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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랑셴핑 교수는 모두가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의 어마어마한 돈주머니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을 때 중국 서민들의 가난한 호주머니에 주목했다. 랑셴핑은 중국 서민경제가 직면한 문제점과 OEM업체로 전락한 중국 기업의 비참한 실태, 세계의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중국의 환경 문제 등 16개 분야에 걸쳐 부자나라의 중국인들이 가난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
랑셴핑 지음
미래의창 / 2011년 2월 / 334쪽 / 15,000원
▣ 저자 랑셴핑
1956년 타이완 출생.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금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뉴욕대학교에서 부교수를 거쳐 시카고대학교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2006년 신화통신 선정 ‘중국 10대 화제인물’ 《월스트리트 와이어》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중국 10대 경제학자’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현재 홍콩 중문대학교 석좌교수이자, TV프로그램 진행 및 왕성한 집필 등을 통해 중국 경제가 처한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중국인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양심적인 교수’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진실을 밝혀낼 줄 아는 대담함과 거침없는 언변으로 ‘G2’, ‘경제대국’이라는 거품에 취한 중국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중국 경제의 구세주는 누구인가』, 『누가 중국 경제를 음해하는가』, 『한계를 초월한 금융전쟁』,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금융위기』, 『기업의 비밀』, 『신제국주의와 중국』, 『중미전쟁』 등이 있다.
중앙대 중국어과 학사,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한중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다롄(大連) 랴오닝(遼寧) 사범대학에서 수학한 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중국을 통해 본 생활 경제학』, 『세계 최고의 권력을 가진 여성들』, 『대국굴기』(공역), 『남자의 남자, 푸틴』, 『조조에게 배우는 12가지 덕목』, 『삼국지 인물과 계략을 말하다』, 『공자 경영학』 등이 있다.
▣ Short Summary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회복을 주도하며 ‘G2’로 급부상한 ‘슈퍼 파워’ 중국의 화려한 경제 성적표 뒤에 감춰진 궁핍한 속사정을 파헤친다. “왜 서구 열강들은 중국을 ‘경제대국’이라 칭송하는데 중국인의 소득은 이리도 낮은가?” “중국의 물가는 왜 이렇게 치솟는가?” “왜 중국산 제품의 품질은 낮은가?” “왜 중국 서민들은 마음 놓고 병원조차 갈 수 없는가?” “왜 중국 정부의 개혁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는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로 모아진다. 모든 건, ‘중국인’이 가난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인 저자는 중국이라는 국가의 엄청난 경제력의 이면에 숨은 서민들의 가난한 호주머니에 주목한다.
오늘날 대다수 중국인이 가장 관심을 갖는 주제는 낮은 소득, 물가 상승, 고가의 진료비와 수업료, 주택난 등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것들이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까닭은 중국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채 표면적인 현상만 보고 수박 겉핥기식 정책을 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저자는 중국 서민경제가 직면한 문제점, 미국 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중국 기업들의 비참한 실태, 세계의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중국의 환경 문제 등 16개 분야에 걸쳐 중국인들이 가난한 이유를 설명하며, 서민의 삶을 이대로 내버려둘 경우 중국 경제는 몰락할 수밖에 없음을 역설한다.
▣ 차례
1부 중국인의 삶은 왜 이리 고달픈가?
1장 중국인의 소득은 왜 낮은가?
2장 왜 중국은 모든 것이 미국보다 비싼가?
3장 중국의 먹을거리는 왜 안전하지 못한가?
4장 중국 제품의 품질은 왜 엉망인가?
5장 중국 젊은이들은 왜 성공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가?
6장 중국의 채소 가격은 왜 이렇게 비싼가?
2부 중국의 기업은 왜 이리 힘든가?
7장 중국 기업이 살아남지 못하는 이유_ 팍스콘의 비극
8장 중국 기업은 왜 더 큰 시장으로 나가지 못하는가?_ 지리의 볼보 인수
3부 중국의 환경은 왜 이렇게 열악한가?
9장 중국에는 왜 쓰레기가 넘쳐나는가?
