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Von Schewen 이라는 독일장군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1990년 가을 어느 날 그는 총사령부에 출두 명령을 받게 됩니다. 그때 그는 육군 소장이었습니다. 사령관은 그에게 중장 계급장을 달아주면서 임무를 하달하였습니다. 그가 받은 명령은 “동독으로 들어가서, 동독군을 접수하라” 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경험을 듣고 싶어서, 우리국방부가 그를 서울로 초청하였습니다. 그가 동독에 들어갔을 때에 동독군에는 장성급 장교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모두 퇴역했기 때문입니다. 사단이나 연대의 지휘관실 옆 구석에는 정치장교의 방이 따로 마련되어있었는데, 사람은 없고 자물쇠로 꼭 잠가두어서, 그들이 사용하던 비밀문서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있었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서독에 살면서도, 동독 정부에 충성을 바쳤던 사람들의 명단을 상세히 파악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가 정말 감사하게 생각했던 것은, 그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동독군의 장병들이 그렇게 협조적이었다는 것입니다. 그 경험을 정리한 “동독군의 해체(Demise of NVA)”라는 책에는 동독군을 접수하는 과정과 중국의 천안문 사태를 비교하는 대목이 아주 인상 깊게 다루어져 있습니다.
만약, 그때에 누군가가 탱크 한 대를 몰고 Berlin 시내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였다면, 만약 그때에 동독군 병사 몇 명이 총을 쏘면서 저항했다면, 독일의 통일은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이, 이 거대한 Drama 에 참여했던 동 서독 장교들, 모두의 회고였습니다.
여기 모이신 선배님들이 생존해 계신동안, 최소한 우리 세대에, 우리 후배 중에 누군가는, 이런 명령을 받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런데 이 너무도 당연한 소원이 꿈같은 넋두리로 들린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냉전이 끝나고, 소련이 해체과정을 밟고 있을 때에, 독일에게 주어진 기회와 우리에게 주어졌던 기회가 그렇게 다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이렇게 엄청나게 달랐습니다.
물론 우리에게는 중국이라는 제 3의 변수가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저울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때에 만약, 중국이, Hungary 와 Austria 가 독일을 도와주었던 것처럼 우리를 도와주었다면, 그 기회를 살려서, 북한군을 접수할 수 있었겠는가?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역량도 부족하였고 물론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그때 우리는 그런 일을 추진할 의지도 부족했고, 기본적으로 자세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문제입니다.
본 론
남북한과 같은 분단국은 두 개의 나라로 나누어 져서 공존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관계입니다. 체코와 슬로박 처럼 종족이 다르고, 역사적 배경이 다르고, 문화와 풍속이 달라서, 나누어 사는 것이 더 편한 사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91년에 채결된, 남북한 간의 기본 합의서에도 “남 북한의 관계는 . . .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 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남한과 북한은 당분간 공존하지만, 공존하는 상태가 잠정적이라는 뜻입니다. 그 잠정적이라는 시간 개념이 몇 년인지 몇 십 년이 될지를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는 End-state 를 분명히 해둔 것입니다.
이렇게 외부세력에 의해서 분단되고, 내부적으로는 나누어져 살수도 없는, 남북한과 같은 상황에서, 생존하려면, 두 가지 위협을 동시에 관리해야 합니다. 하나는 내부적으로 북한의 도전을 이겨 내어야 하는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적으로 주변국의 위협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부적 위협은 통일이 이루어 질 때 까지라는 시한적인 것이지만, 외부적 위협은 영구적인 것입니다. 내부적 위협은 다분히 내전적(內戰的) 요소가 지배적인데 비해, 외부적인 문제는 현실주의적인 냉엄한 국제관계입니다.
그럼으로, 한반도의 안보와 통일의 문제는 외부적 여건과 내부적 상황의 변화를 한 Table 위에 같이 올려놓고 풀어야하는, 수학적 표현으로는, 독립 변수가 여러 개 들어 있는, 다변수 함수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이중에서 어느 한 개의 변수만 보고 안보나 통일문제를 논하는 것은, 입체적인 문제를, 일차원적으로 접근하는 것과 같아서, 엉뚱한 해답을 얻게 됩니다.
