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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 |
1차 예비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본선투표에서 최종적으로 사무총장에 선출된 경우가 많았다는 전례에 비추어 볼 때, 반 장관이 1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사무총장 진출에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구체적인 득표수에 있어서도 15개 이사국 중 12개 국가로부터 찬성표를 획득했다는 것은 대단히 높은 지지를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러한 결과에 너무 들떠 있어서는 안 된다. 우선 작금의 1차 예비투표는 개개 이사국들이 의중의 일단을 최초로 드러내 보인 것에 불과하고, 앞으로 계속될 후속적인 예비투표에서 이러한 입장이 그대로 견지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또한 반 장관에게 주어진 하나의 반대표가 본선투표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임이사국 중 하나로부터 나온 표로서 본선투표에서도 이러한 반대의 입장이 고수된다면 최종적인 선출이 불가능하다. 더불어 비록 1차 예비투표가 이미 행해졌지만 여전히 새로운 후보들이 입후보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도 반 장관의 최종적인 선출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어서는 안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이러한 신중한 접근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한편, 필자는 현재까지의 캠페인의 기조를 잘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승산이 있다고 믿는다. 우선 기존의 후보자 4인 중 어느 누구도 신통한 지지를 얻지 못했을 경우 새로운 후보가 나설 여지가 많으나, 1위를 한 반 장관은 물론 2위를 한 인도의 후보자까지 지지도가 제법 높아 새로운 후보의 등장 가능성이 매우 적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반 장관의 경우 반대표가 하나 있는데 이 표가 본선투표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임이사국의 표라 할지라도 다른 후보에 비해 가장 적은 수의 반대표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후속적인 선출과정에서 다른 국가들에 의해 지지의 압력을 받고 입장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차 예비투표이기는 하지만 반 장관이 이렇게 높은 지지율을 획득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비공식적이든 공식적이든 선거 캠페인을 전개한 기간으로 따지면 태국의 후보와 스리랑카의 후보는 반 장관보다 훨씬 오랜 기간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처럼 훨씬 이전에 출사표를 내던진 이들을 반 장관이 따돌릴 수 있었던 요인 가운데 하나는 경제력의 뒷받침이라고 볼 수 있다. 이사국 중 개도국의 경우, 이들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란 이들에 대한 원조의 약속이다. 외부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개도국인 이사국들에게 이러한 약속들이 행해졌고, 이러한 것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역할을 한 요인은 조용한 외교 전략이다. 반 장관이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여러 이사국들을 두루 접촉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조용한 외교의 기조는 훌륭하게 지켜졌다. 다른 나라 후보들의 경우, 특정 국가가 자신들에 대해 지지의사를 표명하면 이것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도록 했다. 그러나 반 장관의 경우 이와는 거꾸로 언론을 잘 설득하여 캠페인과 관련한 일거수일투족에 지나치게 관심을 쏟지 않도록 보도를 자제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관련 국가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었고, 잡음을 차단할 수 있었으며, 견제를 약화시킬 수 있었다.
최근에 통일부장관이 공개석상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가장 실패한 국가는 미국이라고 이야기하고, 이를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옹호한 것을 두고 적지 않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반 장관의 성공적인 유엔 사무총장 선거 캠페인에서 조용하면서도 치밀한 외교의 중요성을 잘 인식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