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풀꽃'이라는 이름의 꽃을 아는가. 겨울이 채 끝나기도 전 아주 이른 봄, 땅속 구근에서 피어 올라오는 작은 수선화처럼 생긴 흰 꽃이다. 설강화(雪降花)라고도 하며, 영어로도 같은 의미의 스노우드롭이라 불린다. 눈 내린 땅에서 묵묵하게 꽃을 피우는 특성 때문에 붙인 이름일 것이다. 정식 명칭은 갈란투스로, 알뿌리 식물 중에서는 가장 이르게 개화하는 꽃이다.
내가 아는 많은 이들이 이 눈풀꽃과 같은 삶을 살아왔다. 아니, 어찌 보면 절망과 희망, 생기 없음과 소생의 순환을 사는 것은 누구도 예외가 아니리라.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는 말했다. 당신이 갈구하는 것은 세상 사람 모두가 갈구하는 것이라고. 따라서 당신은 외톨이가 아니며, 모두와 연결되어 있다고.
눈풀꽃의 개화(開花)처럼 사실 행복에는 이유가 없다. 기쁨도 마찬가지다. 그것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가 그냥 발견하는 것이다. 어두운 쪽으로 따라가던 습관을 접고, 공중에 떠가는 기쁨의 실마리를 붙잡는 것이다. 보라, 세상의 모든 꽃이 땅속 축축한 어둠에 저항해 막무가내로 (어쩌면 성급함을 염려하는 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꽃을 피우지 않는가. 그렇지 않고 주저한다면 어떻게 생명의 이유가 우리의 심장을 뚫고 지나가겠는가.
여기 기도와 같은 시가 있다. 이 시를 인생이라는 계절성 장애를 겪으며 잠시 어두운 시기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읽어 주고 싶다.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하리라.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었다, 대지가 나를 내리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에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