6.25 한국 전쟁 때에, 김일성은 처음에 이문제가, 길어봐야, 3개월이면 해결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미군이 그렇게 빨리 개입할 가능성은 보지 못했습니다. 한반도 내부적인 변수는 읽었지만, 국제관계의 변수는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인천 상륙에 성공한 멕아더 원수는,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이문제가 풀릴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중공군이 개입한다고는 보지 않았습니다. 지역정세의 특징에 대한 변수를 읽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팽덕회가 1차 공세와 2차 공세에 성공하여, 38선에 도달했을 때에, 모택동은, 두 번만 더 밀고 내려가면, 미군을 한반도에서 몰아 낼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실제로, 아슬아슬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택동 역시 국제질서의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은 턱없이 부족하였습니다. 이들 모두가, 다변수함수를 일차 함수로 생각하고, 일차원적으로 접근했던 사람들입니다.
국제관계의 대가 Kissinger 박사는 한국전을 회고하면서, 그때에, 멕아더 장군은 평양-원산 선 쯤에서 정지했어야 옳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1) 그의 논리는, 원래 UN의 참전 목표가 북한군을 38도 선 이북으로 쫓아내는 것이었다면 그 선에서 정지하거나, 아니면 북한이 도발했기 때문에, 그 응징으로 100 마일쯤 북쪽으로 더 올라가서 정지하면 될 것을, 군사적으로 완전한 승리 또는 무조건 항복을 받으려 했던 것이, 결국 중공을 끌어 들였다는 것입니다.
며칠 전 백선엽 장군께서 6.25를 회고하면서 "지금 여기 서있는 땅 한 조각 한 조각이 모두다 피를 흘려 찾은 땅이다."라는 말씀을 할 때에, 가슴이 뭉클하였습니다. 당시 그렇게 엄청난 희생을 치르면서 겨우 평양에 들어간 국군과 UN 군에게, 더 전진하지 말고, 그 자리에 멈춰서라는 명령이, 현실적으로 시행 가능한 방책이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분단이 이렇게 60년 이상이나 장기화 되고 보니, 그때에 차라리 그렇게라도 되었다면 좋을 뻔 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분단 상황이 60년 이상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정도로 큰 문제라면 적어도 60년 이상 되는 깊은 뿌리가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사실 이 분단의 문제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 문제인줄 미리 알았다면, 우리는 좀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멀리 내다보면서 원인을 찾아보고 대응책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그 뿌리를 알아야, 앞으로 60년을 내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 분야로 나누어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첫째, 동북아 지역정세의 특징과 분단국의 생존전략 둘째, 21세기 국제 정세의 특징과 분단국의 생존전략 셋째, 한반도 내부적인 상황과 생존전략 순입니다.
첫째,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의 지정학적 특징입니다.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를 Buffer 라고 합니다. 완충지대의 나라라는 뜻입니다. 19세기말 과 20세기 초,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입지가 영락없이 그런 Buffer 였습니다.
일반적으로 강대국들이 Buffer 의 나라를 다루는 방법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독립을 보장해 주면서, 중립국으로 남게 하는 방법이고, 둘째는 적절한 선으로 나누어 통제하는 방법이고, 세 번째 방법은 강대국끼리 싸워서 어느 한나라가 독차지하는 방법입니다. 결국 Buffer 의 입장에서는 이 세가지중 하나가 그 나라의 운명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이 세 가지 운명을 다 겪어본 나라입니다. 청일전쟁과 노일전쟁은 모두 한반도를 놓고 서로 먹으려고 일본과 중국과 러시아가 싸웠던 전쟁입니다. 이들이 모두 한반도를 Buffer 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지정학적 특징들이 20세기에도 이어져 왔다는 사실입니다.
