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
산 하나 깨뜨리며 아기천사 온단다
두 주먹 불끈 쥐고 얼마나 씩씩한지
첫울음 터질 때마다 내 심장도 뛰었지
보리낭 깔고 누워 아이 낳던 그 옛날
가장 아픈 통증을 받아내신 뭉툭한 손
아흔 살 어머니 이름은 지금도 영희 산파
등꽃이 피면
도립병원 뒷마당
등나무에 등을 대면
소독약 주삿바늘
아픈 사람만 보다가
보랏빛 바람의 향기
내 스무 살도 피어났지
가족계획
-1960년대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고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 해도
낭푼밥 둘러앉은 숟가락
그 소리가 좋았지
바다학교
물에 든다는 건 바다를 배우는 거
바다를 배우기 위해 작은 물과 노는 거
물에서 놀 줄 알아야 조금씩 물드는 거
물이 든다는 건 바다를 안다는 거
그 바다 너른 품에서 욕심부리지 않는 거
물너울 타고 넘던 날 두려움을 아는 거
어머니의 어머니는
열 자식 낳았는데
아들 셋에 딸이 셋
딸이고 아들이고
차별하는 법이 없어
공부도 해야 한다며
밭에 가자 안 했대
해도 해도 끝없는
농사일 버거워도
며느리 오는 날엔
밭에 가지 않으셨대
그것은
마음이 하는 일
어머니의 어머니는
-《시조21》 202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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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작품
환대/ 등꽃이 피면/ 가족계획/ 바다학교/ 어머니의 어머니는/ 김진숙 시인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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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8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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