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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화욱 전 충청북도 정무부지사(現 극동대 석좌교수) | | 꽃피는 봄날이다. 그런데 세상천지에 썩은 악취가 진동한다. 차마 눈과 코를 뜰 수가 없다. 이번엔 어느 집인가? 또 다시 검찰이다.
속된 말로 '물주'라 불리는 스폰서 덕분에 얼마 전 검찰총장 내정자가 낙마하는 조직의 수모를 겪더니 또다시 이번에는 검사장급 2명을 포함해 무려 57명의 수혜(?)검사가 무더기로 폭로 돼 세상의 분노가 산불처럼 타고 있다.
2008년 4월 김용철 삼성그룹 전 법무팀장의 양심선언을 국민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마치 봉급처럼 거액의 뇌물을 받아온 검찰 간부들의 명단을 돈을 직접 건네준 그가 폭로했다. 비리를 척결하고 정의를 구현해야 할 법조의 비리와 부패를 보고 국민들은 경악했다. 이 조직이 전직 대통령의 부패와 총리의 비리를 수사하겠다며 덤비다 사고를 쳤고 또 무죄 판결을 받으니 세상 사람들은 '똥 묻은 개가 겨묻은 개를 나무란다'며 속으로 모두 웃었다. 이 모순을 두고 어느 사회학자는 국가조직기능의 '말기적 전도현상'이라고도 진단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정작 이보다 훨씬 심각하고 위중한 두 가지 말기암 증세를 경험하고 있다. 첫째는 이 가치전도의 모순을 혁신하고 치유해야 할 대통령과 사회 지도층의 도덕 불감증이다. 둘째는 이를 감시하고 심판해야 할 국민의 집단 건망증이 바로 그것이다. 시간이란 묘약 앞에 모든 죄는 사해졌다. 정치적 형식적 특검과 액땜식 인사조치로써 모든 비리는 종결됐다. 그리고 뒤이은 충격적인 뉴스의 덧칠에 세상은 흘러간 과거사로 잊어버린다. 그 후 대통령은 그 명단에 있던 핵심간부를 법무행정의 수장으로 승진시켰다. 양심선언 따위의 내부자고발은 '조직배신'이며 이는 '부정부패'보다 훨씬 더 용서받지 못할 죄악이라는 조직폭력배 집단의 정의를 국민들에게 똑똑히 가르친 셈이었다. 지난 21일 밤 MBC PD수첩을 시청한 사람들은 절망을 넘어 아예 허탈과 체념의 상태에 빠졌다. 삼성 같은 국내 최대의 재벌기업도 뇌물로 권력을 매수하는데 매달 결제일을 간신히 넘기며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지방의 중소기업이야 그들 앞에서 오죽할까? 또 저러한 비리구조가 비단 부산과 창원의 검찰청과 진주지청에만 국한된 것일까? 권력 앞에서 파리 목숨보다 못한 지방 건설회사 사장이 정녕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살아있는 검찰권력의 비리일지를 육하원칙에 따라 그토록 구체적인 거짓으로 지어낼 수 있단 말인가? 19일 우리는 4.19 혁명 50주년을 맞았다. 지난 반세기 경제성장의 기적을 이뤄온 이 나라가 이제 진정한 혁명을 이뤄야 할 때가 왔다. 그동안 우리는 잘살기 위해 너무 많은 영혼을 팔았다. 그러나 먹고 살기 위해 지조를 팔아서는 결코 안 되는 조직이 있다. 그것은 부패를 방지하고 세상을 맑게 만드는 종(鐘)과소금과 저울의 역할을 하는 '종교계'와 '법조계' 그리고 '교육계'가 아닌가. 이곳마저 썩게 되면 나라는 출구 없는 막장이다. 그런데 연속되는 뉴스는 종과 저울이 녹슬고 소금마저 녹아 없어져 종말을 알리는 자명고가 연속해서 울리고 있다. 말기암의 대표적인 증세를 다시 보자. 경제검찰을 자칭하던 국세청의 부패상은 최고 수장의 솔선수범(?)으로 정점에 달했다. 불과 2년전 전군표와 한상률로 이어지는 국세청장의 매관매직 로비는 양측의 비리폭로로 전임 청장은 의정부교도소에 수감되었고 후임 청장은 미국으로 도피하여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이들은 입만열면 '경제정의구현'을 외쳤다. 오염된 영혼과 위선에 우리는 헛구역질이 났다. 교육계는 어떠한가? 4월 초에는 공정택 서울교육감이 구속됐다. 바른길로 인도하고 진리의 회초리를 들어야 할 교육계의 부패는 예상을 초월했다. 믿었던 일선 교장선생님마저도 돈과 이름앞에 예외가 없었다. 이땅의 교육이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학부모들은 아연실색 하면서도 혹 내 자식에게 불이익이 닥칠까봐 끝끝내 침묵했다. 최근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기수 여주군수가 현금다발 2억원으로 정치인에게 공천을 매수하려다 현행범으로 구속돼 점입가경의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오염된 영혼으로 명예를 사려다 후손들에게 두고두고 씻을 수 없는 불명예만 얻게 됐다. 이쯤되면 가히 총체적 부패가 극에 달하고 자정기능마저 상실해버린 '시궁창 공화국'이 아닌가? 썩어가는 이 나라를 과연 이대로 두어야 하는가? 각계의 지도자들이 양심의 지팡이를 들고 분연히 일어나야 한다. 산업화 이후 역사적 필연일 수 밖에 없는 오염된 정신문명의 대청소를 우리는 그동안 너무 오래 미루어 왔다.
대통령을 위시한 사회전반의 지도층이 다시 태어나는 '국민정신 대혁명'이 그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사회적 도덕재무장운동 차원에 그쳐서는 안된다. 특별법을 제정해 정치 종교 법조 교육 등 지도층에 대해서는 고도로 엄격한 도덕적 책무를 부과하고 이들과 사정기관의 부패비리에 대해서는 추상같이 해야한다. 산업화이후 오로지 물질중심으로 서구화된 학교 교육도 이제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유교적 윤리교육을 복고하여 먼저 인간성을 회복해야 되지 않겠는가? 잘사는것 보다 이제는 바르게 살아야 한다. 그리하여 역사앞에 새로 태어나는 '제2의 건국'을 도모하여 건강하기에 자랑스런 선진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작금의 출판계에 사상 초유의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법정'스님이 가고 나니 그분의 말씀을 담은 법문과 수필집이 모조리 베스트셀러가 됐다. 단순히 절판의 유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염된 환경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으로 언제부터 정수기가 불티나게 팔려 전국의 가정과 식당에 필수품이 되었듯 오늘날 물질만능의 오염된 사회로 부터 국민들은 맑고 순결한 영혼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옛 중국의 하(夏)나라 걸왕이 망하기 전 백성들은 이런 노래를 불렀다 한다.
"저 놈의 해(왕)는 언제 없어지려나 너와 내가 함께 망해 버렸으면 … (是日竭喪 汝及余 諧亡) " 인륜의 도를 넘는 나라의 부패가 더 방치되면 민심은 다시 이런 노래를 찾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