10장 중국은 왜 수자원이 부족한가?
4부 국제무대에서 곤경에 처한 중국 정부
11장 미국의 속셈은 무엇인가?
12장 독일은 왜 억지를 쓰는가?
5부 중국의 3대 개혁은 왜 난항을 겪는가?
13장 중국의 의료개혁은 왜 어려운가?
14장 중국의 교육개혁은 왜 어려운가?
15장 중국의 부동산개혁은 왜 어려운가? [1]_ 화산 이론
16장 중국의 부동산개혁은 왜 어려운가? [2]_ 충칭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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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중국인의 삶은 왜 이리 고달픈가?
중국인의 소득은 왜 낮은가?
중국의 2009년 GDP 대비 소비 비중은 29%에 불과했다. 이 수치대로면 중국은 소비력이 매우 부족한 국가이다. 이렇게 소비력이 낮은 까닭은 무엇인가? 바로 중국인이 가난하기 때문이다. GDP에서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유럽과 미국이 평균 55%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호주, 한국 등은 40%대이다. 아프리카 지역은 20% 이하로 추정된다. 중국의 상황은 어느 정도일까? 겨우 8%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이다.
평균 임금은 어떨까? 시간당 평균 임금은 독일이 30달러, 미국이 22달러이다. 중국은 2달러를 받는 태국보다 낮은 0.8달러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 최고인 것도 있다. 바로 근로시간이다. 중국인은 1년 동안 무려 2,200시간을 일하는 반면 미국인은 1,610시간 일한다. 세계에서 근로시간이 가장 작은 네덜란드는 1,389시간이다. 중국 노동자는 세계에서 가장 적은 임금을 받지만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한다. 얼마나 불쌍한 민족이란 말인가?
최근 중국의 GDP가 매년 10%의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재산은 얼마 늘어나지 않고 있다. 중국인 대부분은 항상 지출에 비해 소득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금융위기 이후 주싼자오(광저우, 홍콩, 마카오를 연결하는 경제특구)에서 민공황(일손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바람에 99%의 기업들이 애를 먹었다. 이러한 일손 부족은 해외에서 갑작스레 주문이 밀려들면서 생긴 일시적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의 임금 불만에서 비롯된 문제이다. 일선 기업에서 사람을 구할 수 없을 만큼 중국의 임금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어 있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중국의 농촌 1세대는 성실함의 대명사였다. 그들은 900위안(15만원) 남짓한 돈을 벌려고 정든 고향을 등지고 낯선 도시로 와서 억척스럽게 일했다. 고향에 두고 온 가족에게 돈을 부쳐야 하는 그들에게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의 농촌 2세대는 몇 푼 안 되는 돈 때문에 그렇게 고생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얇아진 지갑과 함께 저임금, 고물가에 시달리는 중국의 바링허우(19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들은 “나이 30세 뜻을 세우기 어렵고, 40세에 유혹에 흔들리며, 50세에는 그저 하늘의 명만 따른다”며 자신의 처지를 비웃는다.
중국인이 힘겹게 일하면서 세계 최저 수준의 임금을 받는 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원인은 유럽과 미국의 착취이다. 예를 들어 중국 완구업체의 수익률이 0에 가깝다면 미국의 유명 완구업체 마텔의 수익률은 40%에 달한다. 물론 마텔은 단순 완구업체가 아니다. 디자인, 원료 구입, 운송, 주문 처리, 도매 및 소매를 모두 담당하기 때문이다. 마텔은 자기 마음대로 판매가격을 정하며 이 과정에서 중국의 하청업체에 장난감 개당 1마오(약 16원)에 불과한 수익을 떼어준다. 장난감 1개당 중국 제조업체는 1마오를 받지만, 마텔은 24위안(약 4,060원)을 벌어들인다. 미국 노동자 연봉이 4만 달러인 반면 중국 노동자 연봉이 2천 달러에 불과한 이유가 여기 있다.
