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ck You Money 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5,6년 전만 하더라도 네이버에서 Fuck You Money 를 찾으면 fuck you 와 money 가 별개로 나오곤 했었는데 1,2년 전부터는 하나의 명사로 취급되며 “ 생계유지비 “ 로 번역된다.
직역을 한다면 “ 누구에게라도 Fuck You!! (조까!!) 라고 내뱉고 직장 때려쳐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돈 “ 이다. 요즘 유행하는 시발비용(홧김비용)에 비추어 번역을 해본다면, 소위 “ 조까자산 “ 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2016년에 방영이 시작된 미드 Billions( 시즌 3 정도까지 보았다: 내가 완주한 미드는 Sopranos 뿐이다) 에서 억만장자 주인공 보비 엑셀로드도 Fuck you Money를 언급한다: “ What’s the point of having fuck-you-money if you never say fuck you? “ 직역을 하자면, “ 누구에게도 fuck you 라고 말을 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fuck you money 가 있다는 게 세상 무슨 소용이냐? “ 인데, 방영 직후부터 지금까지도 인터넷에서는 그 문장이 새겨진 티셔츠들이 13~20 달러에 팔리고 있기까지 한다. ( 의역을 한다면 “ 먹고 살 돈 있으면 싫은 건 싫다고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 “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
“ Fuck you!!를 외치고 직장을 떄려치고 싶은 마음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할 수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2021년 말 독자들이 나에게 보내온 사례 2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회식자리에서 같이 술을 마신 처지인데도 상사가 자기 차를 운전하여 달라고 하여 그렇게 못하겠다고 했더니 욕을 하는 상사 새끼
2. 학교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하는데 특정 업체로부터 비싸게 구매하라고 압력을 넣는 교감
나 또한 사업을 하면서 “ 시바 좆같아서 못해먹겠네 “ 라고 생각했던 경우가 많았고 그 생각을 그대로 폭파시킨 적도 있다.
30년 전, 수출입이 많은 사업을 하였을 때였다. 수출입에서는 통관을 빨리 하는게 비용절감이 된다. 그런데 세관 담당자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서류 처리를 해주지 않는다고 직원이 보고를 하기에, 세관에 관세사를 대동하지 않고 직접 방문하여 미비점이 무엇인지를 질문하였다. 그러나 담당자는 서류가 뭐가 잘못되었는지는 알려주지 않고 그냥 “ 잘못되었네요 다시 해 오세요 “ 라는 대답을 반복하였다. 그때 나는 군대에서 배운 사례를 거울삼아 (별도의 글에서 다시 언급할 것이다) 작정한 꼬장을 확실하게 부렸다. 나는 그 넓은 세관 1층 안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서류를 찢고 내 옷도 찢고, 아마 지금 시절에는 카메라로 촬영당해 “ 미친 민원인 “ 이라는 영상으로 유튜브 백만뷰를 달성하였을 지도 모른다. 당시 내가 아는 욕이란 욕은 전부 동원하하면서(기물파손은 전혀 하지 않았다) 소란을 피웠더니 과장이 달려와 진정하시라고 나를 말렸고, 그 이후부터 서류가 미비하다는 막무가내 퇴짜는 싹 사라졌음은 물론이다. (그 시절 관세사들은 세관에 감사표시를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정기적으로 비용을 회사에 청구하곤 했었는데 아마 언제나 일정 부분은 관세사 호주머니 속으로 갔을 것이다. )
영화 Wanted (2008) 에서 주인공은 직장내에서 완전 호구로 살아왔다. 그러나 아버지가 프로 킬러였고 자기에게도 프로 킬러의 소질이 숨어 있었음을 알게 되면서 직장을 때려치게 되는데, 그 장면에서 주인공은 그동안 쌓였던 말과 행동을 다 토해낸다. 이 장면에서 오르가즘에 가까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독자들이 꽤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의 교훈은, 주인공은 일도 제대로 못하였지만 때려치기 전까지 직장내의 부당한 상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못했다)는데 있다.
