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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쉼터 스크랩 라면 가장 맛있게 끓이는 비법은?
ysoo 추천 0 조회 38 14.02.17 14:5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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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기자의 맛있는 세상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 끓이려거든

 

찬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음식들이 있다. 라면이 그 중 하나다. 평소에도 즐겨 먹지만 날씨가 추워지면 뜨겁고 얼큰한 라면 국물을 떠올리며 군침을 삼키게 된다.

때마침 ‘라면천국’(리스컴)이란 책이 발간됐다. 저자는 라면업체 팔도 개발팀장으로 17년 동안 면과 수프를 개발했고, 국내 최대 라면 동호회인 다음카페 ‘라면천국’ 회장을 맡고 있는 최용민씨다. 책에는 라면의 탄생과 역사, 종류, 라면으로 만드는 요리, 세계 각국 라면 맛 비교 등 그야말로 라면에 대한 백과사전적 정보가 담겼다. 방대한 책의 내용 중 ‘어떻게 하면 라면을 맛있게 끓일 수 있는가’만을 골라내 소개하려 한다.

 

라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끓이는 비법은?

 

라면을 가장 맛있게 끓이는 비법은 무엇일까? 세상의 모든 진리는 평범하다. 그리고 가까이 있다. 최고의 라면 조리법은 라면 봉지 뒷면에 있었다.

최용민씨는 “라면 조리의 정석은 바로 라면 봉지에 적힌 조리법대로 따라 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 라면 조리법은 라면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업계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이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수없이 라면을 끓이면서 한 번도 봉지 뒷면의 조리법을 읽어본 적이 없다. 그저 감으로, 어림짐작으로 물을 맞췄던 것같다. 봉지 뒷면에 적힌 가장 일반적인, 더 정확히는 표준적인 라면 조리법은 다음과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물 550㎖(3컵 정도)를 끓인 뒤 면과 분말수프, 플레이크(flake·흔히 ‘후레이크’로 표기)를 같이 넣고 4분 30초 더 끓이세요.”

 

최용민씨는 “조리법대로 하면 면은 꼬들꼬들하고 더 맛있다”면서 “한층 좋아진 라면 맛에 놀랄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냄비에 라면을 끓이느냐도 중요하다. 양은 냄비는 얇아서 라면을 금방 끓일 수 있는만큼 국물이 식는 속도도 빨르다. 면을 다 먹고 밥을 국물에 말아 먹기 좋아한다면 적절치 않단다. 뚝배기는 물 끓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오래 온기가 지속된다는 장점이 있다. 스텐리스 냄비는 양은 냄비와 뚝배기 중간쯤이다. 자신의 라면 먹는 스타일에 맞춰 냄지를 선택하면 되겠다. 냄비 입구가 좁으면 면과 공기가 닿는 면적이 줄어들어 면이 붓기 쉬우니, 입구가 넓은 냄비가 더 낫다.

 

라면에 식초?

 

이 책은 이밖에 라면 마니아들의 라면 끓이기 노하우를 소개한다.

라면에 식초를 넣으면 잡냄새가 사라진다고 한다. 최용민씨는 “끓는 물에 면을 넣고 식초 2방울 정도 더하면 밀가루 냄새와 잡냄새가 사라지고 깔끔한 라면 향만 남는다”면서 “라면을 다 끓이고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리면 라면이 쫄깃쫄깃한 상태로 오래 지속된다”고 알려준다.

가루 커피(인스턴트 커피)도 넣어보자. 면이 반쯤 익었을 때 커피를 2분의 1 작은술 정도만 넣으면 밀가루 냄새가 사라지고 국물도 깔끔해진다고 한다. 가루 커피를 너무 많이 넣거나 원두 커피를 넣으면 맛이 이상해지니 주의해야 한다. 면을 꼬들꼬들하게 익히려면 끓이는 도중 면을 위아래로 들었다놨다를 반복한다. 조금 설익었다 싶을 때 불을 끄고 뚜껑을 덮어 30초~1분쯤 뜸 들인다.

 

책에는 컵라면을 맛있게 먹는 법도 나온다.

첫 번째 방법은 컵라면을 봉지라면처럼 냄비에 끓이는 것이다. 조리도구 없이 어디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게 컵라면이 가진 최대의 미덕일텐데, 이를 완전히 무시하는 방법이긴 하다. 최용민씨는 “컵라면의 면은 과자처럼 꼬들꼬들하고 잘 붇지도 않아 맛도 좋다”고 한다.

두 번째는 과자를 컵라면에 넣는 것이다.

“새우깡, 에이스(크래커), 건빵 등등의 과자를 아주 조금 뜯어 넣으면 예상 외로 괜찮은 맛이 납니다. 대신 국물은 좀 걸쭉해진답니다.”

이밖에 면이 다 익었을 때 참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려주면 중국 면요리 같은 맛이 나며, 파마잔 치즈 가루를 조금 뿌린 뒤 뚜껑을 덮어 익히면 ‘치즈 컵라면’이 된다고 한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라면을 덜 짜게 먹으려고 분말수프를 다 넣지 않는 이들도 있다. 남은 분말수프를 알뜰하게 활용하는 방법도 책에 나온다. 돼지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양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삼겹살을 구울 때 소금이나 후춧가루를 뿌리듯 라면 수프분말을 살살 뿌려주란 것이다. 최용민씨는 “라면 수프는 각종 요리에 조미료로 이용해도 좋다”고 썼다. 라면 분말수프로 양념해 구운 삼겹살, 어떤 맛일지 기대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 끓이려거든

 

 

 

 

 

 

 

음식 맛의 절반은 추억이다

 