이처럼 중국 제조업체는 가격 결정권이 없다. 원자재 가격은 월스트리트(금융자본)가 결정하고 제품의 판매 가격은 마텔 같은 미국의 산업자본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중국에서 상품을 제조하려 할까? 바로 ‘환경파괴, 자원소비, 노동력 착취’라는 제조업의 특성 때문이다. 이들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통해 원자재와 가격 결정권을 장악한 후 중국에서 상품을 제조함으로써 중국의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낭비할 뿐 아니라 노동력까지 착취하고 있다.
둘째 원인은 중국의 산업정책이 한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중국의 GDP가 견인하고 있는 것은 바로 철근과 콘크리트 소비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체 사회가 부를 쌓거나 소비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중국 스스로 철근과 콘크리트와 맞교환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가져온다. 예를 들어 중국의 한 지방에서 낡은 농가를 철거한 뒤 정부가 정한 토지 위에 집을 지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한 농부가 10만 위안을 내고 집을 지었다. 이 농부는 과잉 생산된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중국의 GDP는 상승한 셈이다. 집을 짓는 데 들어간 10만 위안으로 농부는 원래 장사를 할 생각이었다. 10만 위안이 잘 활용되었다면 서민들에게 더 많은 수입을 가져다줄 종자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국의 산업정책 때문에 소중한 생산성 자원이었던 10만 위안이 철근과 콘크리트를 사느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왜 중국은 모든 것이 미국보다 비싼가?
중국 베이징의 평균 소득은 일본의 10%에 불과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도쿄와 비슷한 수준이다. 명품 브랜드 아르마니의 중국 판매 가격은 3만 위안이지만 미국에서는 1.5만 위안에 팔린다. 휘발유 역시 중국은 리터당 6.83위안이지만 미국은 4.53위안이다. 노키아 핸드폰의 경우 중국은 2천 위안을 줘야 하지만 미국은 570위안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맥도널드처럼 소비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나 공공재 가격만 비슷하지 고가의 제품이나 기호품의 경우 항상 중국 내 판매가가 미국보다 훨씬 높다. 대체 왜 그런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중국인이 가난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가난하기 때문에 쌀이나 보리, 돼지고기 같은 생필품은 미국과 비슷한 가격에 판매되지만 기호품과 사치품은 훨씬 비싼 것이다.
2008년 10월 중국이 금융위기에 휩쓸리자 중국 정부는 인프라 건설에 4조 위안을 풀기로 결정했다. 도로 건설에 필요한 철강재와 시멘트를 구입하겠다는 정부 발표 덕분에 시장은 과잉 생산된 철강재와 시멘트를 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로를 완공한 뒤에는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도로 위를 씽씽 달려줄 자동차가 없으니 새로운 잉여 자원이 생산된 것에 불과하다. 문제는 중국에 인프라 사업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 동력이 없다는 것이다. 인프라 사업 위주의 경제정책으로는 중국 국민들을 가난에서 구할 수 없다.
중국은 인프라 건설에 쓰일 자금을 서민에게 주어 그들을 부유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때 핵심은 형평성에 맞는 자금 분배가 아니라 기업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올해 철근과 콘크리트를 몽땅 소비해버리면 내년에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기업이 많은 수익을 얻으면 정부는 입법 절차 등을 통해 급여 인상을 주문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서민의 주머니는 두둑해질 것이다. 이렇게 차근차근 서민들의 소비를 뒷받침해 주면 내수 역시 자연스레 성장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국민을 부자로 만들어야 하는 구조적인 이유이다.
핸드폰의 예를 들어보자. 중국에서는 수만 대의 핸드폰이 생산되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짝퉁이다. 짝퉁 가격은 정품의 15~20%에 불과하다. 짝퉁이 판을 치는 이유는 정품이 비싸기 때문이다. 중국은 소비력이 빈약하기 때문에 돈이 없는 사람은 정품을 구입할 수 없다. 반면 미국은 누구든지 정품 핸드폰을 구입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겨냥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품 가격은 저절로 낮아지게 된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동차는 중국에서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판매될 뿐 서민들은 엄두도 못 낸다. 미국은 어떨까? 집집마다 두 대씩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자동차 값도 상당히 저렴하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중국과 달리 미국 소비자들은 튼튼한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제품의 품질은 왜 엉망인가?
