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그대가 있어 행복했던 2010년 2월＜2010.3.1＞

[최성보]

요즘 같이 테레비 보기 싫은 때도 없었을겁니다.

맨날 들리는게 정치인들 편 갈라 끝도 없이 사생결단 세종시에 매달려 싸우는 것만 보이고

국민들도 같이 합세하여 진보다 보수다 경상도다 충청도다 전라도다 온건파다 강경파다 노조다 비노조다

지진에다 기상이변에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사람 살기 어려운 소식들만 짜증나게 하고 있는 때입니다.

벤쿠버 동계올림픽이 시작되자 생각지도 않았던 우리 선수들의 승전보가 짜증나게 하던

우리 귀를 신선한 충격으로 그쪽으로 모이게 하였습니다.

방송도 하나만 중계하는 것으로 봐서 이번 올림픽도 크게 기대 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지금까지 주위의 시답잖은 소음과  어려운 삶의 환경에 지배되어 나도 모르게 그 속에 같이 뒤섞여

지리한 삶을 짧은 기간이나마 일순간에 반전시키면서 신선한 공기를 마실수 있는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었습니다.

내심으로는 김연아 당신이 잘 할줄알았지만 그래도 마음의 부담으로 실수라도 할까봐 끝 날 때까지는

그냥 가슴으로 품고 있었지 밖으로 호들갑 떨기 싫은 기분이었습니다.

첫번째 연기하는 날도 직접 보기에 가슴이 떨려 끝나고 보기로 하고 그냥 화장실로 들어 가서

끝 날 때 까지 할 일없이 시간을 끌었습니다.

피겨란게 불과 몇분 안에 끝나는 경기니까 잠시만 피하여 박수와 함성소리만 들어도 성공했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이제 당신은 김연아라는 20세의 한 소녀가 아닌 온 국민이 지키고 보호해야 할 대한민국의 보배로운 아이콘입니다.

경기장 안에만 만 오천여명의 세계인들과 또 TV를 통해 전 세계인들이 지켜 보는 중앙 얼음 위에서

온 몸으로 부담을 안고 어려운 연기를 하는 그 대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지요.

우리 같으면 그냥 그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 다리가 후덜거려 넘어지고 말텐데 연습한 연기를 그렇게

멋지게 해 낼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가슴을 뿌듯하게 하였습니다. 

끝난후 편안한 기분으로 당신의 연기 모습을 돌리고 또 돌려 보았습니다.

그래도 볼 때마다 새롭게 흥분되는건 무슨일일까요.

우리가 언제 피겨스케이트란 것을 알았습니까.

얼음 위에서 음악 틀어 놓고 고상한 춤을 추는 것은 서양 사람들이나 하는 것으로만 알았잖아요.

우리가 트리플악셀이 뭔지 더블악셀이 뭔지 갈라쇼가 뭔지

아사마다오가 누군지 안도미키가 뭐하는 사람인지 알면서 피겨를 봤나요.

모두 남의 나라에서 하는 것으로 얼음위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참으로 잘 탄다하고 신기하게만

스쳐 보았지요.

그대가 있어 이제 우리 국민들도 피겨를 보면서 그대가 연기하면 혹시 실수 할까봐 조용히 할줄 알고

뛰어 오르다 주춤하면 실수구나 매끄럽게 넘어가면 잘하는구나 하고 리듬이 신나면 박수치며

호응 할 줄도 알게 되었잖아요.

어디서 우리 앞에 그대같은 사람이 뚝 떨어졌는지 하필이면 이 대한민국에 떨어져

우리를 이렇게 행복하게 해 주는지 고마울 뿐이지요.

그리고 우리 세대에 그대를 만나게 된것이 참으로 행운이고 우리 국민들의 복이기도 하지요.

이렇게 성장하기 까지 그대 부모님이나 자신의 피나는 노력이 얼마나 많았는지

우리는 그냥 방관만 하였지요.

피나는 고생 뒤에 얻은 그 결과를 우리는 그냥 쉽게 즐기기만 하잖아요.

우리가 맛 본 행복감과 그대 때문에 다시 찾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우리는 무엇으로 보답해야 하나요.

며칠이면 토론토 국제 대회 도전을 위해 다시 인고의 훈련에 들어 간다고 하니 금메달에 대한

기쁨을 만끽할 여유가 우리 보다 적게 느껴집니다.

1등을 지키기가 참으로 어렵나 봅니다.

물위에 떠 있는 오리 모습은 평온 하고 우아해 보이지난 물 밑에서는 발을 수없이 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듯 유연한 자태와 표정에서는 참으로 행복하고 우아해 보이지만

상처 투성이인 그대 발 사진을 보며 영광 뒤에 숨겨진 고통을 짐작케 합니다.

우리는 그대의 영광만 보면서 환호하고 행복해 하지만 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어린 나이에 얼마나 많은 고통과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하는지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2010년 2월은 그대와 우리 선수들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대의 당당함과 오늘의 자랑스런 모습을 우리들 가슴에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부디 항상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남아 주기를.............

2010.3.1.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