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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천미터급 고봉 14개를 다 올랐는지 아닌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 정답은 그녀만 안다. 난 칸첸중가는 쫌 덜 올라간 것 같다고 생각하는 편이긴 하지만, 이백 미터 정도 안 올라갔으면 어떤가? 공기방울로 군함도 쪼개고 검사 나부랭이가 국민의 알권리를 대변하고 있는 방송국 피디를 협박하는 이 무시무시한 세상에서 그깟 이백 미터 정도는 에누리해주자. 뭐 인생 그렇게 깐깐하게 살아서 좋을 거 없다. 오은선, 니가 짱이다. 진짜로 올라간 거라면 올라가서 짱이고, 안 올라간 거라면 세상을 속이고 너를 속이고 나아가 네가 오른 모든 산들을 속인 거니까, 그래서 짱이다. 존나 부럽다.
힐러리가 텐징 노르가이보다 먼저 오른 게 맞는 걸까? 라는 의문은 등정 직후부터 나온 질문이었다. 그 질문에 대해 텐징은 이렇게 말했다. "에베레스트 산에 두번째로 올랐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면, 나는 앞으로 부끄러운 마음으로 살 것이다." 자, 분명하지? 누가 먼저 오른 거야. 힐러리가 맞는단 말이다.
하지만 힐러리가 거의 숨 떨어지기 직전에 밝힌 진실은 이렇다. “나는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텐징은 이미 수십 분 전에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정상을 내게 양보하기 위해 기다렸던 것이다.” 자, 1953년 존 헌트의 원정대에서 에베레스트 정상은 누가 제일 먼저 오른 거야? 힐러리야? 텐징이야? 그런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이기나 한 거야?
오은선이 칸첸중가는 정상 등정에 실패했다거나, 산소를 써서 등정에 성공했다는 주장이 있다(오은선은 에베레스트와 K2를 제외한 12봉우리는 무산소로 올라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오은선의 경쟁자이므로, 그녀 파사반의 주장을 백프로 신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은선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믿어주기도 찜찜하다. 설령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오은선의 세계 최초 14봉 등정은 그렇게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자그마치 3조원에 달한다. 그 중 5천억 정도를 북면(北面, North Face)이 가져간다. 이 노스 페이스란 브랜드는 우리나라만 명품이자 고급 브랜드라고 알고 있는 회사인데, 스프라이트가 칠성사이다에 기를 펴지 못하고 마소 워드가 아래아 한글에 밀리는 대한민국에서 그것은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진심으로 권면하노니 딴지스들만이라도 진실을 알기 바란다. 어떤 회사라고 찝어서 말하긴 그렇다만, 가격 대비 품질은 거의 최하다. 북면사, 마케팅은 잘 하는지 몰라도 한국 산악계에 북면사가 뭐 하나 변변히 후원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기를 쓰고 그 비싼 북면 제품을 산다. 그게 대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층에서 북면사 제품에 대한 선호도는 조용필보다 소녀시대가 노래를 잘 부른다는 믿음만큼이나 확고하다. 반론의 여지가 전혀 없다.
오은선의 14봉 완등이 아름답지 않은 이유도, 그것에 자본의 썩은 미소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오은선을 후원하는 회사는 동진레저인데 블랙 XX란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다. 1,500억 정도 매출을 올리는 중인데, 이번 KBS가 개난리 부루스를 추면서 오은선 띄우기에 나선 덕에 엄청난 매출 증가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3,400억 정도 매출을 올리는 코오롱을 따라잡을 기세다. 아시다시피 오은선의 경쟁자이자 낭가파르밧에서 산화한 고미영을 후원한 회사는 코오롱이었다.
동진레저란 회사 자체는 나쁘지 않다. 제품도 가격 대비 충실한 편이고 디자인도 외제에 비해 빠지지 않는다. 남들이 편하게 국내 시장만 바라보고 있던 10년 전에 이미 중국 시장을 개척한다고 진출해서 나름 어려움 겪어가며 선구자 노릇도 했다. 다시 말하지만 코오롱이나 동진레저를 공격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둘 다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기업질하는 회사니까, 좋은 제품 많이 만들어내면 그만이다. 다만 그대들이 돈 벌고 있는 그 곳에 대한 투자도 좀 하라는 것이다.
