도 오후 4시가 조금 지났다. 출렁다리와 운계폭포는 오늘 여정의 하이라이트였다. 다리는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주었고, 폭포는 이 계절에 절정의 풍광을 선물했다. 산 위에서의 풍경도 무척 좋았다. 오랜 만에 다시 보는 임진강과 주변 도시는 아련한 옛 추억을 불러 왔고, 암릉 풍경은 왜 이곳이 명산임을 증명했다.
휴가 기간 중, 평소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자고 마음 먹었다. 평일 산악회 버스 여행도 그 중 하나였다. 작은 성취감에 기분 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