국제적인 영화 스타 성룡이 등장하는 바왕 샴푸 광고에서는 바왕이 어떤 화학성분도 들어있지 않은 순수 한방 샴푸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광고 카피가 언론의 호기심을 자극했는지 한 매체가 성분 조사에 나섰다. 한 홍콩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바왕 샴푸에는 치명적인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함유되어 있었다. 이 소식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바왕은 ‘심혈을 기울여 만든 한방 샴푸’라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말았다. 바왕의 품질에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품질에는 문제가 없다. 중국에는 다이옥신 함량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바왕은 자사 제품에는 문제가 없고 국가가 지정한 품질 기준도 통과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바왕은 문제의 핵심이 품질이 아닌 허위 광고에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했다.
중국 대륙에서 멜라닌 분유 사건이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분유를 사러 홍콩을 찾았다. 어쩌다 중국과 홍콩 사이에 이런 커다란 차이가 생긴 것일까? 홍콩에서는 불법 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하기 때문에 업체들이 함부로 모험을 하지 않는다. 홍콩 정부는 사건 발생 순간부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끈질기게 파고든다. 그렇다면 중국은? 과거 사례를 보면 며칠 동안 벌집 쑤신 것처럼 떠들어 대다가 이내 잠잠해진다. 정부 역시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지 않는다. 2008년 싼루 멜라닌 분유 사건이 터졌을 때 사건에 연루된 21명이 형을 받았는데 그 중 2명이 사형에 처해졌다. 하지만 2008년 분유 사건은 아직도 완벽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깐쑤, 칭하이, 지린에서 각각 발생한 멜라닌 분유 사건을 조사한 결과 모두 싼루 분유를 재가공한 것임이 밝혀졌다. 중국이 과연 2008년 분유 사건에서 제대로 된 교훈을 얻었는지 의심스럽다.
책임은 중국 언론에도 있다. 언론의 마지노선이란 무엇인가? 언론이 보도한 내용 가운데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해당 언론사는 그 책임을 져야 하는가? 미국 법원은 1964년 ‘진실-악의’ 원칙을 확립했는데, 언론의 고의적인 실수 혹은 심각한 직무 과실을 증명할 수 없는 한 해당 언론사를 고소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의 경우에는 법률이 언론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이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언론이 바왕 샴푸 사건을 보도하자 바왕 측은 해당 매체를 고소하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언론사가 이 사건을 보도한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바로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중국 언론은 보도에 충분한 근거와 책임을 가지고 자신들의 신념을 알려야 한다.
품질과 관련된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을 보면, 국민을 인질로 삼는 사건들이 더 이상 중국 정부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듯하다. 멜라닌 분유, 농약 범벅 쌀, 유독 성분이 포함된 치약 등의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이와 관련된 밀착 조사나 후속 조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신약이나 식품에 대해 FDA의 허가를 받아야 시장에 유통될 수 있다. 이들 신약과 식품 성분에 대한 허가 과정은 상당히 길고 복잡하다. 미국 FDA가 승인한 상품은 누구나 안심하고 구입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인증한 상품을 안심하고 구입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중국에서 물의를 일으킨 상품 가운데 멜라닌 분유는 검사 면제 대상이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검사 면제 제도가 있단 말인가? 중국 제품이 검사를 생략해도 될 만큼 품질이 우수하단 말인가? 대다수 상품들이 검사를 면제받는다면 집행부서의 권위는 누가 세운단 말인가? 이처럼 중국에서는 식품의 안전성에 대해 정부 당국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2부 중국의 기업은 왜 이리 힘든가?