선조 피란 中 맛있게 먹었던 생선

다시 '도로 묵' 된 것처럼

음식 맛은 객관적인 기준보다

주관적 경험과 기억이 더 좌우

軍 생활 중 맛있게 먹던 뽀글이

'라면상무'는 어떻게 드실까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조는 평안도 의주로 몽진(피란)했다. 전란의 와중에 백성은 그래도 나라님을 생각해 생선을 임금에게 올렸다. 배고프고 지친 선조는 그 생선이 무척 맛있었다. "이 생선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생선 이름이 '묵'이라고 하자 "이렇게 맛있는 생선을 고작 묵이라고 부르다니 당치 않다. 앞으로 은어(銀魚)라 부르라"고 명했다. 그렇게 묵이라 불리던 하찮은 생선은 은어가 됐다. 전쟁이 끝나고 한양으로 돌아온 선조는 몽진 중 먹었던 '은어'가 자꾸 생각났다. 은어를 진상하게 해 먹어보니 맛이 없었다. 옛날에 먹었던 그 맛이 아니었다. 선조는 "은어라는 이름을 취소하고 예전대로 도로 묵이라고 하라"고 명했다. 오늘날 우리가 '도루묵'이라 부르는 생선이 이름을 얻게 된 유래라고 한다.

 

선조가 아니라 고려의 한 왕이라는 설(說)도, 조선 인조 때 일이라는 설도 있다. 어쨌거나 이 이야기는 음식, 그리고 음식의 맛에 대해서 중요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즉 우리가 어떤 음식을 맛있다 또는 맛없다고 할 때 그렇게 판단하는 기준의 상당 부분이 과거 그 음식을 먹었을 때의 기억, 즉 추억에 좌우된다는 점이다.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씨는 지난해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나는 '음식 맛의 절반은 추억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아니 어쩌면 추억은 맛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지도 모르겠다.

 

외식업자들은 한국에서 팔기 가장 어려운 음식이 한식이라고 한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중국, 일본 따위 외국 음식은 웬만큼 만들면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단다. 하

지만 한국 음식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처럼 평범한 한식일수록 더 그렇다고 한다. 손님들이 "이 음식은 원래 이런 맛이 아니다"고 할 때의 기준은 추억이다. '우리 엄마가 만들어주던 음식은 이런 맛이 아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엄마마다 손맛이 다르다는 것이다. 솔직히 요리 솜씨가 영 형편없는 엄마도 있다. 하지만 자식들은 엄마가 해주던 음식에 길들여진다. 손님이 '엄마 손맛'을 기준으로 불평할 때 요리사는 난감하다. 이에 비해 어려서 먹어보지 않은 외국 음식에는 이런 추억이 없다. 그래서 어느 정도 맛있기만 해도 만족한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대전역이라고 하면 가락국수(우동)를 떠올리는 이가 많다. 대전은 특별히 가락국수를 즐기는 도시가 아니다. 대전 사람들은 가락국수보다 칼국수를 훨씬 더 즐겨 먹는다.

그런데 왜 대전역이 가락국수로 유명할까. 역시 추억 때문이다.

과거 서울역에서 저녁 8시 30분 출발한 호남선 완행열차는 자정을 지나 0시 30분 대전역에 도착해 기관차를 바꿔 0시 50분 다시 출발했다. 열차 승객들은 기관차를 교체하는 이 20분 동안 승강장 간이 식당에서 가락국수를 후다닥 먹고 열차에 다시 올라탔다. 이 가락국수 맛을 잊지 못하는 이가 많아서 대전시에서는 대전역사 3층에 옛 맛을 재현한 가락국수집을 열 계획이라고 한다.

 

대전역에서 팔던 가락국수가 진짜로 맛있었을까. 굵은 가락국수 면발은 빨리 익지 않는다.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엄청나게 밀려드는 승객들에게 가락국수를 팔려면 국수를 미리 삶아 놨어야 했을 것이다.

퉁퉁 분 면발에 미지근한 국물을 부어 후딱 낸 그때 그 가락국수를 지금 다시 맛본다면 아마 그렇게 맛있지는 않을 듯싶다.

 

지난달 소위 '라면상무' 사건이 있었다. 잘 알려진 대로 항공기 비즈니스석에 탄 한 대기업 임원이 "라면이 짜다" "덜 익었다" 등 불만을 여러 차례 반복하다가 결국 승무원을 잡지로 때리면서 사회적 논란이 됐다. 이 사건을 접하고 군 복무 시절 즐겨 먹던 '뽀글이'가 떠올랐다.

 

뽀글이 만드는 법은 이렇다.

우선 라면 봉지 윗부분 중간을 살짝 뜯어 분말 양념 봉지를 꺼낸다. 라면 국수는 봉지에 든 채로 2등분 또는 4등분으로 부순다. 분말 양념을 라면 봉지에 털어 넣고 잘 흔들어 고루 섞이게 한다.

뜨거운 물을 봉지 안으로 붓고 윗부분을 접어서 온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한다.

손으로 쥐어도 되지만, 분리하지 않은 1회용 나무젓가락을 집게처럼 물려 놓으면 편리하다. 3~4분 정도 지나면 뽀글이가 완성된다. 가스불이나 냄비 따위 조리 도구가 없어도 만들 수 있어서 야전 등에서 사랑받는다.

 

뽀글이가 맛있는 라면인지는 모르겠다. 컵라면이 아닌 일반 라면은 아무리 뜨거운 물을 부어 오래 둬도 익지는 않는다. 결국 뽀글이는 씹을 수 있을 정도로만 불린 라면이다. 물도 충분히 붓지 못하니 짜고 간이 맞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배고프고 힘들었던 그때는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뽀글이를 잊지 못하고 다시 먹어보고 싶다는 예비역 남성이 많다. 군 생활의 추억 때문이다.

라면상무는 뽀글이를 드셔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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