전혀 세계적이지 않은 상표인데 대한민국에서만 제일인 노스 페이스를 보면 우리나라 아웃도어 시장은 이미지가 좌우하는 곳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산에 좀 다니는 사람 중에 노스페이스 하드쉘과 노스페이스 배낭과 노스페이스 천막과 노스페이스 장갑 끼고 다니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 돈 주고 노스 페이스를 사느니 아크테릭스 베타를 입고 하글롭스 우모복을 그레고리 배낭 안에 넣어 가지고 다닌다.
그래서 두 기업은 경쟁적으로 고미영, 오은선을 히말라야에 보냈다. 여성 세계 최초란 타이틀은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은가. 누가 먼저 성공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사활이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니라고? 오은선의 등반 기록을 보자. 그녀는 1997년에 최초로 가셔브롬 2봉을 오른 뒤로 2007년까지 고작 4곳을 더 올랐을 뿐이다. 그런데 코오롱과 경쟁이 시작된 2008년에 4곳, 2009년에 다시 4곳을 올랐다. 고미영의 기록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원래 뛰어난 암벽등반가였다. 2005년 고산 등반을 첫 시작한 뒤로 2006년에 초오유를 처음 오르고 2007년에 3곳, 2008년에 4곳, 그리고 2009년에 나머지를 몽땅 오른다는 계획이었다. 코오롱이 그녀에게 내준 과제였다.
고미영의 죽음은 필연이었다. 캠프2를 불과 100여미터 앞두고 추락했기에 더욱 안타깝지만, 그녀의 죽음은 알피니즘이란 어떤 삶의 자세를 모욕하고 자본의 확충과 이윤에만 눈이 먼 상업등반의 필연적 귀결이라 할 것이다. 히말라야 고산을 올라갔다 오면 보통 남자는 10킬로그램이, 여자는 5킬로그램이 빠진다고 한다. 보통이라면 1년에 두 곳을 올라도 대단한 것이다.
바둑하면 이창호, 농구라면 에어 조단이다. 산이라면 단연 라인홀트 메스너다. 세계 최초로 14봉을 “무산소”로 완등한 철인이며, 뛰어난 산악문학가이고, 알파인 스타일을 정착시킨 선구자로 존경받는 사람이다. 하지만 메스너조차도 14봉 완등까지 16년이란 기나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1년에 여섯 군데 고봉을 오른다고? 대체 왜 그런 미친 짓을 하겠는가. 세계 최초란 타이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고미영은 대한민국 언론과 기업이 죽인 것이다.
산악인이라면 누구나 히말라야 설산을 누비는 것이 꿈이다. 거기를 왜 오르는가 따위는 질문이 아니다. 산이 거기 있으니까 오른다는 대답도 우문에 우답이다. 산악인에게 히말라야는 이미 존재 이전의 시원이다. 4,000 킬로미터를 헤엄쳐 모천으로 회귀하는 연어들처럼 산악인은 설산으로 기운다. 그래서 수많은 산악인의 핸드폰 번호는 8848로 끝난다. 에베레스트 높이요, 언젠가 오르고야 말 꿈의 숫자다. 그러니 오, 고 두 여성 산악인으로선 기업의 후원이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인 것이다. 히말라야는 돈이 많이 든다.
산악인의 소망과 기업의 본능이 결합해서 이뤄낸 것이 이번 오은선의 14봉 완등이다. 나쁠 것 없지? 나쁠 것 없다. 하지만 쾌거라고 하기에는,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뭔가가 걸린다. 칸첸중가 등반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물량을 쏟아부어서 고정 자일을 깔고 그것에 의지해서 올라간 설산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단지 올랐다는 사실 하나만을 충족시킬 뿐, 그것이 과연 진정한 히말라야 등반인가?