2차대전이 끝날 무렵, 소련은 태평양전쟁에 참가하면서, 노일전쟁 이전에 러시아가 극동에서 보유했던 영향권을 회복한다는 조건을 제시하였고, 얄타체제가 그것을 수용한 것입니다. 결국 한반도를 분할한 38도선은 그 합의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6.25 한국전쟁에서, 중공군이 미군을 기어이 한반도에서 몰아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참전한 배경에는, 중국이 한반도에서 청일전쟁 이전의 상태를 회복해야한다는 정서가 깔려있었다고 보여집니다. 결국 소련이나 중국이 그때까지도 한반도를 Buffer 로 생각했다는 뜻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특징들이 지금까지도 도처에 잠재해 있다는 것과, 기회만 있으면, 다시 불거져 나온다는 것입니다. 지금 중국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21세기에, 중일관계가 우호적으로 발전하면 통일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적대관계로 변화하면 통일에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국제질서에 도전하다가,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군사적 제제를 받게 되면, 통일로 가는 길은 더 어려워 질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국력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강대국들은 한반도를 또다시 Buffer 로 대접하게 될 가능성이 우리주변에 잠복해 있다는 것입니다.
분단이 60년이나 이어져 온 사실을, 단순히 군사적 차원에서 우리가 전쟁을 억제하는 데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파악하는 것은, 문제를 전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그 배경에 지정학적 특징이 강하게 작용하였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특징을 도외시하고 분단의 문제를 풀려하면, 또다시 다변수 함수를 일차원적으로 접근하는 우를 범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동북아 지역의 지정학적 특징이 한반도의 통일과 안보문제를 다 차원적으로 접근해야할 전략 환경이고, 또 포괄적인 전략으로 풀어야할 이유입니다.
둘째, 21세기 국제질서와 분단국의 생존전략입니다.
21세기 국제사회의 구조는 초강대국인 미국과 여러 개의 강대국들로 구성된 단극체제입니다. 따라서 이런 형태의 단극체제가 갖는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21세기 국제 질서의 큰 흐름을 이해하는 방법입니다.
1) 실질적으로 패권국가가 된 미국의 입장에서는 국제질서와 자국의 이익을 동일시하겠지만, 강대국들의 입장에서는 자기나라의 이익에 우선을 두고 행동하게 될 것입니다.
2) 따라서 미국은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분쟁에 다 관여해야할 입장이 됩니다. 사실 미국이 개입하지 않고 해결되는 분쟁이 없다고 보는 견해가 더 정확합니다.
3)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역할이 증가하면 할수록, 미국이 독주하려는 경향(Unilateralism) 은 증가하게 되고, 강대국들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고, 다자주의적(Multilateralism) 해법을 찾으려는 경향이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4) 미국의 군사력에 도전할 상대가 등장하지 않는 한, 냉전시대의 상황처럼, 두 개의 배타적 Bloc 이 형성되어 대치할 가능성은 상당기간 나타나지 않겠지만, 사안에 따라서, 그리고 자국의 이익에 따라서, 부분적으로 이합 집산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5) 그 과정은 다양하겠지만, 결국 미국적 가치관이 국제사회에 퍼져 나가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21세기 세계질서는 미국이 독주하려는 경향과 강대국들이 견제하려는 경향의 상호작용으로 특징 지어질 것입니다.
이런 원론적 특징을 증명해 주듯이, 미국에 Obama 정부가 등장하면서, Bush 정부때에 비난받아오던, 일방 주의적 국제관계를 자제하고,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다자주의적(Multilateralism) 해법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한 핵을 다루는 6자회담도 예외가 아닙니다.