중국 기업이 살아남지 못하는 이유
2010년 중국 언론은 팍스콘 사건으로 도배되었다. 세계 최고의 OEM업체라고 알려진 팍스콘에서 일하는 노동자 13명이 투신자살한 사건을 두고 직장, 가정, 사회, 정서 등 여러 원인에서 유발된 스트레스가 이들을 벼랑으로 몰고 갔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피와 땀으로 범벅된 공장으로 알려진 팍스콘식 기업 모델에 대해 중국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열악한 근무환경을 참고 묵묵히 일한 농촌 1세대와 달리 농촌 2세대가 반(半) 군대식 경영 시스템을 갖춘 업무 환경을 받아들이지 못해 일어난 비극이 바로 팍스콘 사건이기 때문이다.
팍스콘이 군대식 경영 시스템을 채택한 것은 배후에 숨어 있는 검은 세력인 미국의 애플이 그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늘 자신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업체라고 주장한다. 애플의 내부 규정에 따르면 애플에서 주문을 받아 제품을 만드는 하청업체(팍스콘)는 늘 직원의 권리에 관심을 갖고 건강하고 쾌적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합리적인 보수를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실제적으로 애플은 팍스콘의 이익을 쥐어짜려 했기 때문이다. 애플의 요구에 맞추어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챙기기 위해 팍스콘은 직원의 작업 강도를 높여 업무 효율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애플의 요구를 들어주려면 반(半) 군대식 경영 시스템 외에는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 그런 점에서 애플은 미국인의 위선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꽃 같은 중국 젊은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든 원흉이라 할 수 있다.
애플은 아이팟으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 하지만 팍스콘은 아이팟 한 대당 1달러를 벌고 있다. 이는 전체 수익의 1%도 안 되는 수치이다. 팍스콘의 인건비는 애플이 정하는데 매우 낮은 수준이다. 공장 소재 지역의 최저 임금을 기준으로 제품 한 개당 최대 노동시간을 곱해 인건비를 책정하기 때문이다. 임금만 낮은 것이 아니다. 팍스콘 직원들은 매일 몸수색을 당하는 등 기본 인권조차 존중받지 못한다. 물론 몸수색 규정을 애플이 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산설비가 도난당할 경우 팍스콘이 애플에 거액의 벌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을 엄격하게 통제할 수밖에 없다. 애플의 주문은 통상 1주일 기한으로 들어온다. 따라서 야근은 필수이고 24시간 생산라인을 돌려야 한다. 팍스콘은 40만 명의 직원들을 2개조로 나누어 12시간씩 번갈아가며 투입한다. 살인적인 근무조건이다. 문제는 팍스콘이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은 애플 때문이라는 것이다. 직원들은 이렇게 힘들게 야근하는데도 최저 임금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팍스콘의 생산라인은 1910년대 미국 포드 자동차의 모델을 참고로 하고 있다. 생산라인의 작업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근로자는 속도에 맞추기 위해 법에 정해진 작업 규정을 위반할 수밖에 없다. 어떤 근로자는 심지어 부품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것이 소원이라고 한다. 떨어진 부품을 줍기 위해 잠시나마 허리를 구부릴 수 있기 때문이란다. 잠시나마 한숨 돌릴 수 있는 게 그로서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란다. 하지만 그가 허리를 굽히는 찰나의 시간은 팍스콘에 즉각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팍스콘의 이익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애플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팍스콘은 엄격한 군대식 경영을 통해 모든 직원이 매일 똑같은 동작을 빠르게 하도록 철저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결코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실수하는 순간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누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는가? 당연히 애플이다.
현재 팍스콘은 모든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그들은 속죄양이자 피해자일 뿐이다. 사실 중국 내 모든 OEM 업체의 처지는 팍스콘과 다를 바 없다. 근로자들은 모두 자아가 없고 팍스콘의 주문대로 매일 똑같은 일만 반복하는 작은 나사못과 같은 불쌍한 인간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팍스콘 역시 애플에게 그저 부품일 뿐이다. 팍스콘이라는 나사못 밑으로는 더 작은 나사못이 즐비해 있다. 이런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작은 나사못은 결국 자살을 선택하게 되고 중국 언론은 모든 잘못을 팍스콘이라는 조금 큰 나사못에 지우는 것이다.