세계 산악계에서 한국팀은 히말라야에 쓰레기를 가장 많이 버리는 팀이고 다른 팀의 구조 요청에 가장 늦게 움직이는 팀이며 셀파들에게 가장 무례하고 포터에게 임금을 가장 많이 떼어먹는 팀으로 악명이 높다. 한국 등산가들이 인간성이 나빠서 그럴까? 그게 아니다. 돈이 없고 시간에 쫓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는 바로 기업들의 스폰서가 몇몇 유명 산악인들에게만 쏠리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모두 사비를 털어서 히말라야엘 간다. 그러니 급하고 무례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웃도어 시장에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는 한국 기업들이 과연 한국 등반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얼마나 후원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동진레저는 이번 오은선의 등반으로 엄청난 광고를 했다. KBS는 세계 최초라면서 오은선의 안나푸르나 등반을 생중계했다. 나쁘지 않다. 나 같은 사람이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안나푸르나 정상을 안방에서 볼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히말라야 설산 꼭대기는 그렇게 보는 것이 아니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자기를 깎는 행위다. 허울과 가식과 게으름을 벗고 묵묵히 한발 한발 고통 속에서 자기를 덜어내는 행위다. 크레바스와 눈사태가 언제 나를 덮칠지 두려움에 떨면서 걷는 길이다. 고산병에 걸려 눈이 팅팅 붓고 동상으로 발가락을 잘라가면서 올라가는 길이다. 그 장면을 중계센터를 열고 카메라맨을 앞뒤에 붙여서 마이크로파로 쏘아 위성으로 대한민국에 보여준다는 발상 자체가 만화요 희극이다.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1년에 히말라야 고봉을 여섯 개나 오르라고 부추기는 회사나 안나푸르나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귀한 공중파를 하루종일 낭비해가며 그 난리 부루스를 치던 KBS나 자본의 얼굴, 맘몬의 목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단 한 번이라도 산에서 저체온증에 걸려본 사람은 안다. 아웃도어는 폼으로 사는 것도 아니고, 브랜드로 사는 것도 아님을. 단 한 번이라도 고산에 올라가본 사람은 안다. 설산은 그렇게 고정 자일을 주마링해서 오르는 게 아니란 사실을. 그런 등반은 다시 말하지만 그저 그 산 정상에 올랐다는 등반기록 외엔 아무 것도 아니다. 오은선은 14봉을 모두 올랐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알피니즘의 시각으로 볼 때 그녀의 등반은 몹시 함량 미달이다. 엄격히 말하자면 그것은 등반이라고 부를 수 없는 행위다. 등정주의에서 등로주의로 바뀌고 알피니즘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등반가의 자세라고 인정되는 지금, 세계 최초란 이름을 얻기 위해 그 모든 것을 내다버린 오은선을 나는 대장이라고 부를 수 없다. 한국 산악인들 중에 이번 완등을 흔쾌히 기뻐하는 이가 드믄 까닭이다.
어떻게 해서든 돈만 벌면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건희를 욕하면서도 그가 부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생, 자기가 사는 것이다. 그런 게 좋다 나쁘다 비난하잔 게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이건희를 존경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위인이 사면된 지 불과 석 달 만에 대한민국 국민이 좀 더 정직해졌으면 좋겠다 따위로 우리를 모욕하는 건 좀 더 비윗장 상하는 일이다.
오은선의 등반을 쾌거라고 부를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딴지스라면 그녀의 등반에 왜 의문부호가 많이 붙는지, 그것이 괜한 트집이나 근거 없는 모함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계시란 뜻으로 길게 썼다. 아무튼 오은선, 애썼다. 하지만 칸첸중가는 다시 한 번 올라갔다 오는 게 나을 것 같다.
앞에서 말한 힐러리와 텐징 노르가이는 누가 먼저 올랐는지란 시시한 질문을 부끄럽게 만드는 삶을 살았다. 힐러리는 히말라야 셀파족에게 학교를 짓고 의료지원을 죽는 날까지 열성을 다해 했고, 텐징은 히말라야 등산학교 현장감독관으로 오래 봉사했다. 오은선도 그런 삶을 살길 바란다. 끝이 좋으면 중간은 적당히 지워진다.
