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부분은 생리기간을 즐겁게 느끼기보다는 부담스러워 한다. 한 달에 거의 일주일, 일 년 중 3개월에 가까운 기간을 생리대를 사용해야 하는 여성들에게는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불편한 기간이라 여겨진다. 평생 자녀를 몇 명 낳지 않는 여성들, 심지어는 독신이거나 불문에 출가한 여성들조차 매달 수정을 기다리는 난자를 만들어내고, 예비 엄마로의 호르몬변화를 겪으며 살아야 하는 일이 불합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매달 달의 주기에 따라 변화하는 신비로운 몸의 비밀을 알게 되면 생리기간을 대하는 마음의 태도는 달라질 것이다.
감정적 만족도 최고; 배란기
생리와 배란 사이의 기간을 ‘난포기’라 부르는데 이 시기에 여성의 몸에서는 난자가 만들어지고 자궁벽에 면역 세포들이 발달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난자를 만들어내는 리듬은 감정과 에너지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무언가를 시작하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성향이 생겨난다. 몸에서는 배란기가 가까워질수록 FSH(난포자극 호르몬)와 LH(황체자극 호르몬)의 양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배란기’가 되면 두 호르몬의 양이 갑자기 증가하면서 에스트로젠의 분비가 최고조에 이른다. 이 시기의 여성들은 다른 기간보다 여성적이며 성적 매력이 넘치는 상태가 된다. 또한, 감정적으로 가장 만족도가 높은 때기도 하다. 생물학적으로 이 시기는 정자를 만나 수정을 할 수 있는 가능태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외부와 소통하려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강해지고 포용력이 넘치는 부드러운 감정상태가 된다. 그러다가 배란 후 수정에 성공하지 못하면 에스트로젠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프로게스테론의 양이 증가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를 ‘황체기’라고 부른다.
신경 예민하고 좌절감 우울감; 황체기
‘황체기’는 여성 스스로 내면의 문으로 들어가 무의식적인 자아와 만나는 때이므로 내향적이고 사색적이 된다. 자궁내막이 비대해지면서 몸이 묵직하고 무거워지며 신경이 예민해지고 감정적으로 좌절감과 우울감이 찾아든다. 생리기가 다가올수록 몸에서는 한 달 동안 쌓여 있던 노폐물과 독소가 배출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복통이나 요통, 유방통을 크게 느끼는 예도 있다. 평소보다 훨씬 예민해져서 사랑과 관심을 많이 필요로 한다. 피부 상태는 건조해지고 체온은 올라가며 식욕이 항진되거나 욕구불만을 느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생리 전 증후군’이라 알려진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데 심한 경우에는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여성호르몬 요법을 쓰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변화와 무거운 리듬은 ‘생리기’ 동안 계속된다. 배란기의 생기발랄함은 커튼 뒤로 숨어버리고, 기분이 가라앉고 평소보다 깊이 자기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생리기간 동안 여성은 사회적인 소통보다는 내면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마치 밀물이 들어오는 것과 같이 에너지의 흐름이 안으로 향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리듬을 활용하면 보다 깊은 자의식과 만나게 되고, 자신의 잠재적인 능력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생리가 끝나갈 무렵이 되면 마치 어둠의 장막이 걷히고 새벽이 밝아오듯이 긴 터널을 지나온 기분이 들면서 몸과 마음이 서서히 가벼워지기 시작한다.
자연 리듬에 맞춰
건강한 채식으로
현대여성들은 달의 주기에 따라 변화하는 몸의 신비에 귀 기울일 여유를 잃어버렸다. 몸과의 대화보다는 진통제와 피임약을 더 친근하게 생각하는 때도 있다. 그녀들은 대개 생리주기에 대해 친한 동성 친구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알려지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석 달 정도 생리주기에 따라 변화하는 몸의 리듬을 기록해본다면 여성의 몸이 자연 그 자체라는 사실에 대해 경외심마저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점점 생리기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될 수도 있다.
채식하는 여성들의 경우, 생리가 멈추거나 생리혈의 양이 줄어드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상적인 배란은 일어나지만, 생리혈을 배출하지 않으면서 몸의 상태가 안정적이고 건강한 상태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배란이 일어나지 않고 달의 주기에 따라 호르몬이 변화하는 자연의 리듬에서 벗어나 있다면 반드시 점검해보기를 바란다. 체질에 맞지 않는 식단 때문에 몸이 갑자기 냉해졌거나, 식이장애가 있는 경우, 인스턴트식품과 정제 탄수화물에 편중된 채식, 지나친 스트레스와 편식, 폭식 등은 여성의 생리리듬을 방해한다. 이럴 때 균형 잡힌 영양을 공급해주고 체질에 맞는 식단을 통해 건강한 채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여성 스스로 자연 그 자체임을 자각하고 자연의 리듬에 따라 찾아오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편안하게 수용하는 자세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여성 생리주기에 따른
채식식단
1. 단것이 부쩍 당기고 탄수화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면
초콜릿이나 베이커리 빵 대신 과일의 단맛과 견과류의 고소함을 즐긴다. 통곡류로 만든 시리얼이나 무설탕 과일 칩 등의 간식거리를 준비해두자.
2. 피부가 건조해지고 푸석푸석해질 때
과식과 폭식을 피하고 충분한 수분 보충에 신경 쓴다. 수분함량과 식이섬유가 많은 사과, 토마토, 파인애플 등의 과일과 비트, 파프리카, 당근 등 색깔이 풍부한 채소를 섭취한다. 국화차, 레몬차, 진피차 등 비타민이 풍부하고 항산화물질이 들어 있는 차도 도움이 된다.
3. 생리전 증후군으로 우울하다면
우울증을 예방하는 칼슘 섭취가 필요하다. 브로콜리, 근대, 시금치, 양배추 등의 녹색 채소와 아몬드, 참깨, 호두, 잣 등의 견과류, 미역, 다시마, 김 등의 해조류를 신경 써서 챙겨먹는다.
4. 생리통이 심하거나 생리가 불규칙 하다면
몸이 차가워져서 순환이 좋지 않거나 어혈이 있기 때문이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생강, 마늘, 양파, 후추, 카레를 요리에 응용하고 쑥차를 마시고, 홍화와 익모초도 체질에 맞게 사용하면 좋다.
- 글
- 이현주 (한방 채식 기린한약국 한약사)
- 호칭·직책
- 이현주는 순 식물성 한약재로 처방하는 한방 채식 ‘기린한약국’과 ‘고기없는 월요일’ 대표다. 또한, 인천 녹색연합 녹색생활위 위원장이며 저서 〈휴휴선〉과 〈오감테라피〉를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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