3부 중국의 환경은 왜 이리 열악한가
중국에는 왜 쓰레기가 넘쳐나는가
매년 중국에서 생산되는 쓰레기의 양은 약 1억6천 만 톤이다. 도시 지역의 1인당 평균 쓰레기 양은 440킬로그램이며 전국 600개 도시에서 배출한 쓰레기의 누적량은 무려 80억 톤에 달한다. 쌓아둔 쓰레기의 누적 양만 5억 제곱미터에 달한다. 2008년 중국 전역에서 거래된 일반 분양 주택의 면적이 5억 제곱미터였다. 베이징을 비롯한 수많은 도시에 소재한 쓰레기 매립장은 이미 포화상태이다. 현재 중국에 있는 모든 도시는 쓰레기에 포위될 위험에 처해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더 끔찍한 상황이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쓰레기 오염이다. 세계 최대 전자 폐기물 해체 처리 집산지인 광둥 구이위는 공기, 토양, 지하수가 이미 심각하게 오염된 상태이다. 중국의 대지 위를 흐르는 많은 하천은 쓰레기로 뒤덮여 상수원으로서의 기능을 잃었다.
환경보호를 강조하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중국은 아직 쓰레기를 분류 처리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지 못했다. 전자 폐기물을 일반 생활 쓰레기와 함께 소각하기 때문에 대량의 중금속 입자를 함유한 재나 먼지가 발생한다. 중금속 입자가 바람을 타고 수십 킬로, 수백 킬로를 날아가 더 큰 오염을 초래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각되어야 할 쓰레기가 간단한 처리를 거쳐 돈벌이로 변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의료 폐기물을 살펴보자. UN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520만 명이 의료 폐기물로 인한 오염으로 목숨을 잃는다. 이러한 문제가 생긴 배경은 검은 산업망이다. 중국에서는 의료 폐기물이 대량으로 작업장에서 가공된 후 플라스틱 제품 원료로 변신한다. 그리고 시장에서 대량 유통되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각종 플라스틱 제품으로 가공되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쓰레기는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이유는 산업화를 통해 플라스틱 사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을 소각하면 심각한 오염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인 다이옥신이 생산된다. 쓰레기를 소각하지 않는다면 매립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이것은 광범위한 토양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생활 방식을 바꾸고 환경 보호 의식을 키워야 한다. 쓰레기를 분류해서 버리는 습관을 키우거나 가능한 덜 사용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세계 최고 수준인 독일의 환경 정책을 본받아야 한다. 독일에서는 60% 이상의 쓰레기를 민간 기업에 집중시키고 이들을 활용하여 이용 가능한 쓰레기를 최대한 수거함으로써 쓰레기 총배출량을 최저치로 떨어뜨린다. 또한 쓰레기 소각 단계에서 다이옥신 발생을 막기 위해 엄격하고 꼼꼼한 분리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일은 쓰레기 처리를 고수익 산업으로 간주하여 해외로부터 많은 양의 쓰레기를 수입하여 처리하고 있다. 그 결과 전 세계 환경 보호 시장에서 21%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독일은 쓰레기 처리를 통해 400억 유로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이는 독일 전체 GDP의 8%를 차지한다.
4부 국제무대에서 곤경에 처한 중국
미국의 속셈은 무엇인가?
2009년 9월 미국 국회의원들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 리스트에 포함시킬 것을 미국 정부에 요구했다. 환율 조작국 리스트에 포함시키면 미국은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대해 27.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무역 전쟁을 일으킨 진짜 속셈은 관세 부과가 아니다. 중국이 바로 보복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무역이라는 수단을 통해 달성하려는 진짜 목적은 바로 환율 전쟁이다. 중국 위안화를 평가 절상하도록 압박한다면, 그 결과는 관세를 27.5% 추가 징수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위안화를 3% 절상할 경우 중국의 전통 노동집약형 산업의 수익률은 0%가 되고, 5% 절상할 경우엔 줄도산이 예상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중국은 위안화 평가 절상 마지노선을 3~5%로 잡았다. 하지만 미국이 요구한 절상 수준은 20~41%이다. 미국의 이런 무리한 요구를 중국이 받아들일 리가 없다. 미국도 이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진짜 의도는 달리 있다. 바로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이다.