부당함에 대한 침묵과 삭힘은 호구 되는 지름길이다. “ 시바 좆같아서 못해먹겠네 “ 라고 생각되면 당신에게 Fuck You Money 가 있건 없건 상대가 누구 이건 간에 속으로 끙끙거리지 말고 그것을 들춰서 당사자에게 직접 얘기하여야 한다. 짤릴까봐 겁난다고? 서두에 나온 예들의 경우 “ 저도 술을 마셨는데 제가 부장님 차를 운전하지 못하겠다고 했더니 지금 저에게 욕을 하신 겁니까? 녹음 좀 하고 싶네요. 휴대폰 여기 녹음 준비되었으니 다시한번 욕해 주세요 “ 라고 하거나 부당한 지시를 받은 경우 휴대폰으로 녹취 준비하고 전화로 “ 아까 이러저러하게 하라고 말씀하신 것 맞지요? “ 물으면서 증거 확보를 해 놓아라. 요즘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법률이 아주 잘 도입되어 있지 않은가.
물론 그 당사자가 윗사람인 경우 뿐만 아니라 아랫 사람인 경우도 있다. 나는 직장내 괴롭힘의 가해자는, 왕따나 폭언, 폭력의 가해자도 문제이지만, 일을 조또 못하는 저성과자들 역시 직장에서 가장 많은 괴롭힘을 유발하는 동일한 가해자라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힘들면 요리저리 빠져나가는 뺀질이 인데다가 직급도 아래에 있지만 빽이 좋아서 상급자로서 야단은 커녕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는 경우도 많다(아마도 공무원 세계에 꽤 많을 듯).
상사에게 Fuck you 를 외치건, 부하에게 Fuck you 를 외치건( 부하에게 하는 경우가 상사에게 하는 경우보다 훨씬 더 어려워진 세상이 되어 버렸지만) , 못하겠으면 못해먹겠다고, Fuck You Money 가 있건 없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도대체 Fuck You Money는 얼마나 되는 돈일까? 받는 연봉의 10배? www.fuckyou.money/en 은 자산소득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를 나이, 보유자산, 연금, 근로소득 등을 고려하여 유로화로 계산하여 주지만 Fuck You Money 에 대한 절대적 기준은 없고, 사람마다 다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수십억원이 있어야 하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수천만원도 가능하다. 야마기시즘(예전 글에서 언급한 바 있다)을 실현하는 무소유 공동체 산안마을에 들어간다면 Fuck you Money 는 0에 가까울 것이고,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Fuck you Money가 상당히 필요할 것이다.
핵심은 이것이다. 인간관계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Fuck You Money 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Fuck You(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는 은유적으로 접근해라) 라고 내뱉을 수 있는 태도 즉 당신의 생각을 말로 전달하려고 하는 태도를 두려움 없이 갖고 있는 것이다.
(사례 하나 더: 이런 일도 있었다. Fortune 500대 기업에 들어가는 다국적회사의 아시아 지사장들이 모인 국제적인 회의에서 있었던 일. 아시아 사장이 자기 방침을 얘기하는데 나는 생각이 달랐다. 그래서 손을 들고 반대의견을 얘기하는데 내 말을 중지시키고 그냥 자리에 앉으라고 하면서 자기 얘기를 계속 해 나갔다. 나는 속으로 씩씩 거리다가 사장이 물을 마시려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내 의견을 계속 말하겠다고 하면서 말을 꺼내는데 사장은 화를 벌컥 내면서 Shut the mouth ! 라고 소리를 지르기까지 하는게 아닌가. 이걸 어떻게 처리할까 생각하느라 회의는 안중에도 없었고 회의가 끝나자 마자 단 둘이서 이야기했다.
-보스, 아까 그런 상황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둘 중 하나였다. 하나는 “ What? You Son of Bitch, Say it again! You should shut the mouth first. “ 라고 하거나 다른 하나는 회의 끝나고 둘이서 이렇게 얘기하거나. 나는 후자를 택했으나 아까는 당신 얼굴에 뭐라도 던지고 싶었다. 내가 얘기를 하기 시작했으면 끝까지 들어봤어야 할 거 아니냐? 이런 일이 또 있게 되면 나는 네가 날 무시한다고 생각하면서 틀림없이 네게 무엇인가 집어던지면서 욕을 할 것 같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랴? - 사장은 내게 사과했고 그런 일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 내가 고성과자였기에 사과를 받았던 것이지 저성과자였다면 “ You are fired “ 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일의 성과를 높이는 것은 Fuck You Money 이상의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