북한이 연거푸 무리수를 두면서 도전하고 있지만, 미국의 대응은 매우 신중합니다. 아직은 대 북한 전략의 전모가 그려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27일, Obama 대통령이 Terror 집단과의 전쟁에서 포괄적인 접근(Comprehensive Approach)을 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 내용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북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미국이 Al-Qaeda 세력을 아프카니스탄과 파키스탄 지역에서 완전히 격멸하겠다는 구체적인 전략목표를 제시한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Hard Power 위주에서 Smarter Power 를 적용하는 소위 포괄적 접근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2차 대전이후 유럽에 대하여 Marshal Plan 을 시행했듯이 아프카니스탄과 파키스탄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경찰력을 강화하여 안전을 회복하게 함으로서, Terror 세력이 발붙일 근거를 제거하고, 고립시킨 후 격멸 한다는 전략입니다. 얼른 보면 대단히 유연하다고 보여 집니다. 그러나 내용은 Soft power 와 hard power 를 양 손에 거머쥐고, 필요할 때에는 단호하게 군사력을 사용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난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평화의 길이 열려 있다"고 발표한 것은 대 북한정책이 역시 포괄적 접근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처럼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것은 이 포괄적 접근이 분명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과, 이 전략의 한쪽 끝에는 강력한 군사적 수단이 늘 자리 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21세기 국제질서의 흐름은 한반도의 분단문제를 자유민주주의 통일로 풀어나가는 데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따라서 전통적인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국제 질서의 큰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 한반도 통일을 위한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셋째, 한반도 내의 상황과 분단국의 생존전략:
남북한 관계가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 라는 표현의 의미는, 비군사 분야에서는 소위 화해와 협력을 추진하는 관계가 되겠지만, 안보차원에서는 내전적(內戰的) 특징을 지닌 군사적 경쟁관계가 되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남북한 간에는 두 개의 전선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군사적 경쟁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 심리전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선택했던 전략은 전쟁을 억제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매사에 소극적이었고, 수세적이었습니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북한을 자극할 만한 것은 되도록 자제하였고, 북한이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 있으면, 웬만하면 양보하는 것이 전쟁을 억제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 결과 현대 무기를 도입하고 현대 전술을 채택하여 군사적 혁신을 하는 분야에서도, 북한이 늘 한발 앞서 갔고, 우리는 뒤 따라갔습니다. 이런 전비태세의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억제할 수 있었던 것은 한미 동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치 심리전 분야의 불균형은 훨씬 더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었습니다. 구조적으로 북한은 패쇠된 통제사회이지만, 남한은 개방된 자유로운 사회이기 때문에, 남한은 북한의 심리전 공세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채 수 십년을 지내왔습니다. 그 결과 북한의 정치 심리전으로 인해 우리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가치관이 오염되고, 권위는 무너지고, 정체성마저 흔들리는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남한 사회 내에 친북세력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피부로 느낄 만큼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손자는 이런 상황을 도(道)가 무너진 상태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도(道)라는 개념은 지도자의 뜻과 백성의 뜻이 일치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곧 지도자가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그의 정책을 국민이 전적으로 찬성하고 지원하는 상태를 손자는 도(道) 가 확립된 상태라고 본 것입니다.
손자는, 특히 내전상황에서는, 이 도(道)의 수준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 짖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합니다. 결국 아무리 무기가 많다 하더라도 도(道) 가 무너진 나라의 군대는, 결코 이길 수 없다는 뜻입니다.
군사적으로는 전쟁을 억제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입니다. 그러나 정치심리전 차원에서 수세를 취한 것은 잘못된 선택입니다. 그 결과 나라의 도(道) 가 무너지는데, 도(道)가 무너지면 내전에서 이길 수 없게 됩니다.
군사력의 불균형은 동맹의 도움으로 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 심리전 차원에서 도(道) 가 무너진 것은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영역입니다. 오직 우리 스스로 고쳐나가야 합니다.
20세기, 한편으로는 북한이 계속해서 내려 보내는 무장공비들과 싸워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허리띠를 졸라 매고 이 나라를 일으켜 세운 세대가 외처 불렀던 구호는 "싸우면서 건설하자." 옅습니다. 그것은 동시에 남북한이 어떤 체제가 더 우수한지를 현실적으로 비교해 본 후에 통일 조국의 모습을 선택하자는 큰 뜻이 담긴 경쟁이었습니다. 그래서 온 국민이 사력을 다해 싸우면서 건설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국력이 이만한 수준에 이르고 보니, 언제 부터인지, 자유민주주의 통일조국이라는 비전이 시들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과정에 도(道) 가 함께 무너져 버렸습니다. 여기서 잃어버린 길을 다시 찾아주는 것이 도(道)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이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없으면, 한 반도는 자유민주주의 나라로 통일될 수 없습니다. 북한에 대의원이 700-800명쯤 됩니다. 이들 정치 엘리트 들이 김정일이 대의원증을 들면, 꼭두각씨들 처럼 같이 손을 들어서 의사표시를 하고 있지만, 선택의 여지만 있다면, 최소한 자기 자식만은 그런 사회에서 살지 말고,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에서 살기를 원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생각이 투철하지 않으면 북한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남북한이 움직이지 않으면 대역사를 이룩할 수 없습니다.