1985년 일본이 플라자합의에 서명한 후 미국은 일본의 자산 거품을 향해 금융 핵폭탄을 날리며 일본에게 ‘잃어버린 20년’을 선사했다. 당시 일본을 무너뜨린 금융 핵폭탄의 정체는 무엇일까? 분석 결과 세 가지 요소가 발견되었는데 첫째는 융자 및 대출, 둘째는 주가 지수 선물, 마지막은 위의 두 가지를 조종할 수 있도록 월스트리트의 일본 진출을 승인한 조치였다. 그렇다면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 중 현재 몇 번째가 빠졌는가? 나는 세 번째가 빠졌다고 생각한다. 2010년 중국은 융자 및 증권 대출시장, 주가 지수 선물을 이미 개방했다. 따라서 월스트리트의 중국 진출만 승인하면 금융 핵폭탄이 바로 완성되어 미국의 손에 고스란히 쥐어질 것이다.
물론 금융시장 개방 정도에 미국이 만족하지는 않는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이루고자 하는 진정한 목적은 신에너지 시장이다. 2009년 오바마는 미국의 경제 부흥을 위해 신에너지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0년에는 향후 5년 안에 미국의 수출을 2배로 확대하고 일자리도 200만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미국은 중국에 신에너지 시장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2010년 중미 회담에서 협정이 체결된 5가지 항목은 모두 신에너지와 관련된 것이며 26가지 성과 중 12가지 항목이 신에너지와 관련된 조치였다. 나머지는 의료 협력, 인권 문제, 기후, 테러 근절 등 크게 중요하지 않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이 노리는 것은 신에너지의 초기 연구비용을 중국에 떠넘기기 위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 예를 들어 다결정 실리콘을 제련하면서 생기는 유해물질은 중국에 남기고 최종 이익만을 미국이 챙기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번 중미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에 갖다 바친 결과물이다. 최근 미국의 태양전지 업계의 선두주자인 퍼스트솔라사가 중국 정부의 동의를 얻어 네이멍구 오르도스 지역에 세계 최대 태양전지 생산기지를 세웠다. 미국에서 동일한 규모의 태양전지 발전소를 세우려면 약 50~60억 달러가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에 건설한다면 미국은 그만큼의 돈을 아낄 수 있다. 여기에 태양 에너지의 생산 설비는 모두 미국에서 만들기 때문에 미국은 1만 2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이용하여 신에너지 생산 설비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많은 투자수익을 올리고 일자리 창출도 하는 셈이다.
원자력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짓는 최초의 원자로인 AP1000은 중국에 세워진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에 세워질 원전 부지는 미국에서 여전히 환경 평가, 설계, 부지 선정 등이 진행 중인 미완성의 발전 설비이다. 중국은 원전 건설 표준 기술을 AP1000으로 통일시킴으로써 3년 내에 원전 기술을 중국의 것으로 만들고 2020년까지 중국 전역에서 원자력 발전을 활용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한 국가가 100% 국산화된 원천 표준을 완성하는 데는 평균 50년이 걸린다. 중국은 30년 동안 자동차 합작 생산을 했지만 아직도 핵심 기술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원전 기술은 자동차 기술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어렵고 위험한 작업이다. 원자력 발전에 관한 중국 정부의 주장은 가능성이 별로 없는 주장인 셈이다.
5부 중국의 3대 개혁은 왜 난항을 겪는가?
