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번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고 열대야가 연속 34일, 전체로는 37일로 기상 관측이래 최장의 열대야와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일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였다는 뉴스를 들으며 특히 노인이 된 나도 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올 여름이다.
논산에 사는 어떤 지인의 아버지는 집을 나간 다음 돌아오지 않아 실종신고를 하여 소방관과 경찰이 동원되고 드론 4대를 띄워 이틀 동안 수색을 한 결과 논두렁에서 발견을 하였는데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올 여름 더위가 얼마나 심했으며 노인들이 한 낮에 들일이나 바깥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실감하기도 하였다.
그렇게도 지속되던 더위도 9월 말이 되니까 약간 꺾여서 9월29일 교회 갔다가 오는 길은 한결 시원하여서 다니는데 별로 힘들지 않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버스를 갈아타려고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중에 우연히 발견한 무당벌레 한 마리.
온 몸을 알록달록한 꽃무늬로 장식하고 동그란 몸매에 크기는 꼭 서리태 콩알만한 것이 딱딱한 포도블록이 깔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인도를 가로질러 무모하게 기어가는 것을 약 20분 정도 관찰을 하게 되었는데 잠시도 쉬지 않고 정말로 열심히 앞으로, 앞으로 기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잠시 나의 인생을 생각해 보았다.
어디로 가는 걸까? 무슨 목적이 있는 것일까? 사랑하는 짝을 만나러 가는지? 아니면 집을 찾아가는지?어디로 가는지는 알고 그곳을 향하여 가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눈을 떼지 않고 보고 있으니 약간 턱이 진 곳에서 잠시 멈칫하는 것 같아서 혹시 되돌아가지는 않을까 옆길로 가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았지만 나의 예상은 빗나가고 약간 옆으로 방향을 바꾸더니 가던 방향으로 계속해서 기어가는 것이 나름대로 계획과 뜻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았다.
그렇게 20여분을 기어가니 그 거리가 15m는 족히 될 무당벌레로서는 꽤 먼 아마 사람에 비유한다면 몇 십 리는 될 듯한 먼 거리를 가게 되었고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건물 벽 근처 시설물이 있는 곳까지 가서는 어디로 숨어들었는지 모습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그 먼 길을 가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발로 밟지는 않을까 천적을 만나면 어쩌지? 무슨 장애물에 막혀서 가는 길을 포기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와 기대감을 가지고 보았는데 위험한 상황도 피하고 힘들고 어려운 먼 길을 무사히 지나간 것을 보고는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 이런 저런 생각에 내 인생을 되돌아보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도 있고 우리의 앞일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내가 걸어온 길이 어떤 길이었으며 애초부터 계획된 길이었던가 또한 계획한 대로 제대로 걸어왔는가 하고 생각해 보니 전혀 내 뜻하고는 상관없이 걸어왔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지나온 길도 허다하였으며 2023년 3월 어느 날 차를 몰고 교회 가는 길에 잠시 전방 주시 의무를 망각하고 무심코 큰 길로 들어서는 순간 직진하던 대형 버스가 운전석 옆을 충돌하면서 내 차 앞부분이 완전히 망가져서 폐차를 하고 말았다. 약20~30cm 정도만 뒤쪽을 받았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몸에 오싹한 느낌이 든다.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에서 내려 내 차 앞을 보니 차마 바로 볼 수가 없고 안타까운 마음을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어서 한참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에 미치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이 다들 제 잘 났다고 떠들어 대는 꼴들을 보면서 헛웃음이 나고 팔십을 눈 앞에 둔 지금까지 목숨 부지하여 별탈 없이 사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물씬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나는 그저 평범하고 세상 물정도 모르는 시골뚜기로 학창 시절을 보냈고 인맥이라고는 전혀 없고 맨토도 없이 그저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대학 졸업을 하고는 개인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취직도 못하고 일 년 동안을 무위도식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내가다 우연한 인연으로 천리 타향 경기도 어느 시골 면소재지 작은 중학교에 교사로 발령을 받으면서 내 인생의 방향이 결정되었고 그 후로 36년간 오직 한 길만 걸어온 후에 2008년 2월 명예퇴직을 하고 벌써 17년째가 되어 아직은 별 탈 없이 살고 있음을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하는 바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그랬거니와 앞으로 갈 길도 어떤 길이 예비 되어 있으며 어디로 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오늘이 내 남은 날의 가장 젊은 날이라는 것은 자연의 이치요 신의 섭리라는 생각이 들고 나에게 주어진 남은 날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다.
