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9월 12일 미국 영화배우 안토니 퍼킨스가 60세에 세상을 떠났다. 아직 한창 활동을 펼칠 수 있는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으니 개인적으로나 영화계로서나 안타까운 일이다. 그의 아내 베리 베린슨은 사진작가이자 모델이었는데 2001년 9‧11테러 때 목숨을 잃었다.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안토니 퍼킨스의 대표작은 1960년 작품 <싸이코>이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이 영화에서 그는 살인범 노먼 베이즈로 출연했다. 너무나 흉악한 범죄자 역을 너무나 실감나게 연기한 탓에 그 후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고착되는 결과를 낳았지만, 덕분에 영화사에 유방백세의 이름을 남겼다.
<싸이코>는 로버트 블록 원작소설을 필름에 담은 것이다. 모텔을 운영하는 노먼 베이즈는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후, 어머니가 투숙 여성 마리온을 죽인 것으로 위장한다. 마리온은 경제적 문제로 결혼을 미루는 애인 샘 루이스를 설득하기 위해 회사 공금을 훔쳐 도피하던 중이었다.
언니가 행방불명되었으니 동생 라일라가 활동하지 않을 리 없다. 라일라는 베이즈를 추적하고, 샘 루이스의 도움을 얻어 마침내 그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베이즈는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영화 제목은 베이즈가 ‘싸이코’라는 사실에 대한 설명이다.
반사회적 성격 장애자를 싸이코패스psychopath라 한다. 싸이코패스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성격적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정신병질이 내부에 잠재되어 있다가 범행을 통해서만 노출되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알아차릴 수가 없다. 그래서 느닷없이 피해를 입게 된다.
그에 비해 소시오패스sociopath는 본인 스스로 자신의 특질을 잘 인지하고 있다. 소시오패스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면 반사회적이거나 남의 기분을 해치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소시오패스는 몇 마디 대화만 나누어보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스스로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자부하지만 사회에는 소시오패스가 우글우글하다. 주변을 잠깐만 돌아보라. 마리온만큼 거액이 아닐 뿐 문서 조작 등을 통해 이런저런 경제적 이득을 소소하게 취하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이 날 것이다.
의열단 부단장 이종암은 1918년 대구은행 공금 1만500원(현 시세 약 10억 원)을 무단으로 챙겨 만주로 망명했다. 그 돈으로 이종암은 길림 화성여관을 전세얻어 김원봉 등과 합숙하며 의열단을 창단했다. 오늘날의 쪼잔한 소시오패스들도 자신은 국가와 민족과 사회를 위해 공금을 유용하고 있노라 큰소리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