도(道)를 세우기 위해 세 가지 원칙을 제의합니다.
첫째, 목표의 원칙입니다.
통일이 지향해야할 방향은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와, 개방된 시장경제, 그리고 인권이 보장되는 나라입니다. 그것이 인류 보편적 가치와 오랜 역사적 경험을 통해 터득한 최선의 체제이기 때문입니다.
CEO 가 제품을 선전해야 시장경쟁에서 유리한 입장을 확보하듯이, 통일의 목표를 홍보해야 통일의 추진력을 확보하게 됩니다. 온 국민의 의지를 자유민주주의 통일 조국의 목표를 향해 한데 모으는 것이 곧 도(道)를 세우는 길입니다. 이웃 모든 나라 국민들에게도 소개해야 합니다. 그래야 유사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목표가 목표로서의 역할을 하려면, 누구나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어야하고, 간단명료하고, 무엇보다, 오해의 소지가 없어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를 한다는 것인지, 인민민주주의를 한다는 것인지, 수령 독재를 한다는 것인지 안한다는 것인지를 모호하게 만들어놓은 목표는, 목표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것입니다. 참여하는 동포들이 어디로 향해 가야할지 방향을 찾을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남북통일과 같은 대 역사가 우리세대에 완성될 수 없어서 다음 세대에 인계해야할 경우라면, 우리는 우리의 후대에게 이 목표를 성실히 교육해야 합니다. 그래야 일관된 추진이 가능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공세의 원칙입니다.
북한이 문제를 일으키면 따라가서 대응하는 식의 방어 전략으로는 통일을 이끌어갈 수 없습니다. 통일의 목표를 북한 동포에게도 알려야합니다. 그래야 범 민족적 도(道) 를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북한 동포의 의지가 자유민주주의를 진심으로 받아들일 때 통일은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남아있습니다.
장벽에 구멍이 생겼습니다. 동독 사람들이 그 구멍으로 수없이 탈출을 합니다. 어떤 사람이 구멍을 빠져 나오면서 벽에 농담 하나를 적어 놓았습니다.
"호네커씨, 당신이 만약 동독을 나오는 마지막 사람이 되거든 나올 때 소등하고 나오는 것 잊지 마세요." 호네커가 버티겠지만, 모든 동독사람이 다 빠져 나오게 되면, 결국 그도 빠져 나올 수 밖에 없을 터이니, 마지막으로 나오는 사람이 되거든, 불이나 끄고 나오라는 뜻입니다. 동독 사람들의 의지 속에 자유민주주의 나라로 가겠다는 의지와 자세가 잡혀 있었기 때문에 독일은 통일이 되었습니다.
개방사회의 장점이 다양성에 있지만, 때로는 획일주의의 표적이 되어 집중공격을 받을 때에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약점이 있습니다. 이런 북한의 정치 심리전 공세에 대하여 고식적인 방어만으로는 우리사회를 보호할 수 없습니다. 정치 심리적 공세는 동시에 최선의 방어입니다. 다양한 수단을 통합한 포괄적 대책이 동원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셋째는 집중의 원칙입니다.