첨언 : 뜻밖의 호응에 놀랐다. 이건 아닌데 싶어서 쓴 잡설을 딴지스들이 많이 읽어줘 고맙기도 하고 뻘쭘하기도 하고 그렇다. 몇 가지 첨언하고자 한다. 일단 오은선의 등반형태는 등정주의라고 불리는 등반형태에 속한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던지 산꼭대기에 올라가자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국제 산악계에서는 폐기됐다. 사망선고를 받은 거다. 이렇게 올라가면 아무도 존경하지 않는다. 반대라면 몰라도.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나라에서만 열광하는 거다. 지금은 등정주의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어렵게 올랐느냐를 따지는 등로주의 시대다. 그리고 당연히 알파인 스타일 등정이 대세고 주류다. 요약하면 이렇다.
알파인 스타일(Alpine style)은 자급자족적 방법 즉, 자신의 식량, 침낭, 장비 등의 모든 것을 가지고 가는 방식의 등반을 말한다. 캠프를 점차 건설하여 정해진 능선을 따라 등반하는 등반인 정복형 스타일과 대비된다. 추가적으로 알파인 스타일은 고소 포터, 보조 산소기구, 고정된 로프의 사용을 하지 않는다.(다음 백과사전에서 훔쳤다)
물론 고산 등반에서 캠프를 설치하지 않는 것은 미친 짓이다. 하지만 캠프는 최소한으로 설치하고 반드시 어두울 때 등반에 나선다. 그 이유는 안전과도 관계가 있다. 낮에는 얼음이나 눈이 녹으면서 눈사태 또는 추락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오은선의 등반은 이런 알파인 스타일 등반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개떼같이 사람을 동원해서 고정 자일을 깔고 그거 붙잡고 주마링 해서 히말라야 14봉 완등하면 엄청 자랑스럽냐? (주마 Jumar는 어센더라고도 한다. 등강기인데 자일에 달고 주로 내려올 때나 후등자가 신속히 오를 때 쓴다. 히말라야를 주마링해서 올라간 다는 것은 누가 먼저 깔아놓은 자일에 매미처럼 매달려서 간신히 올라가는 짓거리를 말한다. 산꾼이라면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거다. 이러고도 존경받는 산악인은 없다)
산은 정직한 세계다. 오은선의 등반은 그 정직성에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에, 이미 잘못된 방식이라고 폐기된 방법으로 올랐기 때문에 문제인 거다. 물론 그렇게 오르도록 시킨 것은 자본이다. 인간 오은선은 정직하고 성실한 산악인이다. 내 글이 고미영이나 오은선에 대한 공격으로 읽혔다면 전적으로 내 부족한 필력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그녀들도 희생자일 수 있다. 다만 산악인으로서 그런 상업주의 등반에 소모품처럼 쓰였다가 잊혀지기 보다는 앞날에 큰 족적을 남기고 모든 산악인이 그 이름을 자랑스럽게 기억하는 큰 산꾼이 되길 바란다.
읽어줘서 고맙다. 상업주의 등반에 내몰려 산에서 산화한 고미영 대원을 기억하고, 앞으로는 그런 비극이 없기를 소망한다.
[출처] 오은선, 애썼다. 그런데... (숲지기 (CAMP FOREST)) |작성자 최고남자
첫댓글 이건 으끝까징 읽느라 뒷골땡김 ..)자들의 잡소리 같습니다...
싸이먼님...모두가 옳은 소리긴 하겠으나..
무식한 저에겐 유식한(
잘생긴 미남얼굴좀 자주뷔주소..잔차나 타러 오시랑께용 ,,
딴지거는 싸이트 같은데....글이 괜찮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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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만 생각해도 전 싱글이 안맞는거 같아요...가심이....답답하네요..싱글은...*^
숲속의 그 안락함...제가 무지 좋아하는 상황인데....
잔차로는 영 ....제취향이 아닌거 같아요...
뻥뚤린 넓은 비포장 쏘는게....저에게 맞는거 같아서리.......*^
그럼 좋은하루 보내시고.....*^...
긴글은 올리지 맙시다. 절대 다 못읽음. 아니 아예 안읽음
좀 그렇긴 하죠....저도 관심있는 분야라 읽었지...절대 안읽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