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년에 서울에서 회사 택시 운전을 6개월 동안 한 적이 있었다.
주간 근무로 오전 4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하며 하루에 8만원 정도를 벌었다.
사납금과 가스비 9만 2천원을 제외하면 17만 2천원의 매출을 기록해야 하는데
이러러면 시간당 1만 5천원의 매출을 올려야 했다.
그래서 식사 시간을 아끼려 차내에서 간단히 김밥으로 식사를 했다.
승차 거부를 하지 않고 시간당 1만 5천원의 매출을 올리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택시를 하고 보니 왜 승차 거부를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시간당 일정액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하므로 도착지에서의 탑승객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빈 차로 이동해야 하고,
노인들의 경우 단거리를 이동하는데도 골목길을 경유하여 집 앞까지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거리에 비해 소요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이다.
택시 운전을 하며 하루에 20여 명의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모습들을 정리해 보았다.
오전 4시에 운행을 시작해서 우선 유흥업소가 많은 지역으로 가서 귀가하는 승객을 태웠다.
처음 택시 운전을 할 때는 취객의 시비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러나 20~30대 승객들은 과거와 달리 매너가 있어서 6개월 정도 일하는 동안에 한 건의 시비도 없었다.
단지 내비게이션을 보고 가던 중에 자신이 알 던 길이 아닌 경우에는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말은 했지만,
목적지에 도착해서 요금을 확인하고는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주었다.
새벽 운행을 하며 그래도 과거보다는 공공질서 의식이 나아진 젊은이들을 접하며 밝은 미래를 보게 되었다.
오전 6시부터 9시는 출근 시간대로 가장 바쁠 때다. 이 시간은 급히 회사에 출근하는 승객이 주로 탑승하게 된다.
그래선지 이 시간에 황당한 상황을 경험하게 되었다.
하루는 이태원에서 압구정동으로 가는 30대 여성 승객을 카카오콜을 받고 태운 적이 있었다.
카카오콜을 받으면 카카오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이동하게 되는데 그녀는 자기가 얘기하는 대로 가라는 것이었다.
가는 도중에 유턴 구간이 있어서 물어봤더니 길도 제대로 모르면서 택시 운전을 하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참고 계속 가는데 한남대교를 넘어 유턴 코스에서 다시 물어보니 또 “왜 길도 모르면서 미리미리 물어보며 가지 않느냐?”라며
계속 투덜거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택시기사에게 너무 함부로 대한다고 말하며 차내에 녹화 장치가 있다고 하니
오히려 택시회사에 전화를 걸어 택시기사가 불친절하며 자기를 신고한다며 협박한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전화 후에도 자기가 탑승 시 트렁크에 짐 가방을 실을 때 택시기사가 도와주지도 않았다며 계속 불친절하다고 떠들어
감정이 폭발할 지경이었다. 압구정동에 도착해서 하차한 그녀는 내리면서도 한마디를 더 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택시회사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니까 차내에 녹음 장치는 없으니 차후에 그런 승객을 만나면
핸드폰으로 녹음해 두라고 알려주었을 뿐이었다. 승객이 내린 후 한동안 스트레스 를 참지 못해 줄담배를 피운 후
조기 복귀하려고 차고지 방향으로 운행 중에 압구정동 일대에서 본인과 비슷한 연배의 여성을 태우게 되었다.
그 때까지도 분한 감정이 남아있어서 조금 전 상황을 말했더니 그녀는 젊은이들이 강남에 근무하며 갑질을 많이 당해
자신들도 모르게 따라 했던 것 같다고 말해 주었다. 그 말을 들으니 일리가 있어 기분이 나아졌다.
젊은이들이 직장에서 반복해서 갑질을 당하다 보면 자신들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번은 은평구 일대 2차선 도로에서 빈 차로 서행하고 있는데 카카오콜이 떠서 확인하는 순간에
자전거를 타고 가던 70세가량의 노인을 차로 친 적이 있었다. 순간 놀라서 차를 세우니 그는 일어나서 병원에 가야겠다고 했다.
그래서 택시회사에 상황을 전하니 병원에 가게 되면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끝내고 택시를 주차한 후 그를 만났더니 그는 우선 자전거 바퀴가 고장 나서 고쳐야 한다고 했다.
바로 앞에 자전거 가게가 있어서 물어보니 구식 자전거 부품은 현재 매장에 없으니 주문해서 교체해야 한다는 말에
비용 7만원을 지불하고 나와 그에게 병원에 가자고 하니 그는 병원까지는 안 가도 되겠다고 했다.
그래서 감사하다고 깍듯이 인사하고 택시 회사에 전화해서 잘 해결되었다고 전했다.