제한된 자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으려면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결정적인 분야에 집중해서 투자해야 합니다. 물론 다른 곳에서 절약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북한을 변화 시킨다고 하면서 산만하게 돈을 쓸 때가 아닙니다. 도(道)를 확립하기 위해 필요한 분야에 자산을 집중하자는 것입니다. 북한 동포를 지원하되 7천만의 도(道) 를 확립하려는 목표에 맞추어 집중적으로 지원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야 자유민주주의 통일이라는 대역사가 이루어 질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동북아 지역정세의 특징과, 21세기 국제정세의 흐름, 그리고 한반도 내부적인 상황을 검토한 내용을 종합하면, 분단국의 생존 전략 을 네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이 생존전략이 곧 통일의 전략이며, 동시에 안보전략입니다.
첫째는 분단 한국의 생존과 통일을 이끌어 갈 전략은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전략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한반도 통일의 방정식이 다변수 함수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정치심리전 차원의 대공세 전략을 채택해야 합니다. 무너진 도(道) 를 바로 세우고 통일을 추진할 범민족적 도(道)를 확립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동맹을 강화하고 상비군의 군사혁신을 추진하는 전략입니다. 이 부분은 오늘 아침에 다루지 못했습니다만 여러 선배님들이 평생토록 해왔던 과업이고 지금 후배들이 이어받아 추진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마지막으로 기다리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무작정 기다리자는 전략이 아닙니다. 자유민주주의 통일의 여건을 만들면서 때를 기다리는 전략입니다. 손자는 “부전승(不戰勝)은 재기(在己)하고, 전승(戰勝)은 재적(在敵)이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내전의 특징은 스스로 무너지지 않으면 외부의 공격만으로 망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뒤집어 보면, 분단 상황이 풀리는 것은 결국 어느 한편이 스스로 무너져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결 론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매사에 극단적인 반응을 하고 있습니다. 군사적으로는 대단히 위험한 상황에 이르렀지만, 정치군사적 견지에서, 장기적인 눈으로 판단하면, 북한이 내부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한 신호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21세기 초에 맞이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시급히 우리 자신의 도(道)를 확립하고, 그리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이, 분단에서 생존하고,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이룩하는 전략이요 그것이 곧 분단국의 생존 전략입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낙규 (회원) 오늘 강연 말씀 심각하게 가슴에 새겼습니다. 연사님께서 말씀하신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지난 잃어버린 10년 동안 도(道)가 무너졌다는 것을 개인적으로도 절실히 느끼면서 생활을 해왔는데 이삼일 전에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이 나라의 중도라는 문제를 주장하셨습니다. 이 중도와 연사님께서 말씀하신 도(道)와의 차이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재창 (연사) 어려운 문제를 질문해 주셨습니다. 손자가 도(道)를 정의할 때는 지도자와 국민이 뜻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정의를 해주었습니다. 그러니까 지도자가 어떠한 정책을 내놓으면 그 정책에 대해서 온 국민이 공감하고 지원하려는 자세를 도(道)라고 얘기했습니다. 도(道)가 확립된 나라는 지도자가 제시하는 방향이 명확하고 모든 국민이 그 방향을 향해 달려가는 상태라는 뜻입니다.
원래 이것을 정의할 때는 사람을 중심으로 한 개념이었습니다. 누구의 도(道), 예를 들면, 유비의 도(道), 조조의 도(道), 이렇게 사람을 중심으로 했습니다만, 우리나라와 같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정부와 국민간의 관계로 확대 해석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도(道), 북한의 도(道),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 나라 안에 생각이 여러 방향으로, 흩어졌다고 판단하고,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 강경파와 유화파, 등 이런 것 들을 아울러서 하나로 모으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 방법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 나라를, 장래에 자유민주주의 통일 국가로 만들어 동북아에서 버퍼(Buffer)의 신세를 면하고, 통제력을 지닌 육교의 나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비전을 갖고 이 나라의 국민들을 한데 모으려면, 무엇보다 목표를 명확히 제시해야 합니다.
그것이 곧 이념의 문제와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면 7천만 민족의 대 역사를 끌어갈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민족의 진로는 타협의 대상이 아닙니다. 단호하게 방향을 정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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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북한문제는 정말 골치아픈 일입니다. 간단히 풀수 없는 문제이며 우리민족의 비극을 잉태한 정말로 골치아픈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