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이 기회다
지난(2013년) 6월 8일자 중앙일보에 삼성 이건희 회장의 메시지가 대서특필 된 것을 보았습니다.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바꾸라”는 신 경영 선언 이후 20년 만에 또 새로운 선언을 한 것입니다. 36만 명의 임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1등의 위기와 싸워라.” 했다고 하네요. 과연 세계 초일류 회사에게도 위기는 있는 것일까요?
삼성이 첫 비상경영에 들어간 지 1년 후인 1997년, 대한민국에는 IMF 외환위기가 닥쳐왔습니다. 다행히 위기에 미리 대비하고 허리띠를 졸라맨 삼성은 외환위기라는 거센 파도 속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세계 디지털 시장을 선점하는 기회를 만들어냈습니다. 3년 뒤인 2000년, 삼성은 마침내 전 계열사 흑자를 기록하면서 IMF 위기에서 극적으로 탈출했지요.
이후 세계가 금융위기 한파에 시달리면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던 2010년, 이건희 회장은 경영에 복귀하여 다시 한 번 위기 극복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합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 구석구석, 세계 곳곳을 누비며 위기관리에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 삼성은 스마트폰과 TV의 세계 시장 석권과 더불어 2012년 383.9조 원이라는 초유의 매출 달성 했다고 합니다.
위기는 안정 속에서 찾아옵니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은 모두가 안정과 발전의 기쁨에 빠져있을 때, 다가오는 위기를 감지하고 이에 대비해왔습니다. 위기는 이렇게 대기업에만 찾아오는 것일까요? 배부름과 편안함에 빠져 있는 우리들은 그 풍요가 위기임을 느끼기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임스 애그리(James Aggrey)라는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가 자기의 경험에서 나온 다음과 같은 우화를 소개한 것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독수리 새끼를 사로잡아 자기 집 닭장에 넣어 키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독수리는 성장하면서도 날개를 펴서 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 집에 한 조류 연구가가 들렀는데 날지 않는 독수리를 보고 “그럴 리가 없다. 분명히 독수리라면 날아오를 것이다.”라고 말하며 실험에 나섰죠. 이 사람은 독수리를 그 집 지붕에 올려다 놓았습니다. 그러나 독수리는 여전히 날지 않고 비틀거리며 걸어서 지붕에서 내려오려는 것이었습니다. 조류 연구가는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이 독수리를 데리고 산에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독수리가 걸어서 내려오기 어려운 높은 바위 위에 올려놓았죠. 독수리는 바위에 앉아 자기의 눈 아래 보이는 넓은 천지를 여러 번 둘러보더니 그 큰 날개를 활짝 펴고 날기 시작했으며 먼 지평선을 향하여 사라졌다고 합니다.
독수리의 날갯짓은 높은 바위 위에서만 가능하였던 것입니다. 독수리가 날 수 있는 위치는 닭장이아니라 산꼭대기 높은 벼랑 끝이었던 것이죠. 인간이 인간답게 살게 하기 위해서 진리께서는 우리를 위험하고도 높은 벼랑 위에 올려놓으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벼랑은 실상 새 출발의 장소이며 행복을 탄생시키는 진통의 장소가 아닐까요?
<달과 6펜스>의 작가 ‘서머셋 모옴’의 무명시절 때의 이야기입니다. 서머셋 모옴이 책을 출판했습니다. 그러나 출판사에서는 책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광고를 내지 않았습니다. 오랜 노력 끝에 써낸 책이 팔릴 기회조차 없어지자 서머셋 모옴은 크게 실망하며 괴로워했죠. 그렇게 며칠을 보낸 그는 책을 팔기 위해서 자비로 광고를 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에겐 적은 돈으로도 효과적인 광고를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했습니다. 이런저런 궁리 끝에 어느 날 그는 신문사를 찾아가 광고 문구를 적어 신문사 직원에게 전달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광고가 실렸습니다.
「마음 착하고 훌륭한 여성을 찾습니다. 나는 스포츠와 음악을 좋아하고 성격이 비교적 온화한 젊은 백만장자입니다. 제가 바라는 여성은 최근에 나온 서머셋 모옴의 소설 주인공과 모든 점에서 닮은 여성입니다. 자신이 서머셋 모옴이 쓴 소설의 주인공과 닮았다고 생각되는 분이 있다면 지체하지 마시고 즉시 연락해 주십시오.」
광고가 실린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서머셋 모옴의 책은 어느 서점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모두 팔리고 없었던 것이죠. 이것을 계기로 그는 점차 유명한 작가가 되었습니다. 서머셋 모옴은 멋진 아이디어로 실패위기를 극복하였습니다. 만일 그가 자신의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자책만 하고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지 못했을지도 모르죠.
위기(危機)라는 한자에는 두 가지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그 하나는 ‘위험危’이고, 다른 하나는 ‘기회機’입니다. 위험한 상황이란 곧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마주대하고 있는 상태죠. 그렇다면 주저 없이 위험 속으로 뛰어들어야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위험이 닥쳐오는데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습니다. 서머셋 모옴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탈출구를 만들어 그 위험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인생의 낙오자로 전락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위험을 기회로 바꾸는 법과 결핍을 혁신의 기회로 만드는 법, 그리고 모든 문제를 하나의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법, 적군을 잠재적 우군으로 만드는 법, 부족함을 풍부함의 원천으로 만드는 법, 일반적으로 두 가지 종류의 문제에 봉착했을 때 둘 중 하나는 나머지 하나의 해결책일 수 있음을 깨닫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방법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다만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그 위험이 곧 기회가 되는 것이죠.
송죽(松竹)의 가치는 상설(霜雪)이 드러냅니다. 우리가 위험에 빠졌을 때에는 순역경계(順逆境界)가 그 가치를 드러내죠. 국가에서 군인을 양성하는 것은 유사시에 쓰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마음공부를 하는 것은 위험이 닥쳐올 때 마음공부의 실력으로 기회를 잡자는 것이죠. 위험이 바로 기회입니다. 우리 평소의 마음공부로 다가오는 위험에 대비(유비무한)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