왜 그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운행이 끝나고 택시 회사에 가서 블랙박스를 제출하고는 사본을 메일로 보내 달라고 했다. 귀가 후 영상을 확인하니 그가 승객을 찾아 서행하던 택시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뒤를 계속 보더니
내가 카카오콜이 떠서 확인 하는 순간에 택시 옆으로 들이받은 것이었다.
그래서 택시 회사 담당자가 영상을 보면 마음만 상할 거라고 했던 것이다.
그때 참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다.
일부러 끼어들어 돈을 뜯어내고는 내게 배려해 주는 모습을 보인 영감과
접촉사고 현장에 있던 자전거점 주인은 서로 짜고 그렇게 순진한 택시기사의 일당을 갈취했던 것이다.
과거에 회사택시가 합승하고 늘 과속으로 달리던 시절에는 승객들이 더 안전하고 여유 있게 운행했던 개인택시를 선호했었다.
그런데 하루는 이상한 경우를 접하게 되었다.
운행 중에 잠시 휴식을 하려고 주유소 앞에 정차하려는데 승객 한 사람이 개인택시를 그냥 보내고는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차를 앞으로 댔더니 탑승해서는 자기는 개인택시를 안 탄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유는 개인택시를 타면 짧은 거리를 간다고 뭐라고 하거나 요금을 현금으로 달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회사 택시는 재취업한 기사들이 많아져 매너들이 좋아진 데다
사납금을 계산할 때 카드 매출액도 현금과 동일하게 계산되기 때문에 카드로 요금을 지불해도 뭐라 하지 않지만,
택시 운전을 오래 한 개인택시 기사는 본인이 사업주이기 때문에 세금을 적게 내려고 현금결제를 요구하고,
좀 더 손쉽게 매출을 올리려고 장거리 위주로 운행을 하다 보니 승객들의 인식이 그렇게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에는 약간의 감동을 받은 일이 있어서 나도 똑같이 한 적도 있었다.
시흥동 일대에서 70대 노인을 태운 적이 있었는데 기본요금 거리에 1만원을 내며 몸이 불편한 자기를 태워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 노인은 자기처럼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태워 주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다.
그 이후로는 승차 거부 없이 모든 승객을 태우고 원하는 골목길까지 운행하게 되었다.
그러다 하루는 광명시에서 황당한 일을 겪게 되었다.
카카오콜을 받고 승객을 태웠는데 40세 정도인 남자 승객이 탑승하며 어디로 가라고 해서
카카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운행했다.
그런데 그가 목적지를 잘못 입력해서 엉뚱한 곳에 도착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자 그는 화를 내며 자기가 승차하며 목적지를 말했는데 왜 엉뚱한 곳으로 왔냐며 나를 때릴 것처럼 화를 냈다.
순간 그가 카카오택시를 부를 때 목적지를 제대로 입력하지 않고 승차하면서 다른 목적지를 말했던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기사가 승객의 말을 잘못 알아들어서 그랬다고 사과하며 그가 말한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에 다시 입력하여 이동했다.
요금은 8천원 정도 나왔는데 잠시 돌아온 것을 제하면 6천원 정도는 받아도 되었으나
전에 시흥동에서 노인에게 요금 외에 추가로 받은 것이 생각나서
그가 하차할 때 기사의 잘못으로 인해 조금 늦게 도착했으니 그냥 내려도 된다고 하자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꾸벅 인사하고 내렸다.
그렇게 70대 노인께 받았던 돈을 40세 젊은이에게 돌려주었다.
이렇게 회사 택시 운전을 하며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다.
회사 택시를 주간만 할 경우 주 6일, 1일 12시간 근무하면 하루에 8만원, 한 달이면 208만원 정도를 벌 수 있다.
본인의 경우 식사 시간도 없이 했으니 식사 시간 1시간을 빼면 200만원 벌기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택시 운전을 오래 할수록 시간 대비 수입을 생각해서 승차 거부를 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탑승객 대부분이 서민이었던 것을 보고 이제 택시는 과거처럼 부유층의 전용수단이 아니라
서민들의 교통수단이 되었음도 알게 되었다. 자가 차량이 많아진 현대에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급히 이동해야 하거나
몸이 불편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선지 택시를 하는 6개월은 현재 서민의 삶을 실감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 되었다.
살아가면서 보통 사람들끼리 서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인가 보다.
첫댓글
사진을 보니 해피펀치님 같은데요, 혹 닉네임을 바꾸신 건가요?
@신선 넵...어여삐 봐주셔요~^^
신선님의 체험을 통한 삶의 철학
그안에 내공이 생기고 삶에 희망이 보이는 듯합니다.
멋진 삶을 응원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동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