중국의 의료개혁은 왜 어려운가?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료보험안에 서명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사실 의료보험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의료개혁도 공중에 떠 있기 때문이다. 의료위생 부문에서 중국인의 가장 큰 불만은 비싼 진료비이다. 비싼 진료비 때문에 큰 병에 걸리더라도 병원 문을 두드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두 번째 불만사항은 환자의 편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비합리적인 의료시스템이다. 증세가 경미한 환자가 진료 한 번 받으려고 병원 건물을 몇 번이고 행군하는 모습은 일상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터무니없이 비싼 약값도 많은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중국의 의료개혁을 논하기에 앞서 미국이 의료개혁 추진 배경을 논해보자. 미국에서는 공공 의료보건 사업에 연간 2.4조 달러를 지출하지만 전체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8천만 명의 미국인이 일상적인 의료보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의료보험이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인데 이는 미국의 제약사와 보험사가 결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만든 처방 리스트에 따라 의사는 비싼 약을 처방하고 보험이 없는 환자는 비싼 약 때문에 더 큰 경제적인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오바마의 개혁은 보험사와 제약사간의 유착을 끊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바마는 근로자의 월급 이외의 수당인 상여금, 스톡옵션, 배당금 등에 세금을 부과하여 의료개혁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 한다. 다시 말해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 소외계층의 의료보험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연간 소득 8만 8천 달러 이하인 소외계층의 의료보험을 이러한 의료개혁세로 전액 보조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부자들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보험사나 제약사에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고, 보험사나 제약사는 의사들에게 싼 약을 처방하도록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선순환을 유도한다는 것이 오바마 개혁의 골자이다.
중국의 의료 문제는 미국과 달리 제약회사와 의사 간의 유착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중국 의사들은 보험회사의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저가 약을 처방하지 않고 제약회사가 추천하는 고가의 약을 처방한다. 약값이 비싸다는 서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중국 정부는 2009년 강제로 약값 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전체 약품 중 45%는 가격을 내렸지만 49%는 가격을 조정하지 않았고 6%에 해당하는 공급 부족 의약품은 오히려 가격이 상승했다. 예전에는 병원을 찾으면 의사에게 한 가지 종류의 약을 처방받았지만 이제는 수십여 종의 약을 처방받게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체적으로 약값은 저렴해졌지만 서민 부담은 오히려 늘어났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중국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체와 의사의 유착을 끊지 않는 한 중국의 의료개혁 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다.
중국의 교육개혁은 왜 어려운가?
중국에서는 수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대학입시에 매달린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입시 못지않게 치열하게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순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어쩌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일까? 바로 중국의 교육개혁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오늘날 중국 대학들이 추진하는 교육 개혁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모두 교수 괴롭히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학내 인사개혁에 있어 중국 대학들은 미국처럼 교수에게 논문 발표를 요구하는데, 논문을 발표하고도 임용되지 못하는 교수는 철밥통은커녕 시간제 강사와 다름없는 처지로 전락하게 된다. 둘째, ‘행정중심제’ 탈피인데, 쉽게 말해 교수에게 행정직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학술 연구에 몰두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전념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교육개혁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취한 행동이다. 교육개혁의 진정한 목적은 대학을 학생들에게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 그리고 지식인으로서의 소양을 길러주는 산실이자 학생이 중심이 되는 장소로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의 교육개혁은 제도를 뜯어 고치고는 있지만 하나같이 지엽적이거나 기술적인 측면에 머물러 있다.
대학의 역할은 지식을 전달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중국의 학생들은 입으로 지식을 읊을 줄만 알 뿐 진정한 문화의 의미가 무엇인지, 인성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는데 하나는 중국 교수들이 항상 정치권과 얽혀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가르침에는 소홀하고 학문적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런 교수가 길러낸 학생이라는 상품은 결국 조악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전역에 있는 2,386개의 사립 대학교 중 재학생이 5천 명이 넘는 학교는 152개로 나머지는 모두 소규모 단과 대학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들 대학교들이 규모는 작지만 상당히 높은 교육 수준을 자랑하며 뛰어난 학문적 재능을 가진 인재를 모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현실은 어떨까? 하나같이 덩치만 키우고 명분을 따지면서 대학교 하나를 세우면서 웬만한 학과는 모두 포함시켜 버린다. 그 결과 행정기구는 비대해지고 학교 경영은 관료적 색채로 물들게 되면서 학생과 교수 간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결국에는 교육의 질마저 떨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