작금에 세상 돌아가는 상황들을 보면서 참으로 불안하고 잠시도 마음 놓을 수 없고 한 치 앞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더 확실하게 내 마음을 짓누르는 것 같다.
특히 정치적으로 서로 갈등하며 눈만 뜨면 물고 뜯는 싸움판이 국민을 힘들게 하는데 멀쩡하게 길다가가 칼에 맞아 죽는 사람, 안전한 인도를 걸어가다가 무단으로 침범한 차에 치어 죽는 사람, 갑작스런 폭우와 각종 재난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나 공사장에서 잠시 실수로 고귀한 생명을 잃는 사건들을 보면서 오늘 하루도 무사한 것이 정말로 하나님의 은혜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고 ‘내일 일은 난 몰라요 하루하루 살아요’ 하는 복음송 가사가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나만의 느낌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수 년 전에 내가 가르치던 학생이 사회에 진출하여 직장생활을 잘 하며 결혼할 날짜를 잡아 놓고 한참 행복하게 지내던 어느 날 저녁, 신랑 될 남자가 퇴근 후 직장동료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집으로 가려고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는 중에 인도로 돌진한 택시에 치어 그 자리에서 숨지는 사고가 생긴 일이 있었고 제법 오래전 일이기는 하지만 역시 교회 제자가 방학을 이용하여 한 겨울에 매형과 설악산 등산을 갔다가 눈이 계속 내리는 중에 길이 잘 보이지 않고 힘이 들고 지쳐서 가던 길을 멈추고 매형이 처남에게 ‘잠시 여기서 쉬고 있으라’ 하고는 조금 아래에 있는 구조대가 대기하는 초소를 찾아 가는 중에 그만 절벽에서 떨어져 정신을 잃었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초소에 있던 구조대가 잠시 밖에 나왔다가 눈 속에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고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서 치료를 하여 한참 후에 정신을 차린 매형이 산에 혼자 기다리고 있을 처남 이야기를 하여 구조대들이 급히 현장으로 갔지만 처남은 이미 추위에 얼어서 죽은 후였던 것이다. 정말로 사람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래전 전의 뉴스에 전해진 내용 중에 한 겨울을 지나고 해빙기가 되었는데 어느 직장인이 마침 그 날이 비번이라 편안하게 쉬면서 안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 바로 옆 고층 건물의 하수구를 타고 스며 나온 물이 한 겨울 동안 꽁꽁 얼어 벽에 달렸던 큰 덩어리가 날씨가 풀리면서 서서히 녹아내리다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 떨어졌는데 하필 건물 밑의 주택 지붕을 뚫고 안방에 자고 있는 사람에게 떨어지는 바람에 낮잠을 자다가 날벼락을 맞아 그 자리에서 즉사를 한 사건이 기억난다. 속된 말로 오라지게 재수 없는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누구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언제 닥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건 사고가 어디에선가 날마다 수시로 일어나는 것을 보면 한 시도 마음 놓고 살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닌가 한다.
무당벌레, 참으로 보잘 것 없는 작은 미물이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아니 어떤 일이 일어날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무무하게 먼 길을 가던 무당벌레의 삶과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의 삶이 무엇이 다르며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하고 돌이켜보는 하루였다.
다만 순간순간 하루하루 무사히 살고 있다는 것이 기적이요 하나님의 은혜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주어진 